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269
추천수 :
17
글자수 :
289,101

작성
23.10.06 18:00
조회
11
추천
0
글자
9쪽

살금살금 기다

DUMMY

저녁 무렵 블라디미르는 네오서울로 돌아갔다.

휴머니티테크놀로지로 가는 그에게 감시가 붙을지도 모르기에 나는 불안했다. 블라디미르는 이미 우리의 계획에 가담했고 소형 EMP 건을 준비하기로 했다. 게다가 찹피가 EMP 건을 회피하는 방안까지 그가 마련할 것이다. 만약 연방 보안국에서 이 사실을 안다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네오서울로 향하는 그를 오랫동안 바라보다 돌아섰다. 멀리 보이는 산 아래로 해가 저물고 있다. 또 하루가 가고 있었고 이제 스타에이드까지는 불과 3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날 밤. 드미트리가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루비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 밤 나는 노래를 불러요.

인간이 된 나비의 꿈을 꿔요.


나는 그녀의 노래를 듣고 그녀를 떠올린다.


며칠 남지 않은 스타에이드에서 전파를 타고 세계에 모습을 드러낼 루비의 모습을 그려본다. 스크린을 통해 언제든 볼 수 있는 루비의 모습에서 나는 아무 표정도 읽지 못했다.


“상관없어요.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으니까.”


사흘 전 루비의 말을 기억한다.


만들어진 생명체인 그녀는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연방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다. 안드로이드인 그녀처럼 인간인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는 선택하고 있는지 모른다. 서로를 묶는 틀 안에서 우리의 역할에 대해. 감시와 통제가 일상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부조리함을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때론 그 감시 안에서 안락함을 누리는 자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냐고. 연방이 있기에 우리는 이토록 자유로울 수 있다고. 그들은 연방이 저지른 끔찍한 살육과 파괴를 알까. 싸워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그들인지도 모른다.


카를로이자 C, 그리고 바알인 그는 자유를 느낄까. 그는 스스로 자유로운가. 그리고 그 자유에 만족하고 있을까.


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문을 닫은 지 오래된 리조트의 조악한 방이지만 그래도 잠을 청하기엔 나쁘지 않다.


창밖은 어둡고 그 어둠이 별들을 더욱 빛나게 한다.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가까스로 눈을 감고 꿈 없는 잠 속에 빠져들었다.


.

.

.


-굿모닝 월드 안녕하세요?


아침에 다시 미츠와 타야의 해적방송을 들었다.


-스타에이드가 사흘 앞으로 남은 지금. 연방과의 한판이 기다리고 있군요.


-한판이 기대되는데? 과연 첫 개시 장소가 어딜까? 후.


-어머 미츠, 그게 무슨 말이야?


-어머 타냐, 몰랐어? 이번 스타에이드를 벼르는 우리의 반연방주의자 대원들의 원대한 계획 말이야. 첫 번째 타깃


-쉿쉿 미츠, 아예 까발리고 다니려는 거야?


-뭐야 이런 건 빨리 소문을 내야 한다고 기대하세요. 연방의회장님. 읍읍 뭐야 타냐.


타냐가 미츠의 입을 막았는지. 미츠와 타냐는 한동안 옥신각신했다. 연출인지 정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전파를 탔다.


“계획대로 되고 있네요.”


락샨이 웃음 띤 얼굴로 다가와 전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라디오 소리에 흐뭇하게 웃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요?”


“락샨, 당신이 이들에게 알린 거야?”


“드미트리도 도왔어요. 어차피 반 연방주의자만의 커넥션은 늘 존재하니.”


“굿모닝 월드만이 아닐 거예요. 자유 동아시아의 소리와 유럽 쪽에도 꽤 많은 반연방주의자가 존재하죠.”


드미트리도 가져온 라디오로 주파수를 맞추자 각각 채널마다 다양한 언어로 방송이 흘러나왔다. 굿모닝월드만이 아닌 여러 해적방송에서 스타에이드가 열리는 날 반 연방 단체가 움직일 거란 소문이 암암리에 퍼지고 있었다.


드미트리와 락샨이 말한대로 바알의 카페도 내부적으로 술렁이고 있었다.


“이런 식의 반정부 투쟁이라면 무조건 환영할 수는 없군요.”


키케로란 이름을 쓰는 자가 말했다.


“100년 전 중국과 미국이 쪼개진 후 그 자리를 차지한 연방은 그 이전의 중국이나 미국의 패권을 답습하고 있지요. 하지만 무조건적인 무력으로 이 치밀한 연방의 질서를 부순다고 해서 연방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아요. 오히려 지난번 안드로이드 사태처럼 시민에 대한 통제만 강화하겠죠.”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다들 온라인에서 탁상공론만 하고 아무도 보여준 사람은 없죠. 이번이 괜찮은 기회인지도 모르죠.”


이번엔 아우렐리우스인가? 철학자를 자처한 자였다.


“보여줄 기회? 보여줘서 뭐하게요.”


“누군가는 투쟁하고 있다는 거죠.”


“그게 먹힐까요?”


“당장 먹힐 건 없죠. 조금씩 뿌리는 거죠. 투쟁의 씨를.”


“뭐 그렇다 칩시다. 무럭무럭 자라날 씨인지는 알 수 없지만.”


바알의 카페를 술렁이고 있었지만 무턱대고 부정적인 여론은 없었다. 다들 기왕이면 힘을 보태고 축제도 참석할 겸 스타에이드에 가보고 싶다는 분위기였지만 한 달 분 월급에 맞먹는 스타에이드 티켓을 예매하려면 최소 일 년 전에는 서둘러야 했다.


오후가 되니 연방 공영방송에서도 소식이 들려왔다. 반 연방 움직임이 포착되어 연방에서 축제 동안 성남의 치안을 안정시키고 검문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저런 의미 없는 소문에도 연방이 움직이는 게 신기하군. 정말 성남으로 연방 보안국의 시선이 집중될지 모르겠군.”


“아마 말한 대로 할 거예요.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겠죠.”


내 말에 함께 라디오를 듣던 락샨이 대답했다.


“그렇겠지. 어쨌든 여러모로 주의가 분산되어 나쁠 건 없으니까.”


성동격서, 나는 이 기만 작전이 성공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또 하루가 지났다. 왜인지 쿠마르에게선 연락이 없다. 어떻게 된 걸까? 이제 스타에이드는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아침에 높은 산으로 정찰을 다녀온 드미트리가 급히 내려왔다. 드미트리는 뭔가를 본 듯 다급해 보였다.


“진훈, 연방 치안대의 병력이 이쪽으로 이동하는 것 같아요.”


“정말이야?”


“산 위에서 이쪽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감지했어요.”


그가 내민 패드에는 꽤 많은 전파의 밀집체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 시간 간격의 패턴으로 봤을 때 분명 이쪽으로 병력이 이동 중이었다.


“눈으로도 확인했어요. 뭔가 냄새를 맡은 걸까요?”


황폐해진 네오서울의 외곽까지 연방군의 움직임이 느껴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지만 우연은 아니었다. 성남 쪽으로 치안을 강화한다고 했으니, 광주와 곤지암 근처까지 연방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쪽을 노리고 오는 것 같지는 않아요.”


패턴을 분석한 드미트리가 말했다.


“그런 것 같기는 하군.”


공격 의도였다면 생각보다 많은 병력이 움직일 이유가 없다. 쿠마르의 차피가 없는 이상 이구아나N을 제외하면 우리는 일개 민간인 세 명일 뿐이다. 아직 특별한 움직임도 없으니 며칠 전 휴머티니테크놀로지 사건으로 추적하는 게 아니라면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오전 내내 네오서울이 있는 북서쪽을 주시했다. 다행히 성남을 비롯하여 인근으로 치안을 강화하는 이상의 움직임은 아니었다.


늦은 저녁까지 쿠마르에게선 여전히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제 밤이 지나면 이틀밖에 남지 않는다. 이틀 후 저녁 스타에이드가 시작된다. 48시간 동안 생중계로 세계에 전해지는 음악 축제.


나는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 귓가에 들려오던 아주 오래된 노랫소리.


제목이 creep...이라고 했다. 살금살금 기다라는 뜻의..


When you were here before

Couldn't look you in the eye

You're just like an angel

Your skin makes me cry

You float like a feather

In a beautiful world

I wish I was special

You're so fuckin' special

But I'm a creep

I'm a weirdo

What the hell am I doin' here?

I don't belong here


당신이 방금 여기에 있었는데

당신의 눈을 똑바로 볼 수 없었어

당신은 마치 천사 같아

당신의 피부가 나를 울게 해

당신은 깃털처럼 떠다녀

아름다운 세상에서

내가 특별한 존재였으면 해

넌 존나 특별해

하지만 난 이상한 놈이야

난 이상한 놈이야

내가 여기서 뭐하는 거지?

나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아


20여 년 전이었다.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았던 나에게 세상은 화려했지만 내겐 암흑이었다. 아무도 없는 세상에서 혼자 살아야 한다는 건.. 외로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렴풋이 내가 어떤 존재인지 알았고. 그걸 알기에 더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현실. 연방 공안의 감시가 완전히 풀렸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 나는 그 방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연방 대학에서 인간과 같은 그 존재들을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5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6 0 9쪽
51 드론 떼 23.11.19 10 0 9쪽
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9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4 0 9쪽
» 살금살금 기다 23.10.06 12 0 9쪽
44 EMP SHOCK 23.09.28 16 0 11쪽
43 찹피 23.09.22 19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4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5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8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1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8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9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9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2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