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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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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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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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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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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이구아나N이 향한 곳

DUMMY

밖으로 나왔을 때는 어두운 밤이었다.


-진훈. 어디로 갈 건가요?


프리티가 말을 걸었다.


“그냥 걷고 싶군. 쿠마르를 연결해줘.”


-조금 전에. 쿠마르에게 연락이 왔었어요. 루비와 대화 중이어서 전달할 수 없었어요.


“쿠마르가 뭐라고 했어?”


-뉴델리로 돌아갈지 고민이라고 하더군요. 드미트리와 락샨도 함께.


드미트리, 락샨도 함께..

결국, 그 둘은 연방에 반기를 든 자가 되었다. A.F.C의 반연방주의자 리스트에 오르겠지. 차라리 쿠마르와 함께 뉴델리로 가는 게 둘에겐 오히려 잘된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문득 사무치는 외로움이 몰려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쿠마르의 기체에 신호를 보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요. 잠시 후 다시 연결할게요.


프리티는 이미 쿠마르의 초전도 부상 기체와 싱크를 맞춰 놓은 회선으로 재차 연결을 시도했다. 이미 먼 곳으로 떠났는지도 모른다.

나는 대로로 이어진 길을 걸었다. 어두운 밤이었고 네오서울의 달만이 나를 비추고 있었다. 쿠마르와의 연결은 계속 이뤄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나는 한참 동안 그 길을 걸었다. 늦은 밤의 번화가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동안 그곳을 산책하자 복잡하던 머릿속이 비어버린 느낌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의 투쟁은 이렇게 시작이라는 걸 느꼈다.


한참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다. 자정을 넘은 거리는 한산했다. 한참을 걸었을 때 문득 나를 쫓는 그림자가 있음을 알았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미행하고 있다. 마스크, 순간 얼굴변형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나를 그들이 알아본 것을 눈치챘다. 연방 컴퓨터에 등록된 내 얼굴이 네오서울에서 추적되었을 것이다.


-진훈, 회선이 잡혔어요. 쿠마르에게 연결할 수 있어요.


그때 회선이 연결되었다는 프리티의 음성이 들려왔다.


“연결해줘. 어서”


이내 쿠마르의 기체와 연결된 송신기에 신호가 잡혔고, 방해전파 탓에 잡음이 들리더니 곧 쿠마르의 목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쿠마르, 지금 어디지?”


“이런, 연락이 없어 막 서해로 진입하고 있었는데. 마이갓, 이미 여러 번 연결을 시도했었군요. 연방 에어포스를 피해 저공비행을 하느라 신경이 곤두섰죠. 다행히 지금은 안전해요.”


“미행이 붙은 것 같아. 와 줄 수 있어?”


“급해요?”


“당연하지. 미행이 붙었다니까. 어서 와 줘.”


“어쩔 수 없네요. 급히 선회하죠. 다시 연락할게요. 카피.”


쿠마르는 황급히 통신을 끊었다.


-진훈, 당황하지 말아요. 곧 이구아나N이 도착할 거예요.


이구아나N? 그건 휴머니티테크놀로지 건물 지하 21층에 있을 텐데.


“오토 드라이브로 부른 거야?”


-네, 진훈.


이구아나N의 엔진이 켜지는 순간 이제 나의 움직임이 포착될 것이다. 그 슈퍼카의 동선이 연방에 노출될지 모를 일이다.


“어느 방향에서 마주칠 수 있지?”


-진훈의 뒤쪽으로 다가올 거예요. 진행 방향으로 이동하면 돼요. 예상 도착 예상 시간은 3분 후.


“오케이 좋아.”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뛰었다. 이어 나를 쫓아오는 기척이 본격적으로 느껴졌다. A.F.C라면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충분히 나를 미행할 수 있다. 타냐의 초원마을에서도, 해저터널을 지나올 때도 나는 그 추적을 간간이 느끼곤 했다.


나는 쉬지 않고 뛰었다. 내겐 슈퍼인간의 힘이 있다. 지칠 줄 모르고 지칠 수 없는 계량된 인간의 힘. 나는 끝없이 달렸다.

하지만 나를 쫓던 이들의 추적은 날렵했다. 그들은 A.F.C 요원이거나 공안 특수대에 속해있을 것이다.

추적을 피해 한참을 달렸을 때 뒤에서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끓어오르는 준마의 심장 고동처럼 으러렁대는 엔진소리. 푸른 빛의 이구아나N이 다가오고 있었다.


끼이이이익-


타이어가 아스팔트에 갈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이구아나N이 눈앞에 보였다. 으러렁대는 시동 소리는 마치 포효하는 맹수처럼 보였다. 문이 열렸다. 나는 이구아나N에 올라탔다. 동시에 굉음과 함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조심해요. 진훈. 하이웨이로 진입하면 위험해요. 도심으로 질주할게요.


“오케이 달려보자고!”


하이웨이는 공중에 살짝 떠올라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연방에서 마음먹고 추적한다면 고속도로에 갇히는 건 시간문제다. 나는 드라이브 모드로 네오서울의 도심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6개월 넘게 세워두었지만 이구아나N은 아무렇지 않게 도심을 질주해서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북쪽으로 이어진 도로는 대륙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곳은 위험했다.


“어디로 가야 하지?”


남쪽에서 다시 부두가 있는 서쪽으로 달렸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곳은 없었다. 어디로 가든 큰길을 지난다면 연방의 통제에 가로막히기 십상이다. 다행히 한참을 달리자 더 이상 미행은 없었다. 무사히 따돌린 걸까.


-진훈, 쿠마르에게 연락이 왔어요. 연결할게요.


이어 신호가 바뀌고 쿠마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어디예요. 우린 인천 게이트를 통과했어요. 다시 서울로 진입하려 해요. ”


“이구아나N에 타고 남서쪽으로 내려가고 있어.”


“이구아나요?”


“내 차야.”


“알아요. 역시 안드로이드 마이스터란 직업을 가진 사람은 부자군요. 그런 고가 커스텀카를.”


“농담할 때 아니고. 실어줄 수 있을까?”


“실어요? 어딜?”


“공간이 없으면 매달려도 돼.”


쿠마르의 기체에 이구아나N이 들어갈만한 공간까지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가지 매달릴 수 있다면. 바다를 건널 수 있을 것이다. 서해를 건너면 중국이 나오고 한참을 가면 인도다.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연방의 허가 없이 들어가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없다. 방법은 연방에 노출되지 않게 이동하는 것뿐이다.


“진훈, 나에요, 락샨. 들려요?”


그때 락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다면 잠깐 들어가 일정을 정비할 수 있는 장소가 있어요. 지금은 쓰지 않는 건물이지만, 지하에 꽤 넓은 벙커가 있어요.”


“괜찮은데? 어디죠?”


“곤지암에 자리한, 문을 닫은 지 좀 지난 리조트 자리에요.”


락샨이 알려준 곳은 오래전 네오서울에서도 꽤 유명했다는 리조트였다. 이미 지방이 소멸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서울에서 멀지 않은 그곳은 황량했다.


“그곳 관리자였던 친구를 잘 알죠. 그곳이라면 정렬을 가다듬을 수 있을 거예요.”


“좋아, 우선 위치를 알려줘. 그곳에서 보자고.”


잠시 후 쿠마르의 기체와 연결된 프리트를 통해 좌표가 전달되었다. 나는 거친 외곽 도로를 지나 곤지암으로 향했다. 이구아나N의 도드라진 외형이 눈에 띌 것 같아 외형을 노말 모드로 변경하고 도로를 달렸다. 네오서울을 빠져나가는 길목에서 연방 공안을 만날지도 몰랐지만, 다행히 외곽도로에선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늦은 밤의 민간 도로를 지나 곤지암에 진입했다. 연방이 들어선 후 무수한 전쟁을 겪으며 많은 도시가 사라졌고 세계인구는 전성기의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곤지암도 오래전엔 나름의 관광지로 건재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지역에 불과했고 잡초가 자라나는 몇몇 도로만이 그곳에 도시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어두운 밤을 달려 이윽고 나를 태운 이구아나N은 락샨이 알려준 곳에 도착했다.


곤지암에 자리 잡은 폐쇄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리조트 건물은 곳곳에 색이 바랜 채 을씨년스럽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방은 어두웠고 오래전 리조트의 흔적과 굳게 잠긴 문으로 가로막힌 건물만이 보였다.


-진훈, 주변에 특별한 전파 신호는 보이지 않아요. 위험은 없는 것 같아요.


그때 어디선가 환한 불빛이 눈을 부시게 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헤헤, 형 늦었군요.”


쿠마르의 기체가 라이트를 켠 것이다.


“뭐야? 놀랐잖아요.”


쿠마르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싱글벌글이었다.


“긴장감이 없군.”


“내 예지력을 믿어요. 이제 우리의 계획이 시작되는군요.”


“계획?”


“이종욱 박사를 찾아야죠. 남극에서”


“이런, 남극까지 바로 가자는 거야?”


“그래서 남극이라 한 거 아니었어요?”


이런 여우 같은 쿠마르 녀석. 쿠마르는 이미 그곳에 이종욱 박사가 있는 걸 알고 있었다.


“이종욱 박사의 행방에 대해 모른다더니.”


“예측되는 건 있었어요. 연방이 인류의 마지막 땅으로 남극에 많은 걸 부여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곳은 마지막 은닉된 희망의 장소이기도 하고.”


“나한테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나보군.”


“확인되지 않은 걸 말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당장 남극으로 간다고 방법은 없을 테니. 물론 남극에서도 은닉된 장소는 제한적이긴 해요. 정말 원한다면 남극으로 가는 것도 검토해야죠.”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기다리는 게 있거든.”


“기다려요? 뭘요?”


“스타에이드. 일주일 후야.”


“스..스타에이드??”


내 말에 드리트리와 락샨까지 다들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계획을 말했다. 스타에이드의 하이라이트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른 후 무대를 내려가는 루비를 데려가겠다는 계획을. 노래가 끝나는 순간 그녀에게 나타나 함께 갈 거라고. 하지만 그걸 설명하려면 루비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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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5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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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8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3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5 0 11쪽
43 찹피 23.09.22 19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4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7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9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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