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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잡가님 님의 서재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돌을 꿈꾸는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잡가님
작품등록일 :
2023.05.13 09:08
최근연재일 :
2023.12.10 18:00
연재수 :
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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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수 :
28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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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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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혁명이 지속될수록, 소년은 자라난다

DUMMY

“넌, 바라나시에 있지 않았나?”


“그랬지.”


“그런데 왜?”


“이봐요, 형씨. 탐정은 어디든 가는 거라고.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말이야.”


“네가 탐정? 그런데 왜 계속 반말이지?”


“존댓말 해줘요? 지난번에 괜찮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닐 텐데.”


기가 막혔다. 바라나시에서 마두라이는 꽤 먼 거리다. 하긴 이곳도 관광도시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방랑자 소년이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은 않다. 다만 우연치고는 굉장한 우연이다.


“테리 최라고 했죠? 진훈”


“그랬지. 뭐? 어떻게 알았어? 그 이름을.”


진훈이라니. 분명 테리 최라고 알려줬을 텐데.


“이봐요. 난 탐정이라니까요. 그리고 보아하니 급히 어디 먼 곳으로 가야 할 것만 같은데?”


이쯤 되니 녀석에게 미행당한 기분이 들었다.


“놀랄 것 없어요. 뭔가를 찾아 급히 어딘가로 가는 거죠?”


속마음을 모두 들킨 느낌이다. 내 목적지까지 알아차리다니 대체 이건 뭔가 싶었다. 하지만 어딘가 두루뭉술한 건 마치 떠보는 느낌이기도.


“난 일곱 아이의 마지막 아이예요. 당신과 형제라면 형제겠죠.”


쿠마르의 말에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곱 명의 아이, 그걸 이 떠돌이 인도 소년에게서 듣게 되다니. 게다가 자신이 마지막 아이라고? 마지막 아이가 이렇게 어린 소년이라니. 쿠마르라고 밝힌 눈앞의 소년은 외모로 보아 15살을 훌쩍 넘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이봐, 쿠마르. 넌 대체 뭐지?”


“이제야 내 이름을 부르는군요. 잊은 줄 알았네.”


녀석은 여전히 너스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두통이 올 것만 같이 혼란스럽다.


“말한 대로 나는 마지막 아이예요. 예지력을 가지고 있죠. 그날 바라나시에서 당신을 본 것도 우연만은 아니었죠.”


“그럼 지금 이곳에서 나를 기다린 것도?”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내가 이곳에 올 거라고 걸 미리 알았다는 거지?”


“난 직감 능력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가졌죠. 지능이 있는 생명체는 모두 어느 정도의 예지력을 가지지만 난 전두엽을 통한 촉이 훨씬 발달했죠. 마치 야생의 짐승이 산사태와 기상재해를 예측하는 것처럼”


“흠, 그럴듯한데? 이곳에 내가 올 거란 것도 그 촉으로 알아낸 건가?”


“그렇다고 봐야죠.”


“넌 너에 대해 꽤 정확히 아는구나. 네 말대로 우리가 형제라면 넌 아주 똑똑한 막내라고 봐야겠군.”


“진심 같은데 고맙군요. 그래서 말했죠? 노 프라블럼. 아무 문제 없다니까요.”


“대체 문제없다는 근거는 뭐지? 네가 가진 능력으로 알 수 있는 미래는 어디까지지?”


“기껏 이삼일 앞의 일에 불과하지만요. 그게 어디예요?”


“그마저도 촉에 불과한 거 아냐?”


“헤헤, 맞아요. 가끔은 틀리기도 하죠. 다만 우린 같은 뇌파 패턴을 가졌기에 좀 더 잘 알 뿐이에요.”


“그럼 다른 형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어?”


“언젠가 그들의 뇌파가 감지되면요. 드문드문 느껴지긴 하죠.”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예요.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 감춰져 있어요. 테리 최, 아니 진훈에 대한 촉도 불과 이틀 전에 느꼈던 거죠. 마침 바라나시에 있었고. 아니 바라나시에 온다는 걸 알았기에 더 강하게 느꼈죠. 가트 근처에서 헤어진 후 곧 사라지긴 했지만.”


아이의 말에 나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종합해 보자면 쿠마르는 가끔 촉으로 미래가 예측된다는 것이다. 문제라면 자신도 그 시기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


“뭔가 불안정하군.”


당연히 알 수 없는 미래를 감으로 느낀다니. 황당한 그 말이 믿기지 않지만 라이나 피아를 보면 어처구니없는 말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쿠마르라는 이 녀석이 적어도 위험한 인물 같지는 않다.


“진훈도 그렇고 우린 다 어딘가 불안정하지 않아요? 헤헷”


“하긴, 네 촉이 그렇게 정확했다면 인도에서 돌아온 후 나한테 닥친 일도 네가 미리 알려줬겠지. 어쨌든 널 보니 혼란스럽군. 게다가 나에 대해 아는 이들 이렇게 한꺼번에 찾아오다니.”


“다른 형제도 만난 거죠?”


“그래, 촉이 온 거야?”


“네 몇 개월 전부터요. 보여요. 그리고 이제 깨어나고 있어요.”


“누가?”


“이종욱, 박사. 우리를 만든 아버지.”


“깨어나다니.”


“냉동인간 상태니까요.”


순간 당황했다. 냉동인간이라니. 나는 쿠마로를 재촉해 전말에 관해 물었다. 쿠마르의 말대로라면 이종욱 박사는 얼려진 채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냉동인간 상태라고 했다.


냉동인간은 사람의 몸을 극저온의 액체질소에서 냉동 보존한 걸 말한다.

연방이 생성되기 100년도 더 전인 1967년 미국의 한 심리학자를 냉동 상태로 보존하기 시작하면서 냉동인간의 역사가 시작됐다. 주로 불치병 환자나 금방 사망한 사람을 먼 훗날 과학의 힘으로 살려낼 수 있기를 바라며 냉동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냉동인간 프로젝트는 21세기 말까지 기술 부족으로 단 한 명의 냉동인간도 되살리지 못했다. 냉동 상태였던 몸이 녹으며 얼음 결정이 세포를 파괴해 괴사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처음 냉동인간이 만들어질 때도 같은 이유로 인간의 시신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러다 22세기가 시작되지 얼마 전 처음으로 냉동 보존된 인간을 깨우는 일이 벌어졌다. 안드로이드 재단의 설립자였던 ‘하퍼 리’라는 남자였다. 냉동 상태가 된 지 50년 만에 깨어난 하퍼 리는 두 달간 중환자실에서 괴사가 시작된 몸을 치료받았다. 하지만 뇌세포의 10퍼센트 이상이 손상되는 부작용은 피할 수 없었다.

비록 70세에 가까웠지만 한때 천재 안드로이드 마이스터라 불리던 남자는 이전의 비범함과는 거리가 먼 어딘가 어눌한 노인으로 당대 최고 의료진의 집중 관리를 받으며 20개월을 더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하퍼 리의 해동을 담당했던 생명 연장 재단은 어느 정도의 세포 파괴는 어쩔 수 없었다고 실패를 부인했지만, 그의 사망 원인은 뇌세포 손상에 기인했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식 입장이기도 했다.

하긴 냉동인간에 냉소적 입장을 보이는 의료계에서 무턱대고 생명 연장 재단의 편을 들어줄 리는 없었다. 그 후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며 열 명 이상의 냉동인간이 깨어났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분명 밝히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종욱 박사는 15년 전 냉동인간을 선택했다. 무슨 이유일까. 이미 해동기술이 발달 되었다고 해도 그 길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사실이었고 냉동인간 상태라면 그에 대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지금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그럼 냉동 상태인 이종욱 박사는 지금 어디에 있지?”


“그건 나도 모르죠.”


“무슨 말이야. 그럼 냉동인간이 된 건 어떻게 안 거야?”


“15년 전 마지막으로 내가 태어난 후, 긴 동면에 들어갔다는 걸 들었으니까요?”


그랬었나? 신인류 프로젝트의 마지막 아이가 태어난 후 스스로 동면에 들다. 쿠마르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7번째 아이를 만든 후 모든 게 잠잠해질 때까지 긴 동면이 필요했던 이유가 뭘까.


“나는 그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구원 부부의 손에 잠깐 맡겨졌죠. 그리고 그분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내가 신인류 프로젝트로 태어난 아이란 걸 알고 나니 이해되더군요. 냉동 상태로 뇌파를 멈췄기에 그 누구도 찾지 못하는 자.”


“그럼 언제 깨어나지?”


“모르죠. 다만 멀지 않았다는 것만은 확실해요?”


“그건 어떻게 안 거지?”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는 게 보이니까요. 그가 깨어나는 걸 경계하는 힘이 느껴져요.”


순간 나는 쿠마르를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은 붉게 변해있었다.


“놀라지 말아요. 흥분상태가 되면 이렇게 눈동자가 붉게 변해요. 가끔 머릿속이 복잡해질 때면 어느새 환영처럼 미래가 보이곤 해요.”


나는 침묵하며 쿠마르의 말을 가만히 들어주었다.


“때론 너무 무서운 감정에 휩싸이기도 하죠. 거대한 전쟁이 세계를 뒤엎는 그런 느낌. 내가 누군지 알고 난 후 나는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죠. 마치 수행자처럼.”


나는 더는 묻지 않았다. 어느 날 혼자가 되어 깨어난 나의 운명처럼 쿠마르 또한 그런 외로운 운명 가운데에서 살았을 것이다. 사설탐정이라 자처하지만, 때론 여행객에게 구걸이나 다름없는 호객행위를 하며 살아남았겠지. 문득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티내지 않았다.


“뭐 동정하지 말아요.”


“감정도 읽어?”


“딱 봐도 동정하는 표정이잖아요.”


“뭐 됐어.”


그때 프리티가 내가 말해주었다. 쿠마르는 좋은 아이라고. 함께 해도 괜찮을 거라고. 프리티가 먼저 그렇게 말하는 일은 드물었다.


“나와 같이 가자.”


쿠마르에게 말했다. 이종욱 박사가 깨어난다면 연방은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처음과 달리 신인류 프로젝트는 폐기되고 은폐된 프로젝트였어야 하니까. 유일하게 살아남은 첫 번째 신인류 프로젝트의 생존자인 이종욱 박사가 적잖게 성가신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시련을 형제들과 함께 이겨내야 할 것이다.


“동정하지 말라니까요?”


“마, 됐어. 형 믿어!”


나는 쿠마르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녀석은 한동안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그에게 낯선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쿠마르의 어깨를 가만히 감싸 안았다. 그렇게 쿠마르는 동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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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완벽한 따돌림 23.12.03 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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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새벽의 습격 23.10.20 1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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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살금살금 기다 23.10.06 11 0 9쪽
44 EMP SHOCK 23.09.28 15 0 11쪽
43 찹피 23.09.22 18 0 10쪽
42 모두가 기다리는 축제를 위하여 23.09.15 15 0 9쪽
41 이구아나N이 향한 곳 23.09.10 13 0 9쪽
40 루비, 아 루비 23.09.04 14 0 11쪽
39 어셈블타워 지하 8층 23.08.30 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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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진정한 워게임 23.08.19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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