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 무쌍 시리즈

무쌍(無雙) 외전 - 가이오몬 2

수많은 세월이 흘렀고, 가이오몬이 바닷가를 걷고 있었다.

아포칼립스의 일부와 다크 마스터즈에 의해 가족을 잃고, 육체적인 부상과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기억이 손상되었다. 그나마 아버지(오류우몬)의 친구이자 로얄 나이츠 중 하나인 알파몬의 제자가 되어 보호를 받으면서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이후 베르제브몬을 비롯한 여러 디지몬을 만나 무리를 이루고, 과거의 일을 알게 되면서 아포칼립스의 일부와 본격적으로 싸우며 가족의 복수와 디지털 월드의 수호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게 되었다.

다만 다크 마스터즈 중 하나인 무겐드라몬(파워드라몬)이 죽기 직전에 키메라몬의 데이터를 흡수한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결국 두 디지몬의 데이터가 결합하여 밀레니엄몬으로 재탄생했고,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전우(戰友)인 발키리몬을 살해했다. 이번에는 다른 차원에서 온 아스카의 도움을 받고, 여러 디지몬들과 힘을 합쳐서 밀레니엄몬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여담으로 밀레니엄몬의 숨통을 끊은 것은 아스카인데, 지나치게 무리를 한 나머지 내상을 입어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몇 개월 후, 내상을 치료한 아스카는 「그녀」의 명령 같은 권유에 따라 또 다른 차원으로 떠났다. 내심 마음에 둔 존재와 헤어지게 되자 아스카의 파트너이자 레이븐(Raven)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카라텐몬(크로우몬)을 데리고 디지털 월드를 방랑하게 됐다..

“레이븐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가이오몬과 레이븐은 1년 전에 각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 동안 실전을 겪으면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고, 혹시 몰라서 「쌍룡섬(雙龍閃)」이라는 오의를 전수해줬다. 완전체임에도 궁극체 수준의 실력을 지닌 판쟈몬(화이트레오몬)이나 타오몬(도사몬), 홀리엔제몬(홀리엔젤몬)에게는 미치지 못하나 그래도 한몫을 할 정도로 성장했으니 걱정스러워도 한편으로는 기대를 가졌다.

“그 애송이는 무사하니 걱정 안 해도 돼.”

“···너는?!”

오랜만에 듣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목소리에 몸을 뒤로 젖힌 가이오몬. 거기에는 아스카를 닮은 성인 여성이 팔짱을 낀 채로 서 있었다. 「그녀」는 아스카를 창조했으며, 인간처럼 생겼지만 결코 인간이 아닌 존재였다.

게다가 시련이랍시고 올림푸스 12신과의 대결, 고스모그를 위시한 발록들과의 전쟁, 마지막에는 밀레니엄몬을 쓰러뜨려야함을 조성한 흑막이나 다름 없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여긴 어쩐 일로 온 거지?”

“너와 거래를 하려고 왔어.”

“거래라고? 왠지 불안한데···.”

“아스카와 관련된 일이기도 해서 너를 찾아온 거야.”

「그녀」의 입에서 아스카가 나오자 가이오몬은 순간 멈칫하며 거절의 의사를 밝히지 못했다. 망설임을 없애고 결심을 굳히는 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녀」의 거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손가락을 튕겨 방음 효과를 지닌 방어막을 형성하고는 본론으로 넘어갔다.

“먼 훗날 아포칼립스가 봉인을 풀고 틈새에서 나오려 들 거야. 그리고 아스카가 여기로 다시 돌아와서 그 녀석을 막으려 들 거고.”

“···그 말이 사실인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어쨌거나 아포칼립스는 자신을 방해할 이들을 사전에 정리하려 들 거야. 그러니 내가 널 보호해줄게.”

“어떤 방법을 쓸 생각이지?”

“육체와 영혼을 분리하고 따로 봉인할 거야. 나중에 아스카가 돌아와서 너의 육체와 영혼을 찾아내어 다시 합칠 테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좋아, 네 말대로 하지.”

거래가 성립되자 「그녀」는 양팔을 앞으로 뻗었다. 손에서 빛이 나면서 가이오몬의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어 알<디지타마>과 구체로 바뀌었다. 두 개의 동그란 것을 손 위에 띄운 채로 방음용 방어막을 해제한 다음에 언노운(UK) 지역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됐지. 그런 의미에서 영혼은 이곳에 두도록 하지.”

가이오몬의 영혼을 사막의 모래 위에 올려놓는 순간 건물이 형성되면서 일대가 오아시스로 변했다. 물질 조작을 행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위장용 결계를 설치했고, 공간을 바꿔치기 하는 것처럼 네이처 스피릿츠(NSp) 지역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마지막 이야기가 막을 올리게 될 거다. 그러니 육체는 이곳에 둬야겠군.”

가이오몬의 영혼을 들고 있었던 손을 뻗어 산에 구멍을 낸 「그녀」. 강제로 만들어낸 통로를 걷다가 적당한 지점을 발견하고는 알<디지타마>을 갖다 두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흙과 돌이 허공에 떠있는 알<디지타마>을 중심으로 뭉쳐졌고 얼마 안 있어 하나의 석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스카나 그 일족이 석상과 접촉할 경우, 봉인이 해제되어 가이오몬의 육체를 획득할 수 있도록 조치해뒀다.

“···밀레니엄몬은 어떻게 됐지?”

“명령하신 대로 크리스털 안에 보관해뒀습니다.”

“잘했다. 그 놈은 아직 쓸 만하니까 수명을 유지할 수 있게 하도록.”

“알겠습니다.”

“아참! 너는 만들어낸 지 얼마 안 돼서 모습과 이름이 없는 상태지. 이제 모습과 이름을 정해주마.”

「그녀」는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쓴 존재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동굴에 울려 퍼지는 소리와 함께 로브가 벗겨지더니 그는 검은 연미복을 차려입은 인간 남성으로 바뀌었다. 깜짝 놀라 자신의 몸을 살펴보다가 「그녀」에게 시선을 옮기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이제부터 너의 이름은 블랙 버틀러(Black Butler)다.”

“저에게 모습과 이름을 하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흠, 너의 창조주로서 새로운 명령을 내리겠다.”

“말씀만 하십시오.”

“아포칼립스의 휘하로 들어가 그 녀석의 봉인을 해제하는 데 도움을 주거라. 그와 동시에 내 딸인 아스카와 대립하면서 그 아이의 힘을 성장시켜라.”

“그리하겠습니다. 진정한 『신』을 위해서!”

검은 집사라는 이름을 갖게 된 하급 『반신』은 「그녀」의 명령을 수행하고자 이 자리를 떠났다. 「그녀」도 동굴에서 벗어나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을 바라봤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한 치의 변함이 없기에 아무런 미련 없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디지털 월드를 떠났다.

디지몬 하나와 『반신』 하나와 『신』 하나가 사라진 뒤에도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갔다. 아스카가 디지털 월드와 연결된 현실 세계<리얼 월드>에 도달할 때까지 말이다······.

작가의말

내일은 아스카의 에피소드를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