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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219,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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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8
글자수 :
4,187,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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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2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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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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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7쪽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DUMMY

작전은 세워졌고 모두가 계획대로 움직였다.


자신 또한 병력을 이끌고 움직이던 차에 우중랑장인 주준 쪽으로 잠시 말머리를 돌린 것은 다 그만한 사정과 연유가 있었기 때문이니, 지난 건석의 방문과 더불어 노식을 찾은 소황문 좌풍의 일이 더더욱 제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것이다.


히히히잉-


“손 문대는 어디 있나.”


“좌군사마께서는 아직......”


펄럭-


“뭔데 이리 소란이야?”


그렇게 막사를 열어젖히고 나오는 그의 앞에 자신은 다짜고짜 지난 일과 관련한 것부터 물었다.


“그 목, 소금통에 절여두었다 조용히 올려다 놓으면 될 일이지, 하필 왜 거기에 걸어놨지?”


“무슨 소리야? 나도 명 받은 대로 손님맞이용이라고 걸어둔 건데, 거기다 병사들 사기진작으로 쓰인다기에 고이 모셔둔 소금통에서 꺼낸 것을, 거 짠내도 못 맡아봤어?”


한데 막상 이를 물으니 결국 이는 손견의 의도도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도성에서 사람이 나온다고 어떻게든 그 꼬투리 잡히지 않으려고 나름 신경을 써서 이런저런 연출용으로 꺼내놓은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그 덕에 건석의 화만 돋운 꼴이 되었다.


물론, 그 화살은 온전히 이 손견이 다 받아내게 생겼고.


“하아, 아니다. 그보다도 좌중랑장의 명은 받았고?”


“그걸로 뭐, 말들이 많긴 하지.”


어느덧 그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될 것을 알았는지 손짓으로 제 막사를 지키던 병사를 물린 손견은 이내 본질적인 군영 내에 사정을 털어놓았다.


“말이 많아?”


“애초에 좌중랑장 휘하에 있던 이들이 황문감의 횡포로 이쪽으로 기어들어 왔으니까. 그래도 제 편을 들어 줄 것으로 여겼던 황보숭이 중립을 지키니 그에 대한 서운함을 담아서 우중랑장도 같은 중랑장인데 왜 좌중랑장의 말을 따라야 하네, 마네 말들이 많은 게지.”


“이 정신 나간 개새끼들이! 그 황문감 쫓아낸 것도 모자라 더 설치지 못하게 짓누른 게 누구인데 지금! 거기다 애초에 그 핏물 뒤집어쓴 건석 앞에 쫄아서 암말도 못하고 어버버하던 새끼들이 막상 그 건석이 가니까 이제 군영에 남아있는 애먼 좌중랑장을 씹어? 이 씨발 것들이 진짜......”


“워어! 그만, 그만! 이 사람 이거 흥분이 과하시네.”


“내가 말이냐, 지금?”


“미친 말처럼 날뛰니 일단 진정시킬 수밖에 없잖은가? 그래도 뭐, 나도 돌아가는 사정 얼추 들었으니 대충 무슨 그림인지는 알겠단 말이지. 그대로 다행인 것은 나를 비롯한 무장들이 저리 떠드는 것들 대신 이번 작전을 수락하도록 하였음은 물론, 지금에서도 최대한 우중랑장의 곁을 내어주지 않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 그리고 어차피 저것들, 이번 작전에 대안 따위도 없이 그냥 반대를 위한 반대를 꼬장마냥 피워내는 것 또한 우중랑장도 모르고 계시진 않고 말이지.”


“그러나 그에 앞서 우중랑장은 저들을 품었지.”


“허면 어쩌겠나? 그리 난동을 부리는 환관 앞에 겁을 집어먹은 저들이 당장에 전장을 벗어나 도망치면 청류는 그땐 끝인 것을. 탁류의 반격도 모자라 지금껏 쌓아 올린 모든 것을 내어놓아도 모자라게 될 텐데, 그걸 과연 저들이라고 모를까? 저들도 이를 알고 있으니 어떻게든 전장에 붙어있으려 하는 게야, 내려진 명이 있으니 저들도 어떻게든 체면치레는 해야 하는 게지. 물론, 우중랑장도 이를 알고 계시기에 저들을 품은 걸세. 그 사람도 근본은 청류에 가까운 사람이니까. 거기다 지금은 정권도, 군권도 거진 청류가 쥐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도 저 청류가 무너지기 이전에 우중랑장이 이를 안 받아들이면 우중랑장 또한 무슨 화를 입게 될지 누가 알겠나? 알고 보니 탁류의 끄나풀이네, 변절자네 하며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할 일이 눈에 훤한데 에이, 나 같아서도 자진해서 저리 들어오는 이들을 거부하진 못해. 물론, 나라면 심히 거슬리긴 하겠지만.”


결국, 전쟁의 영역 또한 저들의 정쟁 속에 여전히 영향을 받고 있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애초부터 이 나라는 유자와 사대부를 근간으로 했기에 한번 태어나기를, 또 그리 자라나 소속되기를 이분법적인 영역 외적인 구분은 거진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었다.


“전쟁이야 칼이 우선이지만 세상은 여전히 붓이 우선이야. 그리고 그 붓은 순전히 저들만의 것으로 저들이 다 쥐고 지금껏 이를 내려놓지 않았지. 허니 나라를 위하고 충신이 되려면 저리 청류가 되어야만 하고 내가 그와 관계가 없어도 청류의 색채가 씌워지게 되는 것이 현실이네. 마치, 자네처럼.”


“그건 좀 거슬리는 말이로군.”


“하긴, 뭐 자네라면 청류건 뭐건 다 뒤집어썼겠지.”


“그건 좀 더 거슬리는 말이고.”


그래도 그 와중에 저를 꿰뚫어보는 듯하니, 결국 솔직한 심경으로 이를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그럼 농은 여기까지 하고. 어차피 군진 내의의 상황은 보시다시피......”


둥- 둥- 둥-


그 와중에 울리는 전고와 더불어 손견은 말을 아꼈다.


그리고는 그 몸을 돌려 이미 출전의 준비가 끝이 났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이미 일만이 넘는 병력이 각기 엄청난 수의 기름통을 말 안장에 또 수레에 실은 채, 이송할 준비를 맞췄고 그 와중에 궁수들이 평소와는 다른, 짚과 천을 엮은 심지가 달린 화전(火箭)을 준비한 모양새였다.


그 외에 다른 장졸들 또한 군기가 바짝 든 모양새였고 그들을 이끄는 군관들은 아예 악바리 근성이 다져진 모습으로 목청껏 고성을 내지르며 마지막 전열을 정비하고 있었다.


“계획의 준비도, 무장상태도 좋지만, 무엇보다 각오가 남달라서 더 좋군.”


“자네가 그랬다지? 이미 장마가 머지않은 이 여름날에 다시금 저들에게 봄이 찾아들었다고, 허나 이번 작전으로 말미암아 저들의 봄날은 일평생 떠올리기 싫은 기억으로 남게 될 걸세. 봄이되 이를 봄이라 부를 수 없고. 다시 봄이 온다 한들, 그 속에 무엇이 있었는지 더는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말이야.”


“이참에 끝장내겠단 소리인가?”


“나뿐만이 아닐세, 우중랑장께서도 또 휘하 다른 제장들도 마찬가지지. 특히나 우군의 군영 내에서는 그간의 패전에 대한 원통함이 많이들 남아있어. 모두들 이를 갈고 있네, 그리고 이제는 그 좋지 않은 기억들을 저것들과 더불어 모조리 불태워버릴 일만 남은 게지.”


이미 흥분을 감추지 못한 손견이 드러내는 기도는 가히 살기를 담은 열기가 일렁이는 듯 보일 정도였다.


하긴 돌이켜보면 그간의 우군은 패전만을 거듭한 전력이 있으니, 그간 대우받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좌군에 비해 쳐진다는 식으로 비교를 당해야만 했던 이들이 품은 그 마음가짐이 보통 남달랐으랴?


“확실히......”


“허면 이만 전장에서 보도록 하지. 피차 갈 길이 바쁘니 말이야.”


그렇게 이쪽을 뒤로한 손견은 이내 우중랑장이 자리한 막사로 향했고 저 또한 군영을 나와 저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 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이쪽의 병력이 움직이는 것을 파악한 모양인지 파재 또한 동쪽과 서쪽 그리고 북쪽, 삼면으로 각기 병력을 나눠 보내며 갈라지듯 쪼개지는 관군들에 맞선 행보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좋든 싫든 포위는 아니 당하겠다?”


“지금까지의 모습으로 보면 적장 파재는 어떻게든 전장의 유리함을 가져간 상황 속에 전투를 치르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습니다.”


바스락-


“그렇다고 한들, 이리 수많은 갈대 속을 벗어날 수 없음이야.”


저는 말 안장에서 몸을 기울이지도 않은 채 손을 뻗어 제 옆에 자리한 마른 갈댓잎을 쥐었다.


억새와 더불어 사람의 키보다도 더 높게 자라는 이 풀들은 가히 그 끝도 보이지 않을 수림이자 밀림에 비견될 초림의 향연이었으니, 실로 이러한 풍경은 가히 제 전생을 통틀어 처음이었다.


자연 군락지 혹은 야생 군집이라고 해야 좋을까?


사람의 때가 탄 지역을 벗어난 이 근방을 뒤덮은 이곳의 풍광은 가히 전장으로 삼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안식과 느긋함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막상 전투조차도 쉽진 않습니다. 뜨거운 열기에 이 땅의 수분은 말라버렸고 그 와중에 지력은 모조리 뽑아먹은 메마른 갈대만이 바람에 넘실거릴 뿐입니다. 허나 강풍이 불어온다 한들, 그 갈대밭 속엔 뜨거운 열기와 답답한 호흡만이 자리할 뿐이니 이제는 남부지방에서 몰려드는 구름 덕에 습기마저 느껴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물길이 흐르는 상류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지. 여수와 영수는 결국 남으로 흘러 회수와 만난다.”


제 곁을 지키는 하모의 똑 부러지는 설명 속에 저는 제 등 뒤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꼈다.


남쪽에서 일렁이며 가끔씩 밀려오는 훈풍은 역시 물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이 청풍만 못하니 과연 파재는 이를 알고 있을까?


“강줄기와 시내 그 주변에 자리한 모든 물줄기를 기준 삼아 한 번씩 불태우며 내려갈 구역으로 삼았다. 그 위에 자리한 바람길을 따라 삼면에서 모든 것을 태워 내려갈 터.”


“초전부터 저들은 놀라게 될 겁니다. 일거에 갈대와 더불어 병력이 사라졌으니, 결국 수적 우위도 이전만 못하게 변하겠지요. 제아무리 회전에 용이한 불타버린 잔해가 드러난다 해도 막상 남은 병력이 관군과 차이가 없다면 이는 무조건적으로 관의 승리가 확실시 되겠지요.”


“거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한 번에 하나씩 지워나갈 것이다. 그렇게 이 땅에 모든 것을 불태우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게야.”


어느덧 슬쩍 돌아간 고개 속에 뒤를 보니, 이미 제 뒤에는 밧줄로 병목을 휘감은 작은 기름통들과 화전 그리고 불씨를 보관하는 화구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얼마나 사라질까?”


“삼면에서 잡아먹는다면 최소 이만에서 삼만입니다. 저들이 제아무리 십만이라고는 하나 각지에서 솟아나는 불길과 혼란 속에 유동적으로 대처하긴 어렵지요.”


“이제는 얼추 그 실상이 파악되었지. 그간 내보낸 병력과 더불어 자잘했던 교전들도 그렇고 거기다 부풀리기도 쉽지 않은 이상 아무리 저들의 병력을 많다고 쳐야 6만이야.”


“그래도 7만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간 이쪽 잡아먹는다고 달려든 이들이지만 그에 비해서도 여전히 저들의 병력 손실은 적은 편이 아니지. 만약을 위함이지만 그 실상은 오만 언저리일 거야. 어쩌면 그보다 더 적을 수도 있고. 애초에 도적들이라면 몰라도 일개 평신도들 가져다 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


“그나마 지금까지의 전투 경험이 없었더라면 되려 관군들이 밀렸겠군요.”


“그런 셈이지. 이쪽이 오천이 죽어 나갈 때 저들은 그 배수 가까이가 죽었으니, 최소한 두 사람 몫은 한 셈이다.”


데엥- 데엥-


그 와중에 황건 측에서 징을 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이쪽이 마주한 전장에서도 갈대와 더불어 움직이기 시작한 이들의 거대한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저, 저들이 움직입니다!”


“최소한도 갈대숲 속의 난전이면 상관없다는 게지. 어차피 소규모 접전이 대규모 접전이 되어도 여전히 병력의 편차가 존재할뿐더러 저들에게 이 난전은 유리하니까.”


허나 그 와중에도 놀라운 것은 그러한 갈대들의 속에 자리한 이들의 움직임이 제대로 포착이 되지 않았던 것이었는데 이는 이곳에 진입한 이후, 그간 난전 속에 득을 보았던 그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사람 키만한 장작이 널려있음에도 이것이 저들에게 유리하니 저들을 위한 방벽이자 놀이터인 줄 알았겠지. 같은 누런 빛깔의 때가 절은 의복에 누런 두건 뒤집어쓰니 애초에 보호색마냥 티가 안 난다 하여 좋아라 했겠지. 허나 이제는 그 장난질도 끝이야.”


무려 스무 차례에 걸친 소규모 접전이 시작되었던 그 가벼운 첫 교전에서 이쪽의 사상자 아닌 사망자만 무려 칠백이 나왔었다.


그 패전 속에 살아남은 이들이 전해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으니, 누렇고 뿌연 옷감에 두건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이들이 갈대 속에 녹아들어 있어 제대로 눈치채기가 힘들뿐더러 저들이 습격과 퇴각조차 쉬이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그 시야조차 제대로 구별하기 어려운 난전 속에 사람인지 갈대인지 사방에서 흐느적거리며 창칼을 찔러 들어오고 사람을 죽이다 못해 검붉은 핏기를 남긴 채, 사라지고 또 흩어지기 일수였으니 그 미로보다 더한 갈대밭 속에서 관병들이 얼추 지형을 익히고 적응하는 것만 얼추 열흘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제야 그 굴욕을 갚아줄 수 있으니 어찌 그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감개가 무량하지 않으랴?


“불화살을 준비시켜. 죽통과 조롱박에 담긴 기름들은 만약을 대비해 되도록 아껴야 한다.”


“화구의 뚜껑을 열고 화시를 준비하라!”


터엉- 텅- 텅-


신이 난 병사들이 제각기 발로 화구의 뚜껑을 걷어차자 새하얀 연기와 더불어 불씨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심지에 불을 붙여라! 화전 준비!”


이에 미리 준비해둔 짚과 기름 먹은 천조각들이 불씨 위로 얹어졌고, 그와 동시에 고작해야 열기를 머금고 있던 불씨가 순식간에 제 형체를 드러내며 모두의 심지를 충분히 적실 크기로 자라나 일렁였다.


화륵- 화르륵- 화락-


그렇게 시작된 화구의 주의로 거진 여섯에서 열에 달하는 궁수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영롱하게 피어나며 다시금 새로운 생명력을 얻기 시작한 불꽃들이 하나에서 시작되어 여섯으로 또 열로도 모자라 수십에서 일백이 넘게 피어나기 시작하니, 그렇게 모두의 염원을 담은 불꽃이 어느덧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드리워졌다.


“쏴라!”


촤좌작-


그렇게 수십 대가 넘는 화살이 거진 동시에 푸른 하늘을 가르며 개천을 지나 갈대밭 위를 날았다.


허나 평상시와는 달리 그 이질적인 소리 속에서도 갈대숲을 헤집으며 관병들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 이 소리는 스산하게 주변을 흔드는 갈대들의 마찰음만 못했다.


그렇게 관병들이 쏘아 올린 화살들은 황건의 이들이 자리한 갈대밭을 향해 떨어져 내렸고, 이를 맞이한 황건의 관병들은 여전히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음?”


오죽하면 심지어 제 바로 코앞에 자리한 갈대를 신경 쓰느라 제 주변에 떨어진 화살조차 인지하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나 되었을까?


화르륵-


“.......!”


허나 촉이 아닌 그 주변이 불이 붙은 심지로 덮여있는 것이 문제였으니, 도리어 사람을 피해 떨어졌다고 한들 그 갈대 한가운데로 떨어진 불씨는 이내 다시금 제 영롱한 기운을 주변을 향해 퍼트리며 하나둘 자신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그곳에 자리한 모두를 향해 알리기 시작했다.


“부, 불이야!”


“뭐, 뭐야! 저거!”


가뜩이나 뜨겁고 습한 날씨 속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내달리던 자신들이었다.


허나 어느새 제 양옆과 더불어 그 주변을 졸지에 붉게 또 샛노랗게 물들어가며 자신들보다 더한 열기를 비추고 있는 저것들은 분명 불길이 맞았다.


휘이이잉-


그렇게 찾아온 혼란과 사고의 정지 속에 한 번 피어오르기 시작한 불길은 그칠 기세를 보이기는커녕 도리어 물줄기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 속에 더한 힘을 얻어 커지고 주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콜록콜록! 아, 앞이.......!”


“제기랄, 어디야! 어디로 나가야 되는 거야, 지금!”


불어오는 바람 속에 옮겨붙은 불씨가 주변에 자리한 다른 갈대로 옮겨붙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피어나기 시작한 독하고 매운 연기가 갈대밭 속에 자리한 수천이 넘는 이들의 주변을 휘감으며 더한 혼란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사방이 갈대이니 나갈 곳이 없었고 그 와중에 눈이 따갑고 코가 매워 제대로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제가 자리한 이곳이 어디이며 또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지 사방 분간이 되지 않았다.


“불길이 그치지 않으니 이는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남으로 또 그 주변으로 번진다. 이뿐이랴? 피어오르는 연기가 시야를 막고 감각을 마비시킴에 이를 돌파하는 것도 그 와중에 살길을 찾은 것도 쉽지 않을 터. 거기에 타오르는 불길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변의 산소를 모조리 빨아들여 제 몸집을 불리고 더 많은 것들을 태우는데 주력하고 있으니 그 안에 자리한 이들은......”


“꺼허읍! 커흡! 허억....., 흐윽.”


“이, 이봐! 왜 그래! 정신 차려, 정...... 흐으읍!”


이미 수많은 이들이 호흡곤란과 산소 부족에 시달리는 모양새가 이쪽에도 보이기 시작했다.


어지럼증을 느끼고 쓰러지는 이들.


기침과 눈물, 콧물 속에 더 이상 숨 하나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제 목을 부여잡고 주저앉는 이들.


휘이이잉-


“끄하아아악!”


그 와중에 바람 속에 녹아든 불씨가 눈에 들어가 제 눈을 부여잡으며 미친놈마냥 고통 속에 발버둥 치는 이들까지.


그렇게 고작 한 차례의 불화살을 날린 것만으로, 이미 기세등등하게 출진했던 수천의 황건적들이 그 자리에서 모조리 살아있는 장작으로 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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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소설에 관하여 +4 20.01.30 2,840 0 -
427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91 7 20쪽
»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9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5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9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5 8 21쪽
422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5 5 18쪽
421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72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61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4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7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11 7 30쪽
416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10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8 6 20쪽
414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4 8 20쪽
413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74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7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9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52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42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5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8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9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73 7 21쪽
404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81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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