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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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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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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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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DUMMY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카페에서 나와 도서관 주차장으로 돌아온 현휘수. 오후 7시가 다 되어가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다 빠져나가 황량한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휴우······.”


자신의 애마 투산 앞에서 잠시 한숨을 내쉬는 현휘수.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친 아버지란 자가 보이지 않아 안도하는 건지, 카페에서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굳은 표정을 보고 안타까운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알카디우스에게 미안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저, 휘수.”


안타까운 시선과 어울리게 터덜터덜 기운 없는 발걸음을 옮기던 알카디우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휘수 앞으로 한 걸음에 달려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으응? 왜 그래, 알카디우스? 무슨 할 말 있어?”


미소도 약간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보니 다른 할 말이 있는 걸까? 하지만 알카디우스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남자친구로서, 절대 방심은 금물이었다.


“카페에서 했던 얘기를 다시 꺼낼 생각이라면······.”

“우리, 밤늦게까지 데이트하고 들어갈까?”

“응? 뭐라고?”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아르피아 대륙에서 오지랖 넓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실버 드래곤 아가씨가 마음을 고쳐먹은 걸까?


‘데이트.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이번만큼은 내 고집을 최대한 존중해주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는 뜻인데.’


평소의 알카디우스와 너무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모습. 일단 내 뜻대로만 된다면 더할 나위 좋겠지만, 김빠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반면 알카디우스는, 휘수가 무슨 생각을 하던 전혀 관심 없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문득 우리 함께 편의점에 갔을 때가 떠올랐어. 새벽에 갑작스럽게 이뤄지긴 했지만 나름 낭만적이고 달콤했다고 생각해.”

“으응. 나도 마찬가지였어, 알카디우스. 그날따라 삼각 김밥에 컵라면이 왜 이렇게 맛있던지 하하.”


알카디우스와 함께 라면 장소, 시간 따윈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라는 사실을 이미 아르피아 대륙에서 수없이 경험해보지 않았던가.


“요즘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는 추세다 보니 업무가 더욱 늘어나고 있고, 이러다가 365일 내내 야근할 것 같다니까? 아르피아 대륙에서는 상상도 못할 극한의 노동시간에 두 손 두 발 다 들 수밖에 없겠어.”

‘끄응! 내가 그런 노동시간을 만든 건 아니지만, 괜히 미안해지네.’


알카디우스의 울상이 결코 어설픈 연기로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의 노동시간이 TOP으로 인정받고 있을 정도니, 아무리 강인한 실버 드래곤이라도 체력에 한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처럼 이른 시간에 함께 있는 것도 쉽지 않은데, 오늘은 함께 실컷 데이트 좀 즐기자. 기분전환도 하고 좋겠지?”

“기분전환··· 그렇지. 가끔 그게 필요할 때가 있지.”

“그럼 어서 가자. 목적지는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근처의 레스토랑!”

“어어? 미, 밀지 마!”


기분전환이란 단어가 신경 쓰였지만 깊게 생각해볼 틈도 없이, 등을 마구 떠미는 알카디우스의 재촉에 억지로 운전석에 올라야 했다.


“회사 근처 레스토랑에서 연어 스테이크를 파는데, 연어도 신선하고 또 양도 많아서 아주 좋아. 글쎄, 세나가 스테이크 2인분을 눈 깜짝할 사이에 비웠을 정도라니까?”

“세나? 대학교 수업이 제법 빡빡할 텐데, 용케 시간 내서 놀러갔나 보네?”

“응. 그날따라 휴강을 했는데 딱히 갈 곳도 없고, 점심이나 같이 먹고 싶은 생각에 무작정 연락해왔어. 점심을 어떤 메뉴로 대접해줄까 고민하다가 선택했는데 후훗.”


연어 특유의 분홍빛 컬러에 두툼한 살덩이, 그리고 그 위로 뿌려진 새하얀 소스까지. 군침이 꿀꺽 넘어가는 건 물론 맛있게 먹을 휘수를 생각하니 알카디우스의 입가에 미소 꽃이 가득 피었다.


******


“휘수, 너무 무리한 거 아냐? 세상에 스테이크를 3인분이나 먹은 사람은 처음 봐.”

“미, 미안. 나 때문에 지출이 많이 나갔지? 딱 한 입 먹었을 뿐인데 마약도 아니고, 완전히 푹 빠져버려서 그만 헤헤······.”

“아니, 돈은 괜찮은데, 휘수의 상태가 좀······.”


알카디우스의 예상대로 맛있는 연어 스테이크가 저녁식사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해줬지만, 그 대가가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바늘로 콕 찌르면 펑! 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불룩한 배! 휘수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헐떡거리는 모습이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인다.


“괘, 괜찮아! 조금 힘들긴 하지만 금방 지나갈 테니까. 서둘러 다음 행선지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말이지.”

“다음 행선지?”


저녁 식사 후에 뭘 할지는 아직 생각 못하고 있었는데, 궁금해 하는 알카디우스를 위해 휘수가 즉시 손가락을 뻗었다.


“더부룩한 배를 달래주기 위해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거지. 영화에 재미를 더해줄 팝콘과 콜라는 덤이고.”

“헉! 스테이크를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 또 먹는다고? 그러다 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


알카디우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입에서는 외마디 소리까지 터져 나왔지만, 휘수는 태연하게 씩 웃어보였다.


“걱정 마. 원래 밥 들어갈 배와 후식 들어갈 배는 따로 있는 법이니까. 그리고 영화감상에서 팝콘과 콜라가 빠지면 팥 없는 호빵 먹는 것과 다를 게 전혀 없다고.”

“그래도 그렇지!”

“영화관 안 간지 참 오래되었는데, 다 현명한 실버 드래곤 아가씨 덕분이야. 저녁 잘 얻어먹었으니 영화관은 내가 책임질게!”


결국 알카디우스의 우려는 철저히 묻히고, 휘수는 신이 나서 그녀를 신속하게 영화관으로 이끌었다.하지만 영화관에 간지 워낙 오래되어 이렇다 할 정보가 없다 보니, 금방 난관에 부딪치고 말았다.


“하아, 이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오늘따라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것은 물론 몇 개 영화는 매진되어 있기도 했다. 그나마 자리가 있어도 커플석은 전멸, 띄엄띄엄 떨어져 앉아야 하는 상태다.

데이트에서 커플이 떨어져 앉는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음, 우리 저거 보는 건 어때? 자리가 많이 남아 있는데.”

“제목이 뭔데? 응?!”


휘수는 좌석 현황을 살펴보던 알카디우스가 선택한 영화를 보고 눈이 크게 떠졌다.

데쓰 포레스트 : 절대 헤어 나올 수 없는 죽음 이란 긴 제목 따윈 중요하지 않고, 영화 상세설명에 나타나 있는 장르에서 시선이 떼어지지 않는다.


“알카디우스, 이거 공포물인데, 데이트하면서 보기는 조금 그렇지 않아?”


공포물은 그만두고 포스터에서부터 B급 or C급 냄새가 풀풀 나니 사람들이 외면하는 게 당연할 수밖에.

하지만 알카디우스는 휘수의 생각과 달랐다.


“다른 영화는 사람도 꽉 찼고 시끄러울 것 같아서, 우리 둘이 데이트 즐기기에는 오히려 이게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걸까?”

“아니 뭐, 잘못 생각한 건 아니고, 우리 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알카디우스의 말에 부정한다면 선택은 단 하나. 영화관을 벗어나는 것이다. 애써 자신이 데려왔는데 그냥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휘수는 결심한 듯 입술을 질끈 깨물며 지갑을 꺼내야 했다.


“알카디우스, 무섭다고 울고불고 해도 난 모른다?”

“피이! 내가 무슨 어린애야? 휘수보다 무려 260년이나 더 살면서 정말 별의 별 것을 다 보면서 살아왔다고. 무서운 게 전혀 없다는 말씀!”


자신만만하게 가슴을 쿵쿵 두드려 보이는 알카디우스. 공포영화 포스터도 아주 해맑게 웃으며 볼 수 있다며 자랑했다.


“뭐, 그거야 나도 잘 알고 있지. 드래곤에 키메라, 스콜피온 등등······.”


기상천외한 괴물들을 자신도 똑똑히 보고, 필요할 때는 싸움까지 해보지 않았던가. 겁이 없다고 자신하는 알카디우스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번에는 그것들과는 차원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


확실히 인기도 관심도 끌지 못하는 공포영화 상영관에 머물고 있는 관람객은 고작 열 명. 휘수와 알카디우스 커플이 합류하여 열두 명으로 늘어났다.

스크린이 잘 보이는 중간 커플석에 앉아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영화 시작을 기다리는데, 휘수는 슬쩍 알카디우스를 쳐다보니 입술이 살짝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으스스한 음악이 조금씩 흘러나오는 상황인데 벌써?


“나, 난 괜찮아. 상영관이 좀 춥다보니.”

“으응.”


그녀가 그렇다면 그렇겠지. 개의치 않고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는 휘수.


‘분위기만 좀 음산할 뿐, 눈에 확 띄는 공포는 없는 것 같은데? B급은커녕 C급이란 표현도 감지덕지겠어. 아마 알카디우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겠지?’


영화에 크게 재미를 못 느끼다 보니 괜히 알카디우스의 반응이 궁금해졌다.


‘뭐, 뭐야? 지금, 떨고 있는 거야?’


자신은 하품이 절로 나올 정도인데, 알카디우스는 루비눈동자가 크게 떠져 있고, 양손은 입 전체를 콱 틀어막고 있었다.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무서운 거 전혀 없다며 큰소리 뻥뻥 쳤었는데, 설마 그거 다 연기였던 거야? 저건 누가 봐도 잔뜩 겁을 집어먹은 표정인데?’


아까 똑똑히 봤던 입술은 물론 이제는 어깨까지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내가 담력이 엄청 강해진 건가? 하긴 아르피아 대륙에서 무시무시한 괴물과 마주친 것도 모자라 죽을 위기도 몇 번이나 겪었으니······.’

“꺄아악!”


그때 알카디우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휘수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저, 정신차려, 알카디우스? 괜찮아?”

“저, 저거, 너, 너무 무서워서······.”


여전히 휘수의 따뜻한 품에 안긴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알카디우스. 그녀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킨 스크린을 보니,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 건지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에 오싹 소름이 돋도록 깔깔거리는 처녀귀신이 서있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는 갑툭튀. 알카디우스 입장에서 괴물이라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감상했을 텐데.’


원한에 사무친 피투성이 처녀귀신은 확실히 일반 괴물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여 아무리 강인한 실버 드래곤도 공포를 느끼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다.


“미, 미안해. 나 때문에 휘수도 깜짝 놀랐지? 그냥 영화일 뿐인데 나도 참, 하하하.”


어이없는 헛웃음을 흘리며 얼른 자세를 바로 하는 알카디우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음료수 한 모금도 팝콘 한웅큼을 입에 넣는데 여전히 떨림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아아아악!!!”

“꺄아악!”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던 것도 잠시, 다시 갑자기 툭 튀어나온 끔찍한 처녀귀신도 모자라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온 몸이 잔인하게 찢겨지며 살해당하는 희생자의 모습에, 알카디우스는 다시 휘수의 품에 안겨 바들바들 떨어야 했다.


‘어휴! 알카디우스도 참, 그러게 왜 공포영화를 보자고 해가지고. 이래서는 조용한 영화 감상은 물 건너간 거나 마찬가지잖아?’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여 이렇게 상영관에 앉았는데,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알카디우스를 원망하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포기하면 편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휘수가 스크린에서 완전히 시선을 떼더니 빙긋 미소와 함께 여전히 떨고 있는 알카디우스의 고운 은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리고 살며시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기도 했다.


‘따뜻해. 내가 좋아하는 알카디우스와 이렇게 함께 있는 것도 정말 좋아. 달콤해.’


무서워하고 있는 알카디우스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자 그녀도 휘수의 품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며 기꺼이 따뜻한 체온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영화 상영 내내 달콤한 시간이 흘러가고, 휘수와 알카디우스의 표정에서 행복한 미소 또한 오래오래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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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4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1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4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4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39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2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8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4 1 12쪽
282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1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4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5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8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1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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