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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모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에 간 제우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완결

자모
작품등록일 :
2022.07.14 01:40
최근연재일 :
2022.10.31 07:10
연재수 :
120 회
조회수 :
44,829
추천수 :
688
글자수 :
601,931

작성
22.07.27 07:50
조회
417
추천
7
글자
11쪽

023 이유 있는 소음

연중무휴




DUMMY

--호북 어딘가


관용과 헤어진 뒤 한참을 내달리던 제우스는 밤이 되어서야 인근 마을에 들린다. 작은 마을이라 그런지 주변에 객잔이 보이지 않았다. 문득 오늘 밤 제대로된 식사를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미치자 그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골목 어귀를 돌아다니며 등이 켜진 집을 둘러보는 제우스. 마을 중심지로부터 제법 거리가 되는 초가집에 불이켜진걸 보자 그쪽으로 향한다.


"흠흠. 계시오? 누구 없소?"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까. 안쪽에서 두명의 인기척이 들리며 터벅터벅 발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끼이이익.

"무슨일이오?"

한 중년인이 나오며 제우스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 중년인의 바로 뒤에는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몸을 반쯤 중년인의 몸에 가린채 얼굴만 내놓고 제우스를 바라본다.


"아 이 마을을 지나는 중에 밤이 깊어 하루를 묵으려합니다."

"도인이요?"

제우스의 옷을 한번 훑은 중년인이 묻는다.


"예 도인입니다."

"음.. 일단 안으로 드시오."

"감사합니다."

"밥은 자셨소?"

"하하.. 인근 객잔이 없다보니 아직 못챙겼습니다."

중년인이 자신의 아내를 바라보자 그녀는 주방으로 간다.


"저기 안쪽에 빈방이 하나 있을게요.. 그리가서 짐을 풀고 마당으로 나오면 밥이 차려져 있을께요."

탐탁지 않아하면서도 세심히 챙겨주는 집주인의 배려에 제우스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끼익

안쪽 빈 방의 문을 열자. 캐캐묵은 먼지가 제우스의 콧등을 간지럽힌다.

방안에는 누가 지내기라도 했었는지 서책과 탁상 그리고 이부자리가 있었다.

'누가 다녀갔었나?'

'음 아닐께요 누가 살았던것 같소.'


잠시 곽운과 대화를 하던 사이.

적막을 깨는 소리가 가볍게 들린다.


-탁.

마당에 상을 내려 놓는 듯한 소리에 제우스는 짐을 서둘러 풀고는 방에서 나간다.

마을 최외곽에 사는 이들 답게 밥은 많을 지언정 반찬이 제우스에게는 시원치 않았다.

'풀데기 한 가득이구나!'

'최근 육류만 잔뜩 먹었으니 채소를 먹음으로써 혈관을 깨끗이 하는게 좋을거 같소. 또한 차려준 이의 정성을 봐서라도 다 먹는게 좋아보이오.'

곽운의 설득에 일단 상을 내준 집주인의 안사람에게 가겹게 목례한 뒤 밥을 먹는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그들을 살펴보니 둘다 쩔뚝 거리며 걷는다.

필시 무슨 사연은 있겠지만 묻지 않는다.

차려준 밥을 말끔히 비운 제우스는 간단히 씻고 잠자리에 든다.

곧 제갈세가의 영역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무당파에서 그리고 관용에게서 전해들은 그들 가문의 힘이 얼마나 될지, 자신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머릿속에 정리한 뒤 잠을 청한다.

그와 별개로 제우스가 잠에 들자 곽운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제우스가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잠을 자야할 이 시간에 자신도 불이 꺼진듯 잠이드는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자신은 혼 자체이기에 쉬어야할 몸이 없어서 제우스가 잠든 시간에는 명상을 하거나 무공 수련을 한다.

'생각할수록 참 신기하구나 사람의 머릿속인지 마음속인지 분명치는 않지만 이 안에서 대화하고 웃고 떠들고 배우고 쉴 수 있다는게'

지금은 제우스와 지내는게 익숙해졌지만 일삼필옹에게 죽은 자신이 제 몸을 빳기고 혼만 남아있다는 사실을 처음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우스와 함께하고 그가 보는 것 듣는 것 모든 것을 함께하는 지금 자신도 그 자체에 녹아 들어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앞은 제갈세가다. 앞으로 더 큰 위험이 도사리게 될 텐데.. 나라도 상승의 경지에 다가가기위해 노력해야 겠구나'

라며 곽운이 다짐하던 차에 들리는 옆방의 작은 목소리.


-엉엉엉...

"여보 그만 우시오... 그래도.. 그래도 살아는 있잖소..."

"아이고 성철아.... 가여운 것.. 엉엉..."

'사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은 했건만 아이를 잃은겐가? 그래도 살아있다라는 걸 보면 어디에서 체류중인가?'


작은 마을의 최외곽인 이 곳 초가집에도 아침햇살이 밝아온다.


"흐아암~ 서둘러서 객잔이나 가야겠다. 흐흐흥~"

객잔을 들러 동파육을 먹을 생각에 한 껏 기분이 들 뜬 제우스는 급히 옷을 입는다.


'이보게 제우스. 제우스!'

'말해라! 기분이 좋으니 들어주겠다.'

'간밤에 이집 부부중 안사람이 아이를 찾으며 울고 있었소. 아무래도 사연이라도 물어 도울 수 있으면 돕는게 좋을 것같소.'

'뭔 개소리야?'

갑자기 기분이 팍 상하는 제우스. 한시라도 객잔에 가고 샆은데 사연 듣고 그걸 들어주면 시간이 늦어진다.


'어제 숙식을 제공 받지 않았소. 사람으로 인정하고 살게된 지금 최소한의 사람된 도리는 해야할 것 아니오?'

틀린말 하나 없는 곽운의 말에 제우스는 투덜대지는 못했지만 부들거리며 문 밖을 나선다.


"잠은 잘 주무셨소?"

지난 밤과는 다르게 살갑게 아침인사를 해오는 중년의 남성.


"예. 덕분에 편히 쉬게 되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잘되었다라고 말하는 집주인.


"저... 간밤에 의도치 않게 대화 소리를 엿듣게 되었습니다만 혹 무슨 사정이라도 있으신가요?"

"하하 별일 아니오 걱정안하셔도 되..."

"별 일 아니라니!! 자식을 뺏겼는데 아비된 자로 어찌 그런 말을 할수 있어요!"

안주인이 나와 소리친다.


"여,여보..."

생전 자신에게 소리 한번 안치던 여인이다. 그런 그녀의 한 맺힌 소리에 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저.. 실례가 안된다면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우리 마을 뒷 산에는 산적 무리가 살고 있소... 생긴지 얼마 안되었지. 이 곳이 작은 마을이다보니 관아도 없어서 자주 들쑤시러 온다네. 그래도 다들 먹고 사는거에는 지장이 없어 신고도 안하고 지냈는데 보름 전부터는 일꾼들이 필요하다며 마을 아이 여럿을 강제로 데려 갔다네."

중년의 남성이 이야기를 전하며 닭똥같은 눈물 한방울을 떨어뜨리며 말을 이어간다.


"아이를 돌려달라고 여러번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매질을 당하고 산을 내려와서 다리가 이리 되었다네. 그리고 관아에 신고라도 하면 아이들을 죽이고 자취를 감추겠다 하더군.. 때되면 보내준다는 말과 함께..."

"흠... 그들의 산채는 어디인가요?"

"우리 집 뒷편에서 내려가고 거기서 십리만가면 산 하나가 보일걸세. 그쪽은 제갈세가의 구역 가장자리나 다름없는 산이라네."

"제갈세가요? 구역으로부터 가장자리니 자주 드나들지는 못하나보네요?"

"나나 여기 마을 사람들도 그런 줄 알았네만.. 어찌된 영문인지 그 산에서 내려오는 제갈세가 사람들을 봤다는 마을사람들이 있네!"

'더러운 냄새가 난다.'

'그런거 같소.'


"제가 가보겠습니다."

"에? 뭔 소린가? 난 푸념이나 하려고 말한게지! 도와달라한게 아니라네 산채에 산적도 제법 많고 위험하다네 젊은 도사!"

그의 안사람 조차도 마음이 여려 제우스를 만류한다.


"이보시오 젊은 총각. 내 속상해서 한이 나 풀려고 그런것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게 어떤 사고라도 당하려고 그러는가?"

제우스는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했다.

자신들의 아이를 잃었고 작은 도움의 손길이라도 아쉬워 할 마당에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주며 그러지 말하고 하는 사람들.

과거 그리스에서 자신이 봐온 사람들과는 다른 사람들인걸까?


"지난 밤 정식으로 제 소개를 못해드렸네요. 저는 곤륜파의 곽운이라 합니다. 스스로 절대 고수라 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제법 강하고 중경산채도 없앤 적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않으셔도 됩니다!"

"허업!"

입을 막으며 놀라는 내외.

"오늘 저녁 전까지는 꼭 아이들을 구출 해올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고..정말 고맙소. 곽 대협!!"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는 다녀와서 받도록 하겠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빠른 경공술로 초가집 뒷편을 내달린다.


--호북 어느 산자락 산채


산 중턱부터 위치한 산적의 근거지는 산정상까지 길을 만들어 놨다. 산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채의 규모는 결코 중경산채 못지 않았다. 다만 다른 점이라고는 잡혀온 사람으로 보이는 이들이 전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줄을 지어 저마다 자신들의 몸통이 겨우 지날 있을 만한 굴을 기어다녔는데 들어가는 굴과 나오는 굴이 구분되어 있었다.


"엄마..."

언제 울었는지 눈가에 눈물이 굳어 잔뜩 곱이 낀 소년은 성철이다. 보름 전만해도 밤에는 어머니 품에서 서책을 읽으며 자고 낮에는 아버지를 따라 농삿일을 가볍게 배우고 있었다. 그런 그 아이가 지금은 굴을 기어다니며 굴 안쪽 깊숙한 곳에 들어가 채광을 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저마다 부모님과 떨어진 채 강제로 노역을 당하고 있었다.


"자자 농땡이 부릴 시간이 없다!! 다 캐냈으면 자루에 담아서 기어나가!!"

-호치!호치! 호오오오치!

채굴장 감독관을 맡은 박상기는 저마다 지쳐있고 설렁설렁 작업하는 아이들에게 채찍질을 하며 다그친다. 그는 선천적으로 위가 약해 마른 몸을 지니고 있어 굴까지 들어올 수 있는 산적이었고, 그런 그를 채주는 흡족해 했다.


중년 부부의 집에서부터 내달린지 한두식경이 지났을까. 산채 인근에서 안쪽의 동태를 살피는 제우스.

'지난번 산채에 잡혀 있을땐 동굴 안쪽에 사람을 가둬 놨었는데, 이 곳은 아이들을 노역시키느라 다들 밖에 나와있구만.'

'확실히 중경산채보다는 좀 더 진입하기 어려워 보이오. 무작정 들어갔다가는 노역중인 아이들을 인질삼아 위험할 듯 싶은데...'

둘의 대화가 오가는 사이. 채주로 보이는 자가 부하들에게 무어라 지시를 하며 정상으로 향한다.

'채주가 자리를 비웠으니 이 틈에 제압하는게 어떨까?'

'어림잡아 노역장 근처에만 산적이 열은 되보이고 그마저도 다 흩어져있어서 쉽지 않아보이오. 차라리 밤이 되길 기다려 아이들의 신변을 확보하고 그때 치는게 어떻겠소?'

'음.. 그나마 확실한 방법이긴 하나 내 성미에 안찬다!'

'?.... 그럼 좋은 수라도 있소?'


한참을 고민하는 제우스. 그러다 한쪽 숲으로향해 바닥의 진흙을 얼굴에 문대고.

-찌이이익

자신의 의복 양팔 소매를 찢는다. 머리를 묶은 끈을 풀며 손에 남은 진흙을 머리에 비벼 봉두난발로 만든다.

'미치기라도 했소?'

'잘봐라 애송아 크흐흐흐'

개울가애 비친 망나니 같은 자신 모습을 보며 흡족하게 웃은 뒤 산채 입구로 향한다.


"여봐라!!!!"

"뭐,뭣이여"

입구를 향해 제우스가 우렁차게 외치자 입구와 그 주변을 지키던 산적들이 나온다.

"뭐냐! 어느 산에서 굴러먹던 놈이냐!!"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했던가? 이 경우는 산적이었다.


"나는 중경산채에서 채주로 있었던 장추엔이야!! 내 오늘부터 너희 산채의 채주가 될 자니라!! 크하하"

'제,제우스 정말 신박한 방법이오!!'

그의 노림수에 경탄하는 곽운.


"중경산채? 그 최근에 털린 산채 아닌가?"

"그러게. 내 사촌형님도 그 곳이 망하고는 지금 취직준비 중인데 말이여"

중경산채의 채주라는 말에 다들 당황하며 머뭇거리던 그때.


정상으로 올라가 쉬려던 이 곳 채주 현환은 입구에서부터 들리는 고함에 돌아왔다.


"어떤 놈이 이 몸을 두고 채주가 되겠다는 것이냐?"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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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에 간 제우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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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1 피로 물든 제갈세가 +2 22.08.04 382 7 11쪽
30 030 뇌전의 기운 22.08.03 402 7 11쪽
29 029 공동묘지 +1 22.08.02 405 7 12쪽
28 028 공동파로 향하다 22.08.01 421 7 12쪽
27 027 비무와 비보 22.07.31 432 7 12쪽
26 026 미인과 구렁이 22.07.30 422 8 12쪽
25 025 의창 제일 기녀, 채련 22.07.29 436 7 11쪽
24 024 가족상봉 22.07.28 437 8 12쪽
» 023 이유 있는 소음 22.07.27 418 7 11쪽
22 022 피로 물든 난주 22.07.26 435 8 12쪽
21 021 헤어짐과 만남 22.07.25 465 7 12쪽
20 020 인의 22.07.24 461 8 11쪽
19 019 둘보다 하나가 좋은 이유 22.07.23 473 8 11쪽
18 018 출정 22.07.23 482 7 8쪽
17 017 대리 성취 22.07.22 485 8 10쪽
16 016 말은 말보다 빠르다 22.07.22 480 8 8쪽
15 015 결자해지 22.07.21 501 8 10쪽
14 014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은 모른다 22.07.21 514 8 9쪽
13 013 아름다운 동행 22.07.20 545 8 8쪽
12 012 동상이몽 22.07.20 550 7 8쪽
11 011 무림을 이해하다 22.07.19 580 9 9쪽
10 010 하나되는 몸 22.07.19 583 7 8쪽
9 009 험난한 강호 22.07.18 579 6 8쪽
8 008 이상한 동행 22.07.18 651 6 8쪽
7 007 위기일발 22.07.17 673 7 9쪽
6 006 검은 머리 짐승 22.07.17 763 8 8쪽
5 005 운수 좋은날 22.07.16 838 7 7쪽
4 004 마교의 준동 그리고 배고픔 22.07.16 924 8 8쪽
3 003 제우스 강림(?) 22.07.15 1,121 9 11쪽
2 002 곤륜의 홍복 22.07.15 1,246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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