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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최강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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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가™
작품등록일 :
2019.01.02 23:52
최근연재일 :
2020.03.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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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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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282화 안전장치

DUMMY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어 바늘방석이나 다름없는 도서관. 부디 어제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눈치를 살핀지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가 어느새 오후 6시에 다다르고 있었다.


‘하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살며시 스마트폰 전원을 눌러보는 알카디우스. 새까만 액정에서 전자시계와 함께 팀장이 보내온 문자메시지 아이콘이 나타났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바이어 수행이 끝나면 복귀하지 말고 곧장 퇴근하라는 내용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벌떡


아니나 다를까. 도서관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쭉 독서에만 온 정신을 쏟던 해외바이어 현진서 대표가 몸을 일으켰다.

무언가에 쫓기듯 가져온 책을 제 자리에 꽂아놓을 생각은 물론 마주 앉아 있던 알카디우스에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대, 대표님.”


정숙해야 할 도서관 자료실에서 이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약간이라도 진서의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휘수야! 현휘수!”


그러나 머릿속이 온통 아들 현휘수로 가득 차있는 진서는 알카디우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고, 결국 데스크에 휘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급히 밖으로 나가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기에 이르렀다.


“······.”


주차장에 세워놓은 애마 투산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던 휘수는 당장 표정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어제 그렇게 일이 벌어졌으면 적당히 떨어져나갈 것이지!’


오늘은 어제와 달리 단단히 결판을 내겠다고 결심한 걸까? 그게 아니면 급히 뛰어오고 있는 진서의 모습에 무시하고 차에 오르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한 걸까?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 키를 거칠게 재킷주머니에 쑤셔놓고 눈을 부릅떴다.


“헉헉······.”

‘아, 알카디우스?!’


한 발자국만 더 다가와 봐라! 마음속으로 경고하던 휘수가 당혹감에 깊숙이 빠져 버렸다.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고 있는 알카디우스의 등장은 정말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휘수,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일단······.’


어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일단 휘수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보였다. 사람들이 적지 않은 도서관 주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는 휘수의 분노는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


“하아······.”


결국 휘수로서는 알카디우스의 저 간절한 마음을 모른 척 할 수 없어 조금이나마 분노를 가라앉히고 고개나 휙 돌려야 했다.


“휘수야, 잠깐 할 얘기가 있으니 아주 조금만 시간을 허락해다오.”


급히 자신의 뒤를 쫓아온 알카디우스를 보며 그제야 뭔가 잊고 있었구나 깨달은 진서는, 그녀에게 미안하긴 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고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그건 곤란할 것 같습니다. 굳이 듣고 싶은 얘기도 없고요.”


퉁명스럽긴 하지만 어제와 비교하여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로 대꾸하는 휘수. 진서의 얼굴은 당연히 쳐다보지 않고 오직 허공만 바라보다 급히 손을 뻗어 알카디우스의 손목을 잡았다.


“빨리, 벗어나자.”

“휘, 휘수.”


진서의 귀에 절대 들리지 않으리라 생각한 걸까? 아주 작게 속삭이며 알카디우스를 데리고 이 자리를 벗어날 생각이었는데.


“너의, 여자친구였구나? 그런 줄도 모르고······.”

“······!”


다시 시작된 진서의 차분한 말에, 휘수는 흠칫 놀라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설마 두 사람, 구면이었단 말인가?!


“안녕하세요?”


불안감에 휩싸인 휘수와 달리, 알카디우스는 그런 휘수의 손을 살며시 뿌리치고 진서를 향해 공손히 인사를 건넸다.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기분이 들 만큼의 따뜻한 미소도 함께 담긴 인사.


“대표님께서, 휘수의 부친 되시는 분이란 사실을 지금 깨달았습니다. 업무적으로 인사를 드렸지만 다시 한 번 인사를 드릴게요.”

“아, 아니, 그럴 필요는······.”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날 생각은 않고 계속 머물게 된 상황에 눈빛이 날카로워진 휘수. 그런 휘수의 눈초리가 부담스러운지 당장 진서의 손사래가 이어졌지만 알카디우스는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알카디우스라고 해요. 휘수와는 작년부터 알게 되었는데, 모든 것이 부족하고 서툰 저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주고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었어요. 대표··· 아니, 아버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아, 그, 그래요.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제처럼 고성이 오가지 않는 평화가 유지되는 상황이다.

물론 그것은 알카디우스와 진서 두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휘수에게는 예외였다.


“가자. 더 여기 있을 이유 없잖아?”

“휘, 휘수, 잠깐만.”


결국 보다 못한 휘수가 다시 알카디우스의 손목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이대로 자리를 벗어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휘수의 억센 손은 알카디우스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했다.


“알카디우스 씨.”

“네, 네!”


하지만 알카디우스로서도 마냥 끌려 다닐 수는 없었기에, 자신을 부르는 진서에게 맞춰 휘수의 손을 뿌리쳤다.


“많이 바쁠 텐데, 융숭한 대접에 수행까지 해주느라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아닙니다, 대표님.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그저 감사합니다.”

“팀장님께 받은 서류는 제가 면밀하게 검토 후 답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방한 제품 생산라인 실사에 알카디우스 씨도 동행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대표님, 기존에 정해진 업무와 스케줄이 있어서 내일 알아보고 신속하게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무슨 사적인 이야기를 하려나 싶었는데, 회사와 관련된 공적인 이야기는 아무리 휘수라도 함부로 끼어들 수 없었다. 아버지라 부르기도 싫은 작자는 상관없지만 내 친구가 난처해지는 건 원치 않으니까.


“그럼 먼저··· 아앗, 휘수!”


그러나 휘수의 인내심은 결코 길지 못하여 알카디우스가 다시 고개를 숙이자마자 손목을 낚아챘고, 그렇게 억지로 끌고 가버렸다.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아무리 알카디우스가 소리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휴우······.”


진서 입장에서 어제 못지않게 불쾌감이 들만도 한데,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점점 사라져가는 휘수와 알카디우스의 뒷모습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특이한 외모의 여직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흔한 사람 중의 한 명. 자신이 갑인 상황에서 을인 그녀를 어제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바이어 수행을 명목삼아 일종의 안전장치로 활용할 생각이었는데, 자신의 아들과 다정한 친구 사이일 줄은!


‘싹싹하고 야무지고, 또 언제나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밝은 모습까지.’


오늘 하루 처음 만났지만,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각인되는 알카디우스의 첫인상. 그녀를 떠올리던 진서는 문득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후후. 그런 따님을 곱게 키워내신 부모님은, 나 같은 녀석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아주 훌륭하신 분들이겠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진서. 잠시 후 자신이 타고 온 고급 세단이 주차장에 들어섰다.


“으음!”


막 세단에 오르려던 진서는 순간 복부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신음을 토해야 했다. 괜히 주변 사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내색하지 않으려 했지만, 금세 얼굴에 고통이 역력한 식은땀이 맺혔다.


“저, 대표님, 괜찮으십니까?”


고작 뒷좌석에 앉는데 뜸을 들이는 진서의 모습에 급히 고개를 돌려보는 운전기사.


“아, 괜찮네. 문틈에 옷이 걸려서 그만,”


진서는 적당히 얼버무리고 애써 태연한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서둘러 품속에서 알약을 꺼내 목구멍으로 넘겼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 흐음······.’


진통제 덕분에 통증이 점점 가라앉았지만, 휘수를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해져 진서는 결국 눈을 감고 시름에 잠겨야 했다.


******


“저기, 알카디우스, 괜찮아?”

“······.”


한편 알카디우스를 진서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강제로 끌고 간 휘수는, 도서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퉁명스럽기만 하던 아까와 달리, 알카디우스와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는 연신 그녀의 벌겋게 부어오른 손목을 어루만져주며 미안한 감정을 보였다.


‘하아, 절대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하필 업무적으로 그 작자와 알카디우스가 만나게 될 줄이야!’


휘수 또한 머릿속이 복잡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르피아 대륙에서부터 꼼꼼하고 오지랖이 정말 하늘과 바다처럼 넓은 그녀가 꼭꼭 숨기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억지로 마구 끌고 갔으니 불쾌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화가 풀릴 수 있도록 카페에서 달콤한 음료를 주문해주고 사과까지 건넸는데, 정작 알카디우스는 침묵만 지키고 있다.


“달콤하네.”

“으응, 그렇지?”


화이트초코를 홀짝이며 꺼낸 알카디우스의 한 마디. 휘수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살펴보니 일단 표정에서 딱히 불쾌감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알카디우스.”

“응?”


표정은 괜찮아도 속마음은 어떨지 모르는데, 그래도 언제까지 이대로 입 다물고 있을 수는 없어 용기를 내보는 휘수.


“저기 그러니까, 아무리 업무적으로 만났다고 해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처음 보는 아저씨한테 넙죽 인사를 할 수 있는 거야?”

“처음 보는 아저씨?”


평소의 알카디우스라면 아버지 되시는 분한테 그게 무슨 말버르장머리냐며 한 소리했겠지만, 휘수의 사정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기에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휘수는 이런 내 모습이 낯설어? 아르피아 대륙에서도 인간들과 함께 살아갈 때, 어른들을 보면 공손히 인사를 건네곤 했는데?”

“아,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처음 보는 아저씨 같은 분이 아니잖아? 휘수의 친 가족, 세상에 한 분뿐인 아버지잖아?”

“아버지?! 아내와 어린 아들을 버린 사람이 무슨······!”


못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튀어오를 기세였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물끄러미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알카디우스 앞에서 함부로 경거망동을 보이기 어려웠다.

그저 화이트초코를 소주라 생각하며 벌컥벌컥 들이켜 답답한 속을 달랠 수밖에.


“괴로워하는 휘수의 마음을, 어쩌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아버지는커녕 나를 낳아주신 어머니 얼굴도 모른 채 철저히 버려졌으니까.”

“알카디우스······.”


자신의 괴로움을 공감해주는 것만큼 고마운 게 또 있을까? 휘수가 물끄러미 그녀의 루비눈동자와 눈을 마주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만약 나를 버렸던 친 부모님이 찾아왔다면, 물론 나도 감정을 느끼는 동물인 만큼 휘수 못지않게 원망을 가졌겠지만 동시에 이런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을 것 같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귀를 쫑긋 세우는 휘수.


“어렵게 나를 찾아온 데에는,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딱 한 번 정도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 이유? 이야기? 괜찮지 않겠냐고?”


뭔가 거창한 이야기를 꺼낼 줄 알았던 걸까? 굳이 알카디우스가 아니라 누구라도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닌가!


“됐어, 알카디우스. 내가 어릴 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몰라서 하는 말 같은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휘수.”

“알카디우스, 여기까지 와서 안 좋은 기억 떠올리고 싶지 않아. 이렇게 부탁할 테니 그 얘기는 그만하자.”


알카디우스가 더 이상 이야기를 꺼낼 수 없게끔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귀를 닫아버린 휘수. 알카디우스의 안타까운 시선이 이어졌지만, 휘수는 끝내 생각을 굽히지 않고 그녀와 마주하던 시선도 돌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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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 제297화 너의 마음은 어때? 20.03.13 74 1 12쪽
296 제296화 언니의 부탁 20.03.08 51 1 12쪽
295 제295화 블루 드래곤의 속셈 20.03.06 34 1 13쪽
294 제294화 아들아, 미안하다 (下) 20.03.04 54 1 13쪽
293 제293화 아들아, 미안하다 (中) 20.03.02 42 1 12쪽
292 제292화 아들아, 미안하다 (上) 20.02.29 34 1 14쪽
291 제291화 부디 후회 없는 선택을 20.02.28 40 1 14쪽
290 제290화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야지! 20.02.26 33 1 12쪽
289 제289화 현휘수, 어디에 있니? +1 20.02.24 43 1 14쪽
288 제288화 친구들아, 도와줘 20.02.19 40 1 12쪽
287 제287화 아버지의 진심 20.02.17 72 1 12쪽
286 제286화 아들의 호언장담 20.02.16 42 1 11쪽
285 제285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 +1 20.02.14 68 2 13쪽
284 제284화 소리 질러! 20.02.12 38 1 12쪽
283 제283화 우리 기분전환하러 가자! 20.02.10 34 1 12쪽
» 제282화 안전장치 20.02.09 72 1 12쪽
281 제281화 어제의 악몽이 다시? 20.02.08 44 1 12쪽
280 제280화 뜻 밖의 새벽 데이트 20.02.05 66 1 11쪽
279 제279화 가슴이 아파 20.02.03 76 2 14쪽
278 제278화 당신이 어떻게 아버지야! 20.02.02 38 2 11쪽
277 제277화 휘수에게 무슨 일이? 20.02.01 33 2 14쪽
276 제276화 새 친구들과 함께 20.01.31 42 2 14쪽
275 제275화 양아치 해산 20.01.29 49 2 12쪽
274 제274화 찌질한 것들 20.01.26 72 2 14쪽
273 제273화 하늘이 두렵지 않니? 20.01.25 45 2 14쪽
272 제272화 무자비한 폭력 20.01.24 61 2 13쪽
271 제271화 더러운 양아치 20.01.20 36 2 14쪽
270 제270화 대책 회의 20.01.19 41 2 13쪽
269 제269화 장난꾸러기에게 응징을! 20.01.18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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