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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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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7,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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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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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3-

DUMMY

도화도 지하의 사원.

성소에 갇혀서 힘을 빼앗기고 있던 『반신』들을 구출하고, 거대한 문 너머로 피신한 블랙 버틀러를 끝내고자 하는 아스카의 피닉스 패밀리와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및 협력자들. 그러나 아스카가 들어가자마자 투명한 막이 형성되어 다른 이들의 입장을 막았기 때문에 혼자서 깊숙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라이팅(Lighting)<빛(明り)>」으로 앞을 밝히자 천장과 바닥에 있는 방첨탑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반응을 했다. 왠지 모르게 누군가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가운데, 약간의 인기척이 느껴지자 크로스백에서 쌍권총 형태의 「트리니티」를 꺼내 손에 쥐었다.


“나와라, 블랙 버틀러! 이제 끝났어.”


“이제 시작일 뿐이야. 그 분께서 어둠 사이로 속삭이셨다. 그분은 돌아오신다고 하셨다···. 그분은 파괴하신다고 하셨다. 멸종. 모든 것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고.”


“너의 신은 봉인되어 있지. 그리고 내가 디지털 월드에 발을 딛지 못하게 할 거야.”


“정말로 그럴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아스카는 몸을 돌리면서 「트리니티」의 총구를 겨눴다. 그런데 블랙 버틀러가 아닌 노조무가 시야에 들어오자 너무 당혹스러운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트리니티」를 거두려고 했다.

두 팔이 45도 각도를 이루고 있을 때, 블랙 버틀러가 노조무의 외양을 흉내 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스카는 아차! 하며 「트리니티」를 들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 하지만 블랙 버틀러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나면서 그림자 안에 들어갔고, 붉은 빛이 감도는 눈동자로 천장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천장에 매달려 있던 방첨탑 하나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아스카를 덮쳤다. 다른 이라면 죽음을 맞이하거나 살아남더라도 큰 부상을 입었을 테지만, 아스카의 힘을 생각한다면 무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블랙 버틀러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방첨탑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박살나면서 아스카가 멀쩡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야. 넌 노조무가 아니야!”


“큭!”


아스카는 염동력을 방출하여 블랙 버틀러를 밀쳐냈다. 뒤쪽에 있는 거대한 방첨탑과 충돌하면서 고통 어린 신음을 내뱉은 블랙 버틀러는 자신을 향해 달려들면서 킥을 날리는 아스카를 보고 양손에 에너지를 모았다.

신발의 밑창과 에너지 구체가 충돌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났고, 블랙 버틀러는 그 여파로 튕겨져 나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괴로워하면서도 몸을 일으키려는데, 아스카가 그 위에 올라타더니 주먹으로 후려쳤다.


“넌 노조무가 아니야! 넌 가짜야!”


“···난 네가 잃어버린 모든 것.”


여러 번 주먹을 휘둘러 블랙 버틀러를 폭행하던 아스카는 흠칫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노조무의 모습을 취하던 블랙 버틀러가 이번에는 검은색 머리와 붉은색 눈동자, 이목구비 일부가 노조무와 비슷한 20대 초반의 남성으로 변신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아스카는 뒤늦게 침착함을 되찾았는데, 이미 때는 늦어서 블랙 버틀러가 아스카를 허공에 띄우고는 손에 에너지 검을 구현하여 그녀의 가슴을 찔렀다. 그것도 심장이 닿을 여지가 있는 부위여서 치명적인 상황이었고, 블랙 버틀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했다.


“난 네가 지키지 못한 모든 것.”


“그 모습으로··· 모욕하지 마라!”


[꽉-!]


죽어가는 와중에도 분노를 표출하면서 에너지 검과 연결된 블랙 버틀러의 팔을 붙잡은 아스카. 뼈를 부러뜨릴 것 같은 악력에 블랙 버틀러는 괴로워하면서도 빠져나가려고 애를 쓰는데, 아스카가 비어있는 손을 뻗어 「트리니티」 하나를 회수하고는 급소를 향해 연속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탕-! 탕-!]


“넌 이미 진 거야. 그분은 해방되실 거다.”


“······.”


“그분을 만나게 될 거야···. 곧.”


「트리니티」에서 발사된 탄환은 아스카의 에너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블랙 버틀러의 몸에 파고들자마자 터지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 블랙 버틀러는 유언을 남기고는 사그라지듯이 소멸된 에너지 검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구멍이 뚫린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힘겹게 붙잡고 있던 아스카는 손을 뻗으려고 했으나 힘이 부족해서 아래로 축 늘어뜨렸다. 서서히 눈이 감기는 와중에 문 너머에서 소리가 들려왔지만 근원은 확인하지 못한 채 의식을 잃어버렸다.


*


[여기는?]


“깨어났군.”


“엄마!”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아스카는 병실을 구현화한 매트릭스(Matrix)에서 깨어났다. 아직 완치된 것은 아니어서 입 대신 텔레파시로 말을 했고, 곁에 있던 레이븐과 노조무가 아스카에게 다가갔다. 울음을 터뜨리는 노조무를 보고 아스카는 안쓰러운 마음에 손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난 괜찮아. 그러니 울음을 그치렴.]


“···알겠어요.”


“다른 사람들을 불러올게.”


애틋한 분위기에서 레이븐은 나지막이 말을 하고는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아스카가 누워있는 의료용 침대에는 전동전환 장치가 있어서 등받이를 세우기 위해 버튼을 눌렀고, 노조무와 눈높이가 맞춰졌을 쯤에 모든 이들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스카가 깨어나서 상반신을 일으킨 모습을 보고 매우 기뻐하는데, 그 중에는 노완동, 호메로스, 호메오스타시스, 오라클이 포함되어 있었다.


“괜찮은가?”


[그런 거 같아요.]


“당분간은 더 쉬어야할 것 같군.”


“가슴에 구멍이 뚫렸으니···.”


오라클이 먼저 안부를 묻고, 호메로스가 이어서 휴식을 권하는데, 그 뒤를 이은 노완동이 분위기를 깨는 말을 했다. 사실이긴 해도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기에 오라클은 동생의 발을 밟아서 말을 끊어버렸다.


“우리들을 구해줘서 고맙네.”


[디지털 월드의 존망이 걸린 일이니 당연히 구출을 해야죠.]


“혹시 물어볼 게 있나?”


[예. 제가 의식을 잃었을 때부터 지금 깨어났을 때까지의 일을 알고 싶은데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


노조무를 의료용 침대에 걸쳐 앉게 한 후 오라클과 대화를 나누다가 마지막에는 질문을 하는 아스카. 이에 가이오몬이 다른 이들을 대표해서 알려주기로 했다. 투명한 막 때문에 들어가지 못하고 기다려야 했던 그들은 방해물이 사라져버리자 즉시 내부로 진입했다.

싸움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에서 아스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황급히 달려가서 살펴보니 아직 목숨을 유지하고 있었고, 1차 응급처지를 한 다음에 라스트의 도움을 받아 퀸젯으로 향했다.

퀸젯에 탑승하기 전 대부분의 디지몬은 크로스로더 안으로 들어갔고, 잭이 조종석에 앉아 지상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남은 이들이 2차 응급처치를 하려고 했다. 그 때 네 명의 『반신』 중 오라클이 먼저 깨어났다.

오랫동안 감금당한 터라 처음에는 영문을 몰라 하는데, 페라리우스가 그간의 일을 설명해주자 오라클은 자신의 힘으로 아스카의 구멍 뚫린 가슴을 봉합했다. 그 사이에 퀸젯은 물질 위상 변환기과 차원도약을 통해 도화도 지상에 도착했고, 제피로스-원과 도킹하고 나서 아스카를 먼저 이송시켰다.

인공지능인 세바스찬이 제피로스-원을 조종하여 매트릭스로 이동하는 동안 잭은 제피로스-원 내부에 있는 의료실에서 아스카의 치료를 시작했다. 오라클이 도와준 덕분에 큰 수술을 할 필요는 없었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해둔 혈액팩으로 수혈을 했다.


“매트릭스에 온 뒤로 급격히 호전되었고, 이제 막 하루가 지났습니다.”


[하루인가? 짧으면서도 긴 시간이로군.]


“디지털 월드에는 별 일이 없었어. 표면적으로는 말이지.”


[십중팔구 암중비약 중이라는 건데··· 그에 관해서 할 얘기가 있어.]


가이오몬의 말에 아스카는 진지한 표정을 드러내더니 매트릭스와 동화했다. 신과 같은 권능으로 말은 할 수 있게 회복하고는 자신의 기억을 천장에 투영했다. 블랙 버틀러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팔을 붙잡았을 때, 정신이 이어지면서 그의 기억을 엿볼 수 있게 되었다.

대지와 지하 사이의 틈새에서 아포칼립스는 쇠사슬이 박혀서 온 몸을 포박당하고 거대한 수정기둥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데몬, 베르제브몬, 발바몬, 리바이어몬, 벨페몬이 갑자기 나타났고, 아포칼립스를 중심으로 역오망성이 떠오르더니 봉인이 서서히 깨지는 조짐을 보였다.


“···블랙 버틀러가 죽음으로서 저 장면이 마지막을 장식했어.”


“7대 마왕 중 다섯을 이용해서 봉인을 풀려는 거로군.”


“하지만 그래가지고는 불완전할 텐데요?”


“불완전하다고 해서 활동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 거야.”


“발록/디지몬 혼종을 만든 아포칼립스이니 숙주 육신을 만들어뒀을 가능성도 있고.”


대화를 나눌수록 골치가 아프다는 반응이 나오자 아스카는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짚으면서 정신을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포칼립스의 봉인 해제 의식 장면이 사라지고, 검게 물든 수정기둥 주변에 수많은 이가 나타났다. 자세히 보니 『반신』, 3대 천사, 로얄 나이츠, 올림푸스 12신, 4성수, 데바(십이신장), 그리고 7대 마왕이었다.


“3~4년 전에 아포칼립스를 알게 된 이후로 이리저리 생각한 끝에 만들어낸 주술진(呪術陣)이야.”


“대단한 규모로군. 그런데 어떤 효과를 가지고 있나?”


“기본적인 체제는 아까 봤던 그것과 같아요. 다만 대부분의 힘을 봉인 내부에 남겨두고, 영혼을 본래의 육체와 함께 끄집어낸다는 차이점이 있죠.”


“잠깐만! 로얄 나이츠 중에서 오메가몬은 영구결번에 가까운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서 플루토몬으로 대체할 생각이야.”


“···예전에 아포칼립스의 일부와 싸울 때, 오메가몬이 남긴 유품이 있어. 지금도 소유하고 있는데, 그걸 사용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오메가몬의 유품이란 라스트를 팔라딘 모드로 각성시킨 「오메가 블레이드」를 말한다. 사실 플루토몬만으로는 부족해서 주술진이 제 역할을 못할까봐 염려되는데, 팔라딘 모드의 라스트가 힘을 보탠다면 그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하여 플루토몬과 라스트가 오메가몬의 빈자리를 메꾸기로 결론을 내렸고, 아스카는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다들 목숨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해. 한 명이라도 비어버리는 순간, 계획이 어그러지니까.”


“고모. 깜박하고 있다가 이제야 떠오른 게 있는데요.”


“말해보렴, 진.”


“아포칼립스를 약화시킨 상태로 끄집어낸다고 해도 죽일 수 있을까요?”


“죽이는 건 불가능하지만, 무력화시키는 건 가능하지. 존재하되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말이야.”


이는 소설 「반지의 제왕」의 악역인 사우론과 사루만처럼 사악하지만 무력한 영(靈)으로 남게 하는 것과 같았다.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유일한 방법이며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결국 모두가 그 의견을 따르기로 하고, 아스카의 가족들을 제외한 이들은 밖으로 나갔다.


“준. 몸 상태는 어떠니?”


“패치해준 덕분에 생명력이 소모되는 양이 줄어들었어요.”


“그렇다 하더라도 소모 자체는 막지 못하지 주의하렴.”


“알겠어요.”


“유키토. 유이. 제피로스-원의 조종법은 익혔어?”


“예. 세바스찬이 이해하기 쉽게 알려줬습니다.”


“만약의 사태에는 너희들이 제피로스-원을 조종해야해. 그리고 진. 이따가 잭에게 가서 크로스로더의 업그레이드를 부탁하렴. 내가 권유했다고 하면 바로 해줄 거야.”


둘째 조카, 남동생, 올케, 첫째 조카의 순서대로 대화를 나눈 아스카는 기침을 하면서 얼굴을 찡그렸다. 아까 언급했듯이 말은 할 수 있게 회복했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완치는 아니라서 후유증이 남아있었다.

그런 이유로 유키토, 유이, 진, 준은 아스카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병실 밖으로 나갔다. 유일하게 남아 있는 노조무는 버튼을 눌러 침대의 등받이를 내렸고, 아스카의 배려로 넓어진 침대에 누워서 모자가 같이 잠에 들었다.


*


다음 날.

매트릭스와의 동화 및 피닉스 포스 덕분에 부상을 회복한 아스카는 침대에 앉아서 노조무와 손바닥을 맞대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우연히 발견한 무공비급에서 익힌 운기를 통해 내상을 치료하는 방법을 아들에게 가르치는 중이었다.

사실 노조무는 아스카에게 기억 일부를 물려받았으므로 무공에 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불완전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질까봐 아스카가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히 알려줬다. 그리고 대부분의 비결은 외우도록 했는데, 이차원의 신성마법과 몇몇 고위 마법처럼 스스로 수행하여 훗날 사용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다.


“근골 강화법이나 내공 수련법, 각종 무술 등의 요결이 총망라되어 있으니 틈틈이 수련하렴.”


“예. 그럴게요.”


“이제 슬슬 나가볼까?”


내공을 거두면서 손을 뗀 아스카는 노조무와 대화를 나누고는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갔다. 동시에 병실이 녹아내리듯이 사라졌고, 맞은편에는 타치바나 일가, 류이치, 유코, 잭, 후마, 디지몬들, 『반신』들이 아스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술진을 구성하는데 필요한 디지몬을 모두 집결시킨 다음에 아포칼립스가 봉인되어 있는 장소로 향하죠.”


“7대 마왕은 그 때에 맞춰서 구할 생각인가?”


“예. 방향은 다르지만 어쨌든 봉인에서 끄집어내는 거니까요.”


아스카와 오라클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매트릭스의 일부가 변화를 일으키면서 통신 기기가 되었다. 아스카 본인도 놀라워하는데 이윽고 한 마리의 디지몬의 모습이 비춰졌다. 푸른빛을 띠는 반투명한 육체를 고정시키기 위해 쇠사슬을 두르고, 네 개의 다리에 디지코어를 3개씩 두르고 있으며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렸다.


“칭롱몬(청룡몬)? 여긴 어떻게 알고 연락한 겁니까?”


“「그녀」가 알려줬다.”


“···뭐, 어쨌거나 무슨 문제라도 발생했나요?”


“데 리퍼(D-Reaper)라는 존재가 출몰했다.”


“데 리퍼라고?! 그것이 왔단 말인가!”


오라클을 비롯한 『반신』 모두가 데 리퍼라는 이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 점을 심상치 않게 여긴 아스카는 칭롱몬이 도움을 요청하자 즉시 받아들이면서 바로 가겠다는 말을 했다. 칭롱몬의 모습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통신 기기도 원래대로 돌아가자 대부분의 디지몬들이 크로스로더 안으로 들어간 채로 제피로스-원에 탑승했다.


“잭. 칭롱몬의 영역으로 이동해줘.”


[알겠습니다.]


“···가는 동안 데 리퍼에 대해 설명해주겠네.”


“데 리퍼는 인간도 디지몬도 아닌 단일 개체로서 네트워크의 아득한 저편에 존재하고 있어.”


“『신』께서 우리들을 창조하고 디지털 월드를 현재와 비슷하게 만드는 와중에 데 리퍼가 침공해왔지.”


“소수의 『반신』이 무(無)로 돌아가는 피해를 입었지만, 사력을 다해서 데 리퍼를 본래 있었던 곳으로 내쫓는데 성공했다.”


“그 후에 『신』께서는 강력한 방화벽을 만들어내어 데 리퍼의 침공을 막아냈습니다.”


오라클, 노완동, 페라리우스, 호메로스, 호메오스타시스가 차례대로 한 말을 토대로 추리를 하는 아스카. 무엇이냐 하면 본격적으로 아포칼립스를 상대하려는데, 공교롭게도 데 리퍼가 침공한다는 것이 아무래도 미심쩍었다.

물론 『신』이 디지털 월드를 데 리퍼로부터 지키기 위해 만든 방화벽이다 보니 『반신』이 전력을 발휘하더라도 건드리지 못한다. 하물며 여러 가지 제약이 걸린 아포칼립스로서는 시도할 생각조차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우연으로 보기에는 어려웠고, 추리의 결론을 말했다가 감정적 싸움이 유발될까봐 입을 다물었다.


“조금은 걱정되는군요.”


“무엇이 말인가?”


“우리와 데 리파가 충돌하게 되면 양쪽도 적지 않은 손실을 각오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아포칼립스가 이득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이호경식계(二虎競食計)를 노린다는 거로군.”


“혹시 모르니 대비책을 세워둬야겠어요.”


이호경식계란 '두 마리 호랑이가 먹이를 다투도록 만드는 계책'이라는 뜻이다. 대적하는 상대의 갈등을 조장하여 서로 싸우게 함으로써 이득을 취하므로, 아스카는 아포칼립스를 염두에 두고 『반신』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모았다.

그러는 동안 제피로스-원이 디지털 월드의 동방(東方)에 도착했다. 모니터에 비춰진 지상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에 가까운데, 붉은색의 촉수가 대지를 침식하고 있으며 기괴하게 생긴 데 리퍼의 수족들이 디지몬들을 삭제하고 있었다. 지금은 착륙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일단 제피로스-원에 탑재된 무기를 사용했다.


“모두 쓸어버려.”


[알겠습니다.]


“본체가 유지되는 한 수족들은 다시 나타날 걸세.”


“그렇다면 시간을 오래 끌어선 안 되겠군요.”


제피로스-원은 데 리퍼의 흔적이 깨끗하게 지워진 지상에 착륙했고, 뒷문이 열리면서 피닉스 패밀리, 팀 트리니티 세이비어, 협력자들이 밖으로 나왔다. 곧이어 오라클의 말처럼 데 리퍼의 수족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에 하나가 양팔과 일체화된 낫을 휘두르려고 하자 아스카는 「도화금편」으로 팔을 휘감아서 꺾어버렸다.


“···공격을 할 땐 신중을 기하도록 해.”


“그렇게 할게.”


데 리퍼의 수족 하나를 전투불능으로 만들고 난 다음에 「도화금편」을 회수한 아스카는 진지한 얼굴로 충고했다. 어째서냐면 사이오닉(사이킥) 에너지로 채찍을 코팅했는데, 그 코팅이 지워졌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대로 공격했다면 「도화금편」이 십중팔구 손상됐을 것이다.

그러한 광경과 아스카의 충고에 디지몬들은 근거리보다는 원거리에서 싸우기로 마음먹었다. 샤우트몬X7, 무소나이트몬, 하이비전 모니터몬으로 디지크로스를 하고, 아르다몬, 베오울프몬, 라이히몬으로 더블 스피릿 에볼루션을 하고, 오니스몬으로 진화를 한 뒤에 싸움을 시작하려고 했다.


[탕-!]


“어?”


“베르제브몬··· 이 아니라 아포칼립스!”


“설마 데 리퍼를 죽이면서 등장할 줄은 몰랐는데.”


양측이 충돌하려는 순간 베르제브몬의 육체를 조종하고 있는 아포칼립스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베렌헤나」로 데 리퍼의 수족 하나를 죽여 버렸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서 다들 당황해하고 있는데, 데 리퍼가 개의치 않고 공격을 시작하자 즉시 반격했다.


「세븐 빅토라이즈 맥시멈」


「초력명동파」


「전영열파」


「브라흐마스트라」


「리히트 앙그리프」


「로트 크로이츠」


「녹성멸마진(綠聖滅魔陣)」


「빙수권」


「메가 데스」


「빙룡 소환(氷龍 召喚) / 블리저드 브레스(Blizzard Breath)」


「데스 애로우」


「오로라 언듈레이션」


「로즈 샷(Rose Shot)」


「사염 연옥」


「태장계만다라」


「코스믹 레이」


「철검성패」


「솔 블래스터」


「크레센트 하켄」


「팬텀 페인」


「그랜드 크로스」


「타네가시마」


샤우트몬X7이 모든 아우라를 가슴에 담아 V자로부터 금빛 작열을 최대치로 발사했고, 무소나이트몬이 다크나이트몬과 츠와몬의 에너지를 「강라타뢰총」으로부터 일제 발사했고, 하이비전 모니터몬이 「전자환」으로 상대의 공격을 입자로 변환시켰다가 힘껏 날렸다.

아르다몬이 양팔의 「루드리 타르파나」에서 초고열탄을 연속으로 발사해서 벌집을 만들어버렸고, 베오울프몬이 「로란트 2」에서 복수의 추적 미사일과 주포를 발사하여 격파했고, 라이히몬이 머리 부분의 사자의 눈에서 광선을 발사하여 꿰뚫어버렸다.

디지크로스 및 더블 스피릿 에볼루션 측의 필살기에 맞춰서 알파몬이 알아볼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 녹색의 마법진을 땅에 형성시키더니 곧바로 폭발시켰다. 판쟈몬(화이트레오몬)이 오른손에 냉기의 힘을 집중해 사자의 얼굴을 한 에너지파를 날려 얼어붙게 만들었고, 라스트가 등에 달린 「포지트론 레이저」에서 초중량급의 암흑 물질을 발사하여 반경 수백 미터에 있는 데 리퍼를 모조리 어둠의 공간에 삼켜서 완전히 소멸시켰다.

물론 아군에게도 피해를 입힐 뻔했으나 아스카가 피닉스 포스를 사용해서 막아냈고, 듀나스몬이 「빙룡검」의 힘의 근원인 빙룡을 소환하고는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입김을 뿜어내게 했다. 데스몬이 오른손과 왼쪽의 강철 의수에서 죽음의 화살을 발사하여 꿰뚫어버렸고, 발두르몬이 「퍼지 샤인」의 정화의 빛을 최대로 증폭해 방출했다.

이어서 로드나이트몬이 장미꽃잎을 탄환처럼 뭉치고는 발사하듯이 날렸고, 고쿠몬(고크몬)이 팔의 화염 방사기에서 연옥의 맹렬한 불을 내뿜어 불태워버렸고, 쿠즈하몬이 「석장」으로 사기를 제거하는 정화 결계를 펼쳐 소멸시켰다.

레이븐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여 공중으로 날아오르고는 눈부신 파괴 광선을 발사했는데, 하늘에 있는 데 리퍼를 상대하는 것이었다. 제스몬이 자신의 데이터를 일시적으로 고쳐서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활동을 가능하게 만들어 데 리퍼와 직접 맞부딪쳤다. 아폴로몬이 등 뒤의 화염구에서 작열하는 태양구를 만들어내어 쏘아 냈고, 디아나몬이 달의 신비로운 힘으로 현혹시킨 다음에 적을 즉시 공격했다.

마지막으로 리리스몬이 암흑의 숨결을 내뱉어서 저주를 걸었는데, 몸의 말단에서부터 데이터를 소실시켜 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만들었다. 루체몬이 불쾌함을 얼굴에 드러내며 10개의 초열광구를 혹성 직렬과 같이 십자의 형태로 발하여 내리꽂았다. 그리고 택티몬이 등의 총구에서 파괴적인 폭발을 일으켜 상대를 공격했다.


“황혼보다도 어두운 자 피의 흐름보다 붉은 자.”


“영원과 무한을 떠도는 모든 힘의 근원이여.”


“시간의 흐름에 파묻힌 위대한 그대의 이름에 걸고, 나 여기서 어둠에 맹세한다.”


“다하는 일 없는 푸른 불꽃이여.”


“우리 앞을 가로막은 모든 어리석은 자에게.”


“내 혼 안에 잠든 그 힘.”


“나와 그대가 힘을 합쳐 다 같이 파멸을 부여할 것을!”


“무한에서 다가와 심판을 지금 여기에!”


「드래곤 슬레이브(Dragon Slave)<용파참(龍破斬)>」


「라 틸트(Raw Tilt)<붕영열(崩靈裂)>」


대부분의 데 리퍼가 소멸된 상황에서 붉은색의 선이 연결된 녹색 거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아스카는 공격계 흑마법 중 최강의 주문을, 노조무는 정신계 정령마법 중 최강의 주문을 사용했다. 두 주문을 같이 사용한 것으로 상호간섭 효과에 의해 위력이 높아지면서 원래 푸른색이었던 「라 틸트」의 불꽃이 하얀색으로 변했다.

녹색 거인은 아스카와 노조무의 마법을 막아내려고 애를 썼으나 일반 물질세계와는 별개의 차원에 있는 정신세계<아스트랄 사이드>에서 가해지는 데미지를 견뎌내지 못했다. 결국 육체와 정신이 파괴되어 소멸됐고, 그것을 계기로 데 리퍼는 후퇴를 개시했다.


“물러났군.”


“하지만 전략적 후퇴일 뿐이라서 나중에 다시 쳐들어올 거야.”


“그렇겠지.”


“···아포칼립스. 여긴 무슨 일로 온 겐가?”


“데 리퍼를 처리하는데 아주 약간의, 눈곱만큼도 안 되는 도움을 주려고 왔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냐?”


“진심이다. 내가 너희들과 대립을 하다가 끝내 반란을 일으켰지만, 『신』께서 물리친 저 놈들과 손을 잡거나 이용할 정도로 저속하진 않다. 못 믿겠다면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다!”


노완동이 다른 『반신』들을 대표해서 의심을 하자 베르제브몬을 꼭두각시로 삼은 아포칼립스는 손을 들고 선서를 했다. 이는 그리스 신화에서 스틱스 강에 대고 맹세하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지켜야 하며 절대 깰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심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믿음을 가져야 하고, 불편한 동맹을 맺으면서 데 리퍼를 물리칠 때까지는 이를 유지해야 했다. 일단 칭롱몬를 포함한 4성수와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 위해 신전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이번 회 초반부는 군단의 심장 켐페인 시네마틱 영상 "관점의 전환"을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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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무쌍 외전(無雙 外傳) - 끝을 맺는 이야기 下 21.01.19 90 1 26쪽
188 무쌍 외전(無雙 外傳) - 끝을 맺는 이야기 上 20.12.30 73 1 24쪽
187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8- 20.10.27 80 1 7쪽
186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7- 20.10.26 72 1 30쪽
185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6- 20.10.17 70 1 9쪽
184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5- 20.10.15 70 1 16쪽
183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4- 20.10.05 70 1 18쪽
182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3- 20.09.27 82 1 14쪽
181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2- 20.09.19 66 1 15쪽
180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1- 20.09.11 74 1 14쪽
179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0- 20.09.02 70 1 12쪽
178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9- 20.08.23 91 1 10쪽
177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8- 20.08.10 69 1 15쪽
176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7- +1 20.07.13 73 2 14쪽
175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6- 20.06.22 70 2 10쪽
174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5- +1 20.06.17 73 2 8쪽
173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4- +1 20.06.08 71 2 9쪽
172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3- 20.06.02 75 1 9쪽
171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20.05.27 69 1 12쪽
170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 20.05.23 85 1 7쪽
169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예고? 20.05.18 73 1 2쪽
168 무쌍(無雙) 외전 - 준 19.04.04 119 1 21쪽
167 무쌍(無雙) 외전 - 아스카 19.04.03 96 1 19쪽
166 무쌍(無雙) 외전 - 가이오몬 2 19.04.02 78 1 7쪽
165 무쌍(無雙) 외전 - 가이오몬 1 19.04.01 105 1 12쪽
164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9- 19.03.31 109 1 34쪽
163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8- 19.03.30 105 1 25쪽
162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7- 19.03.29 93 1 24쪽
161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6- 19.03.28 110 1 23쪽
160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5- 19.03.27 84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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