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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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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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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작성
20.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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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DUMMY

진서의 간절한 바람을 들은 알카디우스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묵묵히 커피만 입으로 가져갔다.


‘대표님··· 아니, 휘수 아버님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섣부른 호언장담은 금물이라 여기며 최대한 말을 아끼는 알카디우스. 진서를 만나기 전에 앞서 휘수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에 대해 모두 들은 상태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저, 아버님.”

“네, 말씀하세요.”


알카디우스가 침묵을 깨뜨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휘수의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아버님도 알고 계시니, 휘수의 과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리라 짐작되실 거예요.”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휘수 그 녀석이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못난 애비가 아닌, 밝고 상냥한 여자친구일 테니까요.”

“부끄럽습니다.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다니.”


진서의 칭찬이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평소처럼 얼굴을 붉힐 때가 아니다.


“휘수에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충분히 공감이 가고 또 화도 났었어요. 저 또한 휘수와 다르지 않게, 부모님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랐으니까요.”

“그랬군요.”


진서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내 앞의 밝은 아가씨도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랐다니, 어쩐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럴 일은 거의 희박하지만, 만약에라도 부모님께서 저를 찾아오신다면 한 번쯤은 만날 용의가 있어요.”

“알카디우스 씨는 부모님이 원망스럽지 않은 가요?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오히려 마음이 크게 다칠 수도 있을 텐데요.”


진서는 일촉즉발이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휘수와의 조우와 정반대인 알카디우스의 모습에 궁금증이 생겼다.


“원망스럽죠. 인형이 아닌 이상 저도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원망스럽지 않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이런 생각은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를 버린 부모님이 찾아오신 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알카디우스가 커피를 한 모금 더 입으로 가져가고 뒷말을 이었다.


“뚜렷한 이유가 드러나기 전에, 부모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올 말이 사과라는 사실도요. 물론 머나먼 과거의 일을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뉘우친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죠. 어떠한 이유라도 잘못은 확실한 잘못이니까요.”

“······.”

“혹시 제 말이 거슬렸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휘수와 공감대가 많다보니 너무 편향해서 말을 한 것 같아요.”


정곡을 찔려 얼마든지 불쾌감을 나타낼 수도 있어 알카디우스는 일단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사죄드렸다.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저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요.”


진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씩 웃음을 보였지만 곧 얼굴 전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알카디우스 씨의 말이 백 번 천 번 옳습니다. 과거에 제가 저지른 잘못이나 휘수에게 입힌 상처 모두, 어떤 이유를 들먹여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알카디우스의 눈동자가 진서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과거의 잘못이 정당회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순순히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잘못도 인정하는 진서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해졌다.


“이유라고 해봤자 정말 별 것도 없습니다. 제 자신이 마음을 강하게 먹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었는데, 나약하기 짝이 없는 저라는 놈은······.”


알카디우스의 눈동자를 통해 마음을 읽었는지 더듬더듬 말이 흘러나왔다.


“철없던 대학생 시절, 고등학생 때부터 쭉 함께 해온 휘수 엄마와 사랑의 도피를 강행하고, 휘수를 낳으며 나름 단란한 가정을 만들었습니다. 양가 어느 집안의 지원도 없이 지하 단칸방에서 무작정 시작해 힘들었지만 사랑으로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요.”


휘수 못지않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꺼내자 답답해졌는지, 평소의 버릇대로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는 진서. 하지만 이곳은 담배를 피워서는 절대 안 되고, 흡연자를 위한 흡연실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 아담한 카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흡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테지만, 담배 한 개비를 연신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런 생각이 엄청난 오산이었단 사실은 금방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나 휘수 엄마나 학업 중도 포기에 연고도 없는 곳으로 도망쳐 변변한 직장은 기대도 못하고, 건설현장이나 공장 일용직으로 겨우 풀칠을 이어갔으니까요. 가뜩이나 아이까지 태어나 경제적인 문제 또한 더욱 커졌지요. 자연히 일상은 부부 간의 커다란 다툼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랬군요.”


알카디우스는 마음이 아팠다. 서로 사랑하고 의지해야 할 부부의 다툼도 그렇지만, 어린 휘수 앞에 펼쳐진 광경은 얼마나 충격이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작업이 이어진 건설현장을 떠나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단정한 차림의 아가씨가 느닷없이 철로로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세상에! 사고였던 건가요?”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플랫폼에 벽이 세워져 있지 않아 술 취한 사람이 비틀거리다 떨어지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곤 했지만, 그 아가씨는 전혀 술에 취해 있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사람이 거의 없는 야심한 시간을 노렸던 거지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젊은 분이 고통스럽게 목숨을 끊으려 했던 건가요?”

“설명 드리기 정말 부끄럽습니다만······.”


얼굴을 붉히며 뜸을 들이던 진서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 아가씨가 바로 지금의 제 아내입니다.”

“······!”


지금 그 말은 알카디우스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휘수 아버님이, 다른 여자를 만나 가정을 버린 거라면······.’


진서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알카디우스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저는 무작정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철로로 뛰어들었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잘 넘어갔지만 그 아가씨는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저를 원망했지요. 죽고 싶었는데 왜 방해 하냐고요. 그렇게 억지로 아가씨를 달래고 있는데 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어요. 저는 그 아가씨가 당시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던 유통업체 크로노의 대표이사 따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아버님이 대표로 계신 노르웨이 유통업체 크로노··· 그런데 그 아가씨는 무슨 이유로 극단적인 행동을 벌이게 된 건가요?”

“튼실한 회사의 따님으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운이 없게도 젊은 아가씨가 감당하기 힘든 일이 연달아 벌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사고로 어머니와 오빠라는 든든한 가족을 잃은 것을 시작으로, 진심으로 사랑했던 약혼자가 사실 재산만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기꾼이었다는 사실에······.”


앞서 들은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안쓰러운데,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알카디우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병마가 젊은 아가씨를 덮쳐 목숨은 겨우 건졌지만, 그로 인해 다시는 임신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자살을 떠올렸는지, 딸을 끌어안고 눈물을 쏟는 당시 대표님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네. 저도 그 마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알카디우스 자신도 아기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에 크나큰 괴로움을 느꼈으니까.


“그 날 이후 상황이 반전되었습니다. 대표님이 은혜를 갚으시겠다며 보잘것없던 저를 채용해주셨고, 아가씨도 용기를 내어 회사도 나오고 열심히 살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저 황송하여 정말 열심히 일했지요.”

“그렇게 크로노와의 인연이 시작되어 지금의 대표님까지 되신 거군요?”

“처음에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열심히 일만 해야지 생각했는데, 대표님이나 아가씨는 제게 목숨을 빚졌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계셨던 거예요. 제가 일찍이 모든 사실을 이야기 했다면 그럴 일도 없었을 텐데······.”

“가족 관계를, 숨기셨군요.”


마치 꾸짖는 것처럼 엄중해진 알카디우스의 말투에 진서도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제 앞에 나타난 금은보화의 유혹을, 부끄럽게도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손만 뻗으면 바로 잡히는 금은보화에, 네 라는 대답 한 마디면 크게 기뻐하실 대표님과 아가씨까지. 결국 그렇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이후 휘수에게 들었던 이야기 그대로라고 받아들여도 괜찮을까요?”


진서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생 시절만 그런 줄 알았는데, 이후에도 저는 정말 한심할 정도로 철이 없었습니다. 내가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게끔 보상을 철저히 해주면 되겠지 하는 단순한 생각이나 떠올리다니. 휘수에게 정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말았어요.”


두 손에 얼굴을 묻으며 괴로운 신음을 토하는 진서. 알카디우스는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바라만 볼뿐이다.


“이런데도 애비랍시고 뻔뻔스럽게 나타나다니. 손가락질에 온갖 욕을 들어도 할 말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휘수를, 내 아들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진서가 손을 내리고 알카디우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부탁했다.


“더럽고 치사한 인간의 부탁이지만, 부디 너그럽게 생각해주시고 도와주십시오. 제가 의지할 수 있는 분은 휘수의 여자친구 분밖에 없습니다.”

‘휘수 아버님, 분명 과거의 크나큰 잘못을 저지른 건 사실이지만, 지금 이 모습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거짓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진서의 이야기에 공감이 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마음이 휘수에게도 통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휘수는 진서의 친 아들이고, 알카디우스 자신은 철저히 제3자였기 때문이다.


‘다시 아버지와 마주했을 때, 휘수 입장에서 어떤 마음일지 장담할 수 없어. 또 다시 분노가 폭발하고 그렇게 마음을 다칠지도 몰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응?’


저렇게 간절히 부탁을 해오는 진서에게 대답을 해줘야 할 텐데. 선뜻 입이 열리지 않아 고민이 깊어가던 그때, 두 눈을 감은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고 있는 진서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알카디우스 씨,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여기서 이만 헤어져야겠습니다. 회사까지 데려다드려야 하는데, 너무너무 급한 일이라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님, 괜찮으세요? 안색이 어두워지셨어요.”

“아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번 계약 때문에 저도 알카디우스 씨 못지않게 신경을 많이 쏟다보니 하하.”


어색한 웃음은 예리한 알카디우스의 마음에 의심을 더욱 키울 뿐이었다.


“그럼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휘수를 설득해주십시오.”

“아, 아버님······.”


알카디우스의 확실한 대답을 들은 여유가 없는지, 진서는 더 이상 머무르지 못하고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알카디우스가 서둘러 따라 나왔지만, 이미 그는 고급 세단에 탑승하여 멀리 벗어나고 있었다.


“휘수 아버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신 걸까? 이번 계약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말씀하신 것도 수상하고······.”


진서에게 들은 이야기를 계속 떠올려봤지만 그 속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상황. 고민하던 알카디우스는 스마트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메시지를 남겼다.


“샤키라, 나야. 바쁜데 정말 미안하지만, 혹시 리스와 함께 외출이 가능하겠니? 두 시간 정도 있으면 세나가 수업 끝나니까 다 같이 학교 근처에서 만나도록 하자. 휘수와 관련된 일이라 시간을 꼭 좀 내주었으면 좋겠어. 그럼 연락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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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4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1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2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4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1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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