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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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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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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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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 SHOCK

DUMMY

“블라디미르 당신이 첫 번째 아이?”


블라디미르, 그가 두 번째 신인류 프로젝트의 실험체였다는 건 지난번 그가 스스로 밝혀 알고 있었지만, 첫 번째 아이였다니.

첫 번째 아이는 능력발현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은폐되어 공개되지 않았다. 두 번째 신인류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연방이 주도했지만, 첫 번째 아이가 실패하자 연방은 실험에서 손을 떼고 프로젝트를 접으려 했다. 이종욱 박사의 고집이 아니었다면 나를 비롯한 아이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요. 나 또한 신인류로 만들어졌지만 실패한 피험체죠.”


나는 블라디미르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그에게는 첫 번째 신인류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아이들 일부에게 발현된 기형 같은 외적인 문제는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실패라면...


“궁금한가요? 왜 내가 실패한 실험체인지.”


뜻밖에도 블라디미르는 먼저 실패한 원인에 대해 입을 열었다. 나는 궁금하다는 걸 굳이 숨기지 않았다.


“큰 문제는 아니에요. 첫 번째 프로젝트의 아이들에 비하면. 단지 한 가지가 문제일 뿐이죠.”


“한가지라면?”


“슈퍼인간의 힘이 발현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라면 다행이군요.”


“일반인의 입장에선 다행이겠죠. 하지만 엄청난 자본과 과학자들의 이목을 끈 프로젝트였으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기형 같은 부작용 없이 새로운 능력을 갖춘 인간으로 유전자를 바꾸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실패 시 발생하는 비용보다 두려운 건 연방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일지도 모른다.


“실패한 프로젝트로 발생할 외부 압력은 어쩔 수 없지만, 블라디미르 씨 입장에선 부작용이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는 게 낫겠군요. 비판은 우리의 몫이 아니었을 테니.”


“그렇겠죠. 대신 타고난 유전형질로 우수한 두뇌를 가지게 됐죠. 하지만 그건 당신도 가진 능력이니.”


그 말에 블라디미르와 나, 락샨은 모두 웃었다. 단지 특수 능력이 없다 해도 그의 천재성은 이미 에너지연구소를 맡을 정도로 대단했으니 그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그때 정찰을 마친 드미트리가 산에선 내려오는 게 보였다.


“당신이군요. 드미트리.”


“다, 당신은? 블라디미르 박사? 여긴 어떻게.”


놀란 드미트리가 나를 쳐다봤다.


“제가 설명하죠.”


놀라 경계하는 드미트리에게 락샨이 블라디미르가 온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사연을 들은 드미트리는 곧 경계를 풀었고 블라디미르는 드미트리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건넸다. 잠시 후 재회의 기쁨을 나눈 블라디미르는 무겁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락샨에게 들었어요. 스타에이드의 계획. 그거라면 나 또한 힘을 보탤 게 있죠.”


“반가운 소식이군요. 그게 뭐죠?”


“진훈, 당신과 내가 당한 그 공격. 잊지 않았죠?”


“E..EMP 건?”


“그래요. 전자기 펄스(electromagnetic pulse).. 그때 우리 차를 테러하는 데 쓰인 건 국소형 EMP 건이었죠. 그걸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연방에서도 엄격하게 규제하는 군사용 무기이니까요. 게다가 A.F.C에서도 보안국의 승인 없이는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죠.”


“그럼 예상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그 정도 국소형 공격에 사용된 거라면 구식 전자기 펄스는 아니죠. 내가 파견 간 델리의 에너지연구소에서는 비슷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죠. 관련 연구를 한 일부 공학자들이라면 어렵지 않게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렇다면..설마 내부에서?”


“맞아요. 내부 소행이죠. 아마 연방 보안국에 협조한 사람일 거예요. C나 A.F.C의 활동에 관여한 사람.”


“인도 지부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는 거군요.”


“그렇죠. 그곳 출신인 자 중 하나일 수도 있고요.”


연방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곳 중 하나인 인도 또한 친 연방주의자는 많았다. 게다가 연방 산하의 에너지연구소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이미 블라디미르의 행적을 좇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부 사람 중에서 의심 가는 인물이 있나요?”


“아직은요.”


그의 말에 나는 얀을 떠올렸다. 얀이 그렇게 배신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EMP 공격과는 상관없을 것이다. 얀은 마이스터에 가까울 뿐 에너지 연구소와 거리가 멀었다.


“EMP 공격을 시도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천천히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개인적인 원한으로 제한할 마음은 없으니까. 이제 돌려줄 때가 온 것 같군요.”


“돌려주다뇨? 어떻게요?”


“스타에이드.. 좋은 기회라 느꼈어요. 그간의 연구 성과를 실험할 때가 드디어 온 거군요.”


블라디미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순간 나는 섬찟함을 느꼈다. 머리 좋고 덩치 좋은 슬라브계 중년 신사로만 생각했던 그였다. 하지만 인도에서 전사 란초와 함께한 모습은 전형적인 투사의 모습이었다.


“스타에이드의 무대를 망가뜨리는 데 당신의 연구 성과로 일조하겠다는 거죠.”


내 말에 블라디미르는 호탕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브라보, 그거 좋은 생각이군요.”


블라디미르의 말을 듣고 있던 락샨이 말했다. 그는 기쁜지 손바닥까지 쳐가며 환호했다.


“어차피 연방 보안국과 이 모든 건 연결되어 있죠. 스타에이드에서 EMP 건으로 무대를 망가뜨린 후 보란 듯이 날아오려면 되죠.”


“하지만 쿠마르의 기체..아니 찹피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그래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는 거예요. 그 작은 친구의 초전도체 기체가 받을 피해만 무력화시키는 것 또한 에너지연구소의 연구과제이자 저의 연구 성과이기도 하니까요.”


“블라디미르, 당신은 모든 계획이 다 있군요. 당신 말대로라면 찹피는 그 공격에서 제외될 수 있겠군요.”


“그것이 포인트죠.”


그의 대답에 나도 순간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블라디미르의 계획대로라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모든 기기가 무력화된 공간에서 나는 루비를 데리고 유유히 월드컵스타디움을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락샨과 블라디미르와 달리 드미트리는 웃지 않았다. 신중한 드미트리의 성격이라면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계산하고 몇 번이고 시뮬레이션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어요.”


한창 들떠있던 우리를 보며 드미트리가 말했다.


“이 모든 계획을 우리만으로든 불가능해요. 수만은 인파 속에서 묻혀버릴지도 모르니까.”


괜한 걱정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불과 지지난번만 해도 스타에이드의 인파에 묻혀 사망하는 사람도 속출했다. 아무리 통제해도 수만 명의 인파가 한번에 쏠리면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이번엔 모든 전자 기기가 망가지는 위험한 상황도 연출된다.


“오늘 저쪽 언덕으로 올라가서 인천에서 네오서울로 들어오는 게이트를 추적했어요. 스타에이드까지 앞으로 4일.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게다가 그들 대부분은 일반인이에요.”


드미트리가 말했다.


“그중 상당수는 연방의 혜택을 받은 자들이겠지만 그래도 평범한 이들일 테죠.”


“드미트리, 그건 걱정 말아요.”


말을 끊고 들어온 건 락샨이었다.


“당신이 걱정하는 건 일반인까지 이 일에 휩쓸려 희생자가 나올까봐 그러는 거죠?”


“맞아요. 이 계획은 고작 대여섯이 진행하기엔 무리에요.”


“그럼 걱정할 거 없어요. 어차피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도와줄 테니까.”


“뜻을 같이하는 친구?”


“그래요. 동지이자 친구.”


“누구죠?”


“바알의 카페. 그곳 사람들이라면 가능할 거예요.”


락샨이 말했다. 바알의 카페라는 말에 순간 나는 우리의 투쟁이 이제 시작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라면 가능할 것이었다. 이미 미츠와 타냐가 속한 공동체부터 이미 투쟁을 시작하고 있었다.


“바알의 카페가 우리를 돕는다면 이미 수만 명의 동료가 있는 셈이죠.”


“수만 명의 동료?”


“그들 각자가 거느린 집단이 있을 테니까요.”


락샨의 말은 그럴듯했다. 그 말대로 수만 명의 조력자가 있다. 그들의 힘이라면 스타에이드의 계획은 어렵지 않을 것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전 세계에 퍼져있다. 게다가 상당수가 연방에 의해 암암리에 감시당하고 있다.


“하지만 바알의 카페는 이미 보안국에 노출되어 있어요. 주인인 바알 또한 그런 존재죠. 그곳에 알리는 건 연방 보안국에 우리가 스타에이드를 망칠 거라 홍보하는 셈이죠.”


나는 수용소에서 마주한 바알을 기억한다. 그는 바로 C였고 바알이었다. 바알의 카페는 이미 반연방주의자를 솎아내는 공간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영 없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그 상황을 이용하면 되겠군.”


“상황을 역 이용한다고요?”


드미트리가 놀란 듯 되물었다.


“역으로 이용한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죠?”


드미트리와 나의 대화를 듣던 락샨이 되물었다. 그는 나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역공이라면.


“성동격서(聲東擊西)라고 할까.”


“성동격서? 그건 중국 고사에 나오는 단어 아닌가?”


블라디미르가 내게 말했다.


“맞아요. 고대 전술 중 하나죠.”


“손자병법인가. 거기서 본 것 같군. 동쪽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쪽을 친다?”


예상대로 블라디미르는 알고 있었다. 그는 단순 전사의 모습만이 아니었다. 단지 특별한 초인적 능력이 없을 뿐 그의 말대로 우수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스타에이드가 아닌 다른 곳을 노리는 것처럼 소문을 퍼트리게 하는 거죠. 바알의 카페에 있는 첩자들이 볼 수 있게.”


“흠, 기만전술이라. 그거 괜찮은 방법인데요?”


블라디미르와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락샨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좋아요. 진훈, 그럼 바알의 카페에서 역정보를 흘려보죠.”


드미트리가 뭔가를 생각한 듯 내게 말했다.


“역정보? 드미트리, 생각하는 거라도 있어?”


“스타에이드가 진행되는 내내 서울의 남쪽 도시로 반영방 주의자를 규합하는 거죠. 그러면 연방 보안국 또한 그쪽으로 병력을 집중할 거고.”


“그럴듯하군. 남쪽이라면?”


“성남, 이곳이라면 인구와 인프라가 많아 테러의 타깃으로 보기에 나쁘지 않죠. 그리고 월드컵스타디움에 있는 병력을 나눈다 해도 이동이 불가능한 거리가 아니기에 방심할 만한 위치이기도 하고요.”


“오히려 너무 떨어진 곳보다는 혼란을 주겠군.”


“그렇죠. 너무 떨어진 곳이라면 애초에 하나를 포기해야 할 테니.”


드미트리의 생각은 꽤 괜찮아 보였다. 락샨은 드미트리를 도와 그 계획을 진행하기로 했다. 중요한 건 시간이었다. 이제 스타에이드까지 남은 건 4일... 시간이 촉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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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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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8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4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 EMP SHOCK 23.09.28 16 0 11쪽
43 찹피 23.09.22 19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4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7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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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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