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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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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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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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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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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DUMMY

“일곱 명의 아이가 있었죠. 그중 하나가 나였고 당신도 그중 하나였군요.”


순간 울컥했다.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또 다른 존재를 만날 줄이야.


늘 혼자라고 생각했었다. 슈퍼 유전자를 지닌 채 실패한 실험의 실험체처럼 태어나 늘 홀로 살아가야 했다.

드문드문 어린 시절의 막연한 기억이 떠올랐지만 기억의 실체는 없었다. 하얗고 천정이 높은 커다란 방에 누워있었고 흰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가 드나들던 기억만 잔상처럼 남아있다. 그곳에서 나온 후에는 프리티와 나밖에 없는 세상에서 남들과 다르다는 비밀을 가진 채 조용히 살아왔었다.

세상에 대한 의문은 연방에 대한 불신을 만들었고 그럴수록 나는 파고들었다. 바알의 카페에 들어간 것도 반연방주의자와 어울린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것은 내 유전자에 각인된 의문과 반문에 대한 기질 때문이기도 했다.


“그럼, 다른 아이들도 살아 있나요. 당신과 나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은 어디 있나요?”


피아에게 물었다.


“다른 한 명은 납니다.”


라이가 말했다. 레 박사라고 불리는 그였다.


“라이는 유전자 연구소에 있어요. 뇌파 연구팀을 맞고 있기도 하죠.”


“나 홀로 팀장이긴 하지만요. 하핫.”


라이는 어딘가 신비한 기운을 품고 있었다. 지적인 이미지와 함께 신비로운 사제의 기운이 강했다. 처음 봤을 때의 이미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초능력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뇌파를 극대화하여 물리적인 힘으로 방출하는 것이죠.”


“그것은 과학의 일종인가요? 아니면 초자연적인 힘인가요?”


“자연의 힘을 과학으로 끌어내는 것이죠. 가령 뇌파를 극대화하는 보조 장치를 쓴다거나.”


라이는 주머니에서 작은 링을 꺼내 손바닥에 올렸다. 두 손가락을 관자놀이에 대고 집중했다. 몇 초의 시간이 지나자 링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이 움직임은... 진짜인가요?”


“맞아요. 그건 라이가 가진 능력이에요. 라이는 뇌파로 물체를 자극하는 힘을 가진 자로 태어났지요.”


허공에 뜬 링을 보며 당황해하는 내게 피아가 나서서 대답했다.


라이는 눈을 감은 채 계속 집중했고 링은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다가 돌아와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아직은 투박한 움직임이지만 라이의 연구는 꽤 성과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피부와 근육을 초월적으로 움직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피아는 정 자세로 서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순간 그녀의 육체가 근육질로 변했다. 마치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의 전사처럼.


“얼굴형도 일부 변형시킬 수 있어요.”


정말이었다. 피아의 얼굴 근육이 꿈틀대더니 그녀의 얼굴은 아까와 다르게 보였다. 볼살과 입 주변과 미간, 눈 주변의 근육까지 그녀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놀랍군요.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능력을 주입한 건가요?”


“그랬을 거에요. 우리 이전 아이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만들어진 거죠.”


“이종욱 박사에 의해서인가요?”


“그래요. 그와 그의 팀에 의해 만들어졌죠. 이전 이 실험을 진행시킨 이들이 남긴 연구자료를 기반으로요.”


“그럼 이종욱 박사는 어디 있죠?”


“사라졌어요.”


순간 맥이 풀렸다. 그의 행방을 찾아 이곳에 왔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그의 행방을 알 수 없다면...


“사라져요? 왜요? 언제였죠?”


“십여 년 전이었죠. 마지막 아이가 만들어지고 그 아이가 연구실에서 내보내진 후 이종욱 박사의 행방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형제단을 만나면 그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얻을 거라 믿었는데...”


“진훈,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내가 기억하는 거라곤 막연한 연구실의 모습과 어느 날 밖으로 내보내졌다는 것뿐이에요. 프리티와 함께.”


“프리티?”


“내 어깨에 부착되어 있던 AI 봇이죠. 내게 그녀는 어머니와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없죠.”


“왜죠?”


“사막의 수용소에서 강제 시술을 받은 후 떨어져 나갔죠. 나를 그곳에 가둔 이들에 의해 제거된 거예요.”


나는 어깨에 있던 프리티와 연결하는 링크 칩에 대해 이야기했다.


“들었어요. 당신이 그곳에 있었다는 걸. 그리고 많은 반정부 주의자가 그곳을 거쳤죠. 괴로운 시간이었겠군요. 프리티 일에 대해선 애도를 표해요.”


“그녀의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되살릴 수 있을 거예요. 혹시 데이터 센터에 접근할 수 있는 커널 시스템을 쓸 수 있을까요?”


“AI 봇의 기억을 되살리려면 어마어마한 연산 장치가 필요하겠죠. 우리 연구실을 이용하면 될 거예요.”


내 말을 듣고 있던 라이가 말했다.


“고마워요. 라이. 당신은 좋은 분이군요. 처음 차가웠던 이미지와 달리”


“알고 있어요. 무슨 말인지. 우리 모두 힘든 유년기의 기억을 가지고 있죠. 당신처럼. 그래서 피아와 나도 이종욱 박사의 행방을 찾고 있었어요.”


“그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곧 알아낼 수 있을 거예요. 그가 살아 있고 활동하고 있다면 말이죠.”


내 말에 피아가 대답했다.


“어떻게 확신하죠?”


“나는 전사로서 이곳 마두레이에 위치한 형제단 지부의 첩보를 담당하고 있어요. 하지만 형제단의 힘을 함부로 써서는 안 돼요. 그건 우리의 존재를 노출할 위험이 클 테니. 기회가 된다면 조직의 정보력을 이용해 이종욱 방사의 행방을 알아볼 예정이에요.”


“나도 힘을 보탤 겁니다. 나 또한 우리의 비밀에 다가가고 싶으니까요.”


피아의 말에 라이 또한 끼어들었다.


“라이와 내가 가진 능력은 의심받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을 주죠.”


그들이 가진 능력은 놀라웠고 경이로웠다. 신인류 프로젝트의 연구자들은 인간이 신인류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을 일곱 명의 아이에게 나눠 주입했다.


“진훈의 능력은 기계공학이죠?”


맞다. 나는 안드로이드의 뇌와 기계의 설계를 머릿속으로 연산해 만들어 낼 수 있다. 극대화된 계산 능력이기도 했다. 연구실에서 동떨어져 남았을 때 프리티를 인식하고 그녀를 학습시켜 인간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었던 것도 내게 주어진 능력이었다.


“프리티와 함께했던 것도 내게 주어진 힘의 발로였죠. 우리처럼 능력을 갖추고 있을 나머지 이들도 찾아보고 싶군요.”


피아와 라이를 보며 말했다.


“그들도 우리의 형제들이니까요. 찾아야죠.”


라이가 말했다.


“정확히 남매인지도 모르죠. 호홋”


피아의 말에 셋은 한바탕 웃었다.


그날 나는 그곳에서 깊은 잠에 빠질 수 있었다. 오랜만에 누린 깊고도 행복한 잠이었다. 더는 외롭고 힘들지만은 않은 날이 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는 알아낼 것이다. 나의 창조목적과 이유에 대해 그리고 나를 만든 이들에 대해.


다음날 나는 라이의 연구소에서 프리티를 복원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라이는 인도의 민간 대학 연구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과학과 철학, 종교와 신비주의가 공존하는 그곳은 라이에게 뇌파를 이용한 물리 실험을 맡기고 있었다.


“내게 연구를 맡긴 은사님을 빼고 나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죠.”


“신인류 프로젝트에 대해선 대부분 묻혔겠죠?”


“그래요. 공식적으로 그 실험은 이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으니까요.”


히틀러가 독일 민족주의를 자극하던 나치 시절에도 인간 아이들에 대한 실험은 있었다. 샴쌍둥이거나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이용한 실험. 그 아이들은 고통받았고 그렇게 피 실험체가 되어 사라졌다.

신인류 프로젝트는 인류를 구원한다는 명목이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결과 유전자가 변형된 처음 일곱 아이 중 여섯 아이가 목숨을 잃었으니.


“사나흘쯤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너무 오랫동안은 무리에요.”


“이해합니다. 고마워요. 라이”


“행운을 빌어요.”


라이는 문을 닫고 나갔다. 처음 만났을 때 두건으로 몸을 숨기고 있던 그는 이곳에선 연구 가운을 입은 평범한 연구 교수처럼 보였다.


나는 라이가 빌려준 공간에서 프리티의 데이터에 접근했다. 보안이 철저한 데이터 클라우드에서 프리티의 데이터를 찾아냈다.

마지막 백업은 3개월 전이니 사막의 수용소에 가기 직전의 기억까지 복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초당 테라급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작업이었다. 프리티의 데이터를 다운받은 새벽 무렵 나는 그녀의 데이터를 재조합하여 그녀를 복원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손상된 어깨의 칩도 다시 이식했다. 비어있는 칩에 프리티의 기억을 이식하고 그녀와 싱크를 맞추는 작업은 위험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무의식 상태로 들어갔다. 잘못하면 뇌신경을 건드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야 했다.


기나긴 방황을 함께해 준 어머니 같은 프리티. 나는 그녀를 떠올리며 눈을 감는다.


풀이 우거진 초원 사이를 걷는다. 바람이 분다. 좌우로 흔들리는 이름 모르는 풀들.


그 사이로 한 여자가 서 있다.


얼굴을 알 수 없는 여인. 한 번도 본적 없는 어머니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건 무리다. 나는 그녀를 본 적도 없고 정체 또한 모른다. 내게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 또한 나를 모를 것이다.

나는 여자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다.


바람이 더 세게 불어 주변의 먼지를 공중으로 날린다. 풀은 더 크게 흔들리며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일어나요. 진훈. 어서요.”


소리에 눈을 떴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깨어났군요. 다행이에요.”


그때 나는 들을 수 있었다. 프리티.. 그녀의 목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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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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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4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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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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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찹피 23.09.22 18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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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8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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