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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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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9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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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워게임

DUMMY

회색 메탈 가방을 든 남자가 다가왔다. 선글라스로 눈빛을 가린 남자는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주삿바늘과 약물 용액. 바르비탈 계열의 마취제. 중추신경을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면 바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A.F.C가 인간을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내모는 그 약물을 사용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마취제를 투입한 후 이어 근육이완제를 주입하면 사망에 이르는 건 잠깐이었다. 반 연방 분자를 처리하기엔 깔끔한 방법이었다.

주사기에 약물을 채운 남자는 내게로 다가왔다. 선글라스에 가려진 그의 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살인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이미 하체의 마비가 풀려있음을 알았지만 저항한다 해도 혼자서는 열 명에 가까운 특수 요원들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걸 안다. 하나하나가 병기에 가까운 그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다.


“한 가지만 알려줄 수 있을까?”


나는 C에게 말을 걸었다. 뭐라도 말해 시간을 벌어야 한다.


“말해봐. 들어줄 순 없겠지만.”


“당신이 말한 이종욱 박사가 내게 유전자를 준 사람이란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군.”


“그래서 회심할 건가? 하지만 이미 늦었어. 당신은 이미 연방에 반감을 가진 자로 찍혔으니. 당신이 돌아서는 건 무리라 판단되는군.”


“냉동인간 상태라는 이종욱 박사는 어디 있지? 그의 실종에 연방이 관여한 건가? 그는 되살아날 수 있는 건가?”


“진훈, 당신을 이해해. 당신에게 유전자를 준 이종욱 박사가 있는 곳을 알고 싶은 그 마음. 하지만 그 전에 당신부터 사라지겠지.”


“그렇다면 못 알려줄 이유가 없겠군.”


내 말에 C는 말이 없었다. 잠깐의 침묵 후 그가 입을 열였다.


“이종욱 박사는 남극 기지 지하에 있어. 스스로 냉동상태가 되었고 그를 따르던 자들이 나름의 보안 수칙에 따라 그가 깨어날 때까지 관리하고 있지만, 연방이 그 정도 정보력도 없지는 않지.”


남극 기지, 그랬군. 그곳은 인류의 마지막 유산을 저장하는 곳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식물과 박테리아, 균의 종자를 관리하는 곳. 심지어 동물의 배아세포와 유전자도 그곳에 있다. 인류가 멸망해도 살아남은 누군가 인류의 유산을 알 수 있게 그곳에 보관한 것이다.


“그에 대해 연방이 모든 걸 파악하고 있다는 게 놀라운가? 하지만 당장 이종욱 박사를 어떻게 하지는 않아. 우리는 그의 적이 아니니. 다만 그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났을 뿐이지.”


이종욱 박사가 있는 곳을 알았지만 내게 남은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C는 나를 어떻게 할까. 이제 모든 것이 끝일까. 나는 주머니의 물건을 떠올렸다. 라이 박사가 내게 준 그것. 염력으로 움직이는 그 물건.


“말하는 김에 한 가지 더 알려주지. 루비를 정말 사랑했나?”


무슨 말인가. C의 입에서 루비가 나오다니. 정말 모든 것이 연방의 통제하에 이루어진 자작극이란 말인가?


“그 애를 알고 있나?”


“연방이 모를 거로 생각했나 보지?”


“그 또한 연방의 계획 중 하나였나?”


“아니, 꼭 그렇지는 않지만, 진훈 당신이 어셈블타워를 드나드는 것은 모두 기록되어 있지.”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내 목소리는 점점 격해졌지.


“그건 당신에게 물어봐야겠지. 왜 당신은 연방에 반기를 드는 건지? 당신이 연방에 우호적이지 않은 순간 연방은 당신의 모든 걸 통제하지.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모든 게, 모든 게 이어져 있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그렇다면 나란, 인간이란 무엇인가. 모든 것이 읽히고 통제되는 상태. 내게 자유로움이란 없는 걸까.


“안심해. 루비는 당신이 아닌 운명을 택했을 뿐이니.”


“거짓말. 그녀는 인간에게 그렇게 사용되고 싶지 않다고 했어.”


“그녀는 안드로이드. 인간의 피조물일 뿐이지. 애초에 자유의지가 없어. 하지만 당신은 달라. 목적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인간의 최소 존엄은 지켜주니까.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신은 연방에 반기를 들 뿐이죠. 자 이제 모든 걸 마무리할 시간이군.”


C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 창밖을 응시했다. 129층의 초고층 건물에서 바라본 야경은 빛의 바다만이 보일 뿐이었다.


“잘 가. 이제 모든 게 끝이야. 당신이 이룬 모든 건 내가 잘 전달하지.”


그때 다른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더니 내가 있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문이 열렸다. 이어 정장을 입은 누군가 급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드미트리였다. 그는 급하게 올라왔는지 연신 숨을 헐떡였다.


“드미트리.”


나는 드미트리를 불렀다. 그가 A.F.C 요원인 드미트리로 왔다면 나는 옛 동료와 A.F.C 요원에 의해 삶을 마감할 것이다. 한때 함께했던 그들은 이제 내 생명의 마지막을 결정짓는 자들일 뿐이다.


“지, 진훈.”


“드미트리, 당신이군. 그날 나를 이곳으로 유인해 사막의 수용소로 보낸 당신이 결국 이렇게 또.”


“난 아니에요. 진훈. 증명해 보이죠.”


그 말과 동시에 그는 가슴에서 레이저 건을 꺼내 바늘이 꽂힌 주사기를 든 요원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지지직- 레이저 건이 요원의 몸을 관통하는 불빛과 함께 주사기를 든 남자가 가슴을 쥐며 쓰러졌다. 불에 그을린 그의 옷에서 섬유 타는 냄새가 났다.

이어 드미트리는 다른 총을 꺼내 손에 들었다.


탕탕탕-


이번엔 물리적 탄환을 가진 총이었다. 세 발의 총이 다른 요원을 쓰러뜨렸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파팍-


순간 어딘가에서 소음기를 단 총을 쏘는 소리가 났다. 이어 드미트리가 어깨에 총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드미트리!


순간 나는 의자를 들어 앞에 있는 세 명의 요원에게 던진 후 바로 앞의 남자의 얼굴을 발로 차 쓰러뜨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 쓰러졌다. 넘어진 남자가 떨어뜨린 레이저 건을 들어 C를 엄호하는 A.F.C 요원들을 쏘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맞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 수 있어요. 마비가 풀린 거예요.”


요원 중 하나가 외쳤다. 이어 그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나는 급히 라운지에 놓인 바텐더 전용 바 아래로 몸을 숨겼다.


-탕탕탕탕

-와장창


요원들이 쏜 총에 바 주변에 있든 물건이 파괴됐다. 거울과 천장의 등불 장식이 깨지고 석고 장식품이 파괴돼 쓰러졌다.

나는 바에 몸을 숨기고 응사했다. 그들을 향해 총을 쐈지만 제대로 맞지 않았고 총알은 금방 떨어졌다. 이대로는 역부족이었다.


탕탕탕-


그때 드미트리가 엄폐물 사이에 몸을 가리고 총을 쏘았다. 순간 나는 바닥에 떨어진 레이저 건을 주워들고 요원을 향해 쐈다. 한 명의 요원의 어깨를 스쳤지만, 그는 몸을 움츠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 레이저 건은 불과 다섯 발의 에너지만 남아있다.


“초이, 몸을 피해요.”


바닥에 쓰러진 드미트리가 소리쳤다. 몇 명의 요원이 총에 맞았지만, 그들은 건재했고 건물을 지키는 요원은 언제든 충원될 수 있다.

이내 다른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다시 몇 명의 요원이 들어와 총을 겨누었다. 이 거대한 타워를 지키는 요원은 얼마든지 있었다.


드미트리는 몸을 일으켜 엄폐물 사이에 몸을 가렸다. 드미트리와 나는 각각의 공간에 고립되어 열 명 넘는 요원을 맞아 싸워야 했다.


“포위되었군, 초이.”


C였다. 그를 지키는 요원들 사이에서 그가 나오며 말했다.

결국, 승자는 C인가. 하늘과 맞닿은 라운지. 이곳은 더는 나의 쉼터가 아니었다.


“이젠 어쩔 수 없군. 잘 가. 미스터 초이”


바 아래 숨은 내게 C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나의 투쟁도 마지막이군. 연방은 영원할까? C 당신 생각은 어때?”


“모르지. 확실한 한 가지는 미스터 초이, 당신은 여기까지라는 것뿐이군.”


C는 내가 있는 쪽으로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그가 쏜 총에서는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순간 불이 꺼지며 모든 전자 기기가 마비되었다. 이내 비상등이 켜지며 라운지는 최소한의 빛만이 보였다. 동시에 비상문 쪽이 소란스러웠다. 이어 비상구가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락샨이었다. 그는 레이저 건과 총알을 튕겨낼 특수 코팅 방패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얀, 이 배신자. 어딨어?”


락샨은 다연발 총을 연사했다. 모든 전자 기기가 마비되었고 그의 전자 건만은 살아 있었다. 몇 명의 요원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 남은 요원들이 다시 C를 엄호했고 몇 명은 락샨의 총격에 대응사격 했지만, 락샨의 몸을 가린 방패가 그를 지켜주었다. 총격은 한동안 이어졌다.


팍-


순간 한발의 총알이 락샨의 몸을 휘청이게 했다. 라운지에는 여전히 많은 요원이 남아있었고 그들은 락샨의 공격에 맞서 대응했다. 락샨은 다시 몸을 추스려 응사했고 드미트리와 나 또한 그를 엄호했지만 락샨의 다연발 건은 곧 한계에 다다랐다.

A.F.C 요원들은 간간이 이어지는 락샨의 공격을 피하며 그를 포위하기 위해 간격을 좁혔다. 그리고 얼마 후 총소리는 멈췄고 락샨과 나, 드리트리는 그들이 포위한 공간에 갇혔다.


“이제 그만하는 게 좋겠군. 진훈, 드미트리, 그리고 락샨인가? 주차팀의 수장이지만 당신 또한 반연방 조직인 걸 알고 있지.”


예상대로 C는 모든 걸 파악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라운지 창 저편에서 눈부신 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빛은 점점 밝게 빛나며 타워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전투 헬리콥터 한 대가 날아오는 게 보였다. 멀리서 하나의 빛처럼 보이던 완전 무장을 한 헬리콥터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건물 가까이 접근했다. 분명 이곳을 향해 오는 헬리콥터였다.

헬리콥터는 거대한 소리를 내며 점점 이 초거대 건물의 라운지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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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4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5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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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8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3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5 0 11쪽
43 찹피 23.09.22 18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3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7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0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5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7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8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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