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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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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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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96,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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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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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96화 언니의 부탁

DUMMY

언니 품에 안겨 펑펑 눈물을 쏟는 알카디우스를 겨우 달래어 집으로 들어왔지만, 눈부신 거실 형광등 아래에서 선명하게 비춰지는 블레시아의 몰골에, 알카디우스는 다시 안타까운 눈물을 왈칵 쏟아야 했다.


“오랜만에 언니를 만났는데, 웃으면서 맞아주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울면 되겠니? 어린아이도 아니고.”

“언니, 흐흑!”

“언니는 아무렇지도 않아, 알카디우스. 그저 이 낯선 세계의 공기가 아르피아 대륙과 너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쉽게 피곤해져서 그럴 뿐이라고.”


블레시아가 아무리 부드럽게 말을 건네줘도 알카디우스의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기란 역부족이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수십해야 할지, 알카디우스의 친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그저 상황만 지켜볼 뿐.


‘알카디우스가 자기 언니를 착각할 일은 없겠지만, 아무리 봐도 믿기지가 않아. 저 붉은 머리 아가씨가 정말로, 아르피아 대륙에서 나와 친구들의 목숨을 위협했던 그 레드 드래곤이 틀림없는 건지.’


누런 피부에 창백한 얼굴, 그리고 윤기가 흐르지 않는 붉은 머리카락 중간 중간에 보이는 탈모 증상까지! 다 죽어가는 중환자처럼 보이는 저 아가씨를 누가 과연 용맹한 레드 드래곤이라 생각할지, 휘수의 고개가 저절로 절레절레 저어졌다.


“이봐, 케이렉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휘수의 이 말 한마디에, 리스와 샤키라, 세나의 시선도 모두 블레시아 곁을 초조하게 지키고 서있던 케이렉스에게 집중되었다.


“내가 설명해줄 테니 케이렉스는 조금 쉬게 해주면 안 될까? 이 세계에 발을 들인 뒤부터 나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

“언니가 많이 힘들 것 같은데······.”

“괜찮아. 고작 입술을 우물거리는 것뿐인데 힘들게 뭐가 있겠니?”


휘수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는 블레시아. 휘수도 언니를 걱정하는 알카디우스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간절한 부탁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케이렉스, 이 방에서 쉬어. 침대가 편할지는 모르겠지만.”

“고맙군. 블레시아님의 말씀을 거역할 수는 없으니 아주 조금만 쉬겠다.”


평소에 인간이라면 질색을 하던 케이렉스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휘수의 호의에 조금이나마 고마움이 드는 모양이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케이렉스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방문을 닫아주고, 다시 거실로 나오자 한참 블레시아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인간 현휘수가 먼저 아르피아 대륙을 떠나고 얼마 뒤, 다시는 만나기 어려운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는 알카디우스를 위해 특별히 권유를 했지. 아직 소환문이 열려 있는 지금이 기회니 마음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도 좋다고.”

“알카디우스에게 들었어. 언니의 따뜻한 배려가 아니었다면 이 세계로 넘어올 생각 따윈 조금도 하지 못했을 거라고.”

“훗. 따뜻한 배려라고 생각해주니 어쩐지 쑥스럽군. 뭐, 그래서 알카디우스의 친구들도 하나둘 다시 그레이데스로 모여 이 세계로 넘어간 이야기는 그만해도 될 것 같고······.”


서론이 끝나 본론으로 들어가는 만큼 모두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내 동생이 떠난 빈자리가 크긴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틴 것 같아. 어머니의 원수를 갚겠다며 신물을 찾는 과정에서 마구 죽인 인간들에 대한 참회라고 하긴 우습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어려운 인간들을 도우며 살아왔으니까.”


본론으로 들어갔지만 아직까지는 평범한 이야기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랜 세월 내 몸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던 인간들의 피비린내가 완전히 사라져가고, 나도 새로운 삶에 적응을 거의 다 마쳐가는 시점이었는데, 너무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깜박 잊고 있던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


쓰게 웃으며 잠시 자신의 옆머리를 만지작거리는 블레시아. 그녀의 손이 떨어지자 붉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후두둑 떨어졌다.


“어머니께서 앓고 계셨던 병, 그것과 관련이 있는 거야?”


끄덕


알카디우스의 질문에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힘없이 고개만 끄덕거리는 블레시아. 태어날 때부터 몸속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빌어먹을 불치병이 이제야 제 세상을 만난 것처럼 날뛰기 시작한 것이리라!


“너무나 고통스러웠어. 육체적인 고통이야 어떻게든 참을 수도 있겠지만, 일찍이 어머니께서 이 병을 앓고 계셨을 때는 얼마나 괴로우셨을지. 또 나 때문에 케이렉스, 그 녀석이 얼마나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는지 생각하면······.”

“그러고 보니, 블루 드래곤 녀석도 안색이 굉장히 어두워 보였는데?”


공항에서 자칫 케이렉스의 도발에 넘어가 때와 장소 가릴 틈도 없이 큰 싸움을 벌일 기세였던 리스가 오랜만에 마주한 녀석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맞아. 오만방자한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잔인한 악마의 모습과는 좀 거리가 멀게 느껴졌어,”

“아르피아 대륙과 많은 차이가 있는 이 세계에서 적응하려면 아무래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할 테니, 단순히 피곤한 게 아닌 가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블레시아는 리스의 말에 맞장구쳐주는 샤키라와 세나를 잠시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바보 같은 녀석, 나를 위해 치료법을 찾겠다며 잠도 안자고 대륙을 떠돌아다니고, 평생 관심도 없던 의학에 손을 대지 뭐야? 녀석의 노력을 대륙의 여신 이애나님이 지켜보시고 자비를 베풀어주신 건지, 효과가 발생하긴 했어.”

“그 효과로 인해 언니가 지금 이렇게 변했다는 거야?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알카디우스로서는 블레시아의 말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누가 봐도 다 죽어가는 중환자의 모습인데, 이게 어찌 효과로 표한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블레시아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휘수의 생각은 달랐다.


‘드래곤의 불치병, 우리나라에서 흔히 알려진 암과 비슷한 증상이야. 지금 블레시아의 저 모습은 흡사,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암환자와 모습 같아.’


암세포를 제거해주지만 그 만큼 멀쩡한 몸도 망가지고, 특히 풍성했던 헤어스타일을 대머리로 전락시키는 항암치료. 휘수 입장에서 블레시아의 현재 모습을 그렇게 밖에는 해석할 수 없었다.


‘블루 드래곤 케이렉스, 아르피아 대륙에서 일종의 항암치료법을 찾아냈지만 병을 완치시키는데 한계를 느껴 이 세계로 넘어온 건가? 다시 돌아가는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블레시아의 병부터 고칠 생각으로?’


휘수의 의문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봤는지 블레시아가 먼저 의문을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정말 단순히, 오갈 데 없던 녀석을 거두어준 것뿐인데. 그리고 신물을 찾아오라고 노예처럼 마구 부려먹기만 했는데. 나에게 이렇게까지 헌신을 해주는 녀석을 위해서라도, 꿋꿋하게 병마와 싸워 이기고 싶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은 치료법으로도 여전히 병마가 몸속에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땅이 꺼져라 흘러나오는 한숨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현휘수, 너에게 부탁이 있는데 혹시 들어줄 수 있을까?”

“내게 부탁을? 말해봐.”


블레시아의 간절한 목소리에 휘수는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운 일인 거 알지만, 케이렉스 그 녀석이 아르피아 대륙을 등지고 이 세계로 넘어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소기의 목적? 그게 도대체 뭐 길래······?”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와 달리 목소리가 선뜻 나오지 않고 있다.


‘낯선 세계라 지낼 곳이 없으니 여기서 밥과 잠자리 제공해달라는 건가? 가뜩이나 다섯 명이서 사는데도 좁은 아파트인데 군식구 하나 더 늘면! 아니면 아까 의학 공부한다더니, 나보고 이 세계 의학 지식을 전수해달라는 거 아냐? 난 의학의 의 자도 모르는데!’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어 어쩐지 불안해 보이는 휘수의 얼굴이 우습게 보이는지, 블레시아가 쿡쿡 거리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애써 참아냈다.


“네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필요한 물건은 어느 정도 챙겨왔고, 그걸 팔아서 번듯한 집도 마련한 상태라고.”

‘금은보화를 어떻게 잘 팔아서 현금을 마련한 모양이군. 나는 당장 보석밀수로 오인 받아 경찰서에 끌려갔다 왔는데!’


블레시아와 케이렉스의 상황은 아마 억세게 운이 좋은 케이스이리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낯선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한참 부족해. 그래서 말인데 현휘수, 이 세계에서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식을 전수해줬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

‘이 낯선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한 건 맞아.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텐데······.’


멀리 갈 것도 없이 주변의 친구들만 봐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알카디우스, 리스, 샤키라, 세나가 이 낯선 세계에 넘어가 각자의 직업을 구하며 살아가기까지, 그 과정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현휘수였으니까.


“언니,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우리도 힘껏 도와줄게.”


휘수의 대답을 굳이 기다리지 않고 먼저 또박또박 대답을 내놓은 알카디우스. 언니를 무척 사랑하고 있는 동생이 어찌 간절한 부탁을 거절할 수 있겠는가.


“우리 알카디우스, 할 말 없게 만드는 재주가 참 용한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휘수가 너털웃음을 흘리며 친구들을 쭉 둘러보았다. 아르피아 대륙에서 자칫 목숨을 잃을 뻔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알카디우스에 이어 휘수까지 저렇게 말하는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중에 살고 있는 집이나 알려줘. 친구들이 번갈아 가며 이 세계에서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까. 다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특히 케이렉스의 어깨가 무척이나 무거워질 텐데, 잘 견디려나 모르겠어. 이 세계 의학은 아르피아 대륙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우니까.”

“후훗.”


휘수를 비롯한 친구들의 허락에 블레시아가 안심을 느끼며 좀 더 크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그 얘기는 이제 그만하고, 이제 내 용건을 말해야겠지?”

“응? 언니의 용건이 따로 있다고?”


이건 웬 뜬금없는 말?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찾아 케이렉스와 함께 이 낯선 세계로 넘어온 것 말고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어디 보자, 잠깐만 실례할게.”

“어, 언니, 그렇게 걸어 다녀도 괜찮아?”

“걱정하지 마, 알카디우스. 이 푹신한 의자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 덕분에 지금은 멀쩡하니까.”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한 블레시아. 살림살이 체크라도 하는 건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저기,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말을 해주지 않겠어?”


집주인 휘수 입장에서는 기분이 이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도 환자인 만큼 말투를 조심스럽게 내뱉어야 했다.


“하아······.”


집안 곳곳을 모두 둘러본 블레시아는 별안간 한숨을 쉬더니,


“알카디우스! 현휘수!”

“으응?! 왜, 왜 그래?!”


블레시아의 고함이 마치 추상같은 꾸지람처럼 들려 휘수와 알카디우스가 당장 그녀 앞으로 달려와야 했다.

두 사람을 불러세우고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긴장감이 흐른 끝에 블레시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너희들, 서로 사랑한다면서 결혼 생각은 전혀 없는 거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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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주기 변경 공지 19.03.26 229 0 -
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3 1 12쪽
»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1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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