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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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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535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20.0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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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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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제284화 소리 질러!

DUMMY

“괜찮아? 그러기에 왜 공포영화를 보자고 했어?”

“휴우, 그런 끔찍하게 생긴 귀신이 마구 튀어나올 줄은! 하아······.”


어찌어찌 공포영화가 끝이 나고, 휘수는 알카디우스를 벤치에 앉히고 연신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아직도 알카디우스는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끔찍한 귀신의 충격에서 완전히 헤어 나오지 못해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고 있었다.


“아르피아 대륙 최강의 종족 드래곤도 귀신을 무서워하는구나. 하긴 괴물들은 형체가 있어 두들겨 패줄 수도 있지만 원한에 사무친 귀신은 어디서 튀어나올지도 알 수 없고······.”


아차하며 서둘러 입을 닫는 휘수. 인간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인한 실버 드래곤이 공포영화에 이렇게 무서워하는 모습이 낯설어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온 것인데, 맹세코 의도한 건 아니지만 누가 들어도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려 알카디우스의 마음을 상하게 할 것이다.


“하하, 우습지? 드래곤이나 되는 녀석이 영화 한 편에 겁 잔뜩 집어먹은 도마뱀으로 전락한 꼴이잖아?”


누가 봐도 억지로 쥐어짜낸 웃음에, 휘수가 당장 목소리를 높이고 손사래를 쳐댔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알카디우스? 우습긴 누가 우습다고 했고, 또 네가 왜 도마뱀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그런 별명은 얄미운 데지르나 케이렉스한테나 어울리지!”

“아니야, 휘수. 오히려 나는 만족스러운 걸? 강인한 종족이니 뭐니 해도, 결국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구나 생각이 들어서.”

“으응?”


알카디우스의 끝말이 조금 슬프게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휘수를 남겨둔 채 혼자 벤치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향했다. 영화관이 20층 빌딩에서 17층에 위치해 있다 보니 야경이 오늘따라 아름답게 보인다.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드래곤에 대한 고정관념이 좀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드래곤은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종족이며 오만하고 잔인하고, 특히 금은보화를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다.

오늘 자신의 모습은 평범한 인간과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 문득 아르피아 대륙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휴우,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진짜! 괜한 소리를 내뱉어서 알카디우스 마음만 우울하게 했잖아?’


알카디우스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한다.


“알카디우스, 이 건물 1층에 디저트 카페 새로 열었다는데 거기 가볼까? 초코, 바닐라, 딸기 아이스크림이 듬뿍 얹어진 와플이 그렇게 맛있다니까 문 닫기 전에 어서 가보자.”


달콤한 걸 섭취하면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이나마 풀린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이 건물 안에 발걸음을 옮기면서 층마다 무엇이 있는지 훑어본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하지만 휘수의 의도와 다르게, 알카디우스는 빙긋 미소 지으며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휘수. 시간도 조금 애매하고, 그만 집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지, 집으로? 그러지 뭐.”


알카디우스가 원하는데 싫다고 할 수는 없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만 데이트를 종결지을 수밖에.

하지만 뒤가 너무 찝찝하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릴 때까지, 그녀의 얼굴을 힐끗힐끗 계속 쳐다봐야 했다.


“휘수, 뭔가 조금 아쉬운데, 우리 조금 걸을까?”

“아, 바람 쐬고 싶었어? 그럼 그렇게 하자.”


서로 팔짱을 끼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인간과 실버 드래곤 커플. 어디로 갈까 잠시 두리번거리던 커플은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와 조용한 원룸단지로 향했다.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조용한 장소에 가고 싶었던 걸까?’


그냥 걷기에는 다른 장소도 많은데, 알카디우스가 굳이 대부분의 형광등이 소등되어 캄캄한 원룸단지로 향한 이유는 무엇일까? 통 짐작하기 어려워 그녀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던 그때.


“와아악!!!”

“으악! 까, 깜짝이야!”


느닷없이 허공에 소리를 버럭 지르는 알카디우스. 팔짱까지 낀 채 옆에 바짝 붙어 있던 휘수는 순간 고막이 터지는 건 물론 심장에도 무리가 온 건 아닌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너 갑자기 왜 그래?! 나 몰래 소주라도 마셨어?!”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약올릴 작정인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알카디우스에게 언성을 높이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


“후훗, 미안해. 아르피아 대륙에서 휘수가 가르쳐준 것을 내 방식대로 응용해본 건데, 혹시 많이 불쾌했어?”

“내, 내가 가르쳐준 것이라고?”


아르피아 대륙에서 미친놈 취급 받기에 딱 좋게 마구 소리 지른 경험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데.


“기억 안나? 리스의 고향에서 블루 드래곤 케이렉스와 치열한 전투를 치른 날.”

“리스의 고향에서 블루 드래곤 케이렉스라면······.”

“응. 그때 우리 모두 힘껏 싸웠지만 결국 케이렉스에게 지고 말았고, 애써 모았던 신물도 빼앗기고 말았잖아?”

“아, 그래. 기억나. 하마터면 내 소중한 친구들이 목숨을 잃을 뻔 했었지. 나를 집에 돌려보내주겠다는 약속 지키겠다면서, 휴우······.”


나 때문에 알카디우스는 물론 리스와 샤키라, 세나까지 위험했던 그때 상황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는데, 알카디우스 때문에······.


“그때 휘수에게 정말 미안했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집으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중요한 신물을 너무나 쉽게 빼앗기고. 면목이 없어서 휘수와는 눈도 마주칠 수 없었는데, 오히려 내 기분을 달래줬었지. 그 방법이 좀 엉뚱하긴 했지만 말이야.”

“아, 하하하, 그거 말이구나?”


그제야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깨달아 휘수의 입에서 너털웃음이 흘러나왔다. 잊을만하면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사탕처럼 달콤하다며 알카디우스에게 한 모금 빨아보도록 권했었지.


‘어휴! 얘는 사람 미안해지게 왜 그런 애기를 꺼낸 거야? 우울함은 날아갔을지 몰라도 그날 알카디우스, 계속 기침에 눈물도 찔끔거리고······.’

“휘수, 나를 믿고 소리 한 번 크게 질러봐. 속이 굉장히 시원해진다니까?”


휘수의 마음에는 관심 없이, 알카디우스가 그의 팔목을 잡아끌며 재촉했다.


“와아악!!!”

“우와앗! 조, 조금만 진정해, 알카디우스!”


휘수를 위해 다시 한 번 몸소 시범을 보여주는 알카디우스. 아무리 봐도 즉석에서 고안해낸 단순한 애드립 같은 게 아닌 것 같다.


“휘수가 말해준 대로, 회사라는 곳이 스트레스가 적지 않게 쌓이는 곳이더라고. 그래서 가끔 혼자 옥상에 올라가 이렇게 풀곤 했어.”

“회, 회사 옥상?! 당장 사람들이 이게 무슨 소리냐며 우르르 몰려오지 않았어?”

“음, 재빨리 몸을 숨기니까 딱히 마주할 일도 없던데? 아무래도 라델베르그 아델기사단 부단장 시절에 겪은 엄격한 훈련 덕분에 몸이 신속하게 반응하는 것 같아.”

“그, 그래?”


여러번 테스트(?) 해본 결과까지 내놓았으니 이제 더 이상 피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더욱이 알카디우스가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아르피아 대륙에서 자신이 보인 행동에 책임의 일부가 있으니.


“아아, 아······.”


알카디우스 말대로 해보려는데, 평소에 미친놈 취급당하기 딱 좋은 이런 행동은 상상도 해본 적 없어 잘 안 되는 것 같다.


“그게 뭐야, 휘수? 훨씬 크게 질러야지. 데지르나 케이렉스 앞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그 기세를 살려서.”

“와아아아······.”

“더 크게!”

“와아악!!!”


알카디우스의 계속 되는 재촉에, 결국 휘수는 에라 모르겠다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성공했다. 어쩐지 알카디우스가 방금 보여주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들렸던 것 같은데······.


드르륵!


아니나 다를까. 원룸 창문이 거칠게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형광등이 다시 켜지고, 분노에 잔뜩 일그러진 사람들이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야, 이 미친 연놈들아! 술 처먹었으면 곱게 집에 가서 잠이나 처 잘 것이지!”

“동네 시끄럽게 이게 뭔 지랄들이야! 당장 안 꺼져?!”

“죄, 죄, 죄송합니다!”


손가락질에 욕설이 마구 날아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상황. 휘수가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며 사과를 건네는데.


“야 인마! 너희들 고성방가로 경찰에 신고할 거야!”


나이 드신 주민은 아예 경찰을 부르겠다며 스마트폰을 귀로 가져가기에 이르렀다.


“아저씨! 그까짓 일로 경찰에 신고라니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야, 알카디우스!”


백번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눈에 쌍심지를 켜는 알카디우스. 당황한 휘수가 급히 알카디우스의 팔목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이 연놈들, 교도소가서 콩밥 좀 먹어봐야 정신 차리지!”

“지금 갈 테니까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요, 아저씨!”

“좀 조용히 좀 해, 알카디우스!”


나이 지긋한 아저씨한테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버럭 소리치는 알카디우스를 데리고 허둥지둥 원룸단지를 빠져나온 휘수.


“헉헉! 여기서 조금만 쉬었다 가자.”


원룸단지를 벗어나 도망쳐 온 곳은 휘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늦은 밤이라 아무도 없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금세 얼굴을 흠뻑 적시고 있는 땀을 닦으며 한숨 돌렸다.


“휴우, 이것도 정말 시원한데? 가끔 밤에 이렇게 달리는 것도 기분전환 하는데 나쁘지 않겠어.”


혹시 그 아저씨가 정말 경찰을 불렀으면 어쩌지? 불안한 표정으로 거친 숨을 헐떡이는 휘수와 달리 알카디우스는 천하태평 그 자체였다.


‘어휴!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얘는 오늘따라 안 하던 행동을 하고 그러지?!’

“응? 왜 그래, 휘수? 무슨 할 말 있어?”


원망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정녕 모르는 걸까? 저렇게 순수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알카디우스에게 대체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후, 후, 하하하하!”


너무나 당당한 알카디우스가 어이없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슨 말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휘수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먼저 고맙다는 말부터 건넬게. 네 덕분에 정말 속이 아주 시원해졌거든.”

“응? 뭐가?”


자칫 경찰을 만나 수갑이 채워질지도 모르는 위험이 따르긴 하지만 속이 시원해지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너한테는 정말 아무것도 숨길 수가 없겠어. 진짜 이 현휘수, 위대하신 실버 드래곤님께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휘수는 느닷없이 데이트를 즐기자고 제안한 알카디우스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았다.


“정말, 괜찮겠어, 휘수?”


장난 끼 가득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지금은 무척 진지해진 알카디우스였다.


“혼란스럽고 우울하고 화나고, 복잡했던 나를 위해 그렇게 노력해줬는데, 이대로 입 싹 닫고 모른 척하는 건 남자답지 못한 짓이겠지?”

“휘수······.”


먼저 물어보는 것은 자칫 추궁하는 듯한 분위기가 될 수 있어 스스로 말해주기를 기다렸던 알카디우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준 휘수가 정말 고마웠다.


“지금 목이 마르니까 편의점가서 시원한 콜라 한 캔 사다줘. 일단 목 좀 축이고 시작하자고.”

“응! 조금만 기다려!”


휘수는 기쁜 마음으로 편의점을 향해 뛰어가는 알카디우스의 뒷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보았다.


‘나도 알카디우스가 꼭꼭 숨기고 있던 비밀을 알고 있으니까······.’


렌자스섬에서 알카디우스가 어렵게 들려주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버림받았던 기억이나 친어머니와도 같았던 골드 드래곤 세리나의 죽음을 목격했던 기억까지.


‘난 정말 괜찮으니까, 그냥 조용히 넘어갔으면. 알카디우스가 나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원한 콜라를 품에 안고 달려오는 알카디우스의 표정은 해맑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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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3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0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3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1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2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1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2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4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0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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