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한바다 저 무인도에서 나 혼자 버티기
한없이 기다렸어, 초고 읽어줄 친구를
바다 가운데만 빙빙 돌다가 자맥질한
다이버, 심해에 갇혀 난청에 시달리듯
저무는 밤하늘에 여우별 하나 기웃기웃
무안스레 깜박이며 내 맘을 드나들어도
인사는 생략한 채로 언제나 묵묵부답이어서
도돌이표 서너 개 돛폭인양 세워놓아도
에로틱한 도입부가 부끄럽기 짝이 없어
서둘러 자리를 떴어, 내 혼을 불러다 놓고
나긋나긋하던 네 손길도 까마득히 멀어진
혼이 빠져도 아무도 못 알아볼 섬에서
자괴감 휩싸인 채로 물보라만을 헤아리는
버려도 되돌아오는 그림이야 파도라 하고
티눈 박인 발바닥이 디딜 때마다 아프지만
기막힌 완성을 향해 참겠어, 피어나겠어.
- 작가의말
127. 한바다 저 무인도에서 나 혼자 버티기
(5수의 시조입니다)
(1)
한없이/ 기다렸어,/ 초고 읽어줄/ 친구를//
바다 /가운데만/ 빙빙 돌다가 /자맥질한//
다이버,/ 심해에 갇혀/ 난청에 /시달리듯//
(2)
저무는/ 밤하늘에/ 여우별 하나 /기웃기웃//
무안스레/ 깜박이며/ 내 맘을/ 드나들어도//
인사는/ 생략한 채로/ 언제나/ 묵묵부답이어서//
(3)
도돌이표/ 서너 개/ 돛폭인양/ 세워놓아도 //
에로틱한/ 도입부가/ 부끄럽기/ 짝이 없어//
서둘러/ 자리를 떴어,/ 내 혼을/ 불러다 놓고//
(4)
나긋나긋하던/ 네 손길도/ 까마득히/ 멀어진//
혼이 빠져도/ 아무도/ 못 알아볼/ 섬에서//
자괴감/ 휩싸인 채로/ 물보라만을/ 헤아리는//
(5)
버려도/ 되돌아오는/ 그림이야/ 파도라 하고//
티눈 박인/ 발바닥이/ 디딜 때마다/ 아프지만//
기막힌/ 완성을 향해 /참겠어,/ 피어나겠어.//
*그 어떤 어두운 시라 할지라도 마지막엔 희망을 표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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