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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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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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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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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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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르 넌 뭐냐?

DUMMY

지면으로 공기를 분출한 추진력으로 공중을 떠다니는 기체를 본 적이 있다.

거대한 로터를 빠르게 회전시켜서 만들어 낸 양력. 유선형의 블레이드가 빠르게 회전하면 아래쪽의 압력이 높아지며 블레이드를 밀어 올린다.

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형태의 슈퍼헬리콥터가 만들어졌지만 기본적으로 로터는 존재했다.

하지만 눈앞의 기체는 달랐다. 그것은 프로펠러 없이 공중에 떠 있다. 단지 기체에서 뿜어나오는 빛만이 그것이 헬리콥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소리 없이 다가와 거대한 빌딩 가까이 몸체를 가져다 댔다.

이내 라운지 창문을 다가온 헬리콥터의 측면 문이 열리며 마스크를 쓴 요원 두 명이 창문을 향해 작살 같은 총을 쐈다.


-지이이이잉


작살총에서 나온 건 둥근 흡입판을 가진 물체였다. 라운지 창문에 붙은 그것은 이내 유리를 자르고 있었다.


-탕탕탕탕탕


창문 일부가 잘리는 순간 A.F.C 요원이 기체를 향해 일제 사격을 시작했다. 그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순간 기체의 측면에서 빛이 반짝이더니 A.F.C 요원들을 각각 저격했다. 비명과 함께 요원들이 쓰러졌다.


“뭐, 뭐지? 락샨, 드미트리. 아는 거 있어?”


“모르겠군요. 진훈.”


잘린 창문 사이로 세찬 바람이 타워 안으로 들어왔다. 129층의 건물은 외부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가득 찼다. 그때 헬리콥터의 측면 문이 열리며 누군가 얼굴을 드러냈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의 남자.


“초이, 형. 나에요. 헤헤”


뜻밖에도 남자는 쿠마르였다.


“쿠, 쿠마르? 네가 여길 어떻게?”


“뭔가 느낌이 안 좋아 보였어요. 형을 만난 그저께부터. 그래서 추적했더니 역시나군요. 네오서울에 갈 줄 알고 있었죠.”


황당한 말이었다. 그렇다고 기체를 몰고 오다니. 내 추측이 맞는다면 초전도체로 만든 공중부양 기체였다. 이거라면 눈에 띄지 않게 올 수 있었던 것도 납득이 된다.


마스크를 쓴 요원들이 잘린 유리창 틈으로 건물로 진입했다. 그들은 기체 운전석과 수신호를 주고받더니 기체를 공중에 띄운 채 라운지 벽면에 붙였다.

이내 그들은 기체를 라운지 창문 가까이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프로펠러가 없는 기체는 공중을 떠다니는 배처럼 위아래로 출렁이며 타워 창문에 바짝 붙었다.


“헤헤 놀랐죠? 많이 놀라워해도 돼요.”


실제로 나는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설마 쿠마르의 도움을 받게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쿠마르의 양부모가 화물 터미널의 일부 섹션을 소유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거대한 부자였을 줄이야.


이내 불 꺼진 라운지가 밝아졌다.


“예비 전력을 가동했어요. 진훈”


락샨의 말과 함께 비상등만 켜진 라운지에 불이 들어왔다. 바닥은 쓰러진 요원이 흘린 피로 가득했다.


“대단하군. 어둠 가운데서도 정확하게 나와 드미트리, 쿠마르만 제외하고 겨냥하다니.”


“레 박사의 발명품이에요.”


“레 박사의 발명품?”


“네 감정을 읽어 특정 인물을 제외하고 표적을 만들죠. 물론 마지막에 진훈과 저기 두 분을 대상에서 제외한 건 저지만.”


“대단하군.”


놀라운 촉이었다. 물론 엄폐물 사이에 숨은 드미트리와 락샨은 누가봐도 요원이 아니긴 했지만 쿠마르의 눈치가 아니었으면 그들을 겨냥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마음으로 대상을 조준해 저격하는 무기라니.


“쿠마르 너 레 박사를 알고 있었나?”


“그날 진훈을 보내고 레 박사를 찾아갔죠. 그에 대해 이미 조금은 알고 있었어요. 이거 비밀인데 레 박사의 연구를 후원하는 기업 중 하나거든요. 우리 집이 말이죠. 당연하게도 저는 지분을 가지고 있고.”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줄도 모르고 가난한 부랑자 아이 거두듯 따라가자고 했으니.


“아이,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요.”


“뭐? 무슨 소리야. 뭐가 부끄러워.”


“알면서.”


쿠마르의 키득거림이 느껴졌지만, 나는 놀라움을 숨기며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드미트리, 락샨 괜찮아요?”


드미트리가 엄폐물 위로 숨긴 몸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다행히 괜찮네요. C는 달아났군요.”


“곧 나타나겠지. 상황을 보다가.”


“그걸 안다면 빨리 타요. 기체가 언제까지 떠 있을 순 없으니까.”


쿠마르가 재촉했다.


“뭐? 저길 타라고?”


“일단은 빠져나가야죠. 정문으로 나갈 거예요?”


하긴 지금 나간다는 건 자살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쿠마르의 말에 락샨과 드미트리를 기체에 태웠다.


“아이덴은?”


아이덴은 내가 의식을 차린 이후에도 라운지에 쓰러진 채 누워있었다. 아이덴이 깨어나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


“아이덴, 이 아이도 부탁해.”


“이마의 바코드. 이건 안드로이드군요. 이러면 자리가 없어요. 마음은 알겠지만.”


“없으면 만들면 되잖아.”


“하아, 이형 참. 그럼 멀리 못갈지도 몰라요. 괜찮아요?”


“괜찮아. 일단 태우자고.”


“알아서 해요. 그럼 일단 태우죠.”


쿠마르와 함께 움직이는 요원 둘이 우리를 헬리콥터에 태웠다. 이내 헬리콥터는 어둠을 뚫고 네오서울을 벗어났다.


우리는 당장 그곳을 벗어나야만 했다. 쿠마르가 재촉해 비행기는 속도를 내 타워를 벗어났다. 멀리서 지켜보는 눈빛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와 일행은 그렇게 그곳을 벗어났다.


.

.

.


기체는 네오서울의 밤하늘을 비행했다. 칠흑 같은 어둠 사이로 소리와 빛을 모두 죽인 채 움직였다. 운전 보조석에 쿠마르가 있었고 나는 맨 뒷자리에 락샨과 드미트리와 함께 앉았다. 전원이 차단된 아이덴은 잠든 채 기대어 있었다.


“연방에서 눈치채지 않을까?”


“스텔스 모드여서 괜찮아요. 게다가 모든 통신을 끈 상태에요. 소리와 빛도 없으니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커요.”


“하긴, 이 정도 기체는 많을 테니. 고도가 좀 높아서 그렇지.”


실제 공중을 부유하는 차량은 얼마든지 있었다. 일정 고도 이하라면 공중 부유 차량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쿠마르의 기체는 계속 낮은 속도로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얀은...어쩌다.”


나는 얀을 떠올렸다. 그의 눈빛. 절망에 빠진 자의 그것이었다.


“얀은 변해버렸죠. 어느 날.”


드미트리가 뭔가를 아는 듯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의 가족이 사라졌어요.”


“가족?”


“러시아의 척박한 땅에 살던 민족이었죠. 얀은 어린 나이에 연방 요원에 의해 재능이 눈에 들어와 도시로 옮겨져 교육을 받았지만 얀의 가족은 그러지 못했죠.”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이지?”


“삼 개월 전 일어난 동유럽 소수민족의 반란 사건으로 가족의 행방이 묘연하다더군요.”


반란 사건. 연방이 쉬쉬하는 민족봉기는 얼마든지 있었다. 언론이 통제당했기에 연방 시민들도 연방 외곽의 일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물론 관심을 가지고 보안국에 들어가 정보를 훔친다면 기밀까지 알아낼 수 있었지만 그만큼 희생이 따랐다.


순간 나는 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족의 실종을 보며 얀은 고민했을 것이다. 그럼 얀은 이대로 연방에 흡수되는 걸까.


“얀은 두려웠던 거군. 게다가 가족 일로 혼란스러웠고”


얀의 눈빛을 떠올렸다. 두려움과 혼란으로 가득한 눈빛. 그곳엔 죄책감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이대로 이곳을 떠나야 하나? 우선 이종욱 박사의 행방을 찾았지만 나는 다시 이곳에 와야 할 것이다. 얀과 동료. 무엇보다 이구아나N이 아직 이곳에 있다.


“그나저나 쿠마르, 어디로 가는 거지?”


나는 보조석에 앉은 쿠마르에게 물었다.


“어디로 갈까요?”


“왔던 곳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


“인도로 가시게요?”


순간 나는 당황했다. 인도. 그곳은 이제 새로운 거점이 되는 걸까? 인도의 반 연방주의자를 규합한다면. 그리고 그곳엔 레 박사와 피아가 있다. 그리고 전사 란쵸도.


“남극기지.”


순간 남극기지란 말이 입에서 나왔다.


“흠, 아무리 연료가 들지 않는 초전도체 부상 시스템이라지만 준비 없이 남극으로요? 게다가 이미 정원을 초과해서 장시간 비행은 위험한걸요.”


쿠마르의 말이 맞다. 당장 남극에 가는 건 무리일 것이다.


“얼어 죽기 딱 좋겠군요. 초이, 난 더욱 지역 출신이에요. 델리가 고향이죠.”


쿠마르와의 대화를 엿들은 락샨이 끼어들었다.


“당신이 락샨이죠? 주차 타워를 맡고 있는. 난 드미트리예요. 이렇게 인사하는군요.”


“아, 네. 잘 알고 있지만, 정식 인사는 못했군요.”


“그러게요. 인도가 고향이라고요? 인도에 대해선 잘 알죠. 살인적인 더위를.”


“매년 수백 명이 더위로 사망했죠. 델리는 심할 때 기온이 50도를 넘기도 하죠. 수십 년간 누적된 걸로는 도시 하나는 날아갈 정도니.”


지구 온난화 이후 가장 타격을 받은 건 인도였다. 세계의 주요 도시를 제외한 지역이 초토화가 된 건 연방이 온난화에 대한 대책 없이 주요 거점 도시만 성장시켰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인간 통제의 일환이었지만.


“인도로 바로 가는 건 무리겠군.”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진훈, 루비를 봐야죠.


그때 프리티의 목소리가 뇌를 타고 들려왔다.


-저기 봐요. 저 아이가 춤추는군요.


순간 목소리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칠흑 같은 밤의 조명 아래에 숨겨진 거대한 전광판 사이로 다시 루비의 얼굴이 보였다. 신인 아이돌 루비의 모습이었다.

나는 루비를 떠올렸다. 어셈블타워에 있던 루비를. 그리고 알았다. 이제 나의 목적지가 확실히 정했다는 걸. 남극으로 가서 냉동인간 상태인 이종욱 박사를 만나기 전 나는 가야 할 곳이 있다. 그곳은 프리티가 있을지 모를 어셈블타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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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4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5 0 9쪽
51 드론 떼 23.11.19 10 0 9쪽
50 로드 킬러닌 23.11.12 11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8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3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5 0 11쪽
43 찹피 23.09.22 18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3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8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5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7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6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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