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몬] 무쌍 시리즈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

디지털 월드.

창조주의 명령을 받들어 형제자매를 상태로 반란을 일으키고 이유를 불문하고 디지몬들을 학살한 『반신』 아포칼립스를 토벌한지 몇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곳과 시간축이 다른 현실 세계<리얼 월드>는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1년 전에 아포칼립스 토벌전에 참여한 인간, 타치바나 준이 15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준의 고모이자 디지털 월드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인간이며 우주적 존재, 피닉스 포스를 받아들인 것으로 포켓 디멘션(일종의 소형 우주, 흔히 다른 차원이라고 부르는 곳)의 지배자가 된 타치바나 아스카는 『반신』의 창조주이자 자신에게 있어서 어머니인 「그녀」의 의뢰를 받아 3년 동안 다른 차원에 있었다. 그래서 매트릭스로 돌아왔을 때, 둘째 조카의 부고를 접하게 되었다.

이후 아스카는 노조무(외아들), 레이븐(디지몬 파트너), 잭(참모 겸 군수참모), 후마(계약적 동료 겸 첩보원 및 암살자)와 함께 매트릭스에 머물며 디지털 월드와 현실 세계<리얼 월드>를 비롯한 여러 차원을 관찰하는 일에 매진했다. 한편 준에게 소속되어 아포칼립스 토벌전에 참여한 디지몬, 가이오몬은 낚싯대를 가지고 호숫가에 드리운 채 시원한 그늘 밑에 앉았다.

“여기 있었군.”

“제스몬. 네가 어쩐 일이야?”

“오메가몬의 빈자리를 채울 14번째 로얄 나이츠를 찾으러 왔어.”

“나보고 로얄 나이츠에 들어오라고 말할 거라면 당장 돌아가.”

“스승, 실력, 공적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잖아?”

제스몬의 말에 가이오몬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 아버지, 오류우몬의 친구이자 로얄 나이츠를 억제하는 로얄 나이츠로서 고고한 은자나 공백의 자리의 주인으로 불리는 알파몬의 제자가 되었고, 스승의 가르침과 실전 경험을 통해 웬만한 궁극체보다 강해졌고,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을 죽인 아포칼립스 측과 싸우면서 디지털 월드를 구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디지털 월드의 안정을 바라는 자<호메오스타시스>가 인간 아이 다섯 명을 선택하여 디지털 월드로 불러들였고, 파트너로 삼게 한 다섯 디지몬 중에서 아구몬과 가부몬(파피몬)이 조그레스해서 오메가몬으로 진화했다고 하던데?”

“그건 선택받은 아이들이 간절히 소망하고, 그에 반응한 문장이 힘을 빌려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어. 그리고 지드밀레니엄몬과의 싸움이 끝난 다음에 다섯 디지몬은 어른이 된 선택받은 아이들을 따라 현실 세계<리얼 월드>로 이주하고 나서 행방을 알 수가 없어.”

“그나마 다행인 건 현실 세계<리얼 월드>에 있어서 아포칼립스가 검은손을 뻗치지 못했다는 거야.”

참고로 호메오스타시스가 선택한 다섯 명의 아이는 야가미 신이치(八神新一), 시도 리나(紫藤利菜), 장유리(張儒理), 마리아 세인트(Maria Saint), 무츠키 카구라(睦月神樂)이고, 파트너 디지몬은 아구몬, 피요몬, 가부몬, 팔몬, 가드로몬이다.

아포칼립스 토벌전 때에는 신이치, 리나, 유리가 48세였고, 마리아가 49세였고, 카구라가 51세였다. 지금은 4년이 흘렀으니 각각 52세, 53세, 55세로 옛날보다는 노쇠해졌다. 덤으로 파트너 디지몬도 26년 동안 싸우지 않았으니 실력이 많이 녹슬었을 것이다.

“대화로는 평행선을 달릴 것 같네. 차라리 힘으로 해결하는 게 어때?”

“오랜만에 로얄 나이츠와 싸워보는군.”

양팔에 달린 두 자루의 검을 들어 올리며 전투태세를 갖춘 제스몬에 맞춰 가이오몬은 허리춤에서 쌍검 「국린」을 뽑아 들었다. 이윽고 두 디지몬은 싸움을 시작했다. 제스몬이 상체의 두 자루 검과 하체의 다리 역할을 하는 두 개의 칼날, 꼬리에 달린 한 자루의 검을 동원했다.

무기의 수로 밀리는 상황에서 가이오몬은 「국린」을 하나로 합쳐 활의 형태로 만들고는 장병기로서 활용했다. 가끔 에너지로 이루어진 활시위를 당겨 영거리 사격을 퍼부었다. 비록 제스몬이 검을 방패삼아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말이다.

“마무리는 필살기를 주고받는 걸로 하지.”

“바라던 바야.”

「칠검성패」

「린화참」

[쾅-!]

제스몬의 검과 가이오몬의 검이 맞닿으려는 순간, 굉음이 일어나더니 두 디지몬은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두 디지몬은 무지갯빛의 에너지 통로를 발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에너지 통로는 사그라졌고, 낙인이 찍힌 것 같은 흔적의 한가운데에 누군가가 쓰러져있었다.

“인간인가?”

“그것보다도 심하게 부상을 입었어. 우리 둘로서는 응급 치료밖에 못해.”

“그러면 전문가를 불러야지.”

가이오몬은 말을 끝내자마자 인간으로 보이는 존재에게 응급 치료를 했고, 제스몬은 아공간에서 스마트폰처럼 생긴 장치를 꺼내 작동시켰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파란색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아스카를 대표로 하는 피닉스 패밀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와.”

“가이오몬. 제스몬. 디지털 월드로 넘어온 다른 차원의 존재는 어디에 있어?”

오늘도 매트릭스에서 관찰하고 있었던 아스카는 두 디지몬보다 먼저 말을 했다. 이에 가이오몬과 제스몬은 몸을 옆으로 돌려 뒤에 가려져 있는 존재를 드러냈다. 겉모습은 50대 초반의 인간 남성으로, 근처에는 두 디지몬이 응급 치료를 하기 위해 벗겨놓은 갑옷과 투구가 있었다.

“···치료를 시작하지.”

아스카는 그를 보고 잠시 멍하게 서 있다가 오른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손에 초록색 에너지가 집중되었고, 그에게 흘러들어가더니 외부의 상처와 내부의 손상을 치유했다. 부러진 뼈는 왼손을 은밀히 움직여 염동력으로 접골했다.

“치료 끝.”

“아스카. 이 자가 누구인지 알아?”

“방금 전의 반응을 보면 안면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알고 있어. 성함은 아브라함 폰 텔페리온(Abraham von Telperion). 내 시아버님이야.”

달리 말하자면 노조무의 친할아버지이자 「그녀」와는 사돈이 되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며느리인 아스카, 어머니의 기억 일부를 물려받은 노조무,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 후마를 제외하고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데, 아직 깨어나지 못한 아브라함이 무의식 중에 이런 말을 했다.

“파괴신이 와···. 그가 오고 있어···.”

“···누구?”

“아무래도 한바탕 피바람이 일겠군.”

레이븐··· 카라텐몬(크로우몬)의 말에 모두 침묵을 유지했다. 일단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지 조사를 해야 하므로 아스카는 「공간전이」를 사용해서 피닉스 패밀리, 가이오몬, 제스몬, 그리고 땅바닥에 누워있는 아브라함을 데리고 매트릭스로 돌아갔다. 잠시 후, 공간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음을 모른 채로 말이다.

작가의말

쓰기와 포기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어떻게든 1편을 완성했습니다. 용량이 짧은 점을 양해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