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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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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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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60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20.0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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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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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DUMMY

“젠장. 아직 6시도 안 되었는데, 벌써 잠 다 잤네.”


푹신한 안방침대는 알카디우스와 세나에게 양보하고, 자신은 거실 소파를 잠자리 삼고 있던 현휘수. 오늘따라 잠에서 깨어나자 왜 이렇게 이마가 지끈거리는지,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하지만 자신 외에 친구들은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는 것을 잊지 않았다.


“휴우······.”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화장실로 들어간 휘수. 얼음처럼 차가운 찬물로 세수를 하자 눈이 번쩍 뜨이고 지끈거리던 이마도 한층 가벼워졌다. 그리고 어젯밤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유일한 연락수단인 스마트폰 전원을 하루 종일 꺼놓은 것도 모자라, 무슨 놈의 소주를 그렇게 마시고 자정이 넘어 들어왔는지. 연락도 끊고 어디 있었냐며 근심과 잔소리를 보인 친구들. 특히 세나는 거의 울다시피 하며 원망을 늘어놓았었지.


‘그 인간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20년이 훨씬 넘는 세월 동안 혼자서도 아무 생각 없이 잘 살아왔는데, 느닷없이 왜 나타나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 거냐고!’


현진서. 자신을 휘수의 친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남자. 하지만 그런 사람이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매정하게 등을 돌릴 수 있나? 생각할수록 화가 나 당장 거울을 주먹으로 후려갈기고 싶다.


‘그 인간만 도서관에 찾아오지 않았어도, 친구들에게 걱정도 끼치지 않고 술도 무리하게 마시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무리 화가 나도 친구들을 생각하면 그런 식의 돌발행동은 결코 옳지 않은데, 특히 그냥 친구가 아닌 한 집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가족과도 같은 친구들이 아닌가. 생각할수록 너무 미안하여 오늘 아침에 눈이나 제대로 마주할 수 있을지.


‘······.’


다행히 이제 막 시간이 6시에 접어들고 있어 아직도 친구들은 잠에 푹 빠져 있는 상황. 부엌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끝내고 밖으로 나가기에 적합한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생각하는 대로만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필 먹을 게 빵이랑 우유 밖에 없네. 조금이라도 속이 편안해지려면 매콤한 국물이 필요한데······.’


선반을 열어보니 라면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녹록치 않다. 라면 끓일 때 발생하는 특유의 소음에 향기까지 친구들을 자극할 테니까. 더구나 친구들의 감각은 인간보다 훨씬 민감하다.


‘됐어. 오늘 하루만 편의점 신세 좀 지지 뭐.’


선반을 닫고 거실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재킷으로 시선을 돌리려는데.


“허억! 까, 깜짝이야!”


문 열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소리 없이 부엌으로 들어온 알카디우스.

꿈속에서조차 상상 못했던 세계 아르피아 대륙에서 온갖 일을 겪으며 강심장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을 모두 깨워버릴 정도로 크게 소리칠 뻔 했다.


“휘수, 많이 놀랐어? 목이 말라서 물 한 잔 마시려고 들어왔는데.”

‘맞다. 알카디우스는 늘 6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지?’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추태 같은 거 없이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지만, 친구들을 걱정 끼쳤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어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웬만하면 마주치지 않고 조용히 나오고 싶었는데 이런 상황이면······.


“휘수, 아침 일찍 어디 나가려고? 이제 겨우 6시인데 벌써 옷을 다 입고 있고,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내가 나갔다 올까? 어제 늦게 들어와서 많이 피곤할 것 같은데, 먼저 꿀물부터 타줄까?”


평소와 다름없이 알카디우스의 특유한 부드러운 말투가 물 흐르듯 흘러나온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난 후의 맑은 루비눈동자에서는 원망 같은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 아니야, 괜찮아. 그냥 편의점 가서 마시고 오면 돼. 마침 새벽이니 맑은 공기에 산책도 하고 딱 좋은데? 하하.”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어제 상황에 대해 딱히 추궁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알카디우스 성격이 워낙 너그럽다 보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적당히 얼버무리고 자리를 벗어나면······.


“그럼, 얼른 갔다 올게.”

“휘수, 잠깐만.”


알카디우스는 너그럽기도 하지만, 과거 기사단 부단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만큼 빈틈없이 철두철미하기도 하다. 적당히 얼버무리는 휘수를 그냥 보내줄 리가 만무하다.


“아직 친구들 깨려면 한 시간은 족히 있어야 할 텐데, 같이 가자.”

“가, 같이?”

“으응? 같이 나가면 싫어? 친구들 깰 때까지 기다리려면 심심해서 같이 나가면 좋겠는데.”

“그, 그렇지 않아. 내가 알카디우스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것도 단 둘이 있는 상황을 싫어할 리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어찌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싫다고 고개를 휙 돌릴 수 있겠는가. 결국 휘수에게 다른 선택의 길이 없었다.


******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밖으로 나온 휘수는 본래 생각했던 대로 가까운 편의점으로 알카디우스를 데려갔다.


“어서 오십시오.”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던 아르바이트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자, 손님 한 명 없어 휑하기까지 한 내부가 펼쳐졌다. 편의점 입장에서는 매출 걱정이 들겠지만 휘수와 알카디우스 입장에서는 자기들만의 조용한 공간이 확보되어 기분 좋은 상황.


“으음, 맛있어. 컵라면과 삼각 김밥의 조합이 정말 잘 어울리는데?”


대한민국 편의점에서 흔하디흔한 컵라면과 삼각 김밥을 먹으며 활짝 웃는 알카디우스.


“하하, 대학생 시절에 정말 지겹게 많이 먹었던 메뉴야. 조금이라도 돈을 아껴보겠다며 아등바등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히 떠올라.”

“정말? 돈을 아끼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공부에 집중하려면 체력이 뒷받침 되어줘야 할 텐데. 이걸로 괜찮을까?”


아르피아 대륙에서 컵라면이라는 인스턴트식품을 미리 접해본 알카디우스였기에 지금 먹고 있는 음식들이 건강에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풍족함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멀다 보니까 어쩔 수 없어. 등록금만 해도 1년에 천만 원 가까이 되는 대학교가 수두룩한 걸? 나중에 졸업하고 취직하고 학자금 대출 받은 거 다 갚으려면 일찍부터 돈을 아끼는 게 현명할지도 몰라.”

“어휴, 열심히 공부하고 졸업하고 취직했는데 빚을 갚아야 하다니. 너무 안타까워.”


1년에 등록금이 천만 원 가까이 되는 교육기관은 물론 학자금 대출이란 단어도 아르피아 대륙에 전혀 존재하지 않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크게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잠시 가벼운 주제로 대화가 오갔으니, 이제 휘수는 마음속에 담아둔 본론을 꺼내야 했다.


“알카디우스, 어제는 정말 미안했어. 아무리 기분이 안 좋아도 막무가내로 연락을 끊고 술에 아주 떡이 되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정말 추한 꼴을 보이고 말았어.”

“······.”


내심 휘수의 무책임한 행동에 화가 나 있었던 걸까? 그의 진심어린 사과에도 알카디우스는 조용히 침묵을 지켰다.


“나중에 샤키라한테 따로 부탁해볼까 하는데 어때?”

“응? 샤키라한테 뭘 부탁해?”


느닷없이 샤키라 얘기를 꺼내는 알카디우스의 의도가 무엇일까?


“샤키라가 다니는 연구소의 연구소장이, 회식에서 샤키라한테 된통 혼이 난 뒤로 쥐 죽은 듯이 지내고 있대. 아래 직원들을 함부로 부리거나 여직원들에게 추근거리던 버릇이 싹 사라져 그야말로 일할 맛이 난다고 하더라고.”

“아아, 그 얘기는 나도 들어서 잘 알고 있어. 성난 웨어울프의 모습을 보고 다들 찍소리도 못 했다지? 그런데 이후 남자 연구원들이 그렇게 멋지다며 데이트 신청에 편지에, 아주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던 것도 들었어.”

“어제 휘수도 직장에서 팀장님에게 시달려서 그랬던 거지? 최근 도서관 행사 때문에 너무 민감해져서 그렇게 부하들을 달달 들볶는다고 했잖아? 샤키라한테 부탁하면 한 번에 싹 해결될 것 같은데 내 생각이 어때?”


휘수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평소에 생각도 하지 않던 농담을 던져본 것이다. 애초에 휘수가 모두를 걱정시킬 만큼 안 하던 행동을 했는지 충분히 짐작가는 상황이니까.


“그러게. 정말 샤키라한테 진지하게 부탁해볼까? 그 팀장,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게 해달라고?”

“······!”


순간 날카로운 눈매에 무섭게 굳어버린 휘수의 표정. 겉으로는 팀장이란 단어를 꺼내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알카디우스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제와 똑같아. 평소에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굳은 얼굴.’


계속 보고 싶지 않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더욱 무섭게 굳어지는 표정은 바라지 않는다.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인상 좀 펴, 휘수!”

“으응?”


느닷없이 버럭 소리치는 알카디우스에게 깜짝 놀라는 휘수.


“이제 보니 너도 점점 샤키라를 닮아가는 구나? 샤키라가 툭하면 막장드라마 얘기 꺼내니까 그거 따라하는 거잖아?”

“으잉? 그게 무슨 소리야, 알카디우스? 나 막장드라마 끊은 지 한참 되었고, 그건 오직 샤키라 외에 아무도 안 본다고. 가끔 세나가 억지로 끌려가서 보기는 하지만······.”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콧방귀를 뀌는 알카디우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흥! 지금 네 얼굴, 막장드라마의 남자주인공과 판박이야. 흔히 터프가이? 아니, 그건 옛날 단어고 지금은 나쁜 남자라고 하지?”

“나, 나쁜 남자?!”

“휘수는 그런 나쁜 남자 스타일은 하나도 안 어울려. 그저 이렇게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는 게 가장 잘 어울린단 말이야. 에잇!”


알카디우스의 두 손이 휘수의 양쪽 뺨을 가볍게 꼬집으며 쭉 늘어뜨렸다.


“아야얏! 표, 표정 필 테니까 이것 좀 놔줘!”


저 작고 새하얀 손이 왜 이렇게 매운 건지, 휘수는 눈물을 찔끔거릴 정도로 아팠다.


“응? 세나에게 메신저가 왔어. 휘수 오빠 스마트폰도 안 가지고 어디 갔냐고 물어보는데?”

“아, 그러고 보니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왔구나.”


어젯밤 울다시피 하며 원망을 쏟아놓던 세나였는데, 이거 오늘 아침에 어쩐지 조용히 넘어가기 어려울 것 같다.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설명하면 별 다른 일 없을 테니까. 그것보다는······.”


알카디우스가 앞장서 편의점을 나서며 통보하듯 말했다.


“앞으로는 그런 표정 짓지 마.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는 휘수가 훨씬 멋진 미남이니까. 알았지?”

“그, 그래, 알았어. 내 양쪽 뺨의 안전만 보장해준다면야······.”


아프기는 정말 아팠지만, 다른 것보다 이렇게 장난을 거는 알카디우스의 귀여운 모습이 또 오랜만이라 휘수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저 실버 드래곤 아가씨가 한 번 마음먹으면 도저히 말릴 수가 없지.


‘후훗, 그래, 휘수. 앞으로도 쭉 그렇게 웃어줘.’


자신의 통보를 큰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휘수에게 만족감을 느끼며 미소 짓는 알카디우스. 하지만 그녀의 미소는 곧 몰려오는 근심에 휩싸여 오래가지 못했다.


‘휘수가 다시는 그런 무서운 표정 짓지 않도록, 언제나 웃을 수 있도록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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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4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1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4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4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40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1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2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8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4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2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4 1 12쪽
»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7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6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8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50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3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1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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