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지명수배자 얼굴들로 도배한 바람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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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으로 나가버린 거 아니면 돌아와.
명령이라면 으레 엇박자 놓는 넌 줄 알지만
수수방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배신감이 그리움으로 변할 리도 없어.
자수해. 너덜너덜 떨어진 내 속이야 몰라줘도 돼.
얼마나 더 기다려야 오겠다는 건지
굴속에 틀어박혀 도를 닦고 있는 건지
들짐승 같은 몰골로 지하도에 박스라도 깔았는지
로터리 화단에 앉아 고집으로 배 채우는
도심지 노숙자 생활이라도 즐기고 있는 건지
배우는 아니어도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고
한 사람 만나 새살림 차린 거 아니라면 돌아와.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으스스한 그림자
람누(襤褸)한 차림새로 너의 환영이
벽 가득 어른거리는 이 허상을 제발 치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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