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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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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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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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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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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습격

DUMMY

쿵쿵쿵-


새벽녘에 다급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 이곳을 찾아온 게 분명하다. 락샨이나 드미트리일 리는 없다. 쿠마르나 블라디미르라고 해도 이렇게 문을 두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설치해 둔 카메라로 밖을 살폈다.


채 날이 밝지 않은 어둠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뜻밖에도 에릭 아서 블레어였다. 그리고 그의 부인 아일린이 옆에 있었다. 나는 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블레어 씨? 여긴 어떻게?”


“마이스터 초이”


문밖으로 나가자 블레어와 아일린이 급히 다가왔다.


“어쩐 일이세요? 여길 어떻게.”


“초이 내 말 잘 들어요. 당장 여길 떠나야 해.”


“네?”


“A.F.C가 여길 급습할 거야.”

우려했던 일이었다. 순간 나는 아일린이 A.F.C 첩보부에 있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그녀라면 A.F.C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게 알려주러 여기까지 온 걸까?


“설마 했는데 이미 움직임이 간파된 건가요?”


“완전히 들킨 건 아니지만, 이미 냄새를 맡고 이 지역을 수색 중이야. 서둘러야 해, 어서.”


나는 아일린과 블레어의 표정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남미에 있을 그들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신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우리도 스타에이드에 참석할 계획이었어. 물론 단순 관광만은 아니었지. 어젯밤 네오서울에 도착했을 때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챘어. 휴머니티테크놀로지 타워의 보안이 뚫렸다는 말과 해적방송에서 떠드는 일이 뭔가 자네와 연결점이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휴민트를 통해 찾아보니 자네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져 있더군.”


에릭 아서 블레어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A.F.C에도 당신의 네트워크가 있었군요.”


“오랫동안 그곳에 있으면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해주었으니까요.”


아일린이 대신 말했다. 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은혜를 갚는 차원에서 에릭이 요청할 때 정보를 넘겨준 거란 말인가? 에릭이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미 오래전 반역으로 처형된 그에게 마음의 빚을진 자가 분명히 있을 테니.


“이런 말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서둘러.”


“고마워요. 일단 움직일게요.”


-프리티 이구아나를 예열시켜줘. 슈퍼드라이브 모드로.


말과 동시에 이구아나N의 거친 엔진소리가 들렸다. 예열을 한 채 슈퍼드라이브 모드로 달린다면 최대 마하에 가까운 속도까지 낼 수 있다. 한산한 해저터널이라면 짧은 시간에 주파할 수도 있다.


“락샨, 드미트리. 여길 벗어나야 해.”


나는 폐쇄된 리조트 주차장으로 달려가며 급히 그들을 불렀다.


“진훈, 무슨 일이죠?”


이내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드미트리가 내가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하지만 락샨은 보이지 않았다. 자고 있는 걸까?


“락샨은 오지 않을 거예요. 스타에이드의 완벽한 성공을 위해 준비할 게 있다고 하며 자정쯤 어딘가로 떠났어요.”


“뭐라고? 락샨이?”


드미트리의 말에 난감했지만, 락샨의 뜻이 그렇다면 그를 막을 방법이 달리 없다. 이곳에 없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드미트리 그럼 당신이라도 함께 피해야 해.”


“진훈, 여긴 걱정하지 말고 떠나요. 어차피 보안국에서 노리는 것도 당신일 테니.”


드미트리가 말했다.


“초이, 그의 말대로 해. 시간이 없어. 이 친구는 우리와 함께 떠나지.”


에릭의 말에 나는 뭐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


“좋아요. 내일 오후 예정한 곳에서 만나요.”


“물론이죠. 진훈. 어서 몸을 피해요.”


“블레어 씨, 드미트리를 부탁해요.”


나는 드미트리와 블레어 부부와 인사하고 이구아나N에 몸을 실었다.


이내 이구아나N의 으렁대는 심장 소리와 함께 곤지암을 벗어나 네오서울의 반대인 동남쪽으로 향했다.

채 5분을 달렸을까? 잠시 후 칠흑 같은 어둠 사이로 한줄기 섬광과 함께 뭔가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얼마 전까지 내가 있던 폐장된 리조트가 있던 곳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섬광과 함께 터진 불길이 곤지암과 그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곳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연방은 세계를 지배하며 무수히 많은 지역을 이렇게 통폐합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미 기근과 기상악화로 세계 전역을 통제할 수 없었던 연방은 여러 지역을 폭파해 황폐화한 뒤 사람들을 이주시켰다. 사람들이 모일 수 없게 지역과 지역 사이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그렇게 무수한 도시가 사라졌다. 곤지암 또한 그런 곳 중 하나였다.


“드미트리, 블레어 씨. 아일린.”


나는 이구아나N의 핸들을 움켜쥔 채 그들의 이름을 되뇌었다. 락샨 또한 저곳 어디쯤 있었을까? 블레어 부부가 드미트리와 함께 떠난다고 했지만 그들이 벗어나기엔 5분이란 시간은 너무나 짧다.


“프리티, 드미트리의 패드에 접속해줘. 생사만이라도.”


요청과 동시에 프리티가 드미트리와 락샨의 패드에 접속했다.


-패드가 꺼져 있어요. 둘의 생사를 가늠할 수 없군요.


프리티의 말에 나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진훈, 마음은 알지만 슬퍼하는 건 내일의 몫으로 남겨둬도 될 거예요. 지금은 진훈만 생각해요.


프리티의 말대로인지도 모른다. 내게 주어진 건 곧 있을 스타에이드이다.

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10여 분을 달려 100여 년 전 건설된 반도의 중심으로 연결된 하이웨이에 다다랐다. 그리고 연방 보안국의 눈에 띄지 않을만한 풀이 우거진 장소에 이구아나N을 세웠다. 더는 핸들을 잡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슬퍼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무엇 때문인지 내일을 위한 모든 것이 어둡게만 느껴졌다.

한참 시간이 흘렀다. 눈을 떴을 때 동녘에서 해가 뜰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곧 해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고 스타에이드의 날이 밝을 것이다.

나는 이구아나N에 누워 뒤늦은 잠을 청했다.


.

.

.


눈을 뜬 건 해가 완전히 떠오른 오전 8시경이었다.


-진훈, 걱정하지 말아요. 드미트리와 락샨의 움직임이 사라지지 않았어요.


프리티의 말에 나는 급히 눈을 떴다.


-이걸 봐요. 진훈.


프리티가 이구아나N의 모니터에 화면을 띄웠다. 화면엔 드미트리의 휴대용 패드의 신호가 달라진 게 선명하게 보였다. 락샨과 드미트리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이야.”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그때 하늘에서 굉음이 들렸다. 고개를 들자 네오서울과 가까운 상공에 떠 있는 에어크래프트No1이 보였다. 어젯밤의 섬광은 그곳에서 쏜 것이 분명하다. 에어크래프트No1의 주변에는 몇 대의 비행체가 보였다. 호위 기체 편대였다.


-프리티, 스텔스 모드로 세팅해줘.


즉시 이구아나N을 스텔스 모드로 세팅했다. 주변 지형을 차량의 외관에 쏘아 보호색을 입히는 기능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이구아나N이 사라진 것처럼 전혀 보이지 않는다.


스텔스 모드로 세팅이 완료되자 차를 움직여 네오서울로 향했다. 에어크래프트 편대는 오래 상공에 머물 수 없을 것이다. 반 영반 단체에 경각심을 일으키려는 의도라면 이미 성공이다. 더는 스타에이드를 위해 온 많은 관광객에게 위압감을 줄 수는 없을 테니. 어젯밤의 폭발은 예견된 반정부 단체에 대한 본보기쯤으로 처리될 것이다.

나는 천천히 어젯밤 폭발이 일어난 곳으로 향했다. 염려와 달리 도로는 건재했다. 단지 머물던 리조트와 그 일대가 초토화되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나를 노린 걸까.


-생명체의 신호는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드미트리가 소지한 패드는 분명 신호가 잡히고 있어요. 게다가...


“어서 말해, 프리티.”


재촉하자 프리티가 응답했다.


-신호가 잡힌 건 지표면의 아래쪽이군요.


“아래쪽?”


순간 떠오르는 게 있었다. 땅 아래, 지하 요새. 그렇다면 드미트리와 블레어 부부가 피한 곳은 지하 요새일지도 모른다. 연방이 지난 100년간 세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나라마다 지하 요새를 구축했다. 연방에 대한 저항이 클수록 요새는 더욱 복잡했다. 도시가 사라진 곤지암 또한 요새가 구축되어 있다.


“다행이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블레어 부부 또한 그곳을 통해 내가 있는 곳으로 찾아왔을 것이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드미트리와 나는 이미 세상에 없는지도 모른다.


드미트리의 생존을 확신한 나는 천천히 네오서울로 이동했다. 천천히 움직여 서울에 가까워지자 예상대로 에어크래프트 편대는 북쪽으로 모습을 감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시와 인접한 지역에 이르렀다. 멀리 서울로 진입하는 도로가 보였고 드물게 산업시설과 인가가 드러났다. 그곳부터는 사람들 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까운 곳에 폐건물 주차장이 있군요. 그곳에 이구아나N을 숨기고 걸어가는 게 낫겠어요.


프리티의 의견대로 인적 드문 폐건물에 이구아나N을 주차하고 네오서울로 들어섰다. 월드컵스타디움이 있는 서쪽 하늘 위로 이벤트용 드론이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오후 늦게 시작될 스타에이드를 위해 하늘 높이 띄워놓은 드론 편대는 찹피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1시, 이제 다섯 시간 후면 스타에이드가 시작될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남은 안면 변형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축제가 있을 월드컵스타디움을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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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4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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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로드 킬러닌 23.11.12 11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8 0 10쪽
»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3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5 0 11쪽
43 찹피 23.09.22 18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3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8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8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5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7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6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6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8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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