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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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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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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1.10.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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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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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8쪽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DUMMY

“십만 같은 소리하네, 아니 그런 말은 없었잖아!”


마치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도 아니고 어느새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며 고심하고 있는 저는 실로 작금의 제 반고리관이 어찌 되었는지, 제 달팽이관의 얼마나 많은 무리를 하고 있는지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저, 주공. 잠시 이를 멈추시고 자중하시는 것이......”


오죽하면 이를 지켜보는 제 사람들이 다 이런 저를 만류하였으나 그럼에도 저는 조조의 군영,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 모래펄 위를 진정 계속 돌고 또 돌고 있었다.


“이거 원 역사는 이런 모양이 아니었는데?”


“우중랑장을 밀어내며 얻은 명성으로 지원자를 모집했고 그도 모자라 한 차례 본영을 옮겨 허현 쪽으로 병력을 몰아 다시금 우중랑장을 밀어낸 채, 그 일대에 자리한 도적들과 백성들을 받아들인 모양입니다.”


“미쳤네, 그러니까 지금 민간인들이 그에 편승한다. 뭐, 이런 말 아니냐?”


“정확하진 않으나 아무래도......”


“후, 쉽지 않게 시리.”


그래서였을까? 조조가 제게 황충을 달라 청한 것도 어쩌면 제가 보다 확실한 전장에서의 패가 되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 생각은 어떠하냐? 조만간 곧 떠날 것인데?”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전원 기병으로 구성된 이들이 의외로 그 통솔이 빈약하다고 하니 소장 또한 그 속에서 약간이라도 보탬이 되고 또 더 나은 기마술과 마상무예를 익히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그러한 제 시선을 받은 황충은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이었다.


하긴, 지난 형주에서부터 작금의 전장에 이르기까지 어디 그가 활약하지 않은 곳은 없으며 그 와중에 항상 그의 무예와 통솔을 일선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아이고, 이거 어쩌면 좋나? 기도위에게 다 빼앗기게 생겼으니.”


허나 좋은 일에는 항시 마가 낀다고 그 좋음을 방해하고 음해하는 이가 있었다.


“조홍, 이게 다 네놈이 설친 탓이 아니더냐!”


“아니, 그게 어째서 제 탓입니까? 거기다 이제 지금, 나는 이 상황도 이해가 가지 않아요. 아니, 하아. 나중에 다들 갈라질 거라니까? 언제까지 주공이, 어? 저렇게 조공이랑 짝짜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갑니다, 조가. 예? 다른 이도 아닌 그 조등의 조가인데, 한마디로 하늘에 정점을 찍었던 가문이라 이겁니다. 그리 높은 하늘에 앉아본 경험이 있는 가문의 자제가 어디 권력을 제 야욕을 포기하겠습니까? 언제고 높이 오르려 하겠지요. 주공 또한 높이 오르실 것인데 그리되면 만나도 적으로 만나지 어디 형제요, 가족이요 하고 만난답니까?”


오죽하면 지금도 황충이 그를 보며 노기를 다 드러낸다.


다행히 이전과 같은 실망을 보이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황충은 그런 조홍의 방식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보였다.


“적이 아닌 이를 벌써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는 일이다.”


“아니, 주공도 좀 그렇습니다. 그거 누가 모릅니까? 한데 너무 휘둘려요, 사람이. 예? 그러면 안 됩니다. 때론 배신도 할 줄 알고 뒤통수도 칠 줄 알아야, 저 승냥이 같은 놈들에게 안 당한다니까? 지금까지 잘해오셨으면서 주공은 이상하게 몇 사람에게 약하단 말입니다. 나는 그것 때문에 답답해 미치겠고.”


이래서 사람은 다 다른 모양이다.


딴에 중심을 잡아주겠다, 그 의견을 피력한 것을 조홍은 이 또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속이 막힌다는 얼굴로 제 가슴을 두들기고 있었다.


물론, 일찍이 상대의 배신을 알아채고 그때부터 차근차근히 상대를 짓밟고 물어 죽일 준비를 하던 그 치밀한 성정을 지닌 조홍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자신을 쓰다 내버리려 했던 신상사를 죽일 수 있었고, 이도 모자라 그의 모든 것을 물려받으며 순식간에 그와 동등한 위치에 올라 하늘을 농락할 수도 있었다.


거기에 이제는 부족하나마 제 스승에 대한 복수마저 이루었으니, 어찌 본다면 저러한 조홍의 방식이 가장 완전하다 할 수 있을지도.


“네 말도 맞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단점이 너무 명명백백하다는 것이 문제다. 너의 시선은 너무 멀다, 너무 먼 뒤의 이야기를 너무 가까이로 끌어오는 버릇이 있어. 그동안에도 사람이 어찌 변하고 어떠한 선택지를 내릴지 모름에 너는 순간에 네가 내다본 그 먼 미래의 가정만이 정답이라 여기고 이에 대한 것만을 중히 여긴다.”


실은 이는 저도 한 차례 겪은 문제나 다름이 없었다.


찰나에 제 앞에 흔들리는 원영을 마주하고 나니 그에 대한 불온한 생각과 가정이 최악의 상황을 상정했고 그 와중에 저는 순식간에 제가 그와 쌓은 모든 것을 잊은 채, 어찌해야 그로부터 배신당하지 않고 살아날 수 있는지를 먼저 고심했다.


원영이 이를 알았다면, 아마 제게 대한 어마어마한 실망을 느끼지 않을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지.’


그 속이 비좁다 못해 뒤틀린 소인배인 저는 일찍이 세상을 제가 등져도 세상이 저를 등지면 아니 된다는 조조의 명언을 빌어 이생(二生)의 각오를 천명했던 적이 있다.


물론, 새로이 눈을 뜨게 된 이곳에서의 삶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었고, 거기에 전생에 내몰리고 배신당한 교훈으로 말미암아 제 이기적인 본성이 확실히 작금의 생을 이끌어가는 이 몸뚱이를 지배하게 된 것 또한 마찬가지이며 이는 제 바람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도 한승이 잘해주었다. 적정한 때에 네가 조가를 무시하는 발언을 끊어냈으니 그리 네가 선을 넘었더라면 이미 지금에 더한 피를 흘렸을 것이야.”


하지만 그러한 이기적인 제 성정과는 별개로, 나중에 듣고 보니 실로 조조가 왜 저리 나왔는지 또 그 와중에 어찌 조조가 황충에게 뻑이 갔는지를 이제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사람이 이기적인 것도 그에 걸맞은 시기가 있어야지, 밑도 끝도 없으면 이는 그냥 대인 행세도 못할 쓰레기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눈앞의 조홍이 그 쓰레기를 자초한 덕분에 그 반대 포지션에 자리하고 있던 황충에 대한 기대치와 호감도가 엄청나게 높아져 버렸다.


잠시 이 세계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떡상했다. 뭐 그 정도가 되려나?


허니 이쯤 되면 황충은 제게 있어 또 조조에게 있어서도 책임을 알고 충절과 예의를 지키다 못해 제 주인마저 덩달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훌륭한 인성과 무재를 갖춘 무장이 된 셈이다.


한데 이쯤 되면 얼추 누가 떠오른다고, 저는 문뜩 허전한 황충의 옆구리에 자꾸만 시선이 가고 있었다.


‘쯧, 나중에 춘추라도 구해서 옆구리에 끼워줘야 하나?’


하지만 고작해야 그 정도 선에서 멈출 순 없다.


팔은 안으로 굽고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어차피 이리된 이상 관우보다 더한 원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언제고 두 팔을 걷어붙이며 자식의 더한 성장을 위한 노력을 다짐할 부모의 포지션이 되기로 마음을 먹은 자신이었다.


거기다 이게 또 가능성이 있는 것이 얼마 전, 제 새끼나 다름없는 이 기특한 황충이 알고보니 지난 저를 추격하는 조무를 상대로 활을 쏘아 그 어깨를 맞추었다고 한다.


이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나도 이제 어디 가서 사방장군이자 오호대장군인 황충이 내 수하요, 엣헴! 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 정사를 뛰어넘는 연의의 이미지까지 다 챙기게 생겼다.


‘이거 차라리 확 그냥 관우를 노병으로 만들어버려?’


생각해보니 관우도 조금 어이가 없다.


대가리에 든 것도 없고 고집만 많다 못해 여색마저 밝혔던 인사가 포장되고 또 포장되었을 뿐, 어디 감히 건방지게 우리 황충에게 노병이다 뭐라 함부로 입을 털었는지 말이다.


거기다 노병이라고 치면 나이 40이 넘어서 오나라에 들어간 감녕이 더 노병인 셈이다.


아니, 이 양반은 즐길 거 다 즐기고 오나라 넘어가서 밑에서부터 시작한 몸이니 진짜 노병에 더 어울리지 않은가?


심지어 생년도 감녕이 더 빨라서 나이도 더 많은 것으로 추측이 되는 상황인데 말이다.


‘그래, 아무리 내 의형이라도 좀 얄미운 건 어쩔 수 없단 말이지.’


이래서 사람이 평상시 행실은 물론, 제 자리한 위치와 입지 그리고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막상 관련이 없다가도 제가 그 안에 꼬이면 절로 한쪽의 입장을 들 수밖에 없게 되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제자와의 상봉은 잘 치뤘소?”


“예, 차라리 잘된 일이었사오니 후련한 마음으로 믿고 맡길 수 있게 되었사옵니다.”


아, 그 와중에 깜빡한 것이 있다면 바로 다름이 아닌 장백조에 대한 소식이었다.


이 양반이 알고 보니 엄청난 양반이었는데 실로 대단한 것이 이 양반도 명의였던 데다가 그 제자가 다른 이도 아니고 장중경이란다.


하여간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그래서 매양 제 머리가 아플 때마다 저이가 올리는 탕재를 마시면 거진 그 통증이 씻겨나갔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마음이 절로 평안해지는 것이 이만한 주치의도 없기로서니 실로 제겐 또 다른 행운인 셈이다.


아, 물론 장중경이야 딱히 더 대화를 나눠보지 못하고 헤어졌고 또 시대의 명의로 이름날 그이가 아직은 별다른 명성이 없으니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긴 하였으나 그럼에도 저리 조조와 엮인 것을 보아 나름의 안도감도 함께 들었다.


물론, 조조를 위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 줄 알고 있으니 그 사정을 듣게 된 장백조가 말하길, 지난날 부러진 소의 다리와 관련한 이야기가 장중경의 어릴 적 기억에도 남아있었던 모양이었다.


하여 조가에서 소식을 알림에 이를 지원했고 그리 인연을 맺게 되어 희지재를 온전히 치료하고나면 떠난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한다.


물론, 그동안은 저리 조조를 따르며 그의 비호를 받을 수 있으니 혹시나 이 난세 속에 애먼 죽음을 맞이하게 되진 않을 것이란 소리였다.


그래, 그 정도면 족하고 또 족하다 여겼다.


“남은 것은......”


“자, 어서 군진을 정리하라! 장사현으로 이동할 것이니 어서 목책을 철거하란 말이다!”


장사현으로 향하는 일뿐이었다.


* * *


“복사가 죽었다. 장백도, 양중녕도 모두.”


허 현 가까이에 자리하게 된 파재의 군영.


그 속에 자리한 이들은 작금의 거대한 상위에 펼쳐진 양피지를 보며 모두 긴장이 서린 표정 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 덕에 우리가 원했던 포위망도 깨졌지.”


“그것은 애초에 서쪽에 자리하던 부자사가 형주군을 이끌고 남쪽에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한들, 애초에 미친 듯이 날뛰던 손 문대에 의해 이미 그 목이 달아난 이들 아닙니까?”


부장들 사이에서도 그 의견이 분분하였으니 분명 작금의 상황은 실로 좋지 않은 것이 맞았다.


그리고 이를 다시금 뒤바꾸는 것은 파재의 역할이었다.


“그럼에도 우린 십만에 달한다.”


“십만!”


“황보숭과 대치 중인 일만이 남아있고, 예서 모집된 병력이 이만이며 우리의 본군은 삼만에 달하고 저 너머 우리를 기다리시는 지공장군께서 사만의 병력을 쥐고 계신다.”


“십만!”


“십만의 정병!”


“황건의 기의가 십만! 새 시대를 바라는 이들이 십만!”


흥분을 감추지 못한 이들이 지도가 자리한 거대한 탁자를 두들겼다.


그도 모자라 한데 모여 목청을 높였다.


콰앙!


“십만의 황건, 십만의 용사! 우리가 가진 패는 이것이며 우리는 이제 저 장사현을 거쳐, 하남윤으로 나아간다! 이 나라는 덕을 잃었으되 의 그 옳음을 위하리니 이로써 우리는, 우리의 이상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이 그릇된 현실을 뒤바꾸리라!”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스스로의 평정을 잃지 않은 채, 모든 이들의 근심을 홀로 감내하고 있는 파재가 있었다.


부우우우-


“전군에 명을 내리니 황건의 용사들을 지금 당장 북상한다!”


두웅- 두웅- 두웅- 둥-


사방에서 울리는 전고 소리와 더불어 이미 더는 백성의 태를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수의 대군이 그렇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견시수들은 앞서 나선다! 중무장한 이들을 선두로 중군에 물자와 패수를 두고 후방에 경보병들과 새로 합류한 이들을 붙여라!”


그렇게 허현 인근에 자리하던 오만에 달하는 병력이 일거에 북진하여 장사현을 향하기 시작했다.


본래의 노림수대로라면 작금에 굳이 지공 장군인 장보의 병력을 포함시키지 않고도 십만에 달하는 병력이 자리해야만 하나, 결국 하늘이 저들의 손을 들어줌으로 말미암아 졸지에 여남에 병력을 끌어쓰고도 사만에 달하는 공백을 채워내야 했다.


하여 부득이하게 파재는 저를 따르는 이들 앞에 제가 내세운 조건을 지키기 위해 애초에 이 근방에 자리하지도 않은 장보의 병력을 끌어들였고, 그도 모자라 허현 인근의 백성이나 다름없는 그 훈련이라고는 제대로 받아보지도 못한 농민들과 신도들을 징집해 억지로 일만 오천에 달하는 숫자를 맞췄다.


물론, 새로이 충원된 황건의 신도들과 백성들 외에 남은 오천은 더불어 근방에 억눌려있던 도적들이었으니, 파재는 이들을 선동하고 설득하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주준을 밀어낸 이래 사통팔달의 요지였던 혀현이 이들의 목표가 됨을 알았기에, 관군들의 전공으로 둔갑해 황건적으로 죽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애초부터 이쪽에 합류에 공을 세우는 것이 더 나은 결단이란 선전을 내세웠고, 그 와중에 관사에 자리한 범법자들과 도망자들 그리고 옥사에 자리한 이들과 왈패들까지 동원할 수 있는 이들은 모조리 동원하여 그 숫자를 채웠다.


그렇게, 사람의 눈대중으로 셀 수 있는 숫자를 뛰어넘은 대병을 두 배로 뻥튀기시켜 관군과 민간을 향해선 10만이란 병력이라 엄포를 놓고 북상하였으나, 그 실상을 알고 있는 부장들에게는 그에 걸맞은 조건부 10만의 공약이자 선전을 내걸어 내부로의 불만을 최대한 다스린 채, 이들의 심간에 더한 사기를 심어주었다.


사람이 사람을 안팎으로 부림에 이제 더는 신에게 기댈 수 없고 기적만을 요할 수 없는 현실적인 발버둥과 목표점만이 남았으니 이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인지한 파재는, 흔들리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조건을 그렇게 거짓과 현실을 뒤섞은 선전과 선동으로 충족시킨 채 오만에 달하는 병력을 이끌고 그 마지막, 더 이상은 다른 변수를 노릴 수 없는 최적의 선택지를 향한 결단을 내리고 있었다.


“최대한 연주와 가까워져야 한다. 하북에 천공장군과 인공장군이 계시고 그 아래 자리한 연주에는 지공장군이 계신다. 하여 사례교위부를 빙 둘러싸 남, 동, 북에서 낙양을 비롯한 하남윤을 압박해야 한다.”


대국적 견지에 의한 가장 큰 포위망, 물론, 이는 북쪽에 자리한 이들이 우선적으로 잘 해줘야만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파재는 작금의 선전이 먹힐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누가 뭐라 해도 태평교의 직접적인 봉기와 연관된 곳은 하북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주된 교의 전력이자 무장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북파의 이들이 들고 일어난 곳이 바로 하북이었으나 그 하북의 실상은 바로 황하를 끼고 가까이에 자리한 기주와 병주 남부 그리고 유주 남부에 그치는 정도였다.


그리고 이러한 하북은 바로 황하 너머에 자리한 사례의 뚜껑이라 할 수 있으니 큰 틀에서 짐승이 아가리를 크게 벌리듯 위아래를 찢어 집어삼킬 듯 압박한 모양새를 띄워 그 송곳니를 각기 세운다면 조당에 자리한 이들을 벌벌 떨 것이고 백성들은 당연히 더한 동요를 보일 것이다.


그렇기에 작금의 이 전략은 바로 이전에 자신이 세웠던 것과 똑같은 대상을 그리고 똑같은 목표를 두고 그때와 같은 방식으로 행해졌다.


이러한 대국적인 접근은 전장에 자리한 이들과 이를 읽어내리는 장수들을 향한 포진이 아닌 그들에 의해 보호를 받는 저 성벽과 군졸 뒤에 숨어있는 이들을 향한 압박이었다.


“도망치고 혼란스러워해라, 너희가 동요를 보여야 우리의 숨통이 트인다.”


스윽-


그렇게 내민 파재의 손아귀는 어느덧 거대한 지평선을 그득 메우고 자리한 갈대밭과 그 너머에 자리한 관군들의 군영 그리고 그 뒤로 자리한 끊이지 않는 민가들의 향연을 모조리 덮어내고 있었다.


“형주로의 변수를 생각지 않은 것은 아니다, 도리어 완을 점거에도 무관이 자리하기에 또 그 남쪽에 가려진 산맥이 거슬리기에 쉬이 낙양으로 들이칠 수가 없다. 거기다 애먼 장안을 비롯한 관서의 병력과 충돌하는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인 일. 결국, 내려진 선택지는 이쪽이었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이는 옳은 판단이다.”


그렇게 내민 제 손아귀로 북서쪽에 자리한 모든 것을 쥐어낸 그는 이내 제 반대 손을 뻗어 북동쪽에 자리한 연주를 향해 그 주먹을 쥐었다.


“지공 장군, 장군께서 움직이셔야 합니다. 아니, 움직이진 않더라도 얼추 사례 가까이에는 자리하고 계셔야만 합니다.”


그렇게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제 두 주먹을 불끈 쥔 파재의 시선이 뒤를 향함에 이미 준비를 마친 전령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 채, 다급히 고삐를 쥐고 연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저 전령이 닿게 되면 그 포위망은 온전히 완성에 가까워질 것이니, 설사 황하 너머로 자리한 하북을 제한다고 한들, 이미 그 누런 물줄기고 막혀있는 북쪽은 물론, 남쪽과 동쪽 그 양면에서 밀고 들어오는 압박을 저들이 쉬이 견뎌낼 것이란 생각은 힘들 터.


허니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저 무도한 이들을 치워내는 것뿐이었다.


“다시 한번, 우리에게도 봄이 오리라. 갑자년의 봄이 이 초여름에도 다시 우리를 반겨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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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소설에 관하여 +4 20.01.30 2,839 0 -
427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91 7 20쪽
426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8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4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9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4 8 21쪽
»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5 5 18쪽
421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72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61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4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7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09 7 30쪽
416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09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7 6 20쪽
414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3 8 20쪽
413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74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7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9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52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42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5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8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9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72 7 21쪽
404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81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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