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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확립

[디지몬] 무쌍 시리즈

웹소설 > 자유연재 > 팬픽·패러디, 판타지

완결

유오원후
작품등록일 :
2018.10.18 20:15
최근연재일 :
2021.01.19 23:21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12,724
추천수 :
205
글자수 :
1,247,219

작성
18.10.20 09:47
조회
174
추천
1
글자
11쪽

무쌍(無雙) - 03

DUMMY

네이처 스피릿츠(NSp).


“···저기, 베르제브몬.”


“···할 말 있어? 아니,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으니까 말하지 말아줘.”


가이오몬과 베르제브몬은 도적떼가 된 자경단의 수뇌부인 에테몬 삼형제를 설득한 후에 의뢰자인 여관 주인에게 사실을 알렸다. 이를 알게 된 주인은 기뻐하면서 대접을 하려고 했지만 둘은 정중히 사양하고, 다음 날 새벽에 마을을 떠났다.

그 후로 마을을 들리지 않고 계속 나아간 그들은 언노운과 네이처 스피릿츠의 주간 지역에 도달했다. 거기에는 관문이 하나 있었는데, 마침 관리자가 베르제브몬과 안면이 있어서 조사 없이 두 디지몬을 보내줬다.

무진장 더웠던 언노운을 빠져나와 기분이 좋았던 둘은 마을로 가려는데, 그만 길을 잘못 들어서 현재 파멸의 숲에서 헤매고 있었다.

파멸의 숲! 먼 옛날, 고대의 시기에 타락해버린 루체몬(사탄 모드)과 10투사가 벌인 치열한 전투에서 루체몬이 패해 죽음을 맞이할 때, 그의 피가 이곳에 스며들었는데 어째서인지 숲 안으로 들어온 디지몬들이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다가 적어도 일주일 뒤에 죽어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 쯤에 이 숲은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네이처 스피릿츠의 중심부로 향하는 지름길이 파멸의 숲이기 때문에 많은 디지몬들이 출입금지를 무시하며 이곳으로 들어갔다. 물론 대부분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몇몇 살아남은 디지몬은 정신에 이상이 생겨 고통스러운 일생을 보냈다고 한다.

가이오몬과 베르제브몬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파멸의 숲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노력 중인데, 내부가 미로와 같아서 벌써 이틀째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아직 환각과 환청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맨 정신으로 있기에는 힘들 것 같아서 운전을 멈추고는 술을 꺼냈다.


“마실래?”


“조금만.”


소량의 술이 몸 안으로 들어오면서 혈액을 순환하고 긴장을 풀게 하자 가이오몬과 베르제브몬은 이번에야말로 출구를 찾기 위해 다시 이동했다. 시간이 몇 시간 정도 흘러, 본인들이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악하고도 역겨운 기운이 그나마 옅은 곳에 도달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베히모스」에서 내린 베르제브몬은 갑자기 자신의 무기를 꺼내 손질하면서 가이오몬에게 말을 걸었다.


“심심하면 나처럼 무기를 손질해 둬.”


“심심해서가 아니라 신경을 다른 곳에 두고 싶은 거겠지. 뭐, 하지만 나쁘지는 않을 거 같네.”


가이오몬의 말에 베르제브몬은 살짝 미소를 지었고, 가이오몬도 베르제브몬과 같이 미소를 지으면서 무기를 손질했다. 그 때, 여기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와 숲을 뒤흔들었다.

그들은 비명 소리를 듣고 뭔가를 직감했는지 「베히모스」를 타고 그곳으로 이동했다. 베르제브몬의 자가용 오토바이 덕분에 30분이 지나서 비명 소리가 난 장소 근처에 도착했는데, 그들의 앞에 알 수가 없는 푯말이 박혀있었다.

그 푯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앞으로 500m만 더 가면 파멸의 숲의 출구임]


친절하게도 출구를 알려준 글 밑에 작성자로 여겨지는 디지몬의 이름이 아주 작게 적혀있었다. 이름을 발견한 가이오몬은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 눈을 크게 떴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얼른 가자고.”


베르제브몬의 재촉을 받은 가이오몬은 어쩔 수 없이 푯말에서 얼굴을 떼고는 「베히모스」에 올라탔다. 두 디지몬이 출구 근처의 비명이 들려온 장소로 떠났고, 잠시 후에 한 디지몬이 나타나 푯말에 적힌 이름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를 눈치 채지 못한 가이오몬과 베르제브몬은 사건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검은 바지를 입은 새하얀 레오몬, 판쟈몬(화이트레오몬)이 피로 적셔진 검을 들고 있었다. 주변에는 여러 개의 알(디지타마)이 있었고, 그의 손에는 제일 큰 검은색의 알이 들려있는데 판쟈몬이 악력(握力)으로 알을 박살내버렸다.

알이 터져서 흘러나온 액체를 열심히 닦으며 몸을 돌린 그는 두 디지몬과 눈을 마주쳤는데, 특히 베르제브몬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공포가 아니라 증오로 몸을 떠는 거라 눈치를 챈 베르제브몬은 은밀하게 「베렌헤나」에 손을 댔다.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여길 정도로 긴장감을 느끼던 세 디지몬 중 판쟈몬이 먼저 공격을 가했다.


「빙수권(氷獸拳)」


「다크니스 크로우」


베르제브몬의 손톱과 판쟈몬의 냉기의 주먹이 부딪치면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가이오몬은 「베히모스」를 손질하고 있었다. 원래 베르제브몬은 자신의 자가용 오토바이를 소중히 여겨 자주 살펴보면서 세척을 했었다.

아까 전에도 「베렌헤나」를 손질한 다음에 「베히모스」를 손보려했지만, 비명 소리 때문에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려서 가는 도중에 몇 번이고 가이오몬에게 부탁을 했다.

결국 가이오몬은 이 싸움에 끼어들지 못하고 그를 대신해서 「베히모스」를 손질했다. 한치의 실수라도 생기면 베르제브몬의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둘의 싸움을 무시하고 정성껏 손보았다.

그러는 동안 베르제브몬과 판쟈몬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주먹이나 다리를 이용한 격투기를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승부가 나지 않자 판쟈몬은 막가자는 식으로 수십 번의 정권을 날렸다.

이에 베르제브몬은 공격을 피하면서 그가 지치기를 기다렸다. 허나 판쟈몬은 그것을 예상했는지 로우 킥으로 가격하는 척하면서 어퍼컷을 날렸고, 그 때문에 베르제브몬은 턱에 상처를 입었다.

상처에서 미약한 통증이 일어나지만 참을 만한지 베르제브몬은 턱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닦고는 혀로 살짝 맛보았다. 그 모습에 판쟈몬은 더욱 더 증오로 불타오르더니 허리에서 무기, 「수아검(獸牙劍)」을 꺼냈다.


“각오해라!”


“오아!!!”


판쟈몬이 기합을 담아 말하는 순간, 빠른 속도로 이동한 베르제브몬은 그의 복부에 붕권을 먹였다. 그는 베르제브몬의 붕권에 맞고 땅바닥에 누웠으나 의식을 잃지는 않았고, 근처에 떨어진 「수아검」을 집으려고 했다.

그러나 베르제브몬이 먼저 「베렌헤나」로 판쟈몬의 머리를 겨눴다. 결국 판쟈몬은 단념한 듯 고개를 숙였고, 「베히모스」의 손질을 마친 가이오몬이 그에게 다가가서 말을 했다.


“어째서 베르제브몬을 공격한 거지?”


“······알고 싶나?”


가이오몬의 질문에 판쟈몬은 침묵을 유지하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결심을 지은 듯 입을 열었다.


*


십여 년 전.

판쟈몬이 성숙기였을 때, 부모와 친척들이 모여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도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창고로 쓰고 있는 도장 지하실을 청소하고 있던 그는 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자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덜컥-!]


“응?”


“아들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나오면 안 된다!”


“아, 아버님?!”


문이 잠기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가 나오지 말라고 경고를 하자 그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무기를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뒤이어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나 원 참! 아무리 위에서 시킨 명령이라지만, 이건 아니잖아?”


“불만이면 데몬님께 따지라고.”


“···얌마, 넌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거냐!”


처음 듣는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대화를 나누다가 나가버렸는지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불안하고 불길한 느낌이 든 그는 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왔다. 허나 바깥은 너무나 비참하게 변해 있었다.

도장은 거의 파괴되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벽에는 온통 피로 더렵혀져 있었다. 거기다 모든 가족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충격을 받은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시체에 손을 갖다 대는데, 그 순간 시체가 바스라지면서 데이터화되어 흩어져버렸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악!!!!!!”


내심 가족들의 죽음을 부정하고 있었으나 눈앞의 광경으로 인해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되자 그는 무릎을 꿇으며 슬픔과 분노와 증오가 담긴 포효를 내질렀다. 그러다가 갑자기 속에서 울컥 뭔가가 솟구쳐 올랐고, 그 자리에서 구토를 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 여행을 했고, 실력을 키워나가던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진화를 하게 됐다.


*


판쟈몬의 과거를 듣고 나서 생각에 잠긴 가이오몬이 베르제브몬을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데몬과 같은 7대 마왕인 베르제브몬을 공격했다, 이건가?”


“그래.”


“···미안하지만, 지금의 난 7대 마왕에서 내쫓긴 몸이야.”


“사실인가?”


“사실이야. 무슨 이유에선지 데몬의 습격을 받고 있거든.”


“······미안하군.”


“됐어. 이유가 있으니까 나도 이해해.”


“판쟈몬이라고 했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하지 않겠어?”


말 그대로 뜬금없는 가이오몬의 섭외 제의에 베르제브몬은 물론이고 판쟈몬 본인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할 위인이 아니라고 여긴 판쟈몬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유를 알기 위해 눈빛을 보냈다.

이에 가이오몬은 아주 간단하게 이유를 밝혔다.


“같이 여행을 다니다 보면 너의 원수인 데몬의 정보를 찾을 수도 있고,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본인이 직접 올 수도 있을 테니까.”


“···만약 두 가지 경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땐 네가 알아서 행동하도록 해.”


“······너희와 함께 가도록 하지!”


“좋았어! 그러면 출구를 향해 가볼까?”


“잠깐만. 한 가지 알려둘 점이 있다.”


“뭔데?”


“그 때의 일이 있은 후로 더러운 것이 보이면 깨끗하게 하고 싶어져. 심지어 나조차도 멈출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지.”


“결벽증이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으니 병이 생기는 거야 당연한 일이겠지.”


“이해해 주는 건가?”


“물론이야. 그리고 미약하겠지만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가이오몬과 베르제브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자 판쟈몬은 어색하지만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행으로서 합류를 했다. 파멸의 숲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세 디지몬은 어떻게든 「베히모스」에 올라타서 힘겹게 출발했다.

그들이 이곳을 벗어난 뒤에 푯말을 박아뒀던 정체모를 디지몬이 홀연히 나타나더니 알들을 챙겨서 다시 모습을 감춰버렸다.


작가의말

디지몬 계의 사망전대, 레오몬이 등장했습니다. 물론 그대로 따를 생각은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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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20.05.27 69 1 12쪽
170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1- 20.05.23 85 1 7쪽
169 무쌍(無雙) 끝나지 않은 이야기 - 예고? 20.05.18 73 1 2쪽
168 무쌍(無雙) 외전 - 준 19.04.04 119 1 21쪽
167 무쌍(無雙) 외전 - 아스카 19.04.03 96 1 19쪽
166 무쌍(無雙) 외전 - 가이오몬 2 19.04.02 78 1 7쪽
165 무쌍(無雙) 외전 - 가이오몬 1 19.04.01 10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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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7- 19.03.29 93 1 24쪽
161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6- 19.03.28 110 1 23쪽
160 무쌍(無雙) Phoenix Origin -35- 19.03.27 85 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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