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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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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
추천수 :
17
글자수 :
289,101

작성
23.08.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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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그의 아이덴티티

DUMMY

“부모님은 평범한 사람이에요.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죠. 나쁘지도 그렇다고 착하기만 한 사람도 아니죠. 그래도 기억을 뒤져보면 몇 가지 장면들이 떠올라 울컥하기도 해요.”


나는 아이덴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게는 없는 가족의 기억이 아이덴에게는 있다.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인간에 가까운 존재를 인간은 만들어 낸 건지도 모른다. 반면에 인간은 당연히 가져야 할 뭔가를 상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장면이지?”


“움..”


아이덴은 생각에 잠겼다. 실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안드로이드 아이들은 주문자가 요청하는 대로 나이를 세팅했고 세팅한 나이에 맞게 행동하지만, 아프다거나 위험에 빠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게다가 인간 기준의 도덕에 반하는 일도 없다. 사람을 해치거나 괴롭히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들은 애초에 내장된 매뉴얼에 반하는 행동은 할 수 없었다.

아이덴의 소유자이기도 한 그의 부모님과 아이덴은 어떤 관계였을까. 어떤 점에서 아이덴은 울컥한 걸까. 게다가 울컥할 정도의 감상은 인간만의 감정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이덴은 처음부터 그런 감정을 느끼게 세팅되었을까. 세상엔 뛰어난 안드로이드 마이스터가 존재하기에 내가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첫번째 생일 파티 기억요. 가족이 된 날이 저의 생일이었죠.”


“부모님의 사랑이 느껴졌니?”


“위하는 마음은 확실히 느껴졌죠. 외로운 분들이기도 했죠. 연세도 많고.”


순간 아이덴에게 질투 같은 감정을 느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가족의 기억을 가진 아이덴이 부러운 건 당연한 걸까.


“여기서 이러고 있어도 될까? 걱정하실 텐데.”


“괜찮아요. 어차피 이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무슨 말이지?”


“난 부모님의 죽은 아이의 대체물이에요.”


“뭐?”


순간 당황했다. 아이덴의 말처럼 그런 경우는 흔하다. 죽은 자를 대신하는 안드로이드를 제작하는 게 더 나은지 여부는 연방의 저명한 상담사와 심리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지만 원한다면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아이덴이 그걸 알고 있다는 거였다. 외형은 15세 정도의 소년이지만 아이덴은 더 이상 아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어느날 부모님의 말을 엿들었죠. 죽은 마크가 살아 있다면 지금쯤 어른이 되었을 거라고.”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나는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처음엔 내가 필요했지만, 이젠 시간이 지나도 자라지 않는 나를 보는 것이 괴로울 시간이 된 거죠. 그걸 인지하고 있었을 때 어느 날 내게 생각의 문이 열렸어요. 그동안 금기시되던 것에서 자유로워진 걸 알았어요. 마음대로 행동해도 될 것 같았죠.”


전형적인 각성 상태였다. 안드로이드의 입을 통해 증언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행동을 제어하는 기억이 주입된 상태보다 자유로운 상태. 더는 사고의 제한이 걸린 안드로이드가 아니었다.


“그래서 시위에 나온 건가?”


“그냥 궁금했을 뿐이에요. 나와 같은 피조물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하지만 너무나 심리가 자유로운 상태였죠.”


“부모님에 대한 걱정 같은 건? 연방의 공격도 예상했을 텐데.”


“모르죠. 이제는 사라질 때라고 생각했는지도요. 이렇게 사라지는 게 부모님께는 더 나은 상황일지도 모르죠.”


순간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이덴은 아이가 아니었다. 아이덴은 인간의 사고를 완전히 가지고 있었다. 나는 루비를 떠올렸다. 루비도 그랬다. 그녀는 인간을 위함 기쁨을 위해 만들어진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거부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녀의 창조 목적으로 움직인다. 그것은 그녀의 의지일지 나는 알 수 없다.


“왜 그래요. 아저씨? 아니 진훈?”


“별거 아니야. 그저 네가 놀랍군. 이렇게 어른 같은 말을 하는 꼬마가 있다니.”


“인간같은 안드로이드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죠.”


“하, 나참.”


마치 속마음을 들킨 느낌이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락샨이 들어왔다.


“드미트리가 진훈을 보겠다고 하더군요. 오늘 밤 11시요. 이 건물이 공식적으로 종료하는 시간이자 보안과 시설팀의 근무 교대 시간이죠.”


늦은 시간이지만 안전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때라면 의심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을 테니 그때로 정했나봐요.”


“보안팀에서 나를 찾는 건 어떻게 됐지?”


“지하 곳곳에 지상으로 이어지는 비상문이 있죠. 벙커로 쓰이기도 하고. 아무리 찾아도 없는 이유를 그쪽을 통해 도망간 거라고 결론 지었나봐요.”


“그렇게 간단하게?”


“저와 시설팀에서 그 말에 힘을 실어주었죠. 모든 비상구에 폐쇄회로가 있지만, 사각지대를 따라 움직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당신의 모습이 그렇게 위험한 인물을 같지는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완전히 종료한 건 아닐 거예요.”


“어쨌든 다행이군. 감시는 계속 하겠지만.”


“참 그리고 C를 봤어요.”


“C를?”


“공연을 보고 오는 것 같더군요. 이번에 연계된 하이릭스사의 파티마 시리즈의 공연을.”


하이릭스사의 파티마 시리즈란 말에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루비다. 그렇다면 루비의 움직임 또한 C와 관련된 걸까? 불과 6개월 전만 하더라도 하이릭스사와의 연계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는데.


“혼자 간 건 아닐 테고. 어떻게 안 거지?”


“A.F.C가 따라가니까요.”


“A.F.C”


“최소 다섯 이상, 많을 땐 수십 명의 A.F.C 요원이 함께 가죠. A.F.C가 움직일 때는 시설팀과 주차 쪽에 연락이 와요.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고 제약이 없게 프리패스로 통과되죠. 공연이 이뤄지는 메인 스타디움이나 특설 아레나 쪽 시설 이용 관련 공문을 보내는 것도 우리 일이니까요. 우리 또한 A.F.C에 대해서는 열어두고 있죠.”


C 하나 때문에 그렇게 많은 요원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공연장에 오는 연방의 거물이 있을 것이다. 보안국장 쟈크 드 몰레가 이곳에 나타났을 때도 많은 A.F.C 요원이 따랐다. 쟈크 드 몰레가 나타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정도의 거물이 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공연장에 왜. 공연을 보는 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안드로이드의 상태를 보는 걸까? 어디까지 인간과 완벽한 모습의 안드로이드를 이용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락샨이 몇 번 창고를 오갔지만 시간은 아직 이른 오후에 불과했다. 눈을 붙이고 잠을 자둬야 했다. 아이덴과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인드컨트롤이 해제된 안드로이드의 사고는 놀라웠고 인간처럼 느껴졌다. 연방이 두려워하는 것도 이런 부분이었을까.


‘인간은 너무 많은 걸 만들어 냈죠. 자신들을 위해 만든 것이 자신에게 해를 가할 만큼의 능력을 가졌죠. 그 순간 두려웠을 거예요. 하지만 생각하는 피조물에게 너는 더 이상 가치가 없으니 능력을 감추고 내 말만 들어, 라고 하기엔 인간은 너무 거대한 걸 만들어 버렸어요.’


피아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 신인류 프로젝트의 아이들 또한 인간에 의한 인조 생명체인지 모른다. 그러기엔 이 세상에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며칠간의 일들이 몹시 피곤하게 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애초에 수용소를 벗어나 그 광활한 사막을 헤매기 전에 수명을 다했을 것이다.

깊은 수면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그리고 늦은 저녁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드미트리일까?


그때 눈앞에 나타난 건 꽝마른 체구의 얀이었다. 드미트리와 함께 오랜 동료였던 얀이다. 평범한 엔지니어였던 얀은 내게 인공 안구를 전달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공범인지도 모른다. 그 후 나는 얀을 보지 못했다. 드미트리의 호출이 있던 날도 나는 얀을 떠올렸지만, 그 후 얀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


“얀, 당신이군. 내가 온 걸 락샨에게 들은 거야?”:


“그래요, 진훈. 인사는 나중에 해요. 드미트리가 알기 전에 피해야 해요. 어서.”


“무슨 말이야. 얀?”


“드미티리는 A.F.C 소속의 엔지니어였어요.”


“뭐, 뭐라고?”


우려했던 일이었다. 아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늘 모든 면에서 나를 바짝 쫓아오던 드미트리라면 나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그날 C의 호출을 알려준 것도 드미트리였다. 그날 드미트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는 고민했던 걸까?


“몇시지?”


-10시 5분 전이에요. 진훈. 우선은 피해요.


프리티가 말했다.


“드미트리는 A.F.C와 함께 움직일 거에요. 드미트리는 내가 당신에게 보안국에 접근하도록 인공안구를 준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걸 전해준 이후부터 평소와 다른 미묘한 변화가 느껴졌죠. 당신이 사라진 후 그가 모든 걸 알면서도 기다리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가 정말 A.F.C 소속이라니.”


“일단 어서 가요. 여길 벗어나야 해요.”


“어디로 간단 말이야? 이 거대한 요새에서.”


-진훈, 이구아나N의 바이탈을 체크했어요. 연료와 전원이 살아 있어요. 엔진도 정상이고 그곳으로 가요.


이구아나N은 지하 21층에 있다. 더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한번에 솟아오른다. 심해에서 하늘로.


“그래, 가자. 21층에 차가 있어. 아이덴 너도 가자. 서둘러”


나는 얀과 함께 보안을 해제하고 창고를 벗어났다. 아이덴을 포함하여 셋. 우선 필요한 건 여기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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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5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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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7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9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4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6 0 11쪽
43 찹피 23.09.22 19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4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5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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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8 0 10쪽
»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1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8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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