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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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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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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에이드의 시작

DUMMY

강남을 지나 서쪽으로 한참을 걸었다. 천만 명이 사는 이 국제도시는 저녁에 있을 글로벌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도시 외곽에 자리 잡은 곤지암과는 완전히 다른 도시의 활기가 느껴졌다.

도심의 술집과 음식점은 스타에이드를 시청할 대형 모니터를 야외에 설치하거나 네 귀퉁이에 드론이 달린 플로팅 전광판을 준비해 둔 곳도 있었다.


“암표라도 구하려고 했는데 중간 정도에서 무대가 보이는 자리가 소형 중고차 한 대 값이라니. 미쳤어.”


“나는 지난번 시드니 스타에이드가 끝나자마자 대기를 걸었는데 추첨에서 떨어졌다니깐.”


“2년 전에 걸어도 티켓을 구할 수 없다니. 이건 말도 안 돼.”


“어쩌겠어요? 연방 시민권을 가진 사람 중 자신이 거주하는 섹션에서 열리는 스타에이드 표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요?”


“그렇긴 하죠. 여차하면 암표로 팔아도 남는 장사니.”


“에이 세계적인 스타를 한곳에서 만날 기회인데 누가 암표로 팔아요.”


“순진하긴, 그럼 떠도는 암표는 뭐야?”


“목숨 걸고 파는 사람을 어떻게 말려요. 걸리면 공안의 조사를 받아야 하잖아요. 전액 회수는 당연하고.”


“다들 그만 해요. 어쨌든 오늘 메인 스타로 나올 루비, 기대되지 않아요?”


“글쎄, 전광판에서 보던 모습과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지. 아무리 정교한 안드로이드라지만 영혼이 없는 존재에게 예술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파티마 시리즈는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고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이번엔 더 몰리는 것 같은데요?”


“하긴 나도 루비를 보고 싶으니까. 다들 그런 마음이겠죠?”


“파티마 시리즈는 사랑을 느낀다죠? 그 누구도 그들을 단순 안드로이드라고 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는 하지만 글쎄. 난 아직 믿어지지 않아. 안드로이드의 감정이 진짜인지.”


“모르죠. 실제로 보지 않고선.”


“하긴 뭐 학술지에서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만.”


도심 곳곳에서 사람들은 스타에이드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들 루비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녹화된 영상으로만 봐오던 루비가 아닌 생생한 현장에서 들려줄 그녀의 노래를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은 루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잠시 후면 루비는 단순히 진화한 기계가 아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존재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들려요? 형?


그때 프리티와 연결된 수신기를 통해 쿠마르의 음성이 들렸다.


“쿠마르?”


“들리죠? 다행이에요. 지금 네오서울로 가고 있어요.”


“뭐야? 왜 이제껏 연락이 안 된 거야.”


“사정이 있었어요. 게다가 잘못하면 감청될지도 모르고.”


새벽녘의 일로 혼란했던 탓인지 쿠마르의 목소리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녀석은 중국을 거치지 않고 해안을 따라 낮은 고도로 찹피를 타고 날아오는 중이라고 했다. 해안 곳곳에 깔린 경비 드론을 피해 쿠마르는 몇 시간 후면 네오서울에 다다를 것이다.


“루비가 등장하는 메인 공연 시작 전에 도착할 거예요. 이번엔 기대하라고요.”


“무슨 꿍꿍이야.”


“그런 거 없어요. 기다려 보면 알 거라고요.”


쿠마르는 스타에이드의 하이라이트에 맞춰 등장할 것이다. 쿠마르와 블라디미르가 계획대로 해준다면 축제 이벤트는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세계가 보는 앞에서 루비와 함께 날아오를 것이다.

강남을 벗어나 한참을 걸어 월드컵스타디움으로 가는 도시 모노레일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인파에 밀려 더는 움직일 수 없다는 방송에 월드컵스타디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내려야 했다. 거리는 사람으로 가득했고 더는 진입할 수 없었다.


“이대로 압사당하겠어.”


“지지난번 에이드에서 사람들이 압사당했다잖아.”


“아, 끔찍한 소리 하지 말아요.”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인파에 밀려 도저히 진입할 수 없었다.


락샨과 드미트리가 걱정되지만 그들과 연락할 길은 없다. 암호화된 회선을 가진 쿠마와 달리 어떻게 감청될지 알 수 없었고 함께 움직이기로 계획했기에 애초에 연락할 루트도 없었다.


-진훈, 이곳은 위험해요. 더는 움직일 수 없을 만큼 포화상태에요.


시간은 오후 4시, 아직 스타에이드가 시작되기까지는 한 시간도 더 남았다. 게다가 루비가 나오는 메인 공연은 저녁 7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순간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렸다. 폭발의 진원지는 내가 있던 네오서울의 동남쪽이었다. 폭탄이 터졌는지 하늘엔 연기가 자욱했다.


-소리가 난 곳은 동남쪽이군요. 폭발이 감지된 곳은 우리가 있던 곳에서 아주 가까워요.


“그렇다면 설마. 정말 그곳에서 반 연방 세력이 움직이는 건가?”


문득 락샨과 드미트리를 떠올렸다. 그들은 반 연방 세력을 움직여 그쪽으로 유인한다고 했다. 성남이었다. 정말 성공한 걸까? 락샨이 어제 사라진 것과 블레어 부부가 이곳에 나타난 것도 그것과 관련된 걸까? 네오서울의 외곽에 자리한 100년 전부터 구축해 온 지하시설이라면 반 연방 세력이 사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제의 그 폭발에서도 충분히 무사할 수 있었다.


소리와 동시에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월드컵스타디움으로 가려던 인파들은 우왕좌왕한 채 연방의 속보를 기다렸다.


-연방 시민 여러분, 성남지구 외곽의 공업시설이 폭파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곧 진화할 예정이니 시민 여러분은 동요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대형 스피커를 탑재한 기체가 공중을 날아가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공업시설이 왜 폭파했는지 말이 없잖아?”


“어제 상공에 나타난 에어크래프트와 연관 있는 거 아냐? 새벽에도 굉음이 들렸다고.”


사람들은 동요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스타디움으로 향해 밀집된 인파는 눈에 띄게 줄었다.


-진훈, 기회에요. 스타에이드 개막 행사가 시작하기 전에 서둘러요.


“좋아, 프리티.”


나는 서둘러 월드컵스타디움으로 향했다. 2킬로 정도 인파를 뚫고 들어가면 스타디움에 다다를 수 있다. 거리엔 온통 중계 차량과 기계, 사람으로 가득했다.

경기장 상공엔 촬영 드론과 이벤트용 드론이 떠 있고 반대편 하늘에는 포화로 인한 연기가 자욱했다. 다행히 에어크래프트 편대는 사라지고 없다. 에어크래프트의 존재만으로 누군가는 겁을 먹는다. 모든 것이 혼란한 상황이었다.


와아아아아-


월드컵스타디움에서 사람들의 환호가 들렸다.


“BCX야. BCX가 도착했어.”


사람들의 환호는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경기장에서 2킬로 가까이 떨어진 곳에서도 슈퍼스타들이 애용하는 에어벤이 보였다. 화려한 외형을 갖춘 에어벤이 경기장 주변 곳곳에 줄을 맞춰 정박하고 있었다.


-에어벤이 늘어선 곳이 월드컵스타디움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통로에요.


프리티가 말했다. 그곳이라면 출연을 앞둔 스타들의 대기실로도 이어질 것이다.


곧 스타에이드의 시작이다.


나의 루비... 그녀를 위해 나 또한 오늘을 준비했다.


어젯밤 드미트리와 락샨과 오늘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했다. 그들은 오늘 있을 스타에이드의 화려함 가운데 루비와 함께 날아오를 나의 모습에 대해 말했다.


“진훈, 당신은 연방의 안드로이드 메인 연구 기관인 휴머니티테크놀로지의 팀장이었죠. 그리고 보안국에 의해 수용소에 갇힌 상태죠. 하지만 지금 여기 있어요.”


드미트리가 입을 열었다.


“연방은 풍요와 성장을 말하지만, 세계는 지난 백 년간 피폐해졌죠. 온난화와 기근으로 혼란한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도시를 없애고 통폐합시켰죠.”


“이제 세상이 나가야 할 방향은 함께 공존하는 세상이에요. 연방은 자신이 만든 안드로이드에게 못 할 짓을 했죠. 그들에게 사고를 부여하면서도 통제하려 했죠. 인간보다 뛰어난 사고력을 가진 기계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죠. 그건 생각을 가진 존재로선 당연한 거예요.”


“그리고 인간은 원해요. 속박 속에서 전체를 위해 희생당하고 싶지 않죠. 그것이 정말 전체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아뇨. 그건 누군가의 힘을 유지하기 위한 말일 뿐이에요.”


“이제 당신은 보여줘야 해요. 내일.”


“내일, 나는 날아오를 거야. 루비와 함께. 세상의 모든 눈이 쏠린 그 순간.”


“당신에게 달렸죠.”


락샨과 드미트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형제단이 움직일 거예요. 그리고 세계의 많은 시선이 내일을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알고 있었다. 타냐와 미츠의 음악방송을 비롯한 많은 자유 채널이 스타에이드의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는걸.


.

.

.


머잖아 주변이 깜깜해졌다.


두둥둥-


이내....스타에이드의 시작을 알리는 웅장한 사운드가 월드컵스타디움을 타고 흘러나왔다.


익숙한 곡이었다. 잠시 후 나는 알았다.


노래의 제목은 We Are The World


150년 전 세상이 각각의 모양으로 인정받을 때 하나 됨을 기리는 노래였다. 그리고 지금 그 음악이 스타에이드의 오프닝 곡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There comes a time when we heed a certain call

어떤 부름에 귀 기울일 때가 왔습니다.


When the world must come together as one

세계가 하나로 뭉쳐야 할 때입니다.


There are people dying

어느 곳에서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어요.


Oh, and it’s time to lend a hand to life

삶의 손길을 빌려주어야 할 때입니다.


The greatest gift of all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위대한 선물을 말이에요.



순간 나는 기억해냈다. 스타에이드의 기원이 평화라는 걸. 평화를 위한 세계의 단결을 위해 수십 년 전부터 2년마다 열리는 행사.

하지만 언젠가부터 스타에이드는 연방보안국의 주도하에 운영되고 있었다. 형식적으론 그 어떤 사상과 표현의 제재도 없는 자유로운 행사라는 미명하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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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5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5 0 9쪽
51 드론 떼 23.11.19 10 0 9쪽
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9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4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6 0 11쪽
43 찹피 23.09.22 19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4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7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9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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