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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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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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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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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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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DUMMY

다정한 대화와 함께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맛있는 음식까지 즐기는 2번 룸과 달리, 휘수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1번 룸은 절간이라 표현해도 괜찮을 만큼 조용한 침묵만 감돌고 있었다.


“입맛에 맞는지 모르겠구나. 어릴 때 소고기를 무척 좋아해서 여기로 왔는데. 국산 최고급 한우만 취급하는 레스토랑으로 아주 유명한 곳이란다.”

“아, 입맛에 잘 맞아요.”

“다행이구나. 많이 먹고 혹시 부족하면 언제든지 말해주렴.”

“네. 아버지도 많이 드세요.”


대화가 존재하긴 했지만, 아주아주 형식적인 주제의 대화일 뿐이었다. 누가 보면 간단한 대화 프로그램이 세팅되어 있는 로봇은 아닐까 생각이 들지도.


‘휘수······.’


어색하기 그지없는 부자와 함께 하고 있는 알카디우스로서는 최고급 비프스테이크의 맛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신경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남아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을 걱정해주는 모두를 위해 굳게 마음먹고 이 자리까지 나왔는데 과연 어떤 결말이 나타날지······.


‘걱정이 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나나 친구들이 나설 수 있는 자격은 없어. 오롯이 휘수 혼자서 해결해야 할 문제야.’


부자의 모습을 볼 때마다 조심스럽게 나서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더욱 강하게 먹었다.


‘휘수가 어떤 생각을 하든 행동으로 옮기든, 조용히 지켜보며 존중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전부야.’


그렇게 부사 사이의 형식적인 대화와 알카디우스의 끝이 보이지 않는 근심이 이어지며 어느 새 식사가 끝이 났고, 후식으로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쿠키가 차려졌다.

후식이 끝나면 레스토랑을 벗어나야 하고, 그것은 곧 어렵게 성사된 부자의 작별로 이어질 텐데 알카디우스의 표정에서 근심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자. 지금 그렇게 걱정된다는 건, 결국 휘수가 못 미덥다는 거잖아?’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 한 모금을 입으로 가져가는 알카디우스. 갓 끓여낸 커피의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 불안했던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것 같다.


‘무모한 인간 현휘수. 드래곤인 나조차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모하여 난감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지. 그것이 자칫 죽음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기도 했었어.’


커피 덕분에 몸이 따뜻해지고 나아가 불안한 마음도 가라앉자 문득 아르피아 대륙에서 휘수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하지만 모두 무사했지. 우리를 힘들게 했던 상황도 깨끗하게 마무리되고. 결론은 무모해 보여도 휘수의 선택이 우리 모두의 목숨을 구하고 지금 이 자리까지 함께 오게 된 거야.’


친아버지 진서가 말없이 커피를 마시고 입가심으로 쿠키를 한 개 먹은 뒤 천천히 아들 휘수의 눈을 쳐다보았다. 이 어색한 침묵을 깨뜨리기 위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넬 것이다.


‘이제 어떤 대화가 시작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난 휘수를 믿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아버지를 쏘아보고, 아버지는 그런 아들을 무차별 때리고.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그때의 상황은 결코 재연되지 않으리라! 휘수를 향한 굳은 믿음을 품고 차분하게 부자의 대화를 듣기 시작했다.


“애비란 작자가, 하나뿐인 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말았다. 지금 와서 이런 말이 코웃음밖에 안 나오겠지만, 정말 너에게 잘못했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었다.”

“······.”

“무엇이든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금은보화에 영혼까지 빼앗겨 소중한 가정을 내팽개치고, 나라는 놈은 정말 부모 자격 미달이었어.”

“······.”


휘수는 겨우 한 모금밖에 안 마신 커피를 내려놓고 굳은 표정으로 아버지를 응시했다.


“정말이지, 하늘의 벌을 받은 거다. 금은보화를 내 품에 안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것을 지켜내는 것이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었으니까.”

“무슨 약한 말씀을 하세요, 아버지? 한 회사의, 그것도 유럽에서 잘 나가는 회사의 대표나 되시는 분이.”


휘수 입장에서 진서의 푸념이 한낱 엄살로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한심해 보이지? 이왕 마음먹어놓고 끙끙 앓는 소리나 해대니 말이야.”


씁쓸하게 웃음을 흘린 뒤 다시 커피 한 모금을 입으로 가져가는 진서.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데요, 아버지?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른가요?”


휘수는 말투가 제법 퉁명스러웠는데도 내색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진서에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뻔뻔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감정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구나. 한순간에 회사 대표의 사위가 되어 경영 공부에 회사 운영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고······.”


뒷말은 선뜻 내뱉기가 어려운지, 진서가 계속 머뭇거렸다.


“본사가 지금의 노르웨이로 옮겨지고, 사업도 계속 번창하는 과정에서 가슴 아픈 일이 연달아 발생하고 말았다. 나를 사위로 맞아주신 대표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대표님의 유일한 후계자였던 따님 또한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

“그, 그럴 수가······.”


휘수는 안타까운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가정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부서진 끔찍한 상황. 혼자 남겨진 아버지가 얼마나 외로운 투쟁을 벌여왔던 걸까?


“후계자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잠식하려는 작자들이 고개를 들었고, 나는 회사를 지키기 위해 오랜 세월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여야 했단다. 비록 최종적으로 승리자가 되긴 했지만 나에게 남은 건 상처뿐이었어.”

“아, 아버지!”

“아버님!”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지켜만 보던 알카디우스도 고통을 참으려는 듯 질끈 눈을 감는 진서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문 채 서둘러 알약을 꺼내 목구멍에 집어넣는 진서. 물을 찾을 여유 따윈 없어 미지근하게 식은 커피를 급하게 들이켰다.


“별 것 아니란다. 신경 쓰지 말 거라.”

“아버지······.”


억지로 웃음까지 짜내 보이는 아버지였지만, 이미 알카디우스에게 받은 진단서에서 모든 내용을 읽은 휘수로서는 점점 눈가에 고여가는 눈물을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다.


‘진통제 없이는, 잠시도 견딜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데 뭘 신경 쓰지 말라는 거야!’


그래도 아버지 앞에서 창피하게 눈물을 보이긴 싫어 시선을 휙 돌린 채 눈동자에 힘을 팍 주는데.


“응? 알카디우스?”


물끄러미 휘수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알카디우스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살며시 그의 손을 들어 올렸다. 내 손을 어디로 이끌 생각인 건지, 잠자코 그녀의 뜻대로 해주었는데.


“아, 알카디우스.”


놀랍게도 알카디우스에게 이끌린 손이 향한 곳은 테이블 위. 정확히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아버지의 손등 위였다,


끄덕


당황하는 휘수에게 알카디우스가 해줄 수 있는 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뿐이었다. 휘수 입장에서는 저렇게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알카디우스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하아, 정말 감당 안 되는 실버 드래곤 아가씨야. 괜히 같이 있어 달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은근히 후회까지 들었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 따윈 없었다. 애초에 계획에는 없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대로 약간의 수정을 할 수밖에.


“따뜻하구나. 하나뿐인 내 아들의 손······.”


아들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휘수는 괜히 부담스러워 오랫동안 눈을 마주하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려야 했다.


“내일··· 아니, 이제 중요한 업무가 다 끝나 오늘 밤에라도 미국으로 떠날 계획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들어주겠니?”

“무슨 말씀이든, 얼마든지 괜찮아요.”


눈빛은 부담스러울지언정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잡은 손은 놓지 않는 현휘수.


“휘수야, 이 못난 애비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구나.”


휘수의 손에서 전해지는 체온을 충분히 만끽한 뒤 살며시 손을 떼어 정장 재킷 안주머니로 향하는 진서. 그 안에서 나온 편지봉투 한 장이 휘수의 손에 쥐어졌다.


“아, 아버지, 이건?!”


오직 진서의 유일한 혈육인 휘수만이 읽을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서, 유언장이었다.


“이런다고 그때의 상처가 아물어지지 않겠지만, 이렇게라도 너에게 사과를 하고 보상도 하고 싶었다. 부디 이 못난 애비의 마지막 부탁을 저버리지 말아다오.”

“하아, 하하하······.”


알카디우스에게 일찌감치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아버지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 사살당하자 휘수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유언장에 나와 있는 내용을 잠시 읽어 내려가다 눈가에 가득 고인 눈물을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하고 비 오듯 쏟아냈다.


‘젠장! 빌어먹을! 그냥 서로 모른 척 끝까지 살아갔으면 좋았잖아? 왜 이렇게 마지막까지 나한테 상처를 주는 건데! 대체 왜!’


아무리 아버지가 밉고 증오스러워도, 이 세상에 나를 태어나게 해주신 단 한 분뿐인 아버지. 이제는 그런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빌어먹을 상황에 휘수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정말 미안하다, 휘수야. 이 못난 애비를 용서해줄 수 있겠니?”


눈물을 쏟는 아들의 모습에 아버지도 가슴이 아파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


스윽


부자의 눈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알카디우스도 눈시울이 붉어졌고,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이 상황에서는 굳이 자신이 같이 있어 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얘들아, 식사 맛있게들 했어? 후식도 잘 먹었고?”

“어? 알카디우스, 휘수 오빠랑 같이 있는 거 아니었어?”


손등으로 급히 눈물을 훔치던 알카디우스가 향한 곳은 바로 옆의 2번 룸. 리스, 세나와 함께 커피와 쿠키를 먹고 있던 샤키라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알카디우스 언니, 우는 거예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알카디우스가 이렇게 와줘서 반가웠는데 그런 마음도 잠시, 세나는 알카디우스의 눈가에 선명한 눈물 자국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서, 설마, 조금 안 좋은 이야기가 나왔던 거야? 하지만 분위기가 조용했던 게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지는 않은데?”


리스가 샤키라, 세나와 번갈아 눈을 마주하자 모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조금 짓궂은 마음이 들고, 또 어쩐지 샘이 나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어.”

“엥? 네가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아르피아 대륙에서 일찌감치 일행에 합류했던 리스와 샤키라로서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저기,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 전혀 없어. 진짜 느닷없이 엉뚱한 생각이 들었을 뿐이니까. 갑자기 철없는 어린애가 되었다고 할까?”

“언니, 정말 괜찮은 거예요?”


알카디우스는 걱정스러워하는 세나를 위해 금발을 쓰다듬어주며 빙긋 웃음까지 지어보였다. 아직도 눈물이 고여 있어 조금도 안심이 되지 않지만.


“그럼! 언니 정말 괜찮아. 그보다 후식이 부족한 것 같은데 뭣 좀 더 시킬까? 아이스크림? 녹차? 아니면 여기가 산딸기 얹은 파이가 유명하다는데 그거 시킬까?”


관심을 돌려보려 애썼지만 그럴수록 친구들의 근심은 더욱 커질 뿐이다. 알카디우스도 괜한 짓을 했다 생각하고 그저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돌릴 수밖에.


‘처음에는 휘수가 무척 부러웠어. 나와는 달리,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가족이 찾아왔으니까.’


그녀의 부러운 마음은 안타깝게도 오래 가지 않았다.


‘아버지와 만나 지금까지 못 받은 사랑을 듬뿍 받으면 좋을 텐데, 다시 작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 나와 같은 슬픔을, 휘수는 절대 느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다시 알카디우스의 눈에서 안타까운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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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3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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