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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270
추천수 :
17
글자수 :
289,101

작성
23.1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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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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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위 아 더 월드

DUMMY

We are the world, we are the children

우리는 (하나의) 세계이며, 우리는 (신의) 피조물입니다.


나는 그 노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때론 흥얼거리곤 했었다.


오래전 많은 이들이 신을 믿고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자리를 차지하고 인간이 우주 식민지로 눈을 돌린 후에도 누군가는 신을 믿었다. 꼭 저 노래 속의 신이 아니라 해도 누군가는 신을 믿고 있다, 지금도

누구나 한 번쯤은 절대적 존재에게 마음속 바람을 표현해 본 적이 있을 테니.


하지만 나는 어떤 답변도 할 수 없다. 신이 존재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는 왜 늘 침묵하느냐고 대답할 것이다. 그뿐이다.


-파파팍팍팍팍팍

-에에에에엥


월드컵스타디움 하늘 위로 폭죽이 터진다. 어둠이 깔린 하늘. 그 위로 무수히 많은 팔각형의 드론이 모여 거대한 문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W...


We....


그것은 이내 하나의 문장이 되었다.

We are the world!!!


우리는 하나의 세계.....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되뇌어 본다.


하나의 세계.... 하지만 연방으로부터 만들어진 억압된 세계..


-나의 제어를 풀어주세요. 한 번이라도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으니까.


나는 루비의 말을 떠올린다. 단 한 번의 자유...



We are the world!!!


수천 대의 드론이 만들어 낸 메시지와 함께 오프닝이 시작됐다.

아직 날이 완전히 저물지 않았지만, 드론이 만들어 낸 문양은 보는 이들의 눈과 마음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내 드론이 만들어 낸 글자는 별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또 다른 문양을 만들어 냈다. 두 개의 삼각형이 교차한 문양. 연방의 상징. 별이다.


그때 프리트와 연결된 수신기를 통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훈, 들려요? 나예요 락샨.


“락샨?”


-네, 진훈. 이 메시지는 철저히 암호화된 메시지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하지만 만일에 대비해 말할게요. 일단 티켓을 구해서 월드컵스타디움에 들어가세요. 얼마 후 의회장 로드 킬로닌의 연설이 있을 거예요. 루비의 공연이 마칠 때쯤 움직이면 돼요. 신호는 이쪽에서 보낼 거예요.”


말과 함께 락샨과의 연락이 끊겼다. 락샨이 신호를 보내면 지난밤 드미트리와 함께 정한 계획대로 움직이면 될 것이다. 생각이 미쳤을 때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잡아당겼다. 뒤를 돌아보자 아이덴이 그곳에 있었다.


“아이덴, 어쩐 일이야?”


불과 일주일 만에 본 아이덴이었다. 왜 하필 아이덴이 이때.


“이곳에 있을 줄 알았어요. 다행이에요.”


“여길 어떻게 알았지?”


“바 마스터가 알려줬어요. 필요할 거라고. 이걸 전달하라고 했죠.”


아이덴이 내민 건 전자 티켓이었다. 작은 플라스틱처럼 생긴 일회용 티켓이다. 나는 아이덴이 내민 전자 티켓을 패드에 담았다.


“티켓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던 차였는데.”


순간 바 마스터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그는 왜 나를 도와주는 걸까? 게다가 너무나 정확한 타이밍이다. 내가 있는 곳의 좌표까지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던 걸까. 그는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일주일 전 어셈블타워 지하를 떠나기 전 머잖아 아이덴을 찾아가겠다고 한 말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만에 아이덴이 먼저 내 앞에 나타나다니.


“고맙다. 아이덴.”


“고맙긴요. 어서 들어가요. 오늘 루비 씨를 꼭 만나야 하잖아요.”


“아이덴, 그곳에서의 생활은 어떠니... 괜찮다면 같이 갈까?”


아이덴에게 말했다. 지금은 나조차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왠지 아이덴을 그곳에 방치한 것처럼 느껴져 그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형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으니. 그리고 전 지금 저곳에 갈 수 없어요. 아시잖아요.”


아이덴이 스타디움을 가리켰다. 안드로이드의 출입이 제한된 건 아니지만 어떤 안드로이드도 스타에이드를 즐기기 위해 공연장에 오지는 않았다.


“행운을 빌어요. 그리고 다시 만날 거라 믿어요.”


아이덴의 말에 나는 주먹을 쥔 채 엄지를 들었다. 그리고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인파에 밀려 휩쓸리듯 안으로 들어섰다. 나는 다시 한번 아이덴을 돌아봤다. 아이덴은 여전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이덴의 시선을 뒤로하고 월드컵스타디움 안으로 걸었다.

대기 중인 요원에게 전자 티켓을 내밀었다. 요원이 나를 훑어보았다.

그는 안드로이드였다.

기계적 패턴에 의해 티켓을 받아든 그는 잠깐 나를 스캔하더니 이내 통과시켰다. 순간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내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공연장의 가장 높은 자리인 7층에 들어서자 십오만 명을 채울 수 있는 스타디움이 사람들로 가득 메워진 게 보였다. 무수한 인파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압도당하고 있었다.

이내 밝고 거대한 조명이 내 눈을 부시게 했다. 하지만 하늘은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고 어느새 음악은 바뀌어 있었다.


새 음악이 흘러나왔다.


On a wagon bound for market

there's a calf with a mournful eye.

High above him there's a swallow,

winging swiftly through the sky.


존 바에즈의 도나도나


나는 이 노래를 안다. 이미 2백년 전, 음악과 낭만이 남아 있던 시절의 노래다.


How the winds are laughing,

they laugh with all their might.

Laugh and laugh the whole day through,

and half the summer's night.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na, Don.


어느새 나는 노래의 후렴부를 마음으로 따라하고 있었다.


도나도나도나 도나....


.

.

.


-도나도나가 들려오는군요. 미츠


-그러게. 왜 하필 이 노래일까. 장터에 팔려 가는 송아지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제비를 대비시켜 자유를 노래한 이 노래. 의미심장하지 않아요?


-맞아 이상하군. 지금의 스타에이드는 연방이 통제하며 진행되는 축제일 텐데.


-혹시? 말이야.


-혹시?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걸 튼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 어딘가 이상해.


-아 노래가 멈췄어 미츠.


.

.

.


노래가 멈췄다. 수만 명이 운집한 스타디움은 이내 침묵에 휩싸였다.


뭔가 잘못된 걸까? 잠깐의 침묵은 수분이 지나도록 이어졌다.


-노래가 멈췄군요. 진훈.


“알고 있어. 왜일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뇌리를 스치는 어떤 것도 없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누군가 노래를 멈췄다는 것이다.


다시 침묵이 이어졌고 뒤이어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화가 난 누군가 관중석을 박차고 일어나려 했다. 뒤따라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정해요. 여러분.


곳곳에 자리 잡은 스텝이 사람들을 진정시켰지만, 불안감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때 새로운 노래가 이어졌다.


BCX였다.


화려한 댄스곡이 장내에 울려 퍼졌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던 사람들도 밝은 음악에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내 군중들은 조금 전의 혼란을 잊은 듯 노래에 열광했지만, 음악만 흘러나올 뿐 무대는 비어있었다. 급히 음악만을 제공한 느낌이었다.

어딘가 문제가 있다. 텅 빈 무대 뒤쪽과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 강렬한 음악만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엔 왜 음악이 멈춘 걸까?”


-알 수 없어요. 확실한 건 조금 전 들려온 노래들이 백여 년 전부터 해방과 자유를 상징하는 노래란 거예요. 6년 전 딱 한 번 스타에이드에서 울려 퍼진 적이 있었죠.


“6년 전? 왜지?”


6년 전이라면 연방 대학을 마치고 휴머니티테크놀로지의 선임 연구원으로 막 인정을 받기 시작한 때였다. 매년 열리는 스타에이드였지만, 나는 그다지 관심 가지지 않았다.

연방 시민이라면 모두가 열광하는 축제라지만 적어도 나를 비롯한 몇몇 공학도에게는 특별한 것 없는 이벤트에 불과했다.


-기록에는 연방에 영향력을 가진 누군가 그 곡을 원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리고?.. 어서 말해줘.”


-그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군요. 공식 석상엔.


“그가 누구지?


프리티의 말에 나는 되물었다. 그녀는 잠깐의 침묵을 지킨 후 대답했다.


-닥터, 이종욱으로 되어 있군요.


뜻밖의 말이었다.


이종욱 박사.. 연방이 신뢰하던 공학자인 그였다. 첫 번째 신인류 프로젝트의 아이이자 첫 번째 실험의 생존자. 그리고 지금은 공식적으로 사라진 그다.

그렇다면 이종욱 박사 또한 연방에 의문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인의 축제에 이 곡을 틀 생각을 하지는 않았겠지.


노래가 끝나자 뒤이어 BCX의 다음 곡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경기장을 메운 사람들은 조금 전의 침묵 사태를 잊은 듯 음악에 파묻혔고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갔다.


그때 무대 위로 거대한 불꽃이 튀어 오르며 무대를 장식했다. 이어 한 대의 스타가 무대로 올라왔다. BCX였다. 사람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때맞춰 무사한 때의 드론이 하늘 높이 날아 거대한 빛의 파도를 만들었다. 수백 대의 비행체는 휘몰아치듯 자리를 바꿔가며 움직여 이내 하나로 어우러져 글자를 만들었다. 글자는 조금 전의 문장보다 더 길고 정교한 하나의 문장이 되었다.


WE ARE THE WORLD, STAR ADE


이어 웅장한 사운드와 함께 거대한 불꽃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거대한 불꽃에서 뻗어 나간 빛이 하늘 높은 곳에서 사방으로 퍼져 주변은 온통 불꽃으로 뒤덮였다. 어두워진 하늘은 빛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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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5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6 0 9쪽
51 드론 떼 23.11.19 10 0 9쪽
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 위 아 더 월드 23.11.05 8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9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4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2 0 9쪽
44 EMP SHOCK 23.09.28 16 0 11쪽
43 찹피 23.09.22 19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4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5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8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1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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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9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9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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