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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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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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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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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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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DUMMY

스타에이드에 대해 말했을 때 다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단 한사람 쿠마르를 제외하곤.


“루비라면, 진훈 당신이 빠졌다는 그 하이릭스사의 파티마로군요.”


드미트리의 말에 나는 뭐라고도 말할 수 없었다. 이미 나를 위해 한번 위험을 무릅쓴 드미트리다.


“만들어진 생명체를 사랑하게 된 건가요?”


드미트리가 물었다.


“드미트리, 루비는 단순히 기계가 아니야.”


“그렇게 믿고 싶겠죠. 인공두뇌의 구조를 알고 있는 우리조차 때론 이것이 단순한 기계의 영역을 뛰어넘었다고 믿으니까.”


안드로이드의 학습 능력은 이미 인간을 초월했다. 인간이 대뇌의 전기 신호에 의해 사고하는 존재라면 그들 또한 다르지 않다. 안드로이드는 0과 1의 전기 신호로 이뤄진 비트의 집합에 의해 연산하고 움직인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를 인간과 견줄 수는 없다. 아무리 하이릭스사의 파티마라 해도.

인간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일부 종교 주의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인간은 인간만의 고유 존재가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때론 착각에 빠지곤 한다. 루비에게도 왠지 영혼이 있을 것만 같았다.


“드미트리, 당신을 설득하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루비를 사랑해. 그 감정이 착각일지 모른다는 것도 알아.”


“그럼 왜죠?”


“스타에이드는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 되는 공간이지. 모두의 눈이 루비에게 쏠리는 순간. 그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2년에 한번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 세계가 주목하는 순간 루비는 자신의 의지로 진짜 자유를 찾는다.


“무대에 선 그 안드로이드를 데려올 건가요?”


“루비야. 이름이.”


“그래요. 당신의 루비.”


드미트리의 말투는 다소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어? 재밌어 보이는데요?”


대화를 듣고 있던 쿠마르가 끼어들었다.


“재밌다고?”


“저 기체로 그 안드로이드, 아니 루비와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면 멋있지 않겠어요? 형이 바라는 게 그거죠?”


역시 머리가 좋은 녀석이다. 거기까지 내 생각을 눈치챘다니.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야.


“소리없이 접근할 수 있는 기체. 벌써 활용법까지 알아냈군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후후”


그렇게 말하며 쿠마르는 기분이 좋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때가 되면 돌아오겠죠. 당신의 그리움이 나를 당기면

때가 되면 돌아오겠죠. 당신의 그리움이 나를 당기면


이어 쿠마르는 루비의 노래 ‘나비의 꿈’의 후렴구를 몇 번이나 흥얼거렸다.

당황한 드미트리는 쿠마를를 그저 쳐다볼 뿐이었다. 락샨은 쿠마르를 이해한다는 표정이었다.


“저 녀석은 흥이 있군요. 인도 대륙에 사는 사람들의 특징이기도 하죠.”


“맞아요. 난 흥 빼면 시체죠. 후후.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해봐요. 형.”


“쿠마르, 넌 아직 어려서 겁이 없군. 거긴 연방 특수요원이 깔려있을 거야.”


드미트리가 말했다.


“뭐 보이는 것만큼 어리지는 않을 거예요. 난 성장이 억제된 거니깐. 신인류 프로젝트는 늘 부작용이 있죠.”


“무슨 말이지?”


“보이는 것처럼 정말 열다섯 살일까요?”


“너무 조숙하다 했더니 이유가 있었군.”


락샨이 끼어들었다.


“헤헤, 그런가요?”


“하지만 쇼는 잠깐이야. 삼엄한 경기를 뚫고 루비를 데리고 날아오르겠다는 건 너무 무모하지 않아?”


“걱정 말아요. 드리트리. 너무 조심스럽군요.”


“무슨 소리야. 또 촉이 온 거야?”


“촉이라뇨. 무당도 아니고. 그냥 예지력이라고 하죠. 하여튼 자신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죠.”


“계획? 어떤 거지?”


“힌트를 드릴게요. 스타에이드의 주요 자금은 어디서 나올까요?”


순간 나는 혀를 내둘렀다. 이미 재정이 바닥난 연방이 기댈 곳은 세계 기업인 협회(GBO)였고 그곳의 자본은 상당수 인도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2천 년 전 로마와 맞먹는다고 했던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 후 쪼개지고 중국 또한 연방에 의해 민족별로 흩어진 후 아이러니하게도 분열된 것처럼 보였으나 분열되지 않은 건 인도였다. 오히려 수백 개의 부족과 언어로 나누어져 있었기에 흩어졌으나 흩어지지 않은 곳인지도 모른다. 백 년 가까이 이어오던 이슬람과 힌두교의 대립도 완화되었다. 연방에 의해 종교의 강요가 사라진 지금 연방의 입김이 닿지 않는 오지의 소수 부족이 아닌 이상 종교적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은 절대적이지 않았다.


“스타에이드에도 인도 기업의 자본이 들어간 거야?”


“이해가 빠르군요. 형”


쿠마르 녀석이 얄밉게 말했다. 어쩌면 그래서 란초와 블라디미르가 인도를 기반으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마르의 계획대로라면 많은 부분에서 삼엄한 감시를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콘서트가 열리는 월드컵스타디움의 보안 설계도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녀석의 계획은 그럴듯했다. 다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그대로 믿어야 할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에이드까지는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았다.


늦은 밤 나는 곤지암의 폐허가 된 리조트 부지에서 잠을 청했다.


쿠마르의 기체에서 쏘아 보낸 교란 신호 덕분에 이구아나N의 위치도 들키지 않았다.


.

.

.


다음날 뉴스 속보를 통해 휴머니티테크놀로지 타워의 일이 전파를 탔다. 사건은 작은 소동으로 치부되어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다. 늘 하나 된 연방의 발전을 말했던 정부가 일이 커지는 걸 원하지 않는 건 자명해 보였다. 이런 경우 늘 연방 산하 주요 도시로 편입되지 않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소요 사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대응할 뿐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반 연방의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연방은 늘 숨기려 하고 있었다.


-굿모닝 월드, 오늘도 상쾌한 아침...맞죠?


-왜 그래 타냐. 맨날 똑같은 멘트가 식상한 거야?


-뭐야, 너도 그랬잖아. 아침은 무슨 이미 해가 중천에 떴어요, 라고 빈정거리는 멘트를 날렸으면서.


-에혀, 말해서 뭐해.


-자 이렇게 티격태격도 재미죠. 우리 연방에 노골적인 반감을 가진 여러분. 오늘도 새 아침이 밝았어요.


-그러게요. 늘 아침은 새롭죠. 어제와는 다른 아침.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마이갓, 미츠.. 식상해.


-그만, 그만, 타냐. 그나저나 스타에이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군요.


-또 하루가 지났으니 정확히 6일 후군요.


-벌써 25회째네요. 그동안 너무 많은 스타를 배출한 월드 콘서트라 너무 기대되네요. 특히 우리의 BCX. 꺄~


-BCX팬은 어쩔 수 없군요. 하지만 춤은 미라클 섹슨을 못 따라가죠.


-흥, 그 위대한 아류 예술가?


-이봐 타냐. 위대한 예술이란 늘 훔친 것에서 시작된다고! T.S 엘리엇의 유명한 명언 몰라?


-미숙한 시인은 남의 시를 흉내 내지만, 성숙한 시인은 남의 시를 훔친다?


-잘 아네. 바로 그거야.


-그래그래, 창조는 모방에서 비롯된다니 이해해.


-그나저나 모두가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스타에이드지만, 이 또한 연방이 내놓은 당근이겠죠. 그걸 알지만. 어쩌겠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우리 인간은 덥석 물어야죠.


-이봐, 타냐. 그런 말 위험해. 이젠 안드로이드 친구들도 스스로 인간을 자처하는 시대야.


-어머, 어쩌다 보니 차별 발언이 되었군요.


-음, 그렇게 말하기도 좀 그렇지만. 이번엔 특별한 친구의 무대가 있을 거라고 하던데?


-루비!!!


-맞아, 루비 그녀지.


-난 루비가 단지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그녀가 하이릭스사의 파티마 시리즈였을 줄이야.


-센세이션한 깜짝 출연이었지.


-이제 인간과 안드로이드는 구분할 수 없을 지경이죠. 그러니 안드로이드 친구들을 인간과 같은 진짜 친구로 받아들여야 할 때인지도 몰라요.


-인간이 만들었으니 인간이 책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다만 문제라면.


-문제라면?


-연방이 그들을 왜 양성했느냐겠지. 결국, 사람들을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창조한 그들이지만 지금은 안드로이드가 역으로 연방에 반기를 들고 있으니.


-게다가 반 연방주의자와 합세하고 있으니 말이야.


-어머, 우리 타냐 똑똑해요.


-너도 만만치 않거든? 미츠!


-자, 그런 차원에서 이번 스타에이드의 하이라이트. 슈퍼스타. 루비의 노래를 들어볼까요?


-큐!!


곧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루비의 노래였다.


이 밤 나는 노래를 불러요.

인간이 된 나비의 꿈을 꿔요.

나는 당신과 거리를 누비며 사랑을 나누죠.

당신의 키스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아요.

하지만 내일은 오겠죠. 그리고 나는 돌아가야 해요.

나비의 꿈은 영원하지 않으니까요.

내가 그리워도 찾지 말아요.

때가 되면 돌아오겠죠. 당신의 그리움이 나를 당기면


나비의 꿈, 루비는 나비가 되어 날아오른다. 그리고 그 꿈의 주인이 누구인지 묻고 있다. 그녀는 혼란스럽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만들어졌는지.


나 또한 그렇다.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어디로 가는 거지?


너무 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수십 년 전 실험실에서 나와 작은 방에서 눈을 떴을 때를 기억한다. 아무도 없는 방에 홀로 남았던 내게 지금의 혼란이 낯설지만은 않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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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바 마스터에 관하여 23.12.10 5 0 10쪽
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52 날아오르라, 루비와 함께 23.11.26 6 0 9쪽
51 드론 떼 23.11.19 11 0 9쪽
50 로드 킬러닌 23.11.12 12 0 10쪽
49 위 아 더 월드 23.11.05 8 0 10쪽
48 스타에이드의 시작 23.10.29 9 0 10쪽
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46 그날, 루비의 기억 23.10.13 14 0 9쪽
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2 0 9쪽
44 EMP SHOCK 23.09.28 16 0 11쪽
43 찹피 23.09.22 19 0 10쪽
»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6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4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5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38 쿠마르 넌 뭐냐? 23.08.24 19 0 10쪽
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9 0 10쪽
36 배신자는 누구인가 23.08.13 18 0 10쪽
35 그의 아이덴티티 23.08.08 21 0 10쪽
34 드미트리, 당신을 믿어 23.08.03 16 0 9쪽
33 바벨탑을 만든자에게 23.07.29 19 0 10쪽
32 누군가를 걱정하는 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일까? 23.07.24 18 0 10쪽
31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길을 잃은 건 아니다 23.07.21 17 0 9쪽
30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23.07.18 17 0 10쪽
29 루비, 너의 빈 잔에 23.07.15 19 0 9쪽
28 세 명의 아이들, 그리고 남은 아이들의 행방 23.07.12 19 0 10쪽
27 바알의 암호와 신인류 프로젝트 23.07.09 19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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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23.07.03 2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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