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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2,476
추천수 :
205
글자수 :
1,247,219

작성
19.04.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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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무쌍(無雙) 외전 - 아스카

DUMMY

매트릭스(Matrix).

피닉스 포스를 받아들여 기사회생한 아스카가 거주하고 있으며, 아스카의 외아들인 노조무가 태어난 차원이다. 공간을 초월했으나 시간의 너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서 별 탈 없이 성장한 노조무는 어느덧 네 살이 되었다. 여담으로 아스카도 250대 중반이 되었지만 겉모습은 열두세 살 그대로라 변함이 없어 보였다.

아무튼, 매트릭스 내부를 산책로로 변형시킨 아스카는 노조무와 함께 걷고 있었다. 평상시처럼 하루를 보내는가 싶었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검은 쇠사슬로 인해 어그러졌다.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아서 여러 준비를 마치고 나서 간접적인 접촉으로 정보를 읽어냈다.

그러나 엄청나게 밀려오는 사기(邪氣)가 악영향을 끼치려고 하자 아스카는 다급히 연결을 끊었다. 그와 동시에 새까만 화염이 일어나 검은 쇠사슬을 불태워버렸고, 증거인멸을 마치자마자 흔적만을 남긴 채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이건 도대체······.”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 내가 설명해주지.”


의문을 품은 아스카의 앞에 「그녀」가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나 말을 걸었다.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음에도 「그녀」의 등장을 눈치 채지 못한 아스카는 내심 힘의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탄식했다. 잠시 동안 사적인 생각을 하다가 공적으로 전환하여 등 뒤에 있는 노조무를 앞에 세웠다.


“노조무, 할머니한테 인사드리렴.”


“안녕하세요.”


“많이 자랐구나. 지금은 네 엄마보다 작지만, 나중에는 역전되겠지.”


“···당연한 말을 할 필요는 없어요. 우선 설명을 해주시죠.”


“그러지. 네가 본 녀석은 아포칼립스야.”


“디지털 월드의 『반신』 중 하나이자 최초의 반란자 말이군요. 가이오몬이나 오라클에게 들어서 알고 있어요.”


“아포칼립스는 봉인을 풀기 전에 시선을 돌리고자 디지털 월드에 혼란을 일으키려고 해. 거기에 앞장서고 있는 게 블랙 버틀러야.”


블랙 버틀러(Black Butler), 아스카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듣고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밀레니엄몬이 문밀레니엄몬과 지드밀레니엄몬으로 진화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 자를 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문밀레니엄몬 때에는 레이븐, 선택받은 아이들의 다섯 파트너 디지몬, 블랙워그레이몬과 힘을 합쳐 간신히 물리쳤다. 지드밀레니엄몬 때에는 블랙워그레이몬 대신 로얄 나이츠, 3대 천사, 7대 마왕, 올림푸스 12신이 합류하여 쓰러뜨릴 수 있었다.

다만 지드밀레니엄몬이 자폭하면서 블랙홀을 발생시켰고, 이를 막고자 스스로 제물이 되었는데 피닉스 포스와의 접촉이 없었다면 진짜 죽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블랙 버틀러가 아포칼립스의 부하라는 거군요.”


“응. 아포칼립스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는 자보다 모르는 자가 많아. 그러니 누군가가 나서서 그걸 막아야 해.”


“그 누군가는 십중팔구 저겠죠. 그런데 저는 이미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는데 괜찮을까요?”


“걱정할 필요 없어. 적을 속이기에는 유리할 테고, 유키토의 둘째 아들도 참여할 거니까.”


“···그 아이의 수명을 조작한 이유가 그거 때문이었나요?”


아스카의 동생인 유키토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 현재 12살인 진이 첫째이고, 현재 8살인 준이 둘째였다. 그런데 준은 태어나자마자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그녀」가 개입해서 인위적으로 수명이 늘어났다. 그러한 아이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한다는 생각이 들자 아스카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글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겠어.”


‘아놔! 생각 같아서는 수정펀치라도 날리고 싶지만, 맞아줄 리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내가 당하겠지. 분하지만 「그녀」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겠군.’


“아포칼립스를 막으려면 우선 동료 겸 부하를 얻는 게 좋아. 너 혼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건 무리니까.”


“그러면 언제 어디로 가면 될까요?”


“장소는 내가 정할 거고, 때는··· 지금 바로.”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그녀」는 노조무가 서있는 위치를 바꾸면서 아스카의 발밑에 구덩이를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노조무는 할머니의 품에 안긴 채 엄마를 바라봤고, 아스카는 아들에게 헤어짐의 인사도 못한 채 아래로 떨어졌다.


*


[쿵-!]


「그녀」에 의해 다른 차원으로 보내진 아스카는 한쪽 무릎을 꿇고 한 손을 땅에 짚으며 착지를 하는 자세, 슈퍼히어로 랜딩(Superhero landing)을 선보였다. 원래라면 다리와 팔만으로 떨어지면서 받는 충격을 모두 버텨야 해서 다리뿐 아니라 팔에도 무리가 갈 수 있었는데, 염동력으로 신체를 보호한 덕분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정말이지 너무하네.”


“으··· 으으······.”


“도착하자마자 바로 찾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미약한 신음소리에 아스카는 숙였던 몸을 일으키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 오래 걷지 않고 한 명의 사람을 발견했는데··· 생체와 기계가 섞여있는 상태로 서서히 죽어가는 20대 중반의 남성이었다.


“보아하니 사이보그로 만들려다가 어중간한 나머지 실패작으로 취급해서 버린 모양이로군.”


“······누··· 누··· 구······.”


“원래는 그저 지나가던 사람인데, 지금은 널 구해줄지도 모르는 사람이야. 물론 네가 날 거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말이지.”


“······.”


“시간이 없으니 본론부터 말하지. 이대로 죽음을 맞이하겠어? 아니면 목숨을 부지하겠어?”


“······사··· 살고······ 싶··· 어······.”


“좋아. 그러면 우선 응급처치부터 할게.”


「쌍수호박(雙手互搏)」을 응용하여 염동력과 마법을 동시에 펼친 아스카. 흉하게 삐져나온 기계가 신체 내부로 되돌아갔고, 새로운 살이 만들어지면서 깔끔한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아스카 본인이 말한 대로 응급처치라서 멀쩡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돌연사할 가능성은 변하지 않았다.

완치를 위해서는 고비용, 고성능의 의료용 기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남성을 데리고 매트릭스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각을 바꿔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남성의 기억을 읽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를 알아냈다.


“말 그대로 악의 조직이로군. 하긴 양심과 윤리를 저버렸으니 이런 짓을 했겠지. ···좌표를 알아냈으니 그를 되살릴 겸해서 쳐들어갈까.”


아스카는 염동력으로 남성을 띄우고, 「공간전이」를 사용하여 악의 조직이 본거지로 삼은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 이후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어서 생략하겠지만, 구성원이 모두 몰살당해 악의 조직이 전멸한 것으로 더 이상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밝히겠다.

어쨌거나 본거지에 있는 의료용 기기를 써서 남성을 치료했는데, 인간으로 되돌리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커서 일단 완전한 사이보그로 만들어버렸다. 아무리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지만, 자신이 몰살시킨 악의 조직과 같은 행동을 저지른 터라 아스카는 죄책감을 느꼈다.


“···으음.”


“깨어났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자세한 사정은 말이 아니라 직접 보여주는 것으로 알려줄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남성의 머리와 이마에 손을 갖다 댄 아스카는 다시 한 번 텔레파시를 사용했다. 이번에는 타인의 기억을 읽는 게 아니라 자신의 기억을 보여줬다. 아스카의 기억을 보고 나서 한동안 충격에 빠졌다가 겨우 이성을 되찾고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게 된 남성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널 사이보그로 만들어서 미안해.”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덕분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까요.”


“네가 원한다면 인간으로 되돌려줄 수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사이보그의 장점이 더해진 생기융합체(生機融合體)가 되겠지만 말이야.”


“······지금은 사양하겠습니다.”


“어째서?”


“당신을 도우려면 지금의 상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던 남성은 사이보그로 남는 길을 택했고, 그가 굳게 결심했다는 것을 파악한 아스카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대신 언제라도 원한다면 인간(생기융합체)으로 되돌려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말이다.


“이제 자기소개를 해볼까? 나는 타치바나 아스카, 편하게 아스카라고 불러.”


“저는··· 브라이언 젠킨스(Brian Jenkins)라고 합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조직의 간부인 올리베이라 젠킨스(Oliveira Jenkins)와는 어떤 관계야?”


“친할아버지입니다. 그리고 절 사이보그로 개조하는 데 가장 앞장 선 인물이기도 하고요.”


브라이언에게 있어서 가족 겸 원수인 올리베이라는 아스카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아주 끔찍하게 죽였기 때문에 아스카가 난감한 기색을 보였는데, 브라이언은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니 저에게 새로운 이름을 주셨으면 합니다.”


“흠, 이건 어때? 잭 스미스 스트레인지(Jack Smith Strange).”


“평범하지만 마음에 드는군요. 이제부터는 절 잭이라고 불러주십시오.”


“알았어.”


그리하여 브라이언··· 아니, 잭을 동료 겸 부하로 받아들인 아스카는 다른 차원으로 갈 준비를 했다. 「그녀」가 손을 썼기에 아무런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 아스카와 잭이 사라지자마자 본거지에 설치된 자폭장치가 작동하면서 모든 것을 흔적도 없이 파괴해버렸다.


*


설산(雪山).

다른 차원에 도착한 아스카와 잭은 방한 효과를 지닌 겨울 의복으로 갈아입고는 산에 올랐다. 고원에 이르렀을 때, 아스카는 크로스백에서 두 자루의 권총인 「트리니티」를 꺼내 양손에 쥐고는 정면을 향해 겨눴다.

손가락이 방아쇠에 닿는 순간, 눈보라가 휘몰아치더니 붉은색의 드레드 헤어(Dread hair)를 한 납빛의 가까운 피부를 지닌 남성이 두 마리의 야생 늑대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잭에게 있어서 상대방은 초면인지라 경계를 하는데, 정작 아스카는 두 팔을 내려 겨냥을 그만뒀다.


“후마 코타로(風魔小太郎), 오랜만이네.”


“그건 내가 할 말이다, 아스카.”


“지금은 타치바나 아스카야. 42년 전에 성을 정했거든.”


“축하할 일이로군.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이지?”


“너와 교섭을 하려고 왔어.”


아스카는 이렇게 운을 떼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갔다. 팔짱을 끼고 가만히 이야기를 경청하던 후마는 두 마리의 야생 늑대를 물리더니 입을 열어 무덤덤하게 말했다.


“다른 인재도 있을 텐데 나를 고를 줄이야. 신뢰한다고 생각하면 되나?”


“솔직히 말해서 내가 신뢰하는 건 너의 뛰어난 실력이지, 혼돈을 즐기는 취향이 아니야.”


“그렇다면 요주의 인물인 날 감시할 겸해서 데려가겠다는 거군.”


“빙고! 다만 널 존중하는 의미에서 정식 계약을 맺을 생각이야.”


“우선 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하도록 하지.”


후마가 양팔에 착용한 농수(籠手), 「쿠라미즈하(闇御津破)」를 내보이자 아스카는 「트리니티」를 가방에 집어넣고 새로운 무기를 꺼냈다. 길이가 15m쯤 되고 복숭아꽃이 새겨져 있는 은색의 채찍이었다.

아포칼립스를 속박하던 검은 쇠사슬처럼 매트릭스 안으로 흘러들어왔으며, 일종의 자아가 있어서 주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가 사용하면 생명력을 모조리 빼앗기는 특징이 있었다.


“내 새로운 무기인 「도화금편(桃花禁鞭)」이야.”


“···그럼 시작하지.”


「쿠라미즈하」와 「도화금편」이 맞부딪치는 것으로 둘의 싸움이 시작됐다. 후마의 공격은 엄청난 속도에 210cm의 몸집에 걸맞은 완력이 더해져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고, 아스카의 공격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 같은 움직임에 재빠르고 매서운 초식이 더해져서 상대의 허를 찔렀다.

서로가 공격 방식의 장점으로 단점을 노리고, 이를 잘 알고 대처를 하는 통에 승패가 쉽게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한 이유로 후마는 분신을 만들어내어 사방에서 공격을 가했는데, 빈틈이 드러나는 즉시 치명상을 입힐 생각이었다. 이에 맞서서 아스카는 눈을 모아 이글루 형태의 방어막을 만들어냈고, 창처럼 날카로운 고드름을 위로 솟아오르게 하여 분신들을 꿰뚫어버렸다.


“역시 본체만 무사하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내 허를 찌르는군.”


“너와 만날 때마다 적이 되거나 같은 편이 되어 싸우니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서 말이지.”


“그런가?”


잠시 대화를 나누고 나서 아스카와 후마는 또 다시 충돌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아스카가 사이오닉(사이킥) 에너지로 만들어낸 채찍을 왼손에 쥐고는 오른손에 있는 「도화금편」과 함께 휘둘렀다는 것이다.

에너지 자체를 무기화했기 때문에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꾸는 게 가능했고, 이를 통해 후마와의 싸움에서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금씩 압도해 나가기 시작하자 후마는 필살기, 「무쌍오의」로 결판을 내기로 했다.

모아뒀던 힘을 방출하면서 평소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고, 농수를 휘둘러 발생시킨 충격파로 난도질을 해댔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무기화한 사이오닉(사이킥) 에너지로 방어막을 형성한 아스카는 「무쌍오의」를 막아냈고, 후마가 갑자기 사라지자 뭔가 감을 잡았는지 방어막을 해제하더니 몸을 뒤로 돌리면서 손을 뻗었다.


“체크메이트.”


“···내가 졌다.”


“싸움이 끝났으니, 이제 계약을 맺어볼까?”


아스카는 후마의 목을 조르던 손을 놓고 잭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는 잭은 품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더니 아스카에게 건넸다.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종이에는 타치바나 아스카가 후마 코타로를 고용하며, 배신하지 않는 한 취향을 존중하고, 떠나는 것을 막지 않고, 죽이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서명이나 도장은 필요 없어. 그냥 손가락만 갖다 대면 지문이 인식되고, 자동적으로 계약 성립이니까.”


“편리한 기능이로군. 이렇게 하면 되나?”


[후마 코타로, 인증되었습니다.]


“고마워. 앞으로 잘 부탁해.”


잭에 이어 후마까지 동료 겸 부하로 삼은 아스카는 「공간전이」의 마법진을 만들어냈다. 이번에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있는 매트릭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녀」가 개입하지 않아서인지 연결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한 아스카는 잭과 후마를 데리고 설산을 떠났다.


*


매트릭스로 돌아가 노조무와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잭과 후마가 며칠간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 아스카는 그 세 명과 함께 디지털 월드로 이동했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게 위장 기능이 있는 가면을 써서 10대 중반으로 보이도록 했다.


“여기가 디지털 월드로군요.”


“몇 년 뒤에는 아수라장이 될 거야.”


“그건 그렇고, 이제 어디로 갈 거지?”


“협력자로 삼아야 하는 디지몬이 사는 곳으로.”


아스카는 외부의 침입자를 막기 위해 설치된 방화벽 앞에 서서 오른쪽 집게손가락으로 원을 그리고 왼쪽 손바닥으로 쳤다. 네 명이 충분히 들어갈 크기의 문이 만들어졌는데,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거라 시간이 흐르면 구멍은 자연스럽게 메워질 것이다.

그래서 아스카와 노조무, 잭, 후마는 문이 사라지기 전에 방화벽 외부로 진입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자 염동력과 마법으로 방어막을 형성했고, 그 덕분에 무사히 어느 한 공간에 이르렀다.


“이곳에 발을 디뎠으니··· 슬슬 마중을 나올 때가 됐는데?”


“오랜만에 손님이 왔지만, 불청객이라 퍼펙트하지 않군.”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무늬가 새겨진 갑옷과 긴 망토를 걸치고, 칼집과 칼코등이를 쇠사슬로 묶은 한 자루의 태도(太刀)를 든 무사가 정면에 있는 성에서 걸어 나왔다. 엄청난 위압감에 잭과 후마는 경계를 했고, 아스카는 한 손으로 노조무를 안으며 다른 한 손을 움직여 위압감을 약화시켰다.


“너의 주인을 만나러 왔어.”


“그 이유는?”


“아포칼립스에 대해서 의논할 게 있거든.”


“알았다. 잠시 기다리도록 해라.”


성 안으로 들어간 무사는 몇 분 후에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까와는 달리 어둠처럼 새까만 기사와 오른쪽 팔과 다리가 의수로 되어있는 새하얀 마왕이 뒤따라 나왔는데, 그들을 바라보던 아스카는 가면을 벗어 원래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바그라몬이다. 옆에 있는 디지몬은 내 동생인 다크나이트몬이고, 그대들을 맞이한 디지몬은 내 부하인 택티몬이지.”


“저는 타치바나 아스카라고 합니다. 이 아이는 제 아들인 노조무이고, 저 둘은 동료 겸 부하죠.”


“잭 스트레인지입니다.”


“후마 코타로다.”


“타치바나 아스카라··· 그대에 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아포칼립스에 대해 무엇을 의논할지를 알려줬으면 좋겠군.”


바그라몬의 말에 아스카는 텔레파시를 사용하여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세 명의 디지몬에게 알려줬다. 아포칼립스가 디지털 월드에 혼란을 일으키고, 그 틈에 봉인을 풀어 강림하려는 사실을 알게 된 바그라몬은 왼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다. 어째서 나를 택한 거지? 로얄 나이츠와 3대 천사, 올림푸스 12신, 심지어 7대 마왕도 있는데.”


“그들과 접촉하게 되면 아포칼립스가 눈치를 챌 테니까요. 거기다 아포칼립스에게 이용당할 가능성도 높아서요.”


“······나는 디지털 월드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세계의 이치(진리)에 절망해 신에게 반란을 일으켰다. 물론 반란은 실패로 돌아갔고, 오른쪽 눈과 우반신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벌을 받았다. 그런 나에게 협력을 바라는 건가?”


“예. 당신은 그릇된 야심이 아니라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생각하면 당신 같은 이가 꼭 필요합니다.”


“형님. 아스카와 손을 잡는 게 어떻습니까?”


“저는 주군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나는 지금의 디지털 월드를 만들어낸 신이 아니라 디지털 월드에 살고 있는 무고한 디지몬들을 위해 그대와 손을 잡겠다.”


이리하여 아스카, 노조무, 잭, 후마로 구성된 피닉스 패밀리와 바그라몬(+다크나이트몬, 택티몬)은 협력 관계를 맺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공간은 디지털 월드와 격리되어 있어서 아포칼립스는 물론이고 다른 『반신』들도 염탐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어서 성 안으로 들어가 대비책을 논하기로 했다.

일곱 명이 장소를 옮겼기에 뜰은 텅 비었고, 좌우로 열렸던 문이 다시 닫히면서 바깥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작가의말

원래 아스카 편은 3개의 에피소드로 나눌 예정이었습니다.
Asuka Part.1을 배경으로 하는 첫 번째, 두 번째 에피소드는 각각 아스카가 고등학생 때 소설을 써서 작가로 활동한 것과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대학생이 되었을 때 전직 FBI 요원이였던 탐정의 조수로 일하면서 초현실적인 사건을 해결하는 일종의 엑스파일(THE X-FILES)+수퍼내추럴+버피 더 뱀파이어 슬레이어 계열입니다.

내일 올릴 외전은 준 편으로, Phoenix Origin 엔딩 이후를 다룬 시퀄이며 마무리를 장식한다는 점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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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무쌍 외전(無雙 外傳) - 끝을 맺는 이야기 下 21.01.19 87 1 26쪽
188 무쌍 외전(無雙 外傳) - 끝을 맺는 이야기 上 20.12.30 69 1 24쪽
187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8- 20.10.27 77 1 7쪽
186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7- 20.10.26 70 1 30쪽
185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6- 20.10.17 6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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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5- +1 20.06.17 70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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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3- 20.06.02 72 1 9쪽
171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20.05.27 67 1 12쪽
170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 20.05.23 82 1 7쪽
169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예고? 20.05.18 70 1 2쪽
168 무쌍(無雙) 외전 - 준 19.04.04 116 1 21쪽
» 무쌍(無雙) 외전 - 아스카 19.04.03 94 1 19쪽
166 무쌍(無雙) 외전 - 가이오몬 2 19.04.02 76 1 7쪽
165 무쌍(無雙) 외전 - 가이오몬 1 19.04.01 103 1 12쪽
164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9- 19.03.31 106 1 34쪽
163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8- 19.03.30 102 1 25쪽
162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7- 19.03.29 90 1 24쪽
161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6- 19.03.28 107 1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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