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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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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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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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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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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배신자는 누구인가

DUMMY

“이쪽으로 내려가요. 어서요.”


창고를 벗어나자, 얀은 비상계단을 향해 뛰었다. 비상구를 지나 지하 12층 계단에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지하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는 지하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질 것처럼 메아리쳤다.


“얀, 락샨에게 내려가고 있다고 연락해 줘. 주차장 쪽은 락샨이 관리자니 문제 생겨도 손 쓸 수 있게 미리 말해두는 게 나을 거야.”


“걱정 말아요. 내가 잘 아니까. 도착해서 연락하면 돼요.”


“락샨에겐 먼저 이야기된 거야?”


“아직요. 우선 벗어나는 게 급해요.”


얀의 대답에 순간 불안감이 밀려왔다. 어딘가 이상하다. 락샨이 알려준 게 아니라면 얀은 어떻게 우리가 있는 곳을 알았을까? 지하 12층은 생각보다 넓다. 설비 시설이 가득한 그곳에서 닫힌 문의 보안을 풀고 창고 안으로 들어왔으니 당연히 내가 있다는 락샨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거로 생각했다. 얀은 어떻게 내가 있는 것을 안 걸까. 락샨에게 확인하지 않은 채 창고를 벗어난 건 실수일까? 하지만 돌아갈 수도 없다. 이미 창고 문은 닫혔고 나는 아래로 향하고 있다. 아이덴과 나는 얀을 따라 계속 지하 계단으로 움직였다.


B17, B18, B19


비상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층을 표시하는 비상구 표시만이 위치를 알려주었다.


“여기에요. 이쪽으로 들어가요.”


B20에 이르자, 얀이 비상계단을 벗어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곳은 지하 주차장 사이에 지어진 벙커였다. 건물 지하엔 5층마다 주차장겸용 벙커가 있다. B20층은 벙커 중에서도 가장 보안이 철저한 곳 중 하나다.

앞장서 가던 얀은 비상계단을 벗어나 벙커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는 우리에게 손짓했다. 다른 방법은 없다. 나는 아이덴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그 모든 건 함정이었다는 걸.


벙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강렬한 빛이 눈을 파고들었다.


철컹-


이내 건물로 통하는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덴과 나는 총을 겨눈 요원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리고 얀은, 얀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총을 겨눈 요원들 사이에서 얀이 나타났다. 꽝마른 그의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였다. 얀은 내 눈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미안해하지는 않을게요, 진훈. 우리는 틀렸어요. 우리의 판단이 잘못된 거라고요.”


얀이 소리쳤다. 얼굴에 드러난 일그러진 표정이 그를 혼란하게 하는 것 같았다.


“당신에게 안구를 넘기고 나 또한 수용소에 갇혔죠. 그리고 보았어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혁명이란 이름으로 연방에 반기를 드는지. 그거 알아요? 그것은 혁명이 아니에요. 그저 테러거나 불평불만일 뿐이죠. 연방은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어요. 그러지 않나요?”


“이봐 얀, 괜찮아?”


나는 얀에게 되물었다. 그의 정신이 혼란해 보였다.


“괜찮냐고요? 무슨 의미죠? 당신이 지금 그걸 걱정할 땐가요?”


“아니 난 단지 얀, 자네의 상태를 걱정할 뿐이야.”


얀은 떨고 있었다. 마약을 주입한 것처럼 온몸이 떨렸고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조금 전과는 다른 약에 찌든 표정이 밝은 조명 탓인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다.


“얀, 어디까지지? 어디까지 당신이 관여한 거지? 예전 당신은 이렇지 않았잖아.”


“웃기지 마! 지금 당신 걱정이나 하라고.”


얀이 소리쳤다. 그는 불안해하고 있다. 그의 괴로움이 그의 모든 몸짓에 드러나 있다.


“저자를 묶어요.”


얀의 말에 총구를 내게 겨누던 요원 중 하나가 내게 다가왔다. 보안국 요원이 사용하는 포박용 줄로 나와 아이덴을 묶었다.


“아, 아저씨. 이러지 말아요.”


팍-


소리가 함께 아이덴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테이저건을 든 요원 하나가 버둥대는 아이덴의 몸을 건으로 친 것이다.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빛이 나더니 작은 체구의 아이덴은 곧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무엇 때문인지 나 또한 곧 의식을 잃었다.


.

.

.


눈을 뜬 건 익숙한 곳이었다. 오래전 리얼워 게임을 즐기던 꼭대기 층의 어느 곳.

창밖의 배경이 타워의 높은 곳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스카이라운지 가까운 곳. 불과 육 개월 전까지 내가 주로 드나들던 곳이기도 했다.


아까와 달리 내 두 팔은 자유로웠다. 다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의자에 앉은 채로 나는 하체가 마비된 것처럼 굳어 있었다. 아이덴은 한쪽에 쓰러진 채 의식이 없었다.


“곧 마비가 풀릴 거요. 진훈”


C의 목소리였다. 반년이나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목소리.


생각해 보면 C와 나는 그렇게 사이가 나빴던 건 아니다. 다만 C와 나의 입장이 달랐을 뿐이다. 연방에 의해 만들어진 바이로이드인 그와 연방의 견제를 받는 실패한 신인류 프로젝트의 잔재인 나.


“그곳에서의 삶이 당신에게 교훈이 되지 않았나?”


그곳, C는 수용소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나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가두지도 속박하지도 않은, 온전히 내 자유의지로 탈출할 수 있었던 수용소. 그곳은 아니 그곳에 나를 가둔 자들은 내게 선택권을 주었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연방이 말하는 평화를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 억지로 끼워 맞춘 평화. 그냥 두어도 언젠가 분열할지 모를 평화에 반대하는 것이 문제인가?”


“당신은 누리고 있지 않았나. 꽤 오랫동안 슈퍼엘리트의 두뇌로 이 굴지의 회사에서 좋은 대접을 받으며.”


틀린 말은 아니다. 나는 슈퍼유전자의 혜택으로 일반인과 다른 비상한 계산 능력과 전자 기기를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다. 그것으로 이 굴지의 안드로이드 제조사에 들어와 많은 혜택을 누렸다. C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최연소 엔지니어 관리자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연방의 모든 것을 옳다고 믿어야 할까. 내게 주어진 떡에 대한 감사로?

바깥세상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부산에서 네오서울로 오는 동안 황폐해진 땅을 보았다. 누군가는 사막과 황야를 전전하며 목숨을 부지한다. 연방은 연방이 베풀어 준 풍요와 평화에서 스스로 멀어진 자들에게 주어진 형벌이라 표현하지만 애초에 연방은 세계의 주요 거점 도시 이외의 지역을 부지할 여력이 없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폭력과 균열로 만들어진 세상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은 더 많은 폭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려 했다.


“연방에 의해 강제로 조작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걸 감사해야겠군. 당신 논리대로라면.”


“이봐, 진훈. 세상은 그저 이대로 만들어졌을 뿐이야. 이 상황을 바꿔나갈 힘이 없다면 당신의 행동은 혼란만을 부추기지.”


“그저 그대로 만들어진 세상을 바꾼 건 연방 아닌가? 대형 국가의 몰락과 분열을 틈타 서로 다른 각각의 세계를 억지로 끼어맞춘 결과가 어떻지? 몇 개의 초거대 도시 외에는 모든 것이 황폐해진 땅을 당신도 보고 알지 않나?”


“진훈 당신은 모르는군. 당신과 나는 선택받았다는 걸. 애초에 이 지구는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황폐화되었지. 나는 죽은 후 바이로이드로 되살아났지. 당신이 일반 인간이었다면 이미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는지도 모르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건가? 연방 통제 밖의 죽어가는 사람을”


“그들 스스로 선택한 자유인지도 모르지. 빵이 없는 자유를 그들은 선택했지.”


지금 누리는 삶을 위해 나는 연방의 폭력을 묵인해야 할까. 이대로 세상은 더 큰 균열밖에 없을 것이다.


“첫 번째 신인류 프로젝트의 실패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렸지. 실험체이기 전에 한 인간인 그들을 연방은 어떻게 대했지?”


나는 C에게 되물었다. 인간 실험을 그들은 어떻게 기억할까.


“기형이자 실패물인 그들이 살아 있다면 더 끔찍했겠지.”


“그걸 만든 건 연방이 아닌가?”

“애초에 위험한 존재를 만든 것이 잘못이라면 이해해. 하지만 그런 피 실험체에 의해 나 같은 바이로이드가 탄생한 거겠지.”


“이종욱 박사를 죽이려는 것도 연방의 계획 아닌가?”


“진훈, 당신은 그를 알고 있군. 하긴 당신의 창조자이니 완전히 숨길 수 없었겠요.”


“이종욱 박사를 냉동상태로 내몬 것도 연방 아닌가?”


“많은 걸 알고 있군. 그들은 안타깝게도 첫 피험체이자 실패한 프로젝트의 결과지. 그리고 그 피험체에 의해 당신들 두 번째 신인류가 태어났고... 눈물겹군. 아버지를 찾는 아들이라.”


뜻밖의 말이었다. 아버지라니. 무슨 말인가. 두 번째 신인류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이종욱 박사가 내게 유전자를 제공한 자란 말인가?


“무슨 말이지? 아버지라니.”


“정말 몰랐다면. 눈물겹군. 두 번째 아이들 중 당신은 이종욱 박사의 유전자를 받았지. 같은 한국계일 테니. 몰랐던 건가?”


“서, 설마..”


한국계란 이유만으로 그가 내게 유전자를 준 거로 생각지 못했다. 엄청난 혼란이 나를 엄습했다.


“그래도 다행 아닌가? 이종욱 박사, 그는 아직 살아 있으니.”


“연방이 그를 숨도록 했겠지. 인간 실험에 대해 모든 걸 아는 이종욱 박사의 폭로가 연방엔 큰 해가 될 테니.”


나는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흥분하지 말아요. 진훈. 당신 말대로겠지. 이종욱 박사는 실패하고 폐기된 신인류 프로젝트를 개인적으로 진행했지. 그리고 당신들을 만들었고. 연방에 협조적이지 않은 자가 만든 능력자들은 연방을 위협하겠지. 지금 당신처럼”


C의 말이 맞다. 연방은 이미 예측했다. 그리고 그에 관해서 모든 걸 없애려 했다. 마치 고대의 기록 말살형처럼.


“당신을 회유하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군. 두 번의 기회는 없어. 진훈. 미안하게 됐군.”


C는 마이크로폰에 대고 뭔가를 지시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열리며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몇 명의 요원이 들어왔다. A.F.C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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