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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서재입니다~

비밀 낙서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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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정(蘭亭)
그림/삽화
nanjung
작품등록일 :
2015.06.21 08:53
최근연재일 :
2017.04.05 15:48
연재수 :
379 회
조회수 :
126,554
추천수 :
1,653
글자수 :
165,582

작성
16.06.16 14:15
조회
459
추천
2
글자
3쪽

식초로 무친 가랑파

DUMMY

식초로 무친 가랑파

-조카 하나의 아픔을 위로하지도 못하고






아줌마는 언제부턴가 새엄마 되었다.

그냥 아줌마라 부르라고 아빠가 그랬지만, 아빠와 이혼한 엄마를 아직도 이해 못하지만, 무슨 이유로 이혼에 도달했던가는 더더욱 모르겠지만

딸 먼저 출가외인 된 여인이 안쓰러울 뿐이다.


세상천지 뒤집힌 꼴은 물구나무서야 보인다는데

초롱초롱빛나리를 잡아 하늘로 날려 보낸 높은 지성 눈부신 미모, 그 임신부를 조금도 닮지 않았을, 신출귀몰 도둑에게 혼을 빼앗긴 여인들의 사랑에, 옥중 결혼하겠다는 한 여인의 세기말 뻗친 정성에, 침을 뱉을지언정 미동도 않았을 우리 엄마는

내게서 물구나무 설 시간을 도둑질해갔다.


유행에 몸을 맡기고 사랑에도 빠져보고

구색 맞춘답시고 이별도 눈물 꼭꼭 찍어내며 쓴맛 단맛 매운맛 보는 대로 삼켜 삼켜버리느라 바쁜 어느 날, 아빠가 조용한 카페로 나를 불러내더니 애인 생겼다고 고백하신다. 가난한 내 애인을 소개할 좋은 기회로 삼고, 나도 애인 있다고 고백하였다.

드디어 아빠와 나는 상호불가침조약을 맺었다.


새엄마란 액세서리를 엉덩이에 달고서

그녀는 엄마의 전매특허상품에 로열티도 안 내고 거들먹거리며 가랑파 무침을 하였다. 패러디인지 패스시티인지는 알쏭달쏭하지만 엄마의 비밀무기 젓국 대신 식초를 넣었는지 새콤달콤하였다. 둘이서는 무슨 색깔 평화협정을 맺었는지 자기 입에 안 맞아 뱉어야만 할 음식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만큼 맛있다 하는, 아빠의 햄릿이 돈키호테 역을 맡은 그 팬터마임의 칼날을 훔쳐 아리바바와 사십 인의 도둑 중에 아직도 양심을 못 버린 배반자인 양 나는 복부를 긋는다,

먼 훗날 역사를 빛낼 식민지시대 투사로써.


엄마가 요리한 음식들이 한 번씩

밥상 채 오르르 쏟아지던 전초전을 먹고 자란 두 눈 시퍼렇게 뜬 산 증인은, 시어서 눈물나는 사랑 극을 깨소금탄피삼아 씹다가, 씹다가 느닷없이, 인류가 출현하기 전이었는데도 어쩌다 실수로 불을 붙인 네안데르탈인이 된다.

세상엔 별의별 맛도 있다는 걸 알아차린다.


대학 일학년 갓 스물 나는 오바이트를 한다.

넉넉잡아 시간당 삼천 원, 커피 나르기 피자 나르기 된장찌개 나르기, 사랑 버리기, 미움 버리기에 마음 비우기도 업그레이드하여,

색다른 스포트라이트, 해저도시에 잠수한다.


숙모의 뻐꾸기 육아법을 비웃다가 뻐꾸기 된

엄마의 피치 못할 그 사연을 이해하려고, 새엄마의 맛없는 음식에 돌격 전진하려고, 오늘도 독버섯 빛깔 전야제를 산채비빔밥에 무쳐내며 식초는 따로 놓는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두 번 다시는 후퇴하지 않겠다.

충혈된 시뮬레이션, 이 닻별에 새엄마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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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낙서첩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1 물무늬 16.06.19 466 2 2쪽
350 테크놀로지 아트 -불감증- +2 16.06.19 585 2 2쪽
349 첫사랑과 김유정표 동백꽃 16.06.18 391 2 3쪽
348 이곳에도 어처구니가 산다 16.06.17 311 2 2쪽
347 민들레 16.06.17 284 2 1쪽
» 식초로 무친 가랑파 16.06.16 460 2 3쪽
345 구두를 먹으며 16.06.15 477 2 2쪽
344 들고양이에게 밥을 16.06.14 289 2 1쪽
343 철쭉꽃 16.06.13 211 2 1쪽
342 들창, 아카시아 뒤에 서다 16.06.13 288 2 1쪽
341 [사설시조] 다시 일어서는 노을 16.06.12 303 2 1쪽
340 연(緣) 16.06.11 425 2 1쪽
339 자화상 16.06.10 410 2 1쪽
338 바위섬 16.06.10 330 2 1쪽
337 한계령 16.06.09 234 2 1쪽
336 빛나는 어둠 16.06.08 336 2 1쪽
335 달은 멀리 있다 16.06.08 418 2 1쪽
334 단풍, 그 추락하는 +2 16.06.06 428 3 1쪽
333 end가 아니고 and에서 +2 16.06.05 447 3 1쪽
332 만남 16.06.05 338 3 1쪽
331 순백의 언어 16.06.05 290 3 1쪽
330 난설헌 +4 16.06.04 385 3 1쪽
329 관촌수필(사진 : 소설가 이문구와 그의 부인과 그의 제자) +1 16.06.03 479 3 1쪽
328 가버린 나날 +1 16.06.02 201 3 1쪽
327 고대 석비를 건지다 +1 16.06.02 205 3 1쪽
326 물결은 비스듬히 드러누워 벙어리 새를… +1 16.06.01 251 3 1쪽
325 상사(相思)‧폭풍 예감 +2 16.06.01 487 5 1쪽
324 해풍 +3 16.05.31 462 5 1쪽
323 바다‧소금‧언어 +3 16.05.31 473 4 1쪽
322 별 꿈 +4 16.05.30 436 3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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