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538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20.02.16 12:00
조회
41
추천
1
글자
11쪽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DUMMY

며칠이 지나고, 알카디우스는 노르웨이 방한 제품 유통업체 크로노와의 계약을 위해 국내 생산라인 실사에 참여하여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제품 생산에 들어가기 전에 엄격한 원자재 검수 과정을 거칩니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발견된다면 그 자재는 즉시 폐기처분에 들어가지요.”

“이곳 생산라인 근로자들 모두 경력이 10년 이상 된 베테랑으로 해외바이어 측에서 원하는 만큼 수량을 너끈히 생산할 수 있습니다.”


크로노의 현진서 대표가 흡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설명하는 영업 2팀 직원들. 알카디우스도 그 부서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정작 그녀는 입 꾹 다물고 있었다.


“흐음······.”


오히려 그녀는 지금 이곳에서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정신을 집중 못 하고 있었다. 대체 어디에 정신이 팔려있는 건지 자신도 모르게 한숨 소리를 대놓고 흘릴 정도였는데,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기계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묻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


한참 중요한 계약이 걸린 업무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알카디우스의 머릿속은 며칠 전에 휘수와 나눈 진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정말 두 번 다시 떠올리기도 싫고, 또 입 밖으로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솔직하게 얘기해줘서 고마워, 휘수.”

“고맙긴. 서로 빚을 갚은 셈 치면 되지. 나도 알카디우스의 과거 이야기를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휘수,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마음 깊숙한 곳에 꼭꼭 숨겨놓은 과거 이야기를 모두 들었고, 거기에 공감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도 흘렸고, 이제 남은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도서관에서 그렇게 마주친 것을 보면, 그 작자 분명 또 찾아올 텐데. 당분간 휴가라도 써서 피해 있어야 하나?”


알카디우스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휘수, 그러지 말고,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건 어때? 당황스럽긴 하지만 휘수의 아버지께서 그렇게 찾아오신 것을 보면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이유? 하하하!”


어이가 없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휘수.


“스스로 소중한 가정을 무너뜨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등을 확 돌려버린 사람이야. 무슨 거창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해?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건장하게 잘 성장한 자식 이용할 궁리나 하고 있겠지. 사지를 졸라 국물이라도 쭉쭉 빨아먹을 생각이라면······.”

“휘수!”


알카디우스는 휘수가 내뱉는 형편없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기 불편하여 버럭 소리쳤다.


“알카디우스, 네가 이 세계에서 몇 년 더 살면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될 거야. 원래 있는 놈들이 더 한 법이거든.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그런 비슷한 부류는 여럿 본 것 같았는데 아닌가?”

“하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할 말을 잇는 휘수의 태도에, 알카디우스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허공을 향해 긴 한숨만 내쉬었다. 이미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상태에서 어떤 말을 해도 통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이대로 대화를 종결짓는 건 아니라고 판단하여 마음속에 담아둔 것을 꺼냈다.


“만약 휘수의 생각이 틀렸다면 어떻게 할래? 휘수가 짚어도 단단히 잘못 짚은 거라면?”

“내가 잘못 짚었다고?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내가?”


다시 어이없다며 너털웃음이 터져 나올 기세였지만 알카디우스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휘수, 네 말대로 길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지 몰라. 과거에 그런 잘못을 저지른 아버지가 뒤늦게 자식을 찾아온 이유를 찾는다면······.”


잠시 뜸을 들이는 알카디우스. 자칫 휘수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는 모양이다.


“지난날의 잘못을 사과하기 위해서.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뭐?! 사과?! 아버지가 나한테 사과하려고 찾아온 거라고?! 푸하하하!”


세상에 이렇게 배꼽 빠질 정도의 코미디가 또 어디 있을까? 휘수가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어댔다.


“뭐가 우스워? 아버지가 아들에게 사과를 건네려고 하는 게 그렇게 우스운 거야?”


휘수의 태도에 알카디우스도 표정이 굳어지고 목소리도 퉁명스럽게 변했다.


“그렇다면 애초에 사과할 짓거리를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지!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뭐하자는 건데?!”


웃음도 잠시, 휘수의 두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이빨은 부드득 갈렸다.


“알카디우스, 너한테 한 번 물어볼게. 만약 너의 어머니··· 아니,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규정을 만든 동족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잘못했다고 싹싹 빌면 쿨하게 용서해줄 수 있어? 자칫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산짐승 밥이 될 뻔했는데?”

“······!”


순간 알카디우스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휘수가 건네온 말에 틀린 말 하나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새어머니와 가족을 만나 과거의 아픈 기억을 싹 잊고 있어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이제야 아차 싶었는지 서둘러 수습에 들어간 휘수. 알카디우스의 아픈 과거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 놓고서는 이제 와서······.


“잘 모르겠어.”

“응?”


기분이 무척 상했을 텐데, 알카디우스의 말은 비교적 차분했다.


“나도 생각이 있고, 감정도 느낄 수 있는 만큼 막상 그 상황이 닥쳐왔을 때 어떻게 될지 장담 못 하겠어. 하지만 이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어떤······?”

“과거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나와 다시 마주했을 때, 본론은 제쳐두고 먼저 사과부터 꺼낼 거란 사실을.”

“하!”


알카디우스는 단호했지만, 휘수는 그녀의 말에 공감이 전혀 가지 않아 헛웃음만 나왔다.


‘정말, 이 대책없는 실버 드래곤 아가씨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태어날 때부터 바보였던 건지, 아니면 아기처럼 순수하다고 해야 하나······?’


딱 사기당하기 좋은 케이스를 꼽는다면 내 눈앞의 실버 드래곤 아가씨이리라! 너무나 순진한 알카디우스에게 말문이 막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만약 휘수의 생각이 틀리면 어떻게 할래? 아버지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화해할래?”

“알카디우스, 너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지만 시간도 늦었고, 언제까지 벤치에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저 진지한 알카디우스에게 대답은 해줘야 할 것 같다.


“좋아. 나는 너그러운 인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으니까, 먼저 사과 건네오면 받아주지 뭐.”


******


“알카디우스 씨.”

“······.”

“알카디우스 씨!”

“네, 네!”


도통 업무에 집중 못 한 채 휘수와 나누었던 이야기에만 빠져있던 알카디우스가 화들짝 놀라며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

현실로 돌아오니 분주하게 돌아가는 기계 소리가 가장 먼저 귓가에 들려오고, 눈앞에는 한참 동안 넋이 나가 있던 알카디우스에게 화가 난 영업 2팀 대리와 사원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정말 어디 몸이 안 좋기라도 한 거야?”

“아, 아닙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대리의 호통에 이어 사원도 한몫 거들었다.


“온 정신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혼자 넋이 나가 있고. 계약 틀어지기라도 하면 알카디우스 씨 목 날아갈 각오해야 할 거야. 알아?!”

“선배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정신 바짝 차릴 테니 한 번만 용서를······.”


연신 사죄드리느라 바쁜 알카디우스가 안쓰러워 보였던 걸까? 가만히 지켜보던 진서가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하하, 노여움을 푸시지요? 알카디우스 씨가 며칠 동안 저를 수행하느라 많이 피곤했던 것 같습니다.”

“대, 대표님.”

“생산 라인 실사는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으니 나머지는 제가 잘 판단해서 대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바쁘지 않다면, 저를 위해 수고해준 알카디우스 씨에게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대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오.”


태도가 불량하다며 불호령이라도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부드러운 웃음을 보이는 진서의 모습에 대리와 사원은 마음 놓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방한 제품 생산 라인 실사가 끝이 나고, 알카디우스는 진서와 함께 따로 이동하여 아담한 카페에 도착했다.


“대표님,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알카디우스가 공손히 사죄를 드렸다.


“아닙니다. 저 때문에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할 텐데,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합니다.”

서로 사과를 건네고 주문한 커피가 오자,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이어졌다.


“계약 건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업무라도 부지런히, 또 충실히 해내는 알카디우스 씨에게 감명을 받은 것도 있지만, 오늘 생산 라인 실사에서 제품 품질도 뛰어났고, 북유럽 시장에서 분명 매력적인 효과가 발생하리라 확신이 들었으니까요.”

“저희를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알카디우스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면서도 조심스럽게 진서의 눈치를 살폈다. 고작 업무적인 말을 해주기 위해 이렇게 따로 부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휘수와, 이야기는 많이 나눠봤나요?”

“네. 그게 저······.”


알카디우스는 선뜻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휘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늘어놓으면 진서 입장에서 기분이 몹시 상하지 않겠는가.


“괜찮습니다. 그렇게 일부러 숨길 필요 없어요. 어떻게 포장해도, 저는 소중한 가정을 무너뜨린 파렴치한이니까요,”

“대표님······.”

“그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애초에 그런 무모한 짓은 시작도 하지 말 것을. 아버지로서 정말 실격입니다.”


씁쓸하게 웃으며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는 진서에게, 알카디우스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는 이번 계약이 마무리되면 미국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미국으로요?”


어쩐지 기운 없는 말투가, 단순히 사업 때문에 떠나는 것으로 들리지 않는다.


“미국에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는데,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게 어렵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서는 커피를 내려놓고 알카디우스의 손을 잡으며 부탁했다.


“알카디우스 씨를 계속 힘들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번 딱 한 번만 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휘수와 만나 10분··· 아니, 5분 만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겠습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최강 파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변경 공지 19.03.26 229 0 -
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3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1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4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