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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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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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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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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을 만든자에게

DUMMY

휴머니티테크놀로지 본사가 있는 메인 타워에 들어섰다. 한낮의 로비는 한산했다. 다들 지하 주차장을 통해 오갔기에 로비에는 몇 명의 사람만이 보일 뿐이다.


-삐삐삐삐삐삐삐


인간의 이기가 만든 거대한 건물의 로비에 진입하자 보안 경고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경고음이 들리자 로비 한가운데 데스크에 있던 보안 요원이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알렉스다. 가슴에 단 명찰 덕분에 이름과 보직 정도만 알고 있는 자였다. 전직 프로 권투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척추와 다리뼈 일부를 기계로 대체했다는 것도.


“이봐요. 기다려요.”


그가 안면 변형 마스크를 쓴 내 얼굴을 알아본 걸까? 그렇지는 않았을 텐데.


“누구죠? 여긴 허가받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어요. 어?”


그가 말을 끝내기 전 나는 지하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었다.


삐이이익-


등 뒤에서 멈추라는 소리와 사이렌 건의 요란한 음이 들렸다. 이어 알렉스와 두 명의 경비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나는 로비 오른쪽으로 뛰어 건물 깊숙한 곳 엘리베이터가 모인 곳으로 갔다.


열 개의 엘리베이터는 두 개씩 층별로 다섯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맨 꼭대기 층으로 가는 건 보안 카드를 인식시켜야 한다.

만료된 내 보안 카드를 조작하여 살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러면 내 정체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잠깐 주춤하다 옆에 난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문으로 들어갔다. 지하와 지상,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다. 나는 지하를 선택하고 아래로 뛰었다.


이대로 잡힐 수는 없다. 단숨에 다섯 계단을 내려간다. 그때 계단으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보안 요원이 비상계단으로 들이닥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크는 아래, 쥬크는 위로 가봐.”


알렉스의 목소리다. 비상계단에는 CCTV가 없다는 걸 이미 파악했다.


이미 로비 곳곳에 있는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길을 모두 알고 있다. 지하로 32층, 지상으로 129층까지 난 이 건물의 구조라면 이미 프리티에게 전달해 두어 알고 있다.


“아래로 내려가요. 쭉 내려가다 보면 곳곳에 빠지는 길이 있어요. 12층 기계실이 제일 안전해요. 나머지는 사무실이나 주차장이어서 보안 요원 눈에 띌 거예요.”


프리티의 말에 온몸의 힘을 짜내 비상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쉬지 않고 지하를 향해 뛴다. 지하로 향하는 모든 비상 사이렌이 울려 퍼질 때쯤 나는 지하 12층에 난 기계실로 가는 비상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문을 닫자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멈췄다.

문은 안에서 잠글 수 있었다.


한숨을 돌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도착한 곳은 지하 주차장 전체를 관리하는 통제실과 이어지는 기계실이다. 12층의 상당수는 건물 제어와 주차 기계를 움직이는 설비로 가득했다.


“고마워. 프리티가 실시간으로 알려주지 않았으면 잡혔을 거야.”


“이곳에 대한 정보는 진훈이 미리 입력해줬으니까요.”


다행히 타워의 구조 중 급격하게 바뀐 건 없었다. 평소 출입하던 문과 조작 가능한 설비에 대한 권한이 말소됐지만 아무것도 건드릴 순 없다.


-인제 어쩌지.


C를 만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그가 자유롭게 테크노 스트리트를 오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매번 지하 주차장을 이용해 자신의 차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 다음은..

나는 이구아나N을 주차한 지하 21층으로 갈 생각이었지만 지금이라면 경비 카메라에 노출될 것이다.


기계실은 온갖 장치로 가득하다. 수도시설과 하수시설을 제어하고 주차제어 장치를 움직이며 때론 이 건물을 방어할 수 있는 군사시설을 움직인다. 옥상에는 세 대의 헬리콥터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고 대공 미사일과 발칸포 포대도 다섯 문이 있다. 그 모든 건 이곳의 제어를 받는다.


나는 좁은 통로를 따라 기계실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좁지만 곳곳에 길이 나누어져 있었다. 통로마다 보이는 철근을 이어 붙인 사각형 부스 안에는 기계 장치가 있고 옆으로 통로가 놓여 있다. 철로 된 타일로 덮인 바닥은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프리티에게 입력해 둔 지도에는 지하 12층 지하에 네 개의 통로가 있고 중간엔 사각형이 표시되어 있을 뿐이다. 대략 방향을 따라 저쪽 편 비상계단으로 이동했다. 반대편 비상계단으로 나오자 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비상계단으로 계속 내려갔다는데 안 보여?”


“네, 이쪽은 없어요.”


“여기 CCTV 없는 거 어떻게 안 거야? 여길 잘 아는 놈 아냐?”


순간 그의 목소리가 낯익었다. 짙은 인도계의 억양. 내 생각이 맞다면 그는 락샨이다.


“찾아보고 상황 보고해줘. 난 일단 주차통제실에 있을 테니.”


그가 혼자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비상계단 문을 통해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락샨이었다.


“락샨. 나야!”


부르는 걸 알아차린 그가 나를 보더니 침착한 표정으로 다가와 나를 데리고 12층 통제실로 다시 들어갔다. 그는 CCTV의 위치를 모두 아는 것처럼 좁고 험한 구간으로 이동하더니 이내 멈춰 섰다.


“초이. 돌아왔군요. 혹시나 했는데. 당신 목소리가 맞았어.”


“맞아. 나예요. 혹시라니..예상한 건가?”

“보안팀장. 알렉스에게 누군가가 건물로 들어와 신원을 밝히지 않고 도망가듯 비상구로 향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전달받은 화면의 남자가 익숙하다 생각했죠. 얼굴은 당신이랑 좀 다르지만 그밖의 체형이나 분위기가 초이를 연상시켰죠.”


“락샨 답군. 눈썰미가 있어.”


“얼굴은 어떻게 바꾼 거죠?”


“자초지종은 나중에 설명할게. 도와줄 수 있을까?”


“당연하죠. 당신은 이미 형제가 아니던가요?”


라샨의 말이 맞다. 락샨은 바알의 카페에서 나를 알아봤고 블라디미르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그가 아니었으면 인도에서 자유형제단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얼굴 변형 기술 또한 피아를 통해 얻은 것이다. 락샨이 아니었다면 피아와 라이의 존재와 그들이 신인류 프로젝트의 아이란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따라와요. 이쪽으로.”


락샨을 따라 철로 된 바닥 타일이 깔린 통로 깊은 곳으로 움직였다. 한참을 가다 창고처럼 보이는 곳에서 락샨이 번호 키를 누르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여긴 저를 비롯해서 보안 요원 일부밖에 들어올 수 없어요.”


창고로 보이는 그곳은 사용하지 않는 각종 기기와 공구가 놓여 있었다. 기계로 보이는 온갖 부품이 보였고, 한쪽엔 안드로이드의 것으로 보이는 부품도 있었다.


안드로이드의 팔과 다리, 허리가 잘려 나간 기계 몸체에서 쏟아진 부품까지. 인간이라 생각하면 섬뜩한 모습이었다.


“놀라지 마세요. 저번 바이러스 사건 때 공안에게 파괴된 안드로이드들의 일부에요.”


“이게 왜 여기에 있지?”


“공안의 습격을 받고 흩어진 안드로이드를 쫓아가 파괴하고 회로를 뽑아버린 거죠. 잔해를 치우기 위해 이곳으로 옮긴 거고.”


“주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


“연방에 반기를 든 안드로이드였기에 주인이 항의해도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가니까요. 물론 일부 항의하는 자들에겐 적당한 보상을 해줘서 입을 막았지만, 나머진 항의조차 못 하고 쉬쉬할 거에요.”


나는 그 참혹한 광경에 말을 잃었다. 게다가 아무리 기계라지만 인간과 소통하는 인간을 닮은 것이었다.


“일종의 은닉행위로군.”


“그렇게 볼 수 있겠죠. 단지 저렇게 쌓아만 둘 뿐 어떤 조치도 없어요.”


안드로이드를 생산하는 최대 기업 중 하나인 휴머니티테크놀로지라면 안드로이드를 하나의 물건으로 치부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건 애초에 경우가 다르다.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안드로이드는 정상 공정을 거쳐 랩에서 폐기한다. 그 또한 정확한 절차를 거쳐 승인된 경우만 가능하다.


“처참한 모습이군.”


“그래서 우리가 탄생한 거겠죠. 바알의 카페가 만든 반연방주의자를.”


락샨이 빈정거리듯 웃음 지어 보였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어차피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지만.”


“사실이더군. 사막 한가운데의 수용소.”

“역시 그렇군요. 고생했어요. 나 또한 언젠가 대상이겠죠?”


“그럴 테지. 트리거가 당겨지면.”


“연방에 해가 되는 게 명확해지는 순간 그들이 움직일 거야.”


락샨은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두려운 걸까. 나는 침묵하는 그에게 연방 보안국에 잠입해 C에 대해 조사한 일을 말했다. 그 일이라면 연방이 움직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이야기를 들은 락샨이 입을 열었다.


“C를 만날 거야.”


“그리고요?”


“글세.”


그를 만나 물어볼 것이다. 당신은 왜 연방의 편에 서 있는지에 대해. 연방은 왜 안드로이드를 통해 인간을 통제하려는지.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트린 건 연방의 자작극이 분명했다.

더불어 신인류 프로젝트의 비밀에 대해서는 캐어야 한다. 그 프로젝트에서 살아남은 이종욱 박사의 행방도 연방의 비밀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

루비를 만든 이들에 대해서도 알아볼 것이다. 파티마 프로젝트의 배후에 대해.

그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건 내가 아는 한 바알이자 C, 그가 유일하다.


그가 만약 우리의 편에 서 준다면..


“C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고 올게요. 그리고 진훈 당신이 이곳에 온 기록을 삭제할게요. 아직 당신을 찾고 있을 테니.”


“고마워. 난 이곳을 좀 조사하고 있지.”


락샨은 곳 그곳을 빠져나갔다. 여기 지하 공간은 락샨의 지배력이 미치는 곳이다. 천대가 넘는 차가 오가는 주차장을 관리, 통제하는 건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었다.


그때 나는 창고 한쪽에 쌓인 안드로이드의 부품 사이에서 어떤 곳을 보았다. 옷자락이었다. 흰색과 검은색이 격자로 나 있는 반팔 옷. 낯익은 문양이다. 그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건 시위 때 내가 구해준 아이의 옷자락이었다.


“이럴 수가.”


나는 한동안 멍하게 그날을 떠올렸다.


분명 시위대를 피해 달아나던 그 아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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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4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5 0 9쪽
51 드론 떼 23.11.19 10 0 9쪽
50 로드 킬러닌 23.11.12 11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8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0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3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5 0 11쪽
43 찹피 23.09.22 18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3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4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8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8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5 0 9쪽
»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7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6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6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8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8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8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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