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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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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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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작성
19.12.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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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250화 다섯 종족의 근황 (下)

DUMMY

알카디우스가 다니는 무역회사, 리스와 샤키라가 다니는 환경복원연구소를 지나 다시 돌아온 휘수가 다니는 공공도서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점심시간이 지나 퇴근시간까지 두 시간 남은 오후 네 시.


“하암, 이용자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하품만 나오네.”


아동자료실을 지키고 있던 휘수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크게 하품을 했다. 새하얀 이빨에 새빨간 혓바닥, 뻥 뚫린 목구멍까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쩍 벌어진 입이 누가 보면 찢어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될 정도였는데,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조용히 지나가면 나야 좋지만, 지루한 게 시간도 잘 안 흘러가고······.”


지이잉~


그때 굳게 닫혀 있던 자동유리문이 활짝 열리며 이용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10대 후반의 금발머리 소녀로, 이제 갓 입학한 신입생인지 큼직한 대학 로고가 새겨진 과잠바에 책가방을 매고 있었다.


“어어? 세나야?”

“후훗, 오빠.”


아무도 없는 자료실에서 비스듬하게 앉아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휘수가 급히 자세를 바로 하는데, 이곳에 들어오면서 오빠의 허둥거리는 모습을 똑똑히 봤는지 세나가 입을 가리며 조용히 웃었다.


“세나야, 수업 다 끝난 거야? 그러면 집에 가서 쉬지 그랬어?”

“아니에요, 오빠. 혼자 집에 가봤자 딱히 할 일도 없고, 여기서 독서나 즐기다 오빠랑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오빠 퇴근까지 두 시간 밖에 안 남았잖아요?”

“응. 그렇기는 한데······.”


휘수는 말을 잇지 못하고 가만히 세나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안타까운 감정이 엿보인다.


“아, 오빠. 미안해요. 이 세계에서는 아르피아 대륙에서와 달리 편하게 대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오빠한테는 반말보다는 이렇게 존댓말이 더 편해서요.”


휘수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자신은 진심으로 지금처럼 존대를 하는 게 편한데 어떡하지? 해명을 내놓았지만 휘수에게 괜히 걱정을 안겨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은 세나.


“아참! 오빠, 혹시 도서관에 소독약이 있을까요? 오늘 집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미처 챙기지를 못해서요.”

“이런! 소독약을 안 챙겼어?”


휘수는 안타까운 감정을 싹 거두고 서둘러 자신의 가방 속으로 손을 쑥 집어넣었다.

잠시 후 그의 손에 소독용 에탄올 알코올과 연고가 딸려 나왔다.


“혹시나 해서 늘 가지고 다니고 있었는데, 이렇게 유용하게 쓰이게 되어 정말 다행이야.”

“오빠······.”

“가자, 세나야. 어차피 지금 이용자 한 명도 없고, 잠깐 정도는 자리 비워도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아니에요, 오빠. 저 혼자서도 충분해요.”


도서관 사서라는 분이 자료실을 비우겠다니! 세나가 당치도 않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휘수의 마음은 확고했다.


“안됐지만 오늘 여자화장실은 수리중이라 출입금지거든? 적정한 장소가 있으니 오빠 믿고 따라와.”


결국 휘수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뒤를 따르는 세나. 휘수가 데려간 곳은 독서회가 열리는 다목적실로, 독서회 시간이 저녁타임이라 그 전에는 항상 비워져 있었다.


“세나야,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네. 저는 괜찮아요.”


세나가 입고 있는 두꺼운 과잠바를 벗기고 얇은 티셔츠를 위로 올리자, 브래지어 대신 가슴 부위를 칭칭 감고 있는 두꺼운 붕대가 드러났다.


“하아······.”


누런 진물로 흠뻑 젖은 양쪽 등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휘수. 조심스럽게 붕대를 풀자 진물에 짓뭉개진 피딱지까지, 한눈에 봐도 심각해 보이는 상처가 나타났다.


“세나야, 많이 아프지? 오빠가 금방 수습해줄게.”


휘수는 한숨을 뒤로 하고 오직 세나만을 생각하며 침착하게 거즈에 소독약을 듬뿍 발랐다. 정성을 들여 그녀의 상처를 소독하자 지저분한 진물에 덮여 있던 새하얀 피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읏. 저 혼자 해도 정말 괜찮았는데, 오빠한테 너무 큰 불편을 끼치고 말았어요. 미안해요.”

“녀석, 오빠가 동생 상처 소독 해주는 게 뭐 그렇게 대수라고 그렇게 미안해 하냐?”


소독약에 적셔진 거즈와 접촉할 때마다 느껴지는 만만치 않은 통증에 세나의 한쪽 눈이 연신 찡그려졌지만 최대한 미소를 유지하려 애썼다. 휘수 또한 세나를 위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였고, 그렇게 등의 상처가 깨끗이 소독된 다음에는 연고가 골고루 발라졌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할게요. 소독약은 미처 챙기지 못했지만 다행히 붕대는 가방 속에 들어 있어가지고요.”

“아니야. 이왕 시작한 거 마무리도 오빠가 지어줄게.”

“정말 미안하지만, 오빠는 붕대를 너무 헐렁하게 감아줘서 가끔 아래로 흘러내릴 때가 있어요······.”

“내, 내가 그랬니?”


난감한 표정에 목소리까지, 아무래도 농담처럼 들리지 않아 휘수의 표정에서 당혹감이 역력했다.


“붕대가 풀어지며 가슴이 노출되는 섹시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오빠의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푸훗! 뭐, 뭐, 뭐?!”


아니, 이 아이가 대체 나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를 설마 여자 가슴이나 탐하는 변태로 보고 있는 건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는 휘수!


“세, 세상에! 세나야, 이 오빠를 대체 어떻게 보고?!”

“미, 미안해요, 오빠. 샤키라 언니가 가끔씩 해주던 말이 있어서요. 남자는 모두 늑대라고······.”

“샤키라?! 어이구, 뒷골이야! 늑대는 자기가 늑대면서 못하는 말이 없어! 집에 들어오기만 하면 꿀밤을 그냥!”


아르피아 대륙에서 심심하면 막장드라마만 보던 녀석이, 어린 소녀에게 못하는 말이 없어! 분노의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일단은 현실로 돌아와 이성을 되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오빠가 잠바 들고 뒤돌아 서 있을 테니까 얼른 붕대 감아. 이제 슬슬 자료실 복귀해야지.”

“아! 시간이 너무 지체됐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세나가 흘러내리는 일 없도록 정성껏 붕대를 감는 동안, 휘수는 무심코 과잠바를 살펴보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세나의 이름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현세나.’


현세나라는 이름 석 자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읊어보는 휘수.


‘그래, 이제 더 이상 키메라 세나는 존재하지 않아. 브크롯 과학연구소에서 만들어진 생체병기가 아니라, 세상에서 하나뿐인 내 친동생 현세나만 존재할 뿐이야.’


친동생 현세나. 나의 사랑하는 가족. 열심히 붕대를 감고 있는 세나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보며 사랑이 듬뿍 담긴 눈빛을 보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금세 휘수의 눈동자에서 근심이 피어올랐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 되어준 건 고맙지만, 그 대가로 평생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데. 친오빠가 돼서 그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고 지켜만 봐야 하다니.’


대한민국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신분을 만드는 것. 많은 어려움이 따랐지만 사실 세나가 겪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사실 신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히드라 리스와 웨어울프 샤키라와 비교하여 세나는 날개만 없으면 보통 인간과 다를 것이 없었는데, 문제는 그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빌어먹을 브크롯 과학자 놈들! 세나의 날개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엄청난 고통이 따르긴 했지만 휘수와 함께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기꺼이 날개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던 세나. 친구들이 합심하여 그녀의 날개를 잘라주었는데,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 도마뱀 꼬리처럼 다시 재생되는 것이 아닌가!


‘한 달에 한 번씩 날개를 잘라야 하는 건 그만두고라도, 그동안 붕대를 흠뻑 적시는 피에 진물까지, 그리고 통증까지. 소독약과 연고와는 평생 떨어질 수 없는 악연을 견뎌야 하는 세나······.’


사실상 세나가 지독한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 휘수는 마음이 아프다 못해 눈물까지 맺힐 정도다.


“오빠, 다 됐어요. 고개 돌려도 괜찮아요.”


잠시 옛날 생각에 빠져 있던 휘수는 붕대를 다 감고 뒷정리까지 다 마친 세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 그, 그래. 수고 많았어.”

“오빠, 무슨 일이에요? 눈이 빨간데······.”

“이거? 아하하, 여기 다목적실이 환풍이 잘 안 되다 보니 공기가 영 안 좋아서 말이야. 나처럼 민감한 사람은 금방 반응이 온다니까?”


어색한 웃음과 함께 눈까지 막 비벼보이는 휘수. 웬만하면 잘 넘어갔으면 좋겠는데.


“어서 돌아가요, 오빠. 자리를 너무 오랫동안 비워서 오빠가 혼나기라도 하면 어떡해요?”

“그, 그렇지? 여기 계신 팀장님이 어찌나 까다롭고 엄격하시던지, 작은 실수라도 하는 날에는 하루 종일 설교를 들어야 한다니까?”


과잠바를 돌려주고 서둘러 자료실로 복귀하려던 휘수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세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세나야, 오늘 고맙게도 오빠 데리러 와주었는데, 마트에 들려 장이나 보고 갈까?”

“네? 장이라면 얼마 전에 보고 왔잖아요? 알카디우스 언니랑 리스 오빠가 깜박하고 사오지 않은 게 있었나요?”“아, 그게······.”


잠깐 말문이 막혔지만 금방 적당한 말을 떠올리는데 성공했다.


“알카디우스는! 건강을 유지하려면 채식이 중요하다며 온통 풀만 사오고! 리스는 아르피아 대륙에서 먹었던 컵라면이 그렇게 맛있었는지 아주 종류별로 왕창 사왔잖아! 알카디우스도 참, 건강 생각하는 녀석이 같이 있었으면 말렸어야지. 아직 인스턴트식품의 무서움(?)을 잘 모르는 모양이야.”

“그, 그렇군요.”

“세나 너, 갈비 좋아하잖아? 싱싱한 한우 소갈비. 우리 오랜만에 영양보충 좀 하자고.”


한우 소갈비! 세나가 대한민국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게 먹었던 음식! 글자만 들어도 금세 침이 고일 정도였지만 선뜻 기뻐하지는 못했다.


“오빠, 괜찮겠어요? 그거 엄청 비싼 거잖아요?”

“괜찮아, 괜찮아. 다음 주에 월급 들어오기 때문에 카드가 빵꾸나거나 하는 경우는 없을 거야.”

“그래도······.”

“자자, 얼른 자료실 복귀해야 하니까 이거 입어.”


결국 세나는 휘수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그가 건네준 과잠바를 주섬주섬 입어야 했다. 다시 완벽한 여대생의 모습으로 돌아온 세나를 보며 휘수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회복지학과 현세나. 정말 잘 어울려.’


현세나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검정고시를 치러 대학까지 입학한 세나. 어엿한 한 사람의 대학생 이미지를 넘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가자, 세나야.”

“네!”


자료실로 복귀하여 오빠는 업무를, 여동생은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독서를 시작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이 모두 흘러가고, 남매는 다정하게 손을 잡은 채 마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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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3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1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1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7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2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4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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