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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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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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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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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289,101

작성
23.07.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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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DUMMY


"따라 오시오."


그는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앞장서며 말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그를 따라 한참을 걷다가 이른 곳은 사원에서 멀지 않은 숲이었다. 숲에 이르렀을 때는 해가 저물어 이미 어두워진 직후였다. 남자는 숲 한가운데 이르러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자세히 보니 그가 무릎을 꿇은 곳에는 비석이 넘어져 있었다. 누군가의 무덤이었다.

거긴 어디냐고 물으려는 찰나 남자는 힘을 주어 비석을 밀었다. 이어 무덤 뒤쪽 숲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는 일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그를 따라 숲으로 향하자 열린 문이 보였다. 그곳에는 커다란 구멍 같은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나는 레조노프의 아지트를 떠올랐다. 아마 그런 식으로 이어진 공간이리라.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공간이 나왔고 남자가 앞서서 걸었다.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손으로 벽을 쓰다듬었다. 벽은 콘크리트 재질이었다. 동굴 안은 인조 건축물임이 분명했다. 한참을 더 가자 조금씩 빛이 보였다. 그리고 좁아졌다. 카타콤처럼 구불구불하고 낮은 길이 이어졌다.


"다 왔소."


길의 끝에 이를 즈음 남자가 말했다. 그곳에는 돌문이 있었다. 입구라고 하기엔 좁은 길이었다. 남자가 두건을 벗고 무어라 외쳤다. 산스크리트어였다. 순간 굉음과 함께 돌이 회전하며 벽이 갈라졌다. 놀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벽이 갈라진 자리엔 커다란 입구가 생겼다. 남자가 입구로 들어서자 그의 뒤를 따라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벙커를 연상케 하는 사방이 잿빛인 커다란 공간이 나왔다. 입구에는 총을 든 세 명의 건장한 남자가 서서 우리를 주시했다. 그들은 두건을 쓴 남자에게 경외를 표하며 길을 비켜주었다.


남자가 두건과 몸에 걸친 장삼을 벗었다. 얼굴이 드러난 남자는 생각 외로 젊었다. 전형적인 인도인의 얼굴이었지만 장삼 밖으로 드러난 몸은 까무잡잡한 인도인이 아닌 호리호리한 체형의 동양인이었다. 말랐다고도 볼 수 있는 그는 아직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였지만 어딘가 나이 든 남자 같은 행동이 몸에 밴 듯했다. 게다가 그는 마치 수행을 하는 사제처럼 보였다.


"반갑소, 최진훈!"


아지트 안으로 들어서자 안도했는지 남자가 악수를 청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의 손을 잡았다. 긴장이 밀려왔다. 내 촉이 맞는다면, 만약 그렇다면 그는.


"자세한 건 천천히 말하도록 하겠소. 이쪽으로."


그가 앞서 걸었다. 그가 이끄는 곳으로 따라갔다. 이곳은 무엇이란 말인가. 정말 지하 벙커일까. 커다란 공간에는 방향을 표시하는 오렌지색 등이 깜빡이고 있었다. 빛을 따라 경비병이 서 있는 긴 터널의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 끝에 이르자 저편에서 군복 차림을 한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나를 마중 나온 자인 듯했다.


“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뜻밖에도 들려온 건 여성의 목소리였다.

나는 놀라 그를 쳐다봤다. 어둠 가운데 모습을 드러낸 건 바라나시에서 본 피아였다.


“당신은... 피아?”


“알아보는군요.”


“왜 여기에 있죠?”


“왜라뇨? 무슨 의미죠?”


나는 말문이 막혔다. 바라나시에 있어야 할 피아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아름다운 용모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녀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녀는 나를 핫산과 블라디미르에게 안내해 준 안내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일단 들어와요. 진훈, 레 박사님도 고생하셨을 테니.”


피아의 말에 나는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에게서 드러나는 기운이 낯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몹시도 생소했다.


“라이입니다.”


“낯설지 않군요. 하지만 처음 뵙는군요.”


“그럴거에요. 기시감이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네? 무슨 말이죠?”


“차차 알게 될 거요.”


“좋아요. 그런데 여긴 어디죠? 피아 당신은 왜?”


“이곳은 자유형제단의 또 하나의 지부에요.”


피아의 말대로라면 그곳은 마두레이 지부였다. 그리고 인도의 반 연방주의자를 규합하는 하나의 지하조직이기도 했다.


“형제단에 여성이 있다는 게 신기한 거죠?”


나는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시대가 변해도 여성의 지위가 크게 개선되지 않으며 여전히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신분제와 종교의 흔적이 강한 인도였다.


“에릭과 블레어 부인에게 들었어요. 당신이 올 거라고. 그래서 미리 준비하고 있었죠.”


남자가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의문을 품는 그것에 대한 답도 준비해 두었죠.”


“의문이요?”


“당신의 출생에 관해서죠.”


맞다. 나는 리종욱 박사의 행방과 그를 통해 나의 존재를 찾고자 자유형제단이 있는 인도에 온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 이틀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이들과 조우했다.


“그러면 제대로 오긴 했어요.”


피아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당신이 찾는 단서 중 하나가 여기에도 있을 테니까요.”


“그게 무슨 말이죠?”


“본론부터 말하죠. 일곱 명의 아이 중 하나가 저예요.”


“일곱 명의 아이...”


순간 나는 떠올렸다. 리종욱 박사가 관여한 신인류 프로젝트로 생겨난 일곱 명의 아이. 그중 하나가 나였고. 피아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이는 일곱이었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아이들은 수명이 짧았고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었다. 언청이나 팔다리가 짧았고 정신 질환을 앓기도 했다. 대신 아이들은 천재적인 기억력과 문제인식력, 해결할 수 있는 연산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상적인 모습을 가진 아이는 단 하나였다. 초기에 만들어진 일곱 명의 아이 중 그 아이 하나만 남았다. 아이는 한국계였고 리종욱이란 이름을 가졌다. 살아남은 그는 유전자 조작으로 일찍 목숨을 형제들을 기억하며 다시 7명의 아이를 만들었고 그 프로젝트가 연방에 의해 저지될 거라 판단되자 아이들은 세계로 보내졌다.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다.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은 강제로 사라졌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거란 판단이 있었는지 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혼자였다. 프리티만이 유일한 친구로 느껴졌다. 안드로이드의 구조를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은 유전자 속에 각인 된 듯 내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걸 인지한 후 나는 이 세계에 대해 파고들었다. 그리고 알아냈다. 왜 신인류를 만들겠다는 이런 짓을 계획했는지.

그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간단했다.

200년 전 세계를 지배하려던 히틀러가 만들다 중단한 더 이상 유례 없는 가공할 무기였던 핵무기. 나치는 패망했지만 그들의 유산을 가져와 핵을 완성한 미국은 리틀보이와 팩맨이란 핵폭탄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고 일본의 항복을 받으며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렇게 미국은 세계의 패권을 잡았다.

그리고 백 년이 지난 후 세계를 이루는 초강대국인 미국과 소련, 중국은 3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그 전쟁 가운데 그들은 자멸하거나 서로를 분열시켰다.

기나긴 전쟁 후 세계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에 강제로 통합했다. 통합을 거부하는 나라는 연방에 의해 강제 통합이 이루어졌다. 그 배후에는 악신을 숭배하는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 조직이 도사리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프리메이슨이라고도 일루미나티라고도 하는 말들이 무성했지만 실체는 알 수 없었다.

핵은 세계를 통합하는 데 기여했다. 환경이 파괴되며 곳곳에서 이상 기후가 일어났다. 다시 핵이 터진다면 그것으로 세계가 끝날 거라 모두 믿었다.

그렇게 백 년 동안 세계가 파괴와 흡수, 통합을 이루는 가운데 연방 정부의 눈을 피해 지하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새로운 걸 만들었다.

이번엔 핵처럼 인간을 파괴하는 무기를 만드는 프로젝트여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었다.

그리고 인류는 찾아냈다. 인류를 저지하고 인간을 구원할 새로운 인류를 만드는 계획.

그것이 신인류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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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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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9 0 8쪽
26 해저터널 저편, 미낙시 순다레슈와라 사원 23.07.06 19 0 13쪽
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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