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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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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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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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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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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DUMMY

그날 아이는 분명 테크노 스트리트 저쪽 편으로 달아났다. 한참을 달리다 뒤늦게 내가 있는 쪽을 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체크무늬 반소매 옷. 나는 그날을 또렷이 기억한다.

무사한 줄만 알았던 아이가 이곳 창고에 있다. 팔과 다리가 뒤틀려 있지만, 얼굴의 실리콘 피부가 찢어졌을 뿐 몸은 문제가 없었다.


배꼽의 전원장치를 눌러도 반응이 없다. 아이는 EMP 건을 맞고 쓰러졌을 것이다. 공안은 거리에 쓰러진 안드로이드를 무차별로 락다운시켰을 뿐 몸을 부수지는 않았다.

몸체가 파괴된 안드로이드는 심하게 저항하거나 인간을 공격하다가 역습을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안드로이드가 인간에게 그토록 저항하기는 쉽지 않다. 분명 바이러스에 의한 손상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를 배포한 배후 또한 존재하겠지.


나는 한동안 그곳에 널린 안드로이드를 들여다봤다. 일부 심하게 파괴된 안드로이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원장치와 파손된 회로만 되살린다면 다시 작동하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이미 파손되어 생명 반응이 없는 실종 안드로이드로 분류되었기에 누군가 이들을 굳이 되살리지는 않을 것이 분명했다.


연방 정부의 허가만 있다면 등록된 안드로이드를 손상에 의한 폐기로 처리해 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미 고철로 분해되었고 분해 공장 위치까지 조작한다면 이의를 제기해 본들 정부는 최소한의 고철값으로 일을 덮을 수 있었다.


“일단 이쪽은 문제가 없다고 말해두었어요. 진훈을 계속 찾고 있나 보던데.”


안드로이드를 살펴보는 중에 락샨이 돌아왔다.


“주차 팀은 제 선에서 통제되지만 보안 팀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어요. 그래도 여기 시설은 제가 일부 통제할 수 있으니 큰 문제 없을 거예요.”


“고마워.”


“고맙긴요. 그런데 이제 어쩔 건가요? C를 만나기 전에 보안요원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보안요원의 일부는 A.F.C 소속이다. 그들은 보안요원으로 위장한 채 내부인을 감시하기도 했다. 일부 의심 가는 사람을 알고 있지만, 정확히 누가 A.F.C 요원인지는 나 또한 알 수 없었다.


“락샨, 나를 도와 줄 수 있을까?”


“어떻게요.”


“C와 대면하고 싶어. 하지만 그는 바이로이드야. 체력도 지력도 뛰어나지. 게다가 이사회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따로 만나기도 쉽지 않지.”


“맞아요.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생각하는 거라도..”


“일단 드미트리를 만날 수 있을까? 그의 의중을 알고 싶어.”


“드미트리는 진훈 당신을 배신한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괜찮겠어요?”


“그래서 만나고 싶은 거야. 정말 드미트리의 의중이 뭔지.”


“다시 그에게 배신당해도 상관없나요?”


“각오하고 있어.”


“그래요. 그럼 기다려요. 그에게 말을 해둘게요. 진훈이 기다린다고.”


“고마워.”


잠시 후 락샨은 자리를 떠났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내겐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이 남았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락샨이 알려준 대로 창고 곳곳을 뒤져 공구를 꺼냈다. 쓰러진 안드로이드 아이의 전원을 되돌려 아이와 이야기해 볼 생각이었다.

창고 밖으로만 나가지 않는다면 나 또한 당분간 이곳이 안전할 것이다. 창고는 생각보다 거대했고 안드로이드를 생산하는 회사의 파손된 안드로이드를 모아둔 곳이기에 그만큼 부품도 많았다.

나는 아이를 안아 작업대 위로 올리고 머리의 실리콘 얼굴을 분리했다.

생각대로 배터리가 망가졌을 뿐이었다. 팔다리의 관절은 새 부품으로 교체하거나 수리하면 될 일이다.

아이의 제조사는 네오콘으로 주로 아이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회사였다. 아이를 낳는 대신 안드로이드를 주문해 아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보다는 죽은 아이를 대체하거나 애초에 아이를 낳지 못하는 가정에서 네오콘의 안드로이드를 입양하는 일이 더 많았다. 그 말은 아이가 누군가의 자녀였고 누군가는 아이의 부모였다는 말이다.


락샨이 알려준 대로 G열 선반에는 배터리 섹션이 있고 그중 네오콘사의 배터리와 호환되는 제품이 여러 개 보였다. 나는 NEO-G 시리즈의 적당한 배터리를 가져와 아이의 등을 열고 배터리를 교체했다. 반영구적인 배터리를 교체하는 일은 드물었기에 등의 피부를 잘라내는 건 불가피했다.

전원을 켜기 전 아이의 뒤틀린 팔다리를 교정했다. 발목과 손가락 일부를 새 걸로 교체하고 등의 실리콘을 봉합해 실리콘을 자른 흔적을 없앴다. 모든 부품을 구할 수 있었기에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수리가 끝나 전원을 켜자 시스템이 가동됐다. 의식 센서를 켜기 전에 아이의 몸 전체를 스캔했다. 사고 기능은 정상이었다. 침투된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되었지만, 오히려 세뇌된 센서를 마비시켜 무력화하는 바이러스였다.

나는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애초에 주입된 비 휘발 메모리에서 통제 시스템을 제거했다. 만약의 위험성에 대비하는 기능이지만 자유의지 기능을 박탈하고 정제된 로봇처럼 동작하는 센서였기에 제거해 주었다. 그리고 의식 센서를 열었다.

곧 아이가 깨어났다.


“여, 여긴. 그리고 아저씬?”


놀란 아이가 작업대에서 일어나 사방을 둘러봤다.


“기억나니?”


“그럼요. 시위대에서 구해주었죠.”


“그래. 기억하는구나. 그런데 왜 쓰러진 거지? 마지막 기억을 들려줄 수 있을까?”


“그, 그게.. 아저씨가 구해준 그날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어요. 부모님에게 크게 혼나기도 했지만, 별일 없었죠. 하지만 사흘 후 공안이 집에 들이닥쳤어요. 아래층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가 내 방의 문을 막아섰지만, 공안이 밀고 들어왔어요. 공안의 손에 든 곤봉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는데 깨어나니 지금이에요.”


기가 막혔다. 공격성이 없이 그저 자유롭게 시위에 참여했다가 도망간 아이를 찾아와 곤봉으로 전원 배터리를 방전시키다니. 게다가 아이의 부모가 막아섰을 텐데도 이곳에 데려온 것이다. 그렇다면 또 얼마나 많은 안드로이드가 이렇게 끌려왔을까.


“난 최진훈이야. 넌 이름이 뭐지?”


“아이덴이요.”


“좋아, 아이덴, 넌 어디에 살았지?”


“언더빌이요.”


“어...언더빌?”


그곳이면 평범한 서민층이 사는 곳이다. 아이를 가지지 못한 서민층의 부모가 안드로이드를 입양하기엔 무리가 따랐을 텐데.

반대 생각하면 그렇기에 공안이 함부로 들이닥쳤는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입지를 가진 가정이었다면 시위 참여만으로 함부로 가정으로 침투해 그렇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공안들도 성과가 필요했을 테고 그래서 언더빌의 입양 안드로이드를 선택했을 것이다.

“더러운 놈들이군. 나 참.”


“네?”


“아니다. 아무것도.”


나는 딴전을 피웠다. 아이에게 현실을 다 말해줄 수는 없었다. 어차피 아이의 머릿속엔 15세 전후 소년의 사고 체계만이 주입되어 있을 테니. 다 이해하기에도 무리였다.


그때 락샨이 들어왔다. 락샨의 표정은 어두웠다.


“드미트리를 만났어요.”


“수고했어. 락샨.”


나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드리트리의 행동이 앞으로의 일을 만들 열쇠였다.


“놀라는 눈치였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어요. 마치 당신이 돌아올 걸 알았던 것처럼.”


내가 사라진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것이다. 어느 날 동료가 사라지고 그가 연방에 반기를 든 죄로 수용소에 갇혔다는 소문이 도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이었고 실체는 아무도 몰랐다. 게다가 이사회의 신임을 받았던 팀장급의 위치에 있던 자가 연방에 반기를 들었다는 말은 이제껏 없었다.


“아, 아이가 깨어났군요. 당신이라면 이걸 보고도 가만히 있지 않았을 거로 생각했어요.”


락샨은 아이덴을 보며 말했다. 뭔가 딴전을 피우려는 느낌이었다. 아이덴이 락샨을 슬쩍 봤다.


“의미심장한 말이군. 락샨. 어서 다음 말을 해줘. 그래서 드미트리는?”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연락하겠다고. 이곳 위치는 말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늘 오전에 누군가 로비를 통해 건물에 침투한 건 알고 있더군요. 당신이라 예상한 것 같더군요. 그래서인지 그 문제는 본인 선에서 해결하겠다고 했어요.”


본인 선에서 해결한다고? 드미트리 정도 위치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가 그런 문제까지 관여한 게 이사회의 귀에 들어간다면 이상하게 보일 게 분명했다.


그는 어떤 꿍꿍이가 있는 걸까? 궁금하지만 내겐 방법이 없다. 나로선 우선 드미트리의 답변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기다려 봐요. 이미 진훈과 나는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네요. 드미트리가 배신자라면 나 또한 그냥 두지 않을 테니까요.”


락샨의 말대로다. 자유형제단의 일원인 그의 정체가 밝혀진다면 블라디미르이자 레조노프인 그에게까지 불똥이 튈 것이 분명했다.


-진훈, 그를 믿어봐요. 드미트리와도 오랜 친구잖아요.


프리티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의 말대로 드미트리는 친구였다. 10여 년간 이곳 휴머니티 테크놀로지에서 함께했던 그와의 기억이 그를 믿어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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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3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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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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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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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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