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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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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548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20.02.02 12:00
조회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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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DUMMY

‘틀림없어. 그때 주차장에서 봤던 그 남자야. 뭔가에 쫓겨 빠져나가는 듯한 휘수의 모습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걸까?’


알카디우스 자신이 예상치 못하게 일찍 퇴근하게 된 날, 휘수를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몰래 도서관을 찾아갔었는데, 그곳에서 고급 남색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를 처음 만났다.

사실 만났다고 표현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이, 먼 거리에서 살짝 본 것이라 솔직히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고, 무엇보다 휘수가 급히 자신을 데리고 장소를 벗어났었다.


“아니, 혹시 귀가 안 들리세요? 보청기라도 사드릴까요? 그게 아니라면 당장 제 앞에서 사라지란 말입니다!”


알카디우스가 근처에 있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하고 있는 휘수는, 계속해서 남자를 향해 버럭 고함을 질러댔다. 남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눈만 날카롭게 부릅뜬 채 침묵을 지키고 있고.


‘설마 저 남자······?!’


인간보다 훨씬 넓고 선명한 시야를 가지고 있는 실버 드래곤 알카디우스.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지만 몇 번 눈을 깜박이며 정신을 집중하자 흡연부스 투명 벽 너머의 남자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휘수와 똑같은 갈색 머리와 눈동자, 뭐 그 정도는 다른 사람들도 흔히 가진 특징이니 딱히 걸고 넘어질 것 없고, 가장 중요한 것은······.


‘휘수와, 너무나 많이 닮았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버지! 알카디우스의 머릿속에서 당장 떠오른 단어다.


‘저 남자가 휘수의 친아버지라면, 지금 상황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 아버지에게 향하고 있는 저 엄청난 증오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오른손이 살며시 왼쪽 가슴에 얹어진다.


‘이렇게나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는 건 아닌지······.’

“계속 이 숨 막히고 좁아터진 곳에서 이야기할 셈이냐?”


심장이 불규칙하게 쿵쾅거리는 이 혼란스러운 마음은 안타깝지만 억지로 누그러뜨려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입 꾹 다물고 있던 남자 현진서가 드디어 조용히 입을 열었기 때문이다.


“왜요? 이런 곳은 싫어요? 오히려 당신한테는 옛날 추억도 떠오르고, 훨씬 좋을 것 같아서 일부러 여기로 안내한 건데요?”

“하아······.”


휘수의 고함이 얼마나 이어졌던 걸까? 잘은 모르지만 제법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인지 머리가 지끈거려 잠시 한숨과 함께 이마를 주물럭거렸다.


“여기서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으니 일단 장소를 옮기자. 네가 일하는 도서관에서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기다렸다가 네 집으로······.”


그때 휘수가 진서의 말을 싹둑 잘랐다.


“절대 안 돼요! 당신이 제가 살고 있는 집에 와서 뭘 하려고요?! 쥐새끼처럼 쥐구멍만한 집에서 살고 있다고 비웃고 싶으면 여기서 실컷 하란 말이에요!”

“이제는 세 살 먹은 코흘리개도, 장난감 사달라고 조르는 철부지도 아닌 무려 서른 살이나 먹은 어른이, 언제까지 케케묵은 옛날 일에 사로 잡혀 있을 생각이냐?”

“옛날 일? 그것도 케케묵은 옛날 일이라고 하셨어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다시 언성을 높일 준비를 갖춘 휘수.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옛날에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고나 그런 말을 하는 건가요?!”

“······.”

“아아, 당신은 모르는 게 당연하겠군요. 찢어져도 아주 갈가리 찢어진 가난에서 탈출하고 떵떵거리며 살아오신 분이 어떻게 알겠어요?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얼굴 한 번 안 비추신 분이니까요.”

“······.”

“왜요? 정곡을 찔렀어요? 설마 오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바쁜 일이 생겨 못 왔다고 변명하실 건 아니겠죠?”


흡연부스 안에 잠시 침묵이 감돌고, 이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알카디우스는 동그랗게 떠진 루비눈동자가 말해주듯 놀라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르피아 대륙에서 휘수와 쭉 사귀어왔지만, 가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어. 자칫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얘기를 꺼낼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는데.’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말을 꺼낸 상황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침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고, 알카디우스는 다시 긴장의 끈을 움켜잡은 채 귀를 쫑긋 세워야 했다.


“얘기는 들었다. 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외가와 고아원을 전전하며 지냈다는 사실을. 정말 많이 힘들었겠지만 이렇게 잘 자라주었고, 그래서 나는······.”

“왜요? 잘 자라주었으니까 기특하다고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은 거예요?! 부모 없이 혼자 자란 것도 모자라 집도 구하고 직장도 구해서 대견해요?!”

“······.”

“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아버지란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집을 나가더니, 아주 오랜 시간 뒤에 돌아와서는 어머니한테 서류 한 잔 던져주고 다시 나가버렸던 모습을! 그걸 읽으신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바닥에 엎드려 통곡하셨고요!”

“······.”

“그뿐인 줄 아세요?! 당신이 집을 나가고, 나는 어린이집에서 친구들에게 엄청 놀림을 당했어요. 아빠 없는 녀석이다, 쟤 부모 부부싸움하고 이혼했다 등등! 그럴 때마다 우리 아빠 멀리 일하러 가셨다고 소리치고, 나중에 아빠 데리고 와서 너희들 다 혼내주겠다고!”

“······.”

“당신이 오자마자 저는 바로 달려가서 옷깃을 잡아당겼죠. 어린이집에서 나 놀렸던 친구들한테 아빠 자랑하고 다 혼내줄 거라고! 그런데 당신은, 징그러운 벌레라도 본 듯한 표정과 함께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를 밀어버렸죠!”


어느새 휘수의 눈동자에 충혈이 발생하고, 눈물도 점점 고이기 시작했다.


“당신이 던져 준 서류에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도장을 찍으시고, 그 후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돌아가셨어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던 어린 아이의 손에 잡힌 어머니의 얼굴이 어찌나 차갑고 또 가볍던지, 지금도 이 두 손에서 그 느낌이 생생하게 떠오르고 있다고요!”


휘수의 두 손이 부르르 떨린다.


“혼자 남은 저는 외가로 가게 되었고, 할머니, 이모, 외삼촌의 시선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귀찮다고 느끼는 시선, 결국 갈 곳은 고아원뿐이었죠! 그리고 나이 좀 먹으니 이번에는 청소년 시설로 장소가 바뀌더군요!”


눈물까지 흘릴 정도의 울분. 진서는 휘수의 울분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데, 어머니를 사랑하긴 했나요? 대학생 시절 서로 만나 불타는 사랑을 나누고 저를 낳고,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멀리 도망까지 갔다고 들었는데 대체 왜 그랬던 거예요? 애초에 시작을 하지 말 것이지!”

“······.”

“혹시 어머니는 당신에게 그냥 몇 번 만나 욕구나 풀 수 있는 그런 존재였나요?! 사고치고 나니 수습하긴 해야겠는데 괜히 앞길 막힐까봐 걱정되고. 그래서 어머니한테 망설임 없이 이혼서류 던진 거였나요?!”

“······!”

“반박 못하는 것을 보니 제 생각이 맞나 보네요! 분명 내 아이가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혼사유가 충분하다. 이런 식으로 서류를 꾸몄겠죠! 흔히 저질러놓고 도망치는 쓰레기들이 흔히 생각해내는 방법이잖아요? 안 그래요?”


휘수의 울분을 더 이상은 들어줄 수가 없는지, 어느새 진서의 두 손이 힘이 잔뜩 들어준 주먹으로 변해 있었다.


“현휘수! 그게 지금 아들이 아버지한테 내뱉을 수 있는 소리냐?! 그것도 모자라 지금 아버지를 죄인 취급하듯 추궁까지 하다니!”


진서의 언성이 높아졌지만 휘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질세라 목소리를 높였다.


“아버지? 천만에!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당신이 아빠라고 부르며 매달린 어린 아이를 벌레 보듯 하며 밀어버린 순간부터, 내 기억 속에 아버지는 죽은 지 오래라고!”

“현휘수!”

“내 이름 부르지 마! 한때 아들이었던 사람한테 험한 말 듣고 싶지 않으면!”

“뭐, 뭐라고?!”

“험한 말이 싫어요? 그럼 험한 꼴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마음에 들려나?”


짝!


흡연부스를 넘어 바깥에까지 선명하게 울려 퍼지는 따귀소리. 긴장의 끈을 움켜잡은 채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알카디우스도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할 정도였다.


“하!”


진서가 휘두른 손바닥에 왼쪽 뺨이 퉁퉁 부어오른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휘수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오려는데.


짝!


다시 한 번 손바닥이 날아와 가뜩이나 부어오른 왼쪽 뺨을 다시 가격했다. 이번에는 손바닥이 살짝 아래로 내려와 입술을 때려 그만 출혈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런데 진서는 그 정도로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이번에는 휘수의 멱살을 잡고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이, 이놈이 아무리 부모 없이 막 자랐기로서니 말버르장머리가 그게 뭐냐!”

“하······.”


휘수는 몸이 심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헛웃음을 흘렸다. 내 웃음을 보고 약이나 바짝 오르라는 심정으로.


“다른 사람도 아닌 아버지한테 그따위로 바락바락 대들고 헛소리나 지껄이고! 그따위 태도는 대체 어디서 배운 거냐?!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아니면 네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가르쳐주더냐?!”

‘어, 어떻게 해야 하지?! 당장 가서 말려야겠지?!’


평소라면 당장 휘수를 위해 온몸을 내던졌을 텐데, 알카디우스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상하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왜 이러는 거지?! 마치 발에 접착제라도 붙어 있는 것처럼 꼼짝할 수가 없어! 이대로 휘수를 내버려두면 안 되는데!’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에 여전히 불규칙하게 쿵쾅거리는 심장까지. 그것도 모자라 손도 부르르 떨리는 것이 확실히 이상했다.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되어 나서지 못하는 걸까?


“이제, 다 했나요? 속이 시원해요?”


여전히 알카디우스가 근처에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휘수는 진서가 슬그머니 멱살을 놓아주자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태연하게 물었다.


“제가 할 말은 이것뿐이에요. 당장 돌아가시고, 두 번 다시 제 눈앞에 나타나지 마세요.”


휘수는 이대로 도서관에 복귀했다가는 직원들은 물론 이용자들에게도 한 마디씩 우려를 듣게 될 것이 뻔했기에 급한 대로 손수건으로 수습을 해보았다. 일단 터진 입술은 피가 금방 멎은 것 같은데 부어오른 뺨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저한테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그러니 그때처럼, 다 잊어버리고 혼자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사세요. 당신한테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것뿐이에요.”


통보하듯 내뱉고 흡연부스에서 나오는 휘수. 잠시 멍하게 있던 진서가 급히 따라 나왔지만.


“휘수야! 현휘수!”


아무리 목이 터져라 불러도 휘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휘수······.’


알카디우스도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도서관을 향해 복귀하는 휘수에게 넋이 나갔다. 휘수를 불러서 잠깐 이야기를 나눌까? 휘수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까? 뭘 해야 가장 현명한 걸까? 새하얘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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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4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1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4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2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4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8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1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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