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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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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연재수 :
297 회
조회수 :
50,544
추천수 :
1,118
글자수 :
1,796,506

작성
20.03.13 18:00
조회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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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DUMMY

“너희들, 서로 사랑한다면서 결혼 생각은 전혀 없는 거니?”


블레시아의 이 말 한마디에 집안 전체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처럼 조용해졌다.

직접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당사자 현휘수와 알카디우스는 당장 화끈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허둥거려야 했다.


“맞아! 레드 드래곤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영영 잊고 있었을 거야!”


폭탄발언이란 표현이 무척이나 잘 어울려 다들 블레시아에게 넋이 나가 있었는데, 리스가 가장 먼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세나야, 우리가 아르피아 대륙을 떠나온 지 얼마나 되었는지 혹시 아니?”


샤키라도 정신을 부여잡고 세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무척 빨리 흘러간 것 같아요. 지금 거의 2년 다 되어가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 아르피아 대륙에서 고작 스마트폰이나 에이패드로만 봤던 대한민국이라는 낯선 세계로 무작정 넘어온 게 엊그제 같은데.”

“꿈속에서조차 상상 못했던 낯선 세계에서 적응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르피아 대륙에서 무사히 적응을 마친 것도 모자라 신물까지 모두 찾아낸 휘수 오빠가 얼마나 대단하게 느껴졌다고요.”

“맞아. 우리도 그런 오빠를 떠올리며 이 험한 세계에서 어떻게든 적응하는데 성공했지! 특히 팔자에도 없던 폴리모프를 익힐 때는 어휴!”

“에이, 샤키라 언니 괜히 그런다. 인간의 모습도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 하는 거 다 알고 있다고요. 키 크고 날씬하고 예쁘잖아요?”

“무, 무슨 소리! 마음에 든다기 보다 나쁘지 않은 정도라는 거지.”


졸지에 2년 동안 이어져온 낯선 세계 적응기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게 된 샤키라와 세나. 마치 친자매를 연상시키듯 제법 화목한 그림이 그려졌는데, 정작 휘수와 알카디우스는 두 친구 틈에 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겉돌기만 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 알카디우스?’


절레절레


예상도 못한 결혼 얘기에 머리가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한데, 눈치가 없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친구란 녀석들은 서로 신나서 떠들고만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슬슬 때가 무르익은 것 같은데 형님 생각은 어떠세요?”

“때?! 무, 무슨 때가 무르익었다는 거야?!”

“에이, 왜 그러십니까? 여기 있는 모두는 형님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으니 굳이 숨기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리스, 진짜 네 일 아니라고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거 아니니······?”


번개같이 휘수의 어깨 위로 올라와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리스. 당황하여 목소리를 떠는 사이, 샤키라와 세나도 알카디우스에게 바람을 넣기 시작했다.


“알카디우스, 지금까지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사실 너도 우리와 생각이 비슷하지 않니?”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샤키라?”


조금이나마 가라앉던 얼굴의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는 순간이다.


“알카디우스 언니가 늘 얘기했잖아요? 휘수 오빠는 지금까지 만난 인간 중 가장 강하고 또 용감하다고요. 평생을 함께 할 동반자로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세, 세나 너까지, 어휴!”


짝! 짝!


휘수는 물론 알카디우스도 친구들의 바람에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가만히 상황을 주시하던 블레시아가 가볍게 손뼉을 쳐 모두의 시선을 한 곳에 집중시켰다.


“자자! 친구들 모두 진심으로 축복해줄 준비를 마친 상태인 것 같고, 이제 두 사람의 의견이 어떤지 궁금해. 확실하게 마음을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블레시아의 시선이 휘수에게 집중되었다.


“알카디우스··· 아니, 지금까지 만났던 우리 동족 모두가 인정한 가장 용감한 인간 현휘수!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동생을 어떻게 생각하지?”

“그, 그야 당연히······.”


마치 취조를 당하는 느낌이 들어 입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지만, 자기 못지않게 어찌할 바를 모르며 서 있는 알카디우스를 위해서라도 대답을 내놓기로 마음먹었다.


“당연히, 사랑하지! 현휘수 30년 인생에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해준 여자친구니까!”


여자친구라는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휘수의 머릿속에서 퍼뜩 떠오르는 장소가 하나 있었다.

알카디우스의 자아를 갉아 먹던 저주받을 기생충 가르론을 제거하기 위해 방문한 렌자스섬의 레이톨 마을에서, 촌장 아이렌이 남자친구냐며 던진 질문에 알카디우스가 내놓았던 대답을!


[휘수는 사랑하는 제 남자친구에요.]


그냥 건성이 아닌 아주 또박또박했던 말투!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다.


“휘수······.”


그가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읽은 걸까?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알카디우스가 조심스럽게 휘수와 눈높이를 맞추며 엷게나마 미소도 지어 보였다.


“좋아. 그냥 아무 말이나 대충 내뱉는 느낌은 아닌 것 같으니 진심이라 인정해줄게. 그럼 이제 적당한 날만 잡으면 될 것 같은데······.”

“자, 잠깐만!”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블레시아에게, 휘수와 알카디우스가 동시에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왜 그래?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확실하게 확인했으니 이제 거리낄 게 없잖아?”

“언니! 그러니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서로를 향한 사랑은 진심이지만,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기세로 동생의 결혼식을 진행할 기세인 블레시아에게 엄청난 부담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간절한 동생의 시선은 조금도 의식하지 않은 채, 고집쟁이 언니는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쌍심지를 켜며 동생의 남자친구를 쏘아보기 시작했다.


“이봐, 인간! 왜 대답이 없어? 설마 아까 자신만만하게 내뱉은 말은 다 가식이었던 거야?!”

“왜,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그래?”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다 죽어가는 모습이었던 블레시아였지만, 당장 쩌렁쩌렁한 그녀의 성난 목소리는 휘수를 바짝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랑한다면서? 그러면 진즉에 결혼하고 단란한 가정도 꾸리고 했어야지! 지금 살고 있는 집도 세간살이도 나쁘지 않으면서!”

‘어휴! 답답한 레드 드래곤 아가씨, 결혼을 해본 적이 없으니 무작정 닦달하는 거겠지? 결혼이 무슨 마음먹은 대로 뚝딱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답답한 블레시아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말 잘못 꺼냈다가 오히려 심기만 더 건드릴 것 같은데.


“아, 그렇구나? 이제 보니 알카디우스를 동반자가 아닌 평범한 동거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던 거구나?”

“뭐, 뭐, 뭐?!”

“언니!”


진짜, 사람 한 명 파렴치한으로 만드는 거 순식간이다. 휘수는 물론 알카디우스도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우웃! 이. 이 기운은 뭐야?!’


졸지에 파렴치한으로 전락한 휘수는 물론 알카디우스, 그리고 친구들 모두 막상 블레시아에게 함부로 따질 수는 없었다.

그들의 반응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는 블레시아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 싶더니, 급기야 그녀가 살며시 들어 올린 오른손에서 붉은 불꽃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언니! 얘기를 들어볼 생각은 않고 혼자 멋대로 판단하고!”

“비켜, 알카디우스. 내 동생을 그렇게 생각해왔다면 언니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휘수는 절대 그런 친구가 아니야!”


모두가 당황스러워할 때, 오직 블레시아와 동족인 알카디우스만이 앞으로 나서며 날카롭게 눈을 부릅떴다.

그럼에도 블레시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레드와 실버 두 드래곤의 일촉즉발 대치상황이 이어져 다들 그 자리에 얼어붙어 꼼짝도 할 수 없었는데.


“하하, 이거 계속 하다가는 정말 큰일이 벌어지고 말겠는 걸?”


언제 그랬냐는 듯 블레시아가 씩 웃으며 손바닥 위에서 춤추던 불꽃도 거두어 들였다.


“내 동생 알카디우스, 화 많이 난 거야? 언니가 짓궂은 농담 한 번 한 걸 가지고 절교하자느니, 절대 아니겠지?”

“하! 언니 정말······.”

“언니가 미안해. 기분 풀어, 응?”


언니의 심한 장난에 입술을 삐죽 내밀며 토라진 알카디우스. 그런 동생을 달래느라 진땀을 빼는 상황에서도, 시야가 무척이나 넓은 블레시아는 옆에서 초조하게 서 있는 휘수를 잊지 않았다.


“용감한 인간 현휘수, 너도 기분 풀어. 아무렴 내가 아무 생각도 없이 일을 벌이겠어? 당장 이 집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체가 폭삭 주저앉고 말 텐데 하하.”

‘전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아. 진짜 마음먹으면 아파트 단지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 같아.’


아르피아 대륙에서 최강이라 불리던 레드 드래곤 블레시아. 그녀의 힘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던 휘수였기에, 그녀가 어떤 부드러운 말로 달래도 대꾸 한마디 제대로 못 한 채 그저 눈치만 살펴야 했다.


“진짜 반성하고 있으니까 기분 좀 풀어줘.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하게 변하는지.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은 정말 신중하게 준비해야하는데 말이야.”

“언니······.”


겉으로는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지만, 말투 속에서는 어쩐지 슬픈 감정이 엿보인다. 단순히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아닌 것처럼 들려 알카디우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현휘수, 밤이 늦어서 그러는데 오늘 하룻밤만 신세 좀 져도 괜찮을까? 숙박비가 필요하다면 섭섭지 않게 지불할게.”

“아니야, 그냥 내 집이라 여기고 편안하게 쉬어도 돼.”

“언니, 거실에 잠자리를 마련해줄게. 잠깐만 기다려.”


휘수가 당치도 않다며 손사래를 치는 사이, 알카디우스는 먼저 말 한마디 없이 들러리 역할만 하던 세 친구에게 오늘 하루만 좁은 작은방에서 지내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지금 상황이 어떤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친구들이었기에 다들 군소리 없이 작은방으로 퇴장해주었고, 그 틈에 알카디우스는 안방에서 이부자리를 꺼낼 수 있었다.


“현휘수.”

“응?”


친구들 모두 각각 휘수의 작은방과 안방으로 자취를 감추어 거실에 단 둘만 남게 된 상황에서, 블레시아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장난 끼 가득했던 방금 전과 달리 말투가 사뭇 진지하다.


“미안해. 그러면 안 되는 걸 아는데도, 나도 모르게 억지를 부리고 말았어.”

“저기, 그렇게까지 사과하지 않아도 돼. 난 이제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사과라면 아까도 들었는데 왜 또 다시? 고개까지 숙이는 블레시아의 모습이 어쩐지 부담스럽다.


“요즘 들어 참 한심하게 변하고 있는 게 느껴져. 무엇이 그렇게 불만인지, 걸핏하면 애꿎은 케이렉스를 달달 들볶기도 하고.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이 세계에서도, 정말 나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그때 안방 문이 열리며 알카디우스가 무거운 이부자리를 들고 나오자, 블레시아가 소파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 당장이 아닌 며칠, 몇 주, 몇 달이 걸려도 좋아. 부디 신중하게 생각해서 마음을 정해줬으면 좋겠어.”

“블레시아······.”

“알카디우스! 조금만 도와달라고 하면 되지, 미련하게 혼자 들고 나올 생각을 하니?”


휘수의 시선을 피해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알카디우스에게 다가가는 블레시아. 의미심장한 그녀의 말에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 휘수의 시선이 두 드래곤 자매에게서 떠날 줄 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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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4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1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3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3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1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7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3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3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7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1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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