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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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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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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1.09.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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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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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8쪽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DUMMY

“그만, 거기까지.”


엄청난 출수에 저도 모르게 내리던 도끼를 멈췄으나 그럼에도 내리찍던 힘을 멈출 수 없어 이내 그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손견인가?”


그럼에도 막상 제 도끼질을 막아 세운 붉은 두건을 뒤집어쓴 이는, 그 어떠한 떨림도 없이 그리 저와 복사 사이로 내민 자신의 칼을 그대로 회수했다.


허나 그러한 그와 달리 제 손에 자리한 도끼와 손목은 이를 이겨내지 못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네놈이 부자사로구나.”


“방해하지 마라.”


“아니, 방해는 네놈이지. 이는 내 몫이다.”


“뭐라?”


“내 공이다, 내 복수고.”


“웃기는 소리! 그보다 앞선 은원이 내게 있음이야!”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마주함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서로가 심히 거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치잇!”


부웅-


허나 그 찰난 가히 누구보다 빨랐음이니, 이내 재빨리 오구를 휘두르며 자리를 벗어나려던 양겸을 향해 제가 먼저 도끼를 휘두를 찰나였다.


“.......!”


철그럭-


“설치지 말라 했다. 저놈은 내 몫이니.”


순간의 걸리적거리는 금속음과 더불어 이쪽의 도끼가 그의 칼에 걸리고야 말았다.


그와 동시에 양겸은 멀어졌고, 그를 놓친 것에 의한 거슬림과 원망을 실로 제 눈앞에 자리한 손견을 향해 드리워졌다.


“이게 진짜 미쳤나? 지금 관의 행사를 방해한 것이더냐?”


“그러는 나 또한 관헌이다.”


“그걸 아는 놈이 감히 공무의 집행을 방해해?”


“누가 뭐래도, 내가 먼저다. 이곳은 나의 전장이며 네놈들은 그 보조다.”


“이게 진짜......!”


순간,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반응한 손을 그가 덥석 낚아챘다.


그와 동시에 제 팔목이 우그러질 것 같은 엄청난 힘이 저를 옥죄기 시작했다.


“크흐윽....., 이놈이.....!”


터업-


허나 이쪽 또한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저 또한 그의 칼을 쥔 손목을 낚아채 그 뼈마저 으스러트릴 듯 무지막지하게 힘을 주었다.


“끄흐음......, 제법이로구나. 조당에 자리한 권력, 그 밑구녕 핥고 사는 거. 실력도 없는 이가 운이 좋은 줄 알았건만.”


“이제 알았더냐? 허니 이제 놓거라.”


“네놈 같으면 놔 주겠더냐? 물수리는 말이다, 수백 마리의 새들 사이에서도 제 먹이를 놓치지 않는 법이다.”


그렇게 한 차례 무식한 힘의 대치가 이어졌다.


허나 손견은 가벼운 신음과 더불어 그 인상을 찌푸린 것이 고작이었고, 정작 이를 마주한 저는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식은땀 속에 이러다 진짜 제 손목이 바스라질까 싶을 정도의 고통을 참아 내는 중이었다.


“끄흐흐윽......., 이거 보통이 아니......!”


“주공, 제가 왔습니다!”


실로 운이 좋았다.


답이 없을 힘겨루기 속에 제 눈에 구원처럼 등장한 이는 누규였다.


“어딜 감히! 주공의 일에 끼어드느냐!”


허나 그와 동시에 그러한 누구를 향해 날아오듯 두 자루의 쌍검을 휘두르며 그의 앞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다.


“뭐야, 이건 또!”


채애앵-


“대영!”


“예, 주공!”


“그 부자사의 수족 놈을 막아 시간을 벌어라! 그리고 덕모, 덕모는 어디 있느냐!”


“여기 있사옵니다, 주공!”


“이 힘만 무식하게 쎈 놈을 막아라! 대신 다치게 해선 아니 된다, 그대로 한의 부자사이니 적당히 주제를 가르쳐주어라!”


“그리하겠습니다!”


“이 새끼들이, 지금 누구 앞에서 지랄들이야-!”


파악-


사람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다.


아무리 그의 압도적인 신력과 무위에 겁을 집어먹었다고 한들, 이리 제 앞길을 막아서다 못해 그 앞에서 멀쩡한 사람 하나 병신 취급하는 저것들의 작태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이놈이! 뭣하느냐, 덕모!”


“맡겨만 주시지요.”


모든 기운을 짜내 그를 내던지듯 밀어내며 그에게 붙잡힌 팔을 회수한 제가 이내 손견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정작 그 앞을 가로막은 것은 뱀마냥 구불구불한 사모를 쥐고 있는 장수인 정보였다.


“비켜라.”


“주공의 명을 어찌 어기겠소? 그보다도 어디 실력이나 좀 봅시다.”


“양주 땅이나 떠돌던 승냥이 같은 것들이 진짜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살면서 이리도 이성이 날아간 적이 있기는 할까?


그 자리에서 땅을 박차며 앞으로 달려나가 그 몸을 회전시키며 도끼를 휘둘렸다.


허나 역시 역사 속 인물이라 가히 그 실력이 보통이 아닌바.


그 빠른 회전에 발맞춰 제 사모의 창대를 밀어 넣은 그는 이내 제 도끼날에 끼인 창대를 휘둘러 제 손에 자리한 도끼를 잡아당기다 못해 온전히 이를 낚아채려는 모양새였다.


“내가 똑같은 잡기술에 당하면 사람이 아니다!”


뿌드드득-


“이, 이걸 힘으로.....!”


그러나 이번만큼은 정보도 그 수가 나빴다.


제 손에 자리한 이 도끼의 특성 탓인지 방금 전 손견이 하던 짓과 똑같은 짓을 시도하던 것이 아주 우스울 정도로 눈에 보였다.


거기다 운이 좋게도 철로 마감이 된 그의 창날이 아닌 그 아래 자리한 나무로 된 창대에 도끼날이 걸렸으니, 저는 이때다 싶어 이를 힘으로 찍어 부르며 이를 마치 낚싯대 당기듯 저를 향해 당기는 정보의 사모를 그 자리에서 부러트리고 있었다.


“보이냐, 이 자식아? 이게 바로 지렛대의 원리다. 내가 씻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필수교육과정을 외우고 있으니 이게 다 네놈 같은 놈들 때문이란 말이다!”


그렇게 시원한 복수 속에 작게나마 여유가 생기자 얼추 남은 이성 또한 함께 돌아오고 있었다.


어느새 그 끝이 온전히 부러져 덜렁이듯 대롱대며 매달린 창날을 보던 정보의 표정이 짐승과 같이 변하였으나 이미 그의 사모는 그러한 짐승을 뒤받쳐줄 발톱도 이빨도 되어줄 수 없었다.


쩌저저적-


“음?”


그렇다 생각했는데, 아니 그게 맞아야 하는데.


스릉-


“자, 이제 다시 해봐야겠소.”


이 빌어먹을 놈이 대저 포기를 모르다 못해 머리마저 좋아 보였다.


이미 부러져버린 창대를 버린 채, 그 앞에 대롱이며 매달린 뱀과 같은 긴 창두를 잡아 뜯어 이를 마치 칼처럼 쥐어 들었고, 그 남은 한 손에는 제 허리춤에 자리하던 호신용 칼을 꺼내 쥐었다.


“어째 느그 새끼들은 다들 이도류고, 쌍검술이냐! 아니, 어떻게 저기 저놈이고 네놈이고 다 양손에 무기 들고 설치고 지랄이야!”


사실 답답함에서 나온 소리가 맞았으나 실로 한 편으론 어이가 없기도 했다.


지금도 제 옆에서 대놓고 쌍칼을 휘두르는 조무를 상대로 겨우 겨우 버텨대고 있는 누규도 힘들어 보이는데, 막상 그러한 제 앞을 막아선 저 정보조차 이제는 아예 양손에 하나씩 제 무기를 들고 두 팔을 벌리며 저를 막아서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는 부자사께선 그 허리춤에 자리한 칼을 안 쓰실 것이오?”


“.......”


아, 그랬다.


스릉-


순간의 할 말을 잃은 저 또한 찰나의 부끄러움을 느끼며 주섬주섬 제 허리춤에 자리한 오구를 닮은 만곡도를 꺼내 들었다.


“치사한 자식, 그 지적질이 너무 정확해도 욕을 먹는 법임을 모르더냐?”


“그건 간신배들의 논리에 불과하오. 올바른 충언은 언제고 이를 바로잡기 위함이니.”


칼질도 잘하는 놈이 쓸데없이 말도 잘한다.


과연 손견 휘하에서 활약한 숙장이자 보좌답게 그 능력이 보통이 아님이 이로써 확인되었다.


“그래도 이제는 다시 붙어봐야지, 아니 그러하더냐!”


그렇게 또다시 그를 향해 달려든 저였다.


제 도끼로 창날을 밀어내고 그 틈새에 제 오구를 밀어 넣었으나 여전히 이를 막아서는 정보 또한 그 움직임이 날렵하다 못해 거슬렸다.


“제기랄! 빨리 가야 하는데......”


“절대로 보내줄 수 없소.”


이제와 접힐 복수가 아니었다. 이제와 접을 의뢰도 아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 어느덧 저 멀찍이 여수의 강변으로 멀어진 저들의 뒷모습조차 점점 흐릿해지는 차였다.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 허면......!”


그러나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하던가?


사방이 시끌벅적한 와중에 가벼운 땅울림과 더불어 제 귓전을 자극하는 익숙한 소리가 있었다.


“주공!”


“황충!”


“주공께서 저기 계신다! 잡것들을 모조리 짓밟아라!”


급작스럽게 후미에서 나타난 이들은 이미 제 뒤편에 자리한 전장을 가르며 이쪽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이미 적의 좌군을 격파한 모양인지 거진 수십 기가 넘는 이들이 황충과 함께 중앙의 전장을 향한 돌파를 시전하고 있었고 이에 절로 황건의 이들을 비롯한 손견을 따르는 이들 또한 알게 모르게 당황한 모양새였다.


“저것들부터 붙잡아! 아예 예서 빙빙 돌며 그 발을 묶어버려라! 또한 같은 관병임에도 아군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면 제아무리 좌군사마 휘하에 배속된 군대라 하더라도 적으로 규정지을 것이니 그리되면 모조리 죽여도 좋다! 전권을 네게 맡긴다!”


어차피 중군 또한 그 후방이 무너져 황건의 기병들과 한데 뒤엉킨 상황이었다.


그도 모자라 이 답도 없을 난전 속에 그 방해만을 일으키는 손견의 이들 또한 더 이상 선을 넘는다면 차라리 예서 혼쭐을 내주다 못해 아예 그 명줄을 끊어놓는 것이 맞을 터이다.


“조홍은 뭘하느냐? 남은 잔존 병력 수습해서 후미에 자리한 기병들부터 잡아라! 또한 우군에서 넘어온 기병들을 계속 안으로 들어오게 만든 뒤, 아군을 제한 모든 것들을 쓸어버리라!”


그렇게 전장을 뒤흔들 제 우렁찬 외침 속에 황충을 비롯한 기마대가 중군의 중심부로 도달했다.


거센 충격력은 물론, 그 위에서 휘두르는 거센 박도가 만들어내는 굉음에 등골이 서늘해진 이들은 절로 물러나다 못해 내달리는 말에 치이고 또 채이며 험한 꼴로 나뒹굴기 일수였다.


“부자사! 그대는 예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소!”


“그래? 한데 어쩌냐? 뒤부터 보지?”


“무슨......!”


휘이이잉-


순간, 찰나의 제 목울대를 향해 다가오는 살기를 느낀 정보는 저도 모르게 그 몸을 바짝 수그려야만 했다.


“아쉽구나. 조금만 늦었어도 그 목이 잘렸을 것을.”


이루 말할 수 없는 칼바람.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황충을 마주한 정보는 실로 오랜만에 저를 전율케 하는 이의 무용에 당혹을 금치 못하며 두려움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돌아가는 상황을 인지한 저는 다시금 제게 멀어진 손견과 복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대영......”


“아이 씨, 거 왜 자꾸 부르는 게요! 지금 한창 재미 좋은 마당인데!”


“대영!”


“아나, 귀청 떨어지겠네. 무슨 일이오?”


“그 잔챙이 놈은 내던지고 당장에 부자사를 쫓아라.”


“뭐요?”


“네가 나보다 훨씬 발이 빠르니까 당장에 쫓으란 말이다!”


순간의 방심을 노린 정보의 선택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이에 마치 화살처럼 반응한 조무가 누규를 뒤로한 채, 그 방향을 틀어 엄청난 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뿌드드득-


“........!”


허나 애석하게도 세상은 이들의 편이 아니었다.


피이이잉-


“조무우우!”


순식간에 날아든 화살, 엄청난 속도와 더불어 전장을 헤치며 나아가던 조무의 뒤를 향해 날아든 화살은 그보다 앞선 정보의 외침으로 말미암아 겨우 그의 죽음을 스쳐 지날 수 있었다.


“크하악!”


때아닌 다급한 외침에 뒤를 돌아보던 그의 몸이 미끄러지면서 쏘아진 화살이 그의 어깨를 스쳤다.


“이놈이 감히 주군의 심복을 죽이려 해!”


화가 치민 정보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 찰나의 시간에 활을 당긴 장본인을 향해 거센 노기를 드러냈다.


허나 그러한 정보의 노기가 과연 그에게 닿긴 하였을까?


“이래서, 내게 활을 배우라 하셨던 게야.”


여전히 말 등 위에 자리한 채, 제 박도를 옆에 자리한 수하에게 넘겨준 채, 활을 쥐고 있는 황충은 실로 황홀에 가까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제가 모르는 자신의 재능을, 저를 수하로 삼은 제 주인은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과연 주공이시다. 지금껏 부끄럽고 또 부족하다 여겨 홀로 수백, 수천 번의 활을 당겼건만. 이제야, 이것이 빛을 보는구나.”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이 탄식에 가까울 아쉬운 제 주인의 얼굴이었다.


대저 저는 활을 접한 적이 없음에도, 지난날 남양에서 펼쳐진 사열의 앞에 대저 저를 보며 과도한 믿음을 내보일 정도로 자신에 대한 신용과 기대를 보여준 제 주인이었다.


“네 이놈! 더 이상은 봐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내 제 앞에서 엄청난 투기를 보여주는 사내의 앞에 더한 자신감이 피어오르는 황충은 이내 말에서 내려와 활을 내던진 채, 다시금 제 박도를 잡았다.


* * *


“허억, 허억! 막아라! 저놈들을 어떻게든 막아!”


그 시각, 복사는 그 숨이 턱까지 차오를 지경이었다.


막상 제가 얻고자 한 것은 방울이었고, 이로써 하늘에 오르고자 했던 자신의 열망이었다.


허나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치고 들어온 손견 덕에 모든 것을 망쳤다.


특히나 저와 얼추 비슷할 것이라 여겨졌던 부자사의 무용과는 별개로, 손견은 아예 이를 상회하다 못해 그 너머에 자리하고 있는 자였음을 몇 차례나 확인하였기에, 서로를 향한 칼부림 속에 성패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떻게든, 승기를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든!”


- 끄하아아악!


“네 이놈 복사야! 개마냥 꼬리를 말지 말고 어서 그 목을 내놓아라!”


“이, 이놈이 벌써 예까지!”


거기다 무서운 것은 이미 수백 명은 지나온 것이 틀림이 없음에도 막상 저를 지나친 이들 중 누구도 그를 막아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흩날리는 핏물,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는 물론, 그러한 이들 앞 거센 숨을 몰아세우며 여전히 이쪽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은 가히 죽음을 전도하는 사자와도 같았다.


철벅-


“빌어먹을.”


“그 뒤는 물가로구나? 이제 더는 도망도 치지 못할 터.”


어느새 발밑이 축축했고 그 뒤를 돌아본 복사는 이내 절망에 가까울 격정을 느꼈다.


드넓은 강폭은 물론, 일렁이는 물살까지 자리한 너른 여수가 자신의 걸음을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더는 도망갈 곳도 피할 곳도 없었으며 그나마 제 주변에 자리한 이들 또한 각자의 칼부림 속에 내던져진 채, 자신들을 이끄는 제가 여기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허니 이제는 그 목을 거둘 시간이 아니겠더냐?”


거센 콧김을 내뿜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손견은 그렇게 검붉은 핏물로 얼룩진 제 검을 드리우며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허나 그에 앞서 신이 보여준 풍광을 잊지 않았던 복사는 그 절망 속에서도 이를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나는 산다! 신께서 내게, 하늘이 내게 보여주고 약속한 것이 있단 말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도리어 손견에게 있어 겁먹은 이의 마지막 발악이자 무기력한 저항이며 그 마지막을 장식할 조롱에 불과해 보였다.


“병신 같은 것, 그래. 그 잘난 신을 두고 하늘을 두고 장난질을 벌인 네가 본 것이 무엇이더냐?”


“상투다! 밧줄이다! 상투에 매인 밧줄! 그것은 각각 긴 수명을 의미함이니, 나의 명은 예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장수한다! 살아서 그 끝을 본다! 나는, 나는......!”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로서니 실로 이는 그 마지막을 장식하기 아주 좋은 조롱거리가 맞았다.


“푸흐흐흐-, 흐하하하하-!”


“어째서! 어째서, 그리 웃는 것이더냐?”


“어찌 웃음이 나지 않을 수 있으랴? 네놈이 딴에 네 좋은 것만을 좋게 들어먹으려 했던 모양인데 애석하게도 네놈은 그 사고부터가 잘못되었다.”


“뭐라?”


“분명 상투에 밧줄이 매였다 했었지. 허면 이를 매달기 위함이 확실할 터. 허면 그게 대저 무엇이겠더냐?”


“........!”


“모가지다, 잘린 모가지. 그것도 효수되어 저자에 걸리거나 전장을 오가는 장수의 말안장에 매인 사람의 모가지 말이다.”


손견의 확언은 마치 사형의 선고와도 같았다.


허나 그 선고나 너무나도 크게 와닿았던 것은 이를 부정할 그 어떠한 것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일까.


“실로 훌륭한 예언이 아니더냐? 너의 하늘이 너의 신이 결국 네게 선물한 것은 죽음이었다. 아니, 도리어 이는 경고였겠지. 허나 막상 이를 네 좋을 대로 이해한 것은 순전히 너만의 오만이자 오판이 아니더냐?”


그렇게 손견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허면, 방울은?”


“방울?”


“그래, 그 빌어먹을 방울 말이다! 그건 네가 어찌 설명할 것이더냐!”


“그 무슨.....”


쩔렁-


“........!”


“손견, 이 개새끼야!”


허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까드드득-


순식간에 제 칼을 낚아채듯 걸쳐 당기는 압도적인 힘으로 말미암아 손견은 거진 제 손아귀에 자리하던 칼을 놓칠 뻔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정녕 나를 끝까지 방해해?”


“그러길래 누가.....!”


허나 도리어 이때를 노렸다는 듯, 이번에는 찰나에 눈을 빛낸 복사가 뒤에서 새로이 모습을 드러낸 야견을 향해 매서운 속도로 칼을 휘둘렀다.


“크윽, 제길!”


“어서오라, 형주의 짐승이여! 이제 나도 그대의 것이 필요하나니 나는 오늘부로 새로이 나의 천명을 얻으리라!”


“네놈은 일단 거기 빠져있어!”


풍덩-


날카로운 오구가 악광의 도끼를 쥔 손등을 스쳐 지나감에 얇은 혈선과 더불어 도끼를 놓치게 된 저는 고통 속에 신음하면서도 냅다 복사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푸후흑! 푸하악!”


“하아, 이 빌어먹을 새끼야. 수영도 못할 거면서 그러기에 왜 지랄을.....!”


풍덩-


허나 그 찰나를 노리고 또다시 손견이 그가 빠진 여수를 향해 뛰어들었다.


“이 개새끼들이 진짜!”


졸지에 다급한 마음이 든 제가 그 자리에서 내보일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받아라, 복사아아아!”


제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떨어진 악광의 도끼뿐이었고, 다급한 저는 이내 이를 집어 들어 그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복사를 향해 냅다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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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소설에 관하여 +4 20.01.30 2,839 0 -
427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90 7 20쪽
426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7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3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8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3 8 21쪽
422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3 5 18쪽
421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70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60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3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6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08 7 30쪽
416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08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6 6 20쪽
414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2 8 20쪽
»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73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6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7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51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41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3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7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8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71 7 21쪽
404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79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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