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266
추천수 :
17
글자수 :
289,101

작성
23.11.26 18:00
조회
5
추천
0
글자
9쪽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DUMMY

“조심해, 드론부대야.”


“헉, 왜 저렇게 많아?”


쿠마르의 말대로 드론은 수십 대가 넘어 보였다. 조금 전 기체를 이어서 글자를 만들어 내던 드론들을 모두 합한다면 수백 대가 넘을지도 모른다.


“뭐 겨우 드론쯤이야.”


쿠마르의 말과 동시에 몇 대의 드론이 찹피의 기체를 스치고 지나쳤다. 찹피를 지나친 드론은 균형을 잃고 비틀대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축구공만 한 크기라 해도 정면으로 부딪쳤다면 더 큰 충격이 있었을 것이다.


“앗, 또 온다.”


말과 동시에 쿠마르는 찹피의 기체를 틀었다. 순간 나는 사다리를 놓칠 뻔했다. 이어 한 대의 드론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급히 몸을 돌려 피했다. 조금만 스쳤어도 바닥에 떨어질 뻔한 위기였다.


“형 괜찮아?”


쿠마르의 목소리가 프리티를 통해 들려왔다.


“손을 잡아요.”


소리와 동시에 마스크를 쓴 요원이 나를 끌어올렸다. 찹피의 실내로 들어오자마자 돌진해 오던 드론 중 한 대가 닫히는 문틈에 끼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문틈으로 들어온 드론이 실내로 돌진해 우리를 덮쳤을지도 몰랐다.


찹피는 급히 몸을 틀어 월드컵스타디움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찹피를 겨냥해 돌진하는 수십 대의 드론도 따라 움직였다.


“그나마 다행이에요. 아까 EMP 공격에 노출된 드론은 모두 떨어져 박살 난 줄 알았는데 이 녀석들은 예비 전력으로 다시 움직이는군요. 움직일 수 있는 애들만으로도 저렇게나.”


마스크를 쓴 요원이 얼굴을 드러내며 말했다. 뜻밖에도 피아였다.


“피아?”


“오랜만이에요. 진훈”


“어.. 어떻게 된 거죠?”


그때 드론 떼가 찹피를 향해 돌진했다. 찹피가 선회하며 지나쳤지만 수십 대의 드론을 피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너 대의 드론이 찹피의 측면에 돌진해 박살 난 채 아래로 떨어졌다. 측면을 강타당한 충격은 만만치 않았다. 찹피가 잠깐 동안 흔들렸고 내 몸에도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또, 온다. 피아. 부탁해요.”


쿠마르가 외쳤다. 말과 동시에 찹피를 뒤쫓던 두 대의 드론이 힘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피아가 손목에 찬 기계를 활용해 정신을 집중한 직후였다.


“와우, 잘했어요. 피아 누나.”


“방심하지 마! 수십 대의 드론을 이 염력 기계로 혼자 감당할 순 없어.”


피아가 말했다. 레 박사에게 받은 기계가 분명했다.


나는 문틈에 끼여 부서진 드론의 모델명을 살폈다. EZ-940. 분명 휴머니티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이 들어간 인공지능이 탑재된 제품이다.


“프리티, GK4 회로에 각인된 알고리즘이 뭐지?”


“스냅드래건H903이요.”


그때 다시 찹피의 외벽에 몇 대의 드론이 부딪쳐 기체가 흔들렸다. 피아도 정신력을 모아 쫓아오는 드론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아무리 따돌려도 드론은 너무나 많았다.


“스텔스 모드로 움직여도 이놈들은 찹피의 위치를 유추할 수 있는 녀석들이에요. 일단 여길 벗어날게요.”


쿠마르가 말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조금만 더 지체한다면 무대에 있는 루비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쿠마르 공중으로 크게 움직여. 알고리즘은 보내줄 테니.”


이어 프리티를 통해 찹피의 기체에 데이터를 전송했다. 순간 찹피는 공중으로 수십 대의 드론을 몰아갔고 경기장 밖으로 그들을 유인했다. 그리고 유도 물체를 살포한 후 크게 8자를 그리며 선회했다.

순간 수십 대의 드론이 서로 정면으로 맞부딪혀 땅에 떨어졌다. 그들끼리 떨어뜨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뭐, 뭐한 거야?”


“스냅드래건H903의 행동 패턴을 깰 수 있는 패턴을 찹피에게 알려준 거예요. 당연히 개발자는 인공지능 패턴을 무력화하는 허점도 알고 있죠. 언제 칼날을 돌릴지 모르니.”


“대단해, 형. 앗 또 온다.”


쿠마르의 외침대로 십여 대의 드론은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이건 여기서 처리해 볼게요.”


쿠마르는 찹피에 탑재된 레이저 건을 겨냥해 몇 대의 드론을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끝까지 남은 두 대의 드론마저 피아가 염력 기계를 조정하여 맞부딪혀 떨어뜨렸다. 더 이상 차피를 쫓아오는 드론은 없었다. 누군가가 조정하고 있다면 움직임을 철회한 건지도 모른다.


“다행이야. 일단 내려줘. 쿠마르.”


“오케이. 형 덕분에 안전은 확보했네요. 그럼 건투를 빌어요.”


쿠마르는 내게 눈을 찡긋해 보였다. 찹피의 문이 열리자 나는 루비가 있는 무대 위로 뛰어내렸다.

넓은 무대 한 켠에 안착한 나는 관객과 스텝이 흩어진 텅 빈 무대에 덩그러니 남겨진 루비에게로 다가갔다.


“진훈.”


나를 본 루비가 달려왔다. 접힌 거대한 날개가 루비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루비.”


나를 보고 가까이 다가온 루비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루비는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와 주었군요.”


“온다고 했으니까.”


“나를 데려가 줄 건가요?”


“루비, 당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말과 동시에 루비는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엔 물방울 같은 눈동자가 들어있었다. 순간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사랑해.”


루비에게 말했다.


“나는 안드로이드에요. 만들어진 존재죠.”


“나 또한 마찬가지야. 루비. 우린 누구나 만들어진 존재지. 하지만 우린 우리일 뿐이야. 우린 스스로 생각할 능력을 갖췄으니까.”


말과 동시에 루비가 내게 입술을 포개왔다.


“좋네요. 형. 그럼 시작할게요.”


쿠마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무대 뒤 스크린이 다시 켜졌다. 거대한 전광판에는 루비와 나의 얼굴이 비쳤다. 이어 월드컵스타디움의 모든 조명이 켜졌다.


-탕탕탕


총소리가 들렸다. 총소리는 우리가 있는 무대를 향했다. 빗나간 총알이 박힌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스파크가 일었다. 이어 스타디움의 서편 하늘에서 몇 대의 기체가 날아왔다. 에어크래프트 편대의 일부였다.


“저기서 우릴 공격할 건가 봐요. 형, 이제 날아오를까요?”


쿠마르의 말과 함께 무대 가까이 내려온 찹피에게서 사다리가 내려왔다. 나는 루비를 안은 채 찹피가 내려준 사다리를 잡으려 했다. 루비를 감싼 거대한 날개가 걸렸다.


“진훈, 나는 이대로 날 수 있어요.”


루비가 말했다.


“이 날개는 스타에이드를 위한 소품용이지만 저를 위해 제작된 윙슈트이기도 해요. 이대로 날고 싶어요. 세계의 모든 눈이 우리를 향하고 있을 테니까요.”


루비의 말대로였다. 세계의 모든 눈이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관중석의 혼란 가운데도 스타디움에 운집한 수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있었다.


‘루비, 당신을 응원해.’


‘안드로이드는 무얼 꿈꾸지? 당신이 대답해 줘.’


‘생각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우리와 같아.’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와 이거 어쩔 수 없네. 사랑은 못 말리는 거 맞죠?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어요.”


쿠마르의 목소리가 프리트의 교신을 타고 들려왔다.


“이럴 줄 알고 준비했네요. 이거 입어요. 레 박사의 작품이지만.”


쿠마르가 던져준 건 또 다른 모양의 윙슈트였다. 루비의 장식용 날개는 없었지만, 소형 제트기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슈트였다.


“날아요. 함께. 진훈.”


루비가 내 눈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날개를 크게 펄럭이더니 날아올랐다. 날아오른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루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손을 맞잡은 채 스타디움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거대한 빛의 조명이 우리를 향해 비췄고 그 모습은 대형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쇼가 아니었다. 누군가 이 순간을 남기려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눈이 우리의 모습을 세계로 송출하고 있었다.


“형, 지금 이 모습. 세계로 전송되고 있어요. 중계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있어요.”


사람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한순간의 혼란에 놀라 자리를 이탈한 사람들은 무대 위로 날아오른 루비와 나를 보고 환호를 보냈다. 지금까지의 모든 여정은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슈슝-


그때 소리와 함께 뭔가가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소형 유도 로켓이었다.


“피해!”


나는 소리치며 루비를 밀쳤다. 지상에서 발사한 로켓은 루비와 나를 통과해 하늘 위로 오르더니 선회해 루비의 날개를 스치고 날아가 스타디움 돔 외곽 한곳에 부딪혔다. 루비는 아래로 추락하고 있었다.


“프리티 부탁해.”


나는 프리티에게 제어권을 넘겨 떨어지는 루비가 추락하기 직전에 간신히 그녀를 잡을 수 있었다.


“괜찮아? 루비?”


그녀의 한쪽 날개는 부셔졌지만 다행히 루비는 다치지 않았다.


“네, 다행히. 추락에서 구해주었군요.”


루비가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나는 루비의 옷에서 날개를 분리해 냈다.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윙슈트였다.

나는 로켓이 날아온 월드컵스타디움 관중석 가장 높은 곳을 봤다. 한 무리의 요원이 이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A.F.C 요원이 우리를 향해 로켓을 발사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향한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순간 그의 뒤에 낯익은 한 남자가 보였다.


C였다. C의 옆에는 조금 전 EMP 공격에 멈춰버린 칼이 함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5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6 0 9쪽
51 드론 떼 23.11.19 10 0 9쪽
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9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4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6 0 11쪽
43 찹피 23.09.22 19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4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8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8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9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9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2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