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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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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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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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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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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DUMMY

두 번의 노크 소리. 굳이 이런 높은 산 위에 자리 잡고 있는 통나무집이 아니라도 어디서든 흔히 들을 수 있는 노크 소리인데, 갑자기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적막감이 흘렀다.


똑똑!


그러나 알카디우스는 침착하게 다시 한 번 두 번 문을 두드렸고, 잠시 후 통나무집 내부에서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문고리가 천천히 돌아갔다.


“······.”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리고, 알카디우스와 휘수가 서로 마주보며 서 있게 되었다.

알카디우스가 이곳에 올 거라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예측하고 있었던 걸까? 휘수의 굳은 표정에서 놀라운 기색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대신 그녀와 마주하던 눈을 조금씩 아래로 떨어뜨렸다.


“······.”


침묵을 지키는 알카디우스도 휘수의 표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고개를 숙일 이유 따윈 전혀 없었기에 꼿꼿이 허리를 편 채 그의 얼굴과 주변을 살짝 둘러볼 뿐이다.

저녁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허기를 채울 생각이었는지, 테이블 위에 냄비와 라면이 놓여 있었다.


스윽


살며시 오른팔을 위로 올리는 알카디우스. 휘수는 그녀의 행동 또한 이미 예상하고 있었는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질끈 눈만 감았다.


‘휴우, 나라는 놈은, 맞아도 싸지.’


눈앞의 알카디우스는 물론 리스, 샤키라, 세나에게도 자신이 여기에 머무를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철저히 비밀에 붙인 채 혼자 이곳으로 도망쳐 온 자신을, 알카디우스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다른 건 몰라도, 일단 한 대 맞고 시작하자고 할 것 같다.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휘수를 때린 적이 몇 번 있는 그녀인 만큼 충분한 가능성이······.


스윽


“······?!”


휘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곧 알카디우스의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 따귀를 후려갈기고 눈앞에서 별이 초롱초롱 빛날 정도로 정신이 아찔해져야 할 텐데, 느닷없이 뒤통수에서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더니 이윽고 얼굴 전체가 푹신한 곳에 묻히는 것이 아닌가.


“아, 알카디우스?”

“현휘수.”


푹신하고 따뜻한 품 안으로 휘수의 얼굴을 살며시 끌어당긴 알카디우스. 그녀의 체온 속에서 조심스럽게 눈동자를 위로 향해 보니 어쩐지 슬퍼 보이는 붉은 루비눈동자와 마주쳤다. 자세히 보니 원망어린 감정도 엿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바보야,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알카디우스의 말투가 평소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잘못을 꾸짖는 것처럼 엄격하게 들린다.


“혼자 끙끙 앓고, 혼자 이렇게 도망치면 문제가 해결되니?”

“······.”

“우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거야? 어째서 말 한 마디 건네 볼 생각조차 안 한 거지? 아르피아 대륙에서 네가 말했던 건 그냥 해본 소리였던 거야?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이자 가족이라고 했던······.”

“미안하다, 알카디우스. 정말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던 휘수가 건넬 수 있는 말은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내뱉는 사과가 고작이었다.


“······.”


휘수의 사과를 받아들인 걸까? 아니면 이번만큼은 알카디우스도 쉽게 기분을 가라앉히기가 쉽지 않은 걸까? 아무런 대꾸 없이 침묵만 지키던 알카디우스가 느닷없이 휘수를 가볍게 밀치고 어디론가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이지, 현휘수. 넌 정말 나쁜 인간이야. 다른 친구도 아닌 여자친구를 이렇게 속상하게 만들고.”

“휴우, 정말 면목이 없어.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다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건넨 휘수는, 전혀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알카디우스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망쳐 지낼 생각이었다면 밥이라도 잘 챙겨먹어야지. 겨우 라면 한 봉지가 뭐야? 김치도 없고 계란도 없고 식은 밥도 없고.”

“그, 그러게. 워낙 정신없이 달려오느라 다른 건 미처 생각도 못했어.”


휘수의 더듬더듬 변명은 듣는 둥 마는 둥, 알카디우스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여 통나무집 안의 냉장고와 모든 선반을 열었다. 오늘 구입한 것으로 보이는 라면 네 봉지와 생수 한 병이 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식량 전부였다.


“하아, 도저히 안 되겠어. 어서 따라와.”


알카디우스의 추상같은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그녀의 손이 휘수의 팔목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아, 알카디우스, 지금 어디를 가자는 거야?”

“당연히 식재료 구하러 가는 거지. 아까도 말했잖아? 이왕 도망쳐 지낼 생각이라면 당연히 밥을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지!”


알카디우스의 새하얀 손이 이렇게 억셌나? 아무리 버둥거려도 막무가내로 자신의 팔목을 잡아당기는 알카디우스를 도저히 뿌리칠 수 없었다.

결국 거의 강제로 애마 투산에 올라타게 된 휘수는 알카디우스가 조수석 문을 닫자마자 허둥지둥 악셀레이터를 밟아야 했다.


“내가 가르쳐주는 곳으로 운전해. 오면서 보니 휴양림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대형마트가 있더라고.”

“으응.”


마치 명령에 움직이는 로봇처럼 몇 번 핸들을 돌리자 과연 저 멀리 마트가 나타났다. 현재는 비성수기라 마트 주차장에 자동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마트를 이용할 생각은 않고 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고 했어? 자동차로 1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 위치에 있는데.”

“아니, 그냥. 여기까지 오면서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고······.”


휘수의 입에서 뻔한 변명이 나오리라 예상하고 있던 알카디우스는 다시 한 번 휘수의 팔목을 세게 잡아끌었다.


“나 배고파! 세나한테 휘수가 사라졌다는 얘기 듣고 점심도 저녁도 못 챙겨 먹고 달려왔단 말이야!”

“그러면 알카디우스, 여기 말고 적당한 식당을 알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재료 사다가 직접 해 먹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싼 돈 내고 통나무집에 들어왔는데, 마음껏 기분은 내고 돌아가야지? 식사는 내가 준비할 테니까 재료 옮기는 것만 도와줘.”

“아, 알았어.”


한 번 마음 먹으면 기어코 해내고야 마는 실버 드래곤 아가씨의 집념은 아르피아 대륙에서 이미 숱하게 경험하여 잘 알고 있다. 애초에 휘수에게 선택권이란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강원도 산골에서 재배해서 그런 걸까? 채소가 굉장히 싱싱해 보여.”


평소의 친구 사이가 아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인과 하인이 된 상황. 알카디우스의 바쁜 손놀림이 갖가지 싱싱한 채소를 집자 뒤따라오는 휘수는 그것들을 차곡차곡 바구니에 담았다.


“대파, 무, 마늘, 감자··· 이 채소와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재료를 사야 할 텐데, 옳지!”


바구니에 담겨 있는 갖가지 채소를 살펴보던 알카디우스가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녀를 불러 세울 틈도 없이 쏜살같이 달려가 휘수도 서둘러 쫓아가야 했는데, 다행히 멀리 가지 않고 바로 앞의 생선 코너에 머무르고 있었다.


“으음, 이건 조금 아닌 것 같은데?”


한참 얼음찜질 중인 여러 생선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알카디우스는 무엇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지 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휘수, 여기 말고 근처에 다른 마트는 없을까?”

“그, 글쎄, 여기 오면서 다른 마트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싱싱한 생선에 채소 듬뿍 넣고 매운탕을 끓일까 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커. 오늘따라 싱싱한 생선이 무척 당기는데.”

‘여기서 파는 생선도 괜찮아 보이는데? 빛깔도 예쁘고 눈동자도 맑고.’


겉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는 생선인데, 알카디우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휘수의 속마음을 읽었다.


“이렇게 죽은 것보다 살아 있는 것이 더 좋은데. 이왕이면 수족관에 있는 것 말고 강이나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그런 생선.”

“알카디우스, 네 마음은 잘 알지만 여기는 마트야. 네 기준에서 펄쩍펄쩍 뛰는 싱싱한 생선은 구하기 어렵다고. 낚시라도 해서 물고기를 낚으면 또 모르지만.”

“낚시?!”


낚시라는 단어에 알카디우스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응. 통나무집 근처에 낚시터가 하나 있는데 붕어도 잡히고 송어도 잡히고, 물고기가 제법 많은가 봐. 그런데 겨울에 물이 꽁꽁 얼었을 때만 즐기는 얼음낚시라, 지금 같은 가을 계절에는 그림의 떡이지.”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여기 가만히 멍하게 있다고 해결책이 나오진 않는다. 적당히 쇼핑을 마무리 짓고 돌아가자며 알카디우스의 팔목을 살며시 잡아당기는 휘수.


“얼음이 꽁꽁 얼기만 하면 된단 말이지?”

“낚시터가 얼음낚시 전용이다 보니 아무래도··· 응? 알카디우스!”


휘수를 내버려둔 채 또 어디론가 뛰어가 버리는 알카디우스. 이번에는 마트 바깥으로 뛰어가 휘수는 할 수 없이 알카디우스가 고른 채소를 자신이 모두 계산해야 했다.


“알카디우스, 갑자기 어딜 갔다 온 거야? 너 손에 들고 있는 거 혹시······?”


알카디우스의 손에 들려 있는 긴 낚싯대. 그녀가 굳이 대답해주지 않아도 어디 갔다 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까 마트에 도착했을 때는 몰랐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낚시 전문점이 있을 줄이야!


“휘수, 어서 그 낚시터로 안내해.”

“어, 어쩌려고? 그곳은 말 그대로 얼음낚시 전용이라 한 가운데에 자리잡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걱정하지 말고 내 말대로 해. 나 믿지?”

“믿기야 당연히 믿는데, 너 혹시 이상한 짓 할 건 아니지?”

“후훗, 글쎄?”


너무 차분하다 못해 가끔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있어 휘수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이어지는 그녀의 재촉은 결국 자동차 시동을 걸게 만들었고, 그렇게 다시 명령에 따르는 로봇이 되어 낚시터까지 안내하게 되었다.


“이렇게 넓은 곳에 우리 둘뿐이라니. 조용해서 정말 좋은데?”

“그야, 얼음이 전혀 얼지 않아 낚시를 즐길 수가 없으니까.”


너무도 당연한 상황인데 저렇게 좋을까?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휘수.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뭘 시작··· 알카디우스! 그 돌멩이는 어디에 쓰려고?!”


돌팔매질하기에 딱 알맞은 크기의 돌멩이를 주워든 알카디우스. 잠시 정신을 집중하려는 듯 눈을 감더니 어디론가 힘껏 던지는 것이 아닌가!


깡! 깡! 깡!


총 세 개의 돌멩이가 허공을 가르고, 총 세 번 둔탁한 소음이 발생했다. 휘수로서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아 어안이 벙벙할 뿐.


“감시 카메라의 기능을 정지시켜놓았으니 휘수가 걱정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야.”

“아, 알카디우스, 너 그러다 큰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그래?!”

“걱정하지 마. 망가진 감시 카메라 수리비는 나중에 꼭 물어줄 테니까. 모른 척하고 가는 건 이 실버 드래곤님이 내키지 않아서 말이지.”

‘수리비가 문제가 아니라, 기물파손죄로 경찰에 체포되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실버 드래곤 아가씨가 이렇게 대책이 없던 애였던가! 한숨이 절로 푹푹 나올 정도였지만, 알카디우스는 아랑곳없이 주문을 외워 오랜만에 거대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웅장한 뿔과 눈부신 은색 비늘이 온몸을 덮고 있는 실버 드래곤 알카디우스의 쩍 벌어진 입에서 뼛속까지 시린 냉기 가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아이스 브레스!”


접촉하는 모든 것을 꽁꽁 얼려 버리는 아이스 브레스는, 한겨울이 되어야 겨우 얼음이 어는 이곳 낚시터를 눈 깜짝할 사이에 얼음 낚시터로 탈바꿈시켜주었다.


쾅! 쾅!


그리고 얼음낚시 즐기기 알맞은 위치에 구멍까지 뚫어준 뒤 다시 인간으로 돌아와 휘수에게 달려갔다. 그녀의 손에 낚싯대와 미끼가 들려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하, 하, 하하하하!”


얼음낚시 즐기기에 모든 조건이 눈 깜짝할 사이에 갖춰진 상황. 게다가 초롱초롱한 루비눈동자를 바짝 들이밀며 어서 그토록 먹고 싶은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달라며 재촉하는 알카디우스까지! 휘수는 황당한 표정을 거두고 이 실버 드래곤 아가씨, 도저히 못 말리겠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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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3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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