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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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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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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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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피

DUMMY

“생각하는 거라도 있나요? 진훈.”


조용한 나무에 기댄 채 음악을 듣던 내게 드미트리가 다가와 맥주를 내밀었다. 얼음을 넣은 차가운 맥주였다.


“쿠마르의 기체에 이게 있더군요. 참 대단한 기체죠?”


“소리 없이 부상하는 초전도체 기체라니.”


드미트리는 놀라워했다. 공학자인 그에게 초전도체 기체는 흥미 그 자체였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중력을 거스르는 상온 물질에 대한 연구는 완전하지 못했다. 일부 비슷하게 구현했다 하더라도 생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에 우주 사업처럼 연방에서 나서지 않는 이상 개인이 소유하기엔 버거웠다.


“연방에서 다소 자유로운 인도가 부럽군요.”


“그 자유로움 덕분에 인도의 반 연방 단체가 힘을 발휘하는지도 모르죠.”


그 말대로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내부가 빤히 보이는 투명한 국가였다면 강력한 연방의 사슬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은 많은 부분이 감춰진 인도는 여전히 혼란스러웠고 그런 다소간의 혼란은 통제의 어려움을 가져와 오히려 연방의 힘을 빼기에 충분했다.


“그나저나 저 소형 기체에 없는 게 없군요. 이름 빼곤.”


“이름? 그렇군. 이름 없는 기체라.”


드미트리와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찹피(चुप्पी)라고 하죠.”


쿠마르였다.


“뭐?”


“침묵이란 뜻의 힌디어에요. 저 기체.”


침묵...조용히 소리 없이 움직이는 기체다운 이름이었다.


“언제 와서 대화를 엿들은 거야?”


“찹피를 보면서 놀라운 표정을 지으니 무슨 대화를 할지 빤하지 않아요? 헤헤. 그래서 이름을 알려준 거예요.”


쿠마르다운 촉이었다. 참 영특하고 놀라운 녀석이긴 하다. 하긴 슈퍼인간의 두뇌를 가졌으니 똑똑한 건 당연한지도.


“어쨌든 디데이가 기대되는군요. 공중납치라 신나는 한판이 되겠군요.”


“납치는 아니라고!!”


“그럼, 공중 픽업이라 할까요? 여하튼 전 준비할 게 좀 있네요. 집에 잠깐 다녀와야겠어요.”


“준비?”


“저 기체. 막 알아서 움직이는 대자재천(大自在天)의 병기가 아니거든요.”


“대..대자?”


-시바신을 가리키는 말이라는군요.


프리티가 귀띔해주었다.


“아 그 파괴의 신. 여하튼 계획에 동참해줘서 고마워.”


“고맙긴요. 단지, 형 좋으라고 하는 것만은 아니에요.”


“뭐 그렇긴 하지.”


연방의 모든 이목이 쏠리는 곳에서 연방 보안국에게 한방 먹이고 보기 좋게 하늘로 날아오른다니. 한바탕 기대되는 축제이기도 했다. 그런 담대한 계획을 생각한 것도 문제지만, 그걸 덥석 물고 함께 하겠다는 저 녀석도 보통이 아니기는 하다.

결과를 떠나서 이 일은 연방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동시에 타깃이 되는 행위이기도 했다.


해지기 직전 쿠마르는 스텔스 모드로 소리 없이 찹피를 띄웠다. 초전도체 기체는 소리 없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내 찹피는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주변을 스캔하여 기체를 주변 모습으로 채워 투명하게 보이도록 프린팅하는 기술이었다.

잠시 후 찹피는 조용히 방향을 바꿨다. 속도를 낼 모양이었다. 드론처럼 낮게 하늘을 날아가면 몇 시간 후면 무리 없이 델리에 도착할 것이다. 아무리 연방의 기술력이라지만 보이지 않고 침묵하는 기체를 추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집중력이 흐트러진 순간, 이내 찹피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진훈, 정말 괜찮겠어요?”


드미트리가 말했다.


“뭐가?”


“스타에이드, 그날의 계획.”


드미트리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방법이 없지 않아?”


내 말에 드미트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말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드미트리에게 미안했다. 이제 드미트리는 돌아갈 곳이 없다. 연방과 A.F.C, 그리고 C와 휴머니티테크놀로지. 둘 다 적으로 돌린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후회하지는 않아요. 난 당신의 보조 엔지니어이자 후임으로 오랫동안 일했지만, 당신처럼 연방에 대한 의문만 남았으니까요.”


언젠가 드미트리가 내게 한 말을 기억한다.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드미트리는 어린 시절 마을 전체가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연방이 들어선 후 매년 세상의 많은 도시와 마을이 사라졌다. 과도한 온도상승과 식량난도 문제였지만 연방정부의 통제하에 둘 수 없는 마을은 소멸시켰다. 급하게 세계를 통합하려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잔가지를 치고 통제 대상을 축소하는 것뿐이었다. 무엇보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는 마을을 없애기 위한 좋은 이유였다.


‘마을을 없앤 후 나를 비롯한 몇 명은 연방정부의 추천으로 네오서울로 유학을 갈 수 있었어요.’


연방이 후려치는 채찍 끝에는 늘 당근이 있었다. 그 마을에서 가장 어리고 똑똑했던 덕분에 드미트리와 몇몇 아이들은 유학길에 올랐고 나머지는 연방이 정한 인근 도시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그리고 그 마을은 폐쇄되었다. 이곳 곤지암이 그런 것처럼.


“진훈의 뜻이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면 당신이 돌아왔다는 말에도 당신을 보러오지 않았겠죠. 전 단지 이런 방법이 맞을까 걱정하는 것뿐이에요.”


“내일이란 늘 미루기 위한 핑계로 쓰이지. 이젠 움직일 때야. 그렇지 않으면 연방은 늘 다음을 준비하겠지. 이대로 우리의 영혼마저 소멸할지도 몰라.”


“그 시작이 이번 스타에이드인 건가요?”


“그래. 이걸로 시작할 거야.”


“투쟁을?”


“투쟁을.”


“그래요.”


드미트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어깨를 툭 치고 리조트 저편으로 걸어갔다.


폐쇄된 리조트의 한쪽에 만든 기지라면 당분간 머물 수 있을 것이다. 쿠마르가 주고 간 패드에 백업해 놓은 개인 자료를 복원시켰다. 오래전 만들어 둔 경비시스템을 세팅해 락샨이 설치한 폐쇄회로와 보안 설비를 점검했다.

우리가 이곳에 있다는 걸 쉽사리 들키지는 않을 것이다. 당분간 필요한 건 쿠마르의 기체에서 옮겨왔다. 비상식량까지 한다면 쿠마르가 돌아올 때까지는 충분히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번 에이드에선 기존의 스타들이 모두 출동한다는군요.


다음 날 아침에도 나는 타냐와 미츠의 방송에 귀를 기울였다.


-BCX라면 게임 끝이죠.


-에이 BCX는 어차피 한국계 스타들이니 출연하는 건 당연한 거죠.


-뭐에요? 당연하다뇨. BCX가 얼마나 바쁜 그룹인데. 거의 세계를 종횡무진한다구요. 지금도 남극기지 공연이 한창인데.


-알아 안다고. 어쨌든 이번엔 역대급으로 빌보드 차트에 오른 모든 그룹이 총출동한다니까. 기대되는군요.


-하긴 이미 백 년도 넘은 위대한 랭킹에 오른 그룹이니 오죽하겠어. 나도 칙바이칙스의 돌로레스 어니언즈의 열연을 기대하고 있다고요.


-와우, 아이랜드의 전설적 싱어의 무대라니.


-아, 나도 꼭 현장에서 보고 싶은데, 네오서울은 너무 멀어.


-이곳에선 거의 지구 반대편이지. 무엇보다 우리가 거기에 등장하면 놀랄 거야 그치?


-워워 미츠. 우리 잡아가라고 쌩쇼할 일 있어? 거기까지만 하라고.


타냐가 미츠의 말에 놀라듯 말했다.


-헤헤, 여긴 네오서울의 반대편이에요. 잡아가 보라고요. 연방 의회장님.


-간만에 로드 킬러닌이 소환되었군요.


-이번 에이드에서 꼭 봬요. 의장님.


-그럼 안녕~


오늘도 미츠와 타냐의 티키타가로 유쾌한 그녀들의 방송이 마무리됐다. 나는 그것으로 그들의 생존을 확인했기에 안도할 수 있었다.


그날 오전 내내 나는 이곳 곤지암의 폐쇄된 리조트 주변을 수색했고 스타에이드의 모든 일정과 경기장 설계도를 구해 모조리 확인했다. 프리티의 인공두뇌가 아니었으면 설계도를 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락샨과 드미트리 또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락샨은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었고 드미트리 또한 주변 지역을 살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누군가가 우리의 본거지를 방문했다.

하루 종일 나가 있던 락샨이 저녁 무렵 돌아온 것이다. 락샨의 옆에 있던 남자는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었다. 그는 락샨의 초대로 온 중년을 넘어선 남자였다.

바로 블라디미르, 레조노프라고도 알려진 그였다.


“진훈, 오랜만이군요.”


“당신은...블라디미르..”


그는 건재했다. 나처럼 그의 차 또한 EMP 공격을 받았기에 그의 생사가 걱정되던 차였다.


“오랜만이죠? 진훈 당신이 사라지고. 난 델리의 에너지연구소에서 숨죽이며 기다렸죠. 내가 RSS에 협조하며 때를 기다리는 걸 연방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C와 그들은 나를 건드리지 않았어요.”


“당신의 정체를 모르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겠죠. 6개월 전 그날 EMP 공격을 받은 것만으로 나에게 던지는 하나의 경고였을 테니까.”


“연방은 당신의 침묵을 그저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마 그렇겠죠. 숨죽인 겁쟁이로 보았을지도.”


그는 자조하듯 말했다.


“진훈,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틀 전 휴머니티테크놀로지 타워의 그 사건을.”


“어떻게 알려졌죠? 보도 통제가 있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커뮤니티엔 이미 소문이 퍼졌더군요. 연방 보안국에 침투했던 자가 수용소에서 탈출해 휴머니티테크놀로지 본사로 잠입했다고 하더군요. 순간 난 진훈 당신을 떠올렸죠.”


“그랬군요.”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이제 남은 건 투쟁밖에 없다. 주사위는 던져졌기에.


“마침 어제가 본사로 돌아오던 날이었어요. 돌아온 즉시 락샨에게서 연락이 왔죠. 그리고 사건의 전말을 들었어요. 락샨을 따라 여기 온 건 한가지 이유에요. 당신을 직접 보고 싶었어요.”


“나를요? 왜죠?”


“두 번째 신인류 프로젝트의 핵심이 당신이니까요.”


“핵심?”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실패한 아이들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든 아이. 그중 첫 번째는 아이는 실패했지만 연달아 일곱의 아이를 만들었죠. 그 실패한 첫 번째가 나예요.”


순간 나는 놀랐다. 블라디미르 그가 첫 번째 피험체였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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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4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5 0 9쪽
51 드론 떼 23.11.19 10 0 9쪽
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8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3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5 0 11쪽
» 찹피 23.09.22 19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3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5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7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9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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