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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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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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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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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DUMMY

세나가 다니는 대학교 근처의 룸카페. 일찌감치 수업이 끝난 세나가 조용한 룸을 선정하여 조금 기다리자, 회사를 조퇴하고 나온 알카디우스가 도착했다.

친자매 같은 다정한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음료를 시켜 시간을 보낸 지 20여분. 오후 4시를 가리키는 뻐꾸기시계 알림소리가 흘러가자 검은 단발에 매서운 눈매를 가진 아가씨가 합류해왔다.


“어서 와, 샤키라. 어려운 부탁해서 미안해.”

“어휴! 진짜 너 때문에 못 살겠다 정말!”


인간들 틈에서 본래의 웨어울프 모습은 절대 금물이었기에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인 샤키라. 당장 핸드백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의자에 털썩 앉자마자 알카디우스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아얏! 숙녀라면 좀 사뿐사뿐 앉아야지, 방정맞게 뭐하는 거야?!”


핸드백 밖으로 머리를 쑥 내밀며 마구 쏘아붙이는 능구렁이 리스.


“시끄러! 그 얄미운 연구소장 녀석, 이번 기회에 기세가 다시 살아나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하는 내 속마음도 모르고.”

“샤키라, 많이 야단맞은 거야?”


조심스러운 알카디우스의 말투에 당장 질렸다는 듯 샤키라의 손사래가 이어졌다.


“어휴! 말도 마. 퇴근까지 세 시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외출 한다고 했다가 연구소장한테 개념 없다는 말 듣고, 그래서 조퇴한다고 했더니 일하기 싫어 땡땡이치는 게으름뱅이 취급 받았다니까? 내가 늑대여왕 시절부터 새벽 5시면 꼬박꼬박 기상하여 하루를 시작하곤 했는데 게으름뱅이라니! 이런 굴욕은 정말!”

“새벽 5시? 스마트폰 알람 없이는 7시에 일어나는 것도 버거워하면서 말은 잘해요.”


리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샤키라가 무섭게 부릅뜬 눈을 그의 얼굴에 바짝 들이밀었다.


“아 좀! 그러면 그런 줄 알 것이지, 그렇게 토를 다냐?! 에버리드숲에서 정말 그랬다고!”

“어허! 사실이 아닌 걸 부풀려서 말하는 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고! 사람이 솔직해야지!”


이제는 영원히 사라졌나 했는데, 잊을만하면 다시 나타나는 리스와 샤키라의 티격태격! 가뜩이나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카페에서 이런 식의 소음은, 알카디우스와 세나를 당혹감에 푹 빠뜨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언니, 오빠,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자꾸 이렇게 떠들면 쫓겨날지도 모른다고요!”


이곳은 세나가 대학을 다니며 자주 이용하던 카페로서, 지나친 소음을 유발하는 손님은 즉각 퇴출이라는 규정을 잘 알고 있어 당장 고함을 버럭 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 알았어. 그냥 조근조근 얘기하면 되지, 언니 귀청 나가면 책임질 건가······.”

“흠흠! 때와 장소는 구분해야지, 암!”


다행히 길게 가지 않고 짧게 잘 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건 이 모임을 주선한 알카디우스가 본격적으로 중요한 용건을 꺼내는 것.


“리스, 샤키라, 사실 너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어렵지만 이렇게 보자고 했어.”

“회사까지 조퇴하고 나와야할 정도의 용건이라면, 결코 가벼운 부탁은 아닐 것 같은데?”

“회사도 안 다니는 녀석이 단어(회사)에 왜 그렇게 힘을 주고 있어?”

“이게 진짜······.”


아까 비아냥거리던 소리에 대한 답례인지, 샤키라의 목소리에 당장 리스가 쌍심지를 켰지만 곧바로 경고가 다분히 담긴 세나의 따가운 눈초리에 성질을 죽여야 했다.


“전에 한 번 얘기했던 거, 다들 기억하고 있지? 휘수의 친아버지 되시는 현진서 대표님.”

“그 이름 석 자를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어?”


누구보다 먼저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샤키라.


“무슨 용건인지 뻔해. 우리보고 휘수 형님을 설득해달라는 거지? 두 분이 어떻게든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리스의 목소리도 샤키라 못지않게 퉁명스러웠다. 휘수, 그리고 알카디우스와 달리 두 괴수는 최소한 자신을 낳아주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경험이 없어 지금처럼 뒤늦게 자식을 찾아온 아버지를 결코 너그럽게 생각해줄 수 없었던 것이다.


“언니, 오빠, 조금만 진정하세요. 무슨 용건인지 정확히 아는 것도 아니면서 너무 성급하잖아요?”


괄괄한 리스와 샤키라와 달리, 세나는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세나야, 넌 아무렇지도 않아? 휘수 형님··· 아니, 너의 친오빠가 느닷없이 나타난 아버지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하는데.”

“너도 기가 막히지 않니? 아빠 찾는 어린 아들 곁을 아무렇지도 않게 떠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대체 무슨 꿍꿍이로 나타났을까?”


오히려 리스와 샤키라는 차분한 세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부모님께서 저를 낳자마자 돌아가셔서, 버림받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전혀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시건방지긴 하지만 가끔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자신에게 향하는 이상한 시선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세나에게 완전히 압도되어, 리스와 샤키라는 조용히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무심한 부모라도, 이 세상에 아예 안 계시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휘수 오빠가 딱 한 번만 마음을 누그러뜨렸으면······.”


세나는 자식을 버린 비정한 아버지보다는, 자신을 친동생처럼 사랑해주는 휘수의 불편한 마음이 더 신경 쓰였던 것이다. 그저 이번에 벌어진 상황이 아무 일 없이 잘 마무리되어 편안해졌으면.


“그, 그렇구나.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봤지만, 역시 세나는 속이 정말 깊다니까?”

“어휴, 목말라. 기껏 음료 시켜놨는데 미지근하게 식어버렸어. 쳇!”


괜히 부끄러워 애써 세나와 시선을 피하고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음료만 홀짝이는 리스와 샤키라. 이제는 알카디우스가 마음 놓고 본격적으로 용건을 꺼내도 괜찮을 것 같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휘수와 친가족 간의 일이야. 아무리 우리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지만 함부로 개입하거나 할 수는 없어. 그저 친구로서 조언을 해주고, 휘수가 결정을 내리면 최대한 존중해줘야 해.”


알카디우스는 스마트폰에서 인터넷을 켜고 장소 한 군데를 검색하여 보여주었다.


“백제 호텔? 서울 시내에서 가장 으리으리한 곳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초호화 호텔이잖아?”

“응. 현재 휘수 아버님 묵고 계신 호텔이야. 몇 층 몇 호에 계시는지는 알려주시지 않아서 알 수 없고.”

“잠깐! 알카디우스, 부탁이라는 게 설마 그분이 어디서 묵고 계시는지 알아봐 달라는 거야? 그 후에는 네가 직접 찾아가 뵙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괜히 불안감이 떠올라 샤키라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알카디우스의 말은, 샤키라의 추측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무리한 부탁인 것 잘 알아. 하지만 부탁할 친구가 너희들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며칠 동안 휘수 아버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 살펴봐 줄 수 있겠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며칠씩이나? 나야 뭐 직장도 없고, 도와준다면 도와줄 수 있겠지만 샤키라는······.”


조심스럽게 샤키라의 표정을 살피는 리스. 평소에 티격태격하지만 그래도 현재 그녀가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휴! 살만 뒤룩뒤룩 찐 그 얄미운 연구소장! 이때다, 하고 장기 휴가 쓰려는 나한테 엄청나게 잔소리폭격을 날리겠지?”


퉁명스러운 말투와 어울리게 표정에서 온갖 불만이 가득 엿보였지만, 알카디우스는 마음 놓고 환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 샤키라. 이 은혜는 꼭 갚을게.”


샤키라는 두 손을 꼬옥 잡아주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하는 알카디우스의 시선이 영 부담스러워 애써 고개를 돌렸다.


“됐어. 연구소장한테 찍혀서 사직서 쓰는 날에는 알카디우스가 책임지고 나 먹여 살리겠지! 못하겠다면 그때는 나도 생각 없으니 용맹한 늑대여왕으로 돌아가 연구소장이랑 눈에 거슬리던 녀석들을 그냥······!”


꽤나 오버하던 샤키라는 살며시 자신의 입술에 닿은 알카디우스의 손가락에 말을 딱 멈추어야 했다. 아무리 말로만 내뱉는 것이라도 실제로 벌어지면 끔찍한 상황인 만큼 더 이상 듣고 있을 수 없다는 뜻이리라.


“깐깐한 우리 실버 드래곤 씨, 마음 놓고 농담을 못 하겠다니까?”

“그래서 알카디우스, 며칠 동안 우리가 형님 아버님을 쭉 감시하다 특이한 점이 있으면 즉시 알려주면 되는 거지?”


샤키라가 토라진 듯 고개를 휙 돌려버려, 리스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워야 했다.


“응. 나중에 휘수에게 해줄 조언을 위해서라도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았으면 해. 너에게도 어려운 부탁을 건네서 정말 미안해.”

“녀석, 친구 사이에 뭐가 그렇게 미안하냐?”


리스와 샤키라의 승낙이 떨어졌으니, 이제 남은 건 세나뿐.


“돕고 싶겠지만, 세나는 휘수의 친동생인 만큼 곁을 떠나면 안 된다는 거 잘 알지? 언니를 도와서 휘수가 걱정하지 않도록 해줘. 알았지?”

“네. 언니 생각이 그럴 것 같아서 벌써 적당히 둘러댈 말을 생각해놨다고요.”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언제나 언니, 오빠의 말이라면 군소리없이 잘 따라주었던 귀여운 막내답게, 이번에도 세나는 크게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렇게 카페에서의 모임이 끝나자 알카디우스와 세나는 집으로, 리스와 샤키라는 휘수의 친아버지 현진서가 머물고 있다는 백제 호텔로 향했다.


******


“벌써 시간이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이 녀석들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데? 무슨 일 생긴 걸까?”


예상대로, 평소에 일찍 일찍 귀가했던 리스와 샤키라가 오늘따라 연락도 없이 보이지 않자 휘수의 표정에 금세 근심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 녀석들이 자신과 똑같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모를까, 지금까지 숨기고 있던 히드라와 웨어울프라는 어마어마한 정체가 탄로나기라도 하면!


“휘수, 사실 걔들, 며칠 동안 기분 전환 좀 하고 오겠다며 여행을 떠났어.”

“뭐라고? 기분 전환? 나한테 말도 하지 않고 자기들 멋대로?”


알카디우스의 말에 당장 불쾌한 빛을 보이는 휘수. 여행을 떠난 게 나쁜 것이 아니라, 왜 자신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도망치듯 떠났단 말인가!


“최근에 리스 오빠와 샤키라 언니,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잘 못 주무시고. 슬픈 표정으로 창밖만 바라본 적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문득 고향 생각이 나는가 봐요.”

“그, 그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는 말을 하고 가야지······.”


세나의 그럴듯한 설명에 휘수는 불쾌감을 누그러뜨리고 멋쩍은 듯 뒷머리만 긁적였다. 이제는 슬슬 그의 얼굴에서 미안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향수병. 걔들한테 그런 증세가 나타난 모양이네. 그런 줄도 모르고 제멋대로라는 단순한 생각부터 했으니······.’


애초에 인적이 드문 숲속이나 동굴에서 살아온 녀석들인 만큼 시끌벅적한 도심 한가운데에서 계속 살아가다 보니 문득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고향 생각이 난 모양이다.


“휘수 성격에, 그 얘기 들었으면 얼마나 걱정을 했을지 안 봐도 뻔하니까 조용히 떠난 거야. 말 그대로 며칠 동안만 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하고 온다고 했으니 차분하게 기다려보자.”

“걱정은 되지만, 아무리 그래도 힘들면 나한테 얘기를 하지, 참······.”


알카디우스와 세나의 합작으로 휘수가 잘 속아 넘어가고, 그렇게 사흘이란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알카디우스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다.

사흘 동안 진서에 대한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지켜보며 필요한 정보를 입수한 리스와 샤키라가 알카디우스가 다니고 있는 회사 근처 룸카페로 불러낸 것이다.


“고생 많았어, 얘들아.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사느라 정말 힘들었지?”

“······.”


잔뜩 헝클어진 머리에 제대로 씻지도 못해 꼬질꼬질한 샤키라와 리스. 두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누런 서류봉투 하나를 알카디우스에게 내밀었다.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 같아, 알카디우스.”


기운 없는 샤키라의 말투에 리스도 표정이 어둡다. 대체 이 봉투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카디우스가 급히 내용물을 꺼내보았다.


“이, 이건?!”


병원에서 끊어주는 진단서! 상단에 현진서라는 이름과 석 자와 함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중앙에는 충격적인 단어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암··· 말기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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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4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1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4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4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40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1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2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8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4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2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4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6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8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50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3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1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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