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219,690
추천수 :
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1.10.26 23:53
조회
170
추천
5
글자
25쪽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DUMMY

그렇게 쉼 없이 내달려 도착한 조조의 군진 앞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저를 괴롭히고 있었는지 모른다.


“목책 문을 열어라!”


그 와중에 열리는 문과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다각이는 말발굽 소리로 얼룩진 수백이 넘는 병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마주하게 된 현실이 다시 한번 실감이 남에 저 또한 그런 그들의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입니다, 조 공자.”


“그래, 오랜만이지.”


그리 앞서 말을 달리자 반가운 얼굴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막상 그럼에도 반가워할 수 없는 현실을 알기에 가벼운 인사치레로 모든 것을 대체하고자 했다.

그리고 중한 것은 그다음에 이어질 본론이 아닐까?


“저......”


“데려가라.”


“조, 조 공자!”


“당장 데려가, 두 놈 다 목을 자르진 않았으니.”


순간의 저는 요동치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소리라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허나 그 찰나의 환희 뒤에, 곧바로 드는 생각은 어째서, 대체 어째서 조조가 저를 이리 쉽게 용서해주었던 것일까? 였다.


제아무리 자신이 압박을 가했다고 한들, 그 충돌이 벌어진다고 한들 마음만 먹는다면 이 또한 그에겐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닌가?


사실 평시의 조조라면 그 와중에 어떻게든 이득을 보려는 움직임을 취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허나 이번만큼은 그 경우가 달랐으니 어찌 보면, 그 또한 제게 척질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희지재를 제 사람으로 만들려 했기에 그러한 그를 망가트린 이쪽과의 충돌로 불사할 것이라 여겼다.


“허, 허면.....”


“대신 희지재를 데려와.”


그럼에도 그가 이리 나온다?


물론, 희지재가 살아있기에 또 먼저 선을 넘은 것은 조조, 그 자신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뭔가 이것만으로는 그 연유를 충족시키기엔 찝찝한 느낌이 강했다.


“허나 희지재는 작금의 진중에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쪽에 뛰어난 명의가 있으니.....”


“부러진 그의 팔. 붓 하나, 칼 한 자루 쥐지 못했던 그의 팔을 다시 부러트려 그에게 다시금 붓을 쥐게 만든 명의가 내게 있다. 허니 당장, 희지재를 데려와.”


어쩌면 그래서 이리 대화를 하는 와중에 쉬이 희지재를 내어주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허나 그럼에도 조조는 요지부동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폭발하기 직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 이게 조조지.’


조만간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것 같은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고 나니 이 이상의 고집은 도리어 제게 더한 위협으로 돌변할 것 같았다.


하여 어쩔 수 없음을 깨달은 저는 이내 사람을 시켜 들것에 자리한 희지재와 그의 상태를 책임지는 장백조를 부르게 했다.


“지금까지 고생이 많으셨소. 장 군의. 허나 이제는 희지재를 저들에게 되돌려 줘야 할 시간이요.”


“하오나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화상의 부위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임에 이를 신경 써야 할 뛰어난 의원이......”


허나 막상 앞에 나왔음에도 그의 눈은 치료가 끝나지 않은 환자의 양도에 대한 망설임과 걱정이 드러나 있었다.


뭐, 저도 이를 알기에 한 차례 거절을 표하였으나 이미 조조가 그러한 명의를 두고 있다고 하니 이를 언급하여 장백조의 걱정을 덜어줄 수밖에 없었다.


실로 그 정도 의원이라면 장백조도 만족하고 또 더는 환자에게 그 마음을 쓸 일이 없지 않겠는가?


“있다고 하오, 그것도 지난날 그의 팔을 다시 부러트려 그 손에 칼은 쥐지 못하여도 붓이라도 쥐게 만든 이가 있다고 합디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한 이라면, 실로 훌륭한 명의가 아닐 수 없겠군요. 마음 같아선 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만, 우선은 환우 분의 양도가 먼저겠지요.”


그렇게 해서 알려줬더니 역시, 이 양반도 보통 의원은 아니라고 그 와중에 제 욕심과 호기심을 억누르며 작금에 가장 중한 사안을 잊지 않았다.


‘확실히, 조당에 자리한 떨거지를 보다 백배는 더 대단하단 말이지. 어쩌면 나보다도 나은 것 같고.’


그리고 그 와중에 조조 측에서도 의원의 복색을 걸친 이가 들것에 실린 희지재를 맞이하기 위해 앞으로 나왔다.


한데, 어째 희지재를 양도하기 위에 마주 서게 된 두 의원의 반응이 이상했다.


“주, 중경아!”


“스승님?”


조조와 저, 그 둘 사이에 자리하게 된 두 의원의 입에서 동시에 밝혀지는 관계.


“하, 이 빌어먹을 사제 관계에 진절머리가 난 게 조금 전이거늘, 이건 또 무슨......”


“또 스승과 제자야? 아니 왜? 아니, 이게.......”


하지만 그와 동시에 저도 또 조조도 대체 이 막장마냥 벌어진 또 다른 사제지간으로 말미암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허나 그 와중에도 서로를 향한 반가움에 눈앞에서 신이 나 떠들고 있는 이들의 모양새를 보아하니 더는 이 대치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너와 나는 그 연이 심히 복잡한 모양이다.”


“송구하옵니다, 조 공자.”


“되었다, 어차피 따로 할 말도 있었으니.”


“저, 하오시면! 저 둘은......”


“하아, 뭘 어찌하겠나? 그냥 둬야지. 뭐, 명의 둘이서 희지재를 돌본다면 그 차도가 빨라지게 될 것이니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게야.”


그렇게 졸지에 대치와 갈등의 벽을 허물어버린 두 의원으로 말미암아 저를 비롯한 이들이 조조의 군진 내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리한 모래밭에 여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둘을 보아하니 절로 제 마음이 시큰해졌다.


허나 막상 그런 제 시큰함에 초를 치고 들어오는 조조였다.


“한승이야 그렇다 치고, 저놈은 아니다.”


“예?”


“저놈이 자리한 흙바닥을 봐라, 지금보다 널찍한 자국이 있지 않더냐?”


그렇게 조조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정녕 같은 무릎을 꿇었어도 옆에 뭔가 둥글게 눌린 듯한 모양이 흙 위로 자리하고 있었다.


“네놈이 이곳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편히 앉아 있었다는 게다. 거기다 거짓을 입에 담지 않는 한승이라면 이것이 거짓인지 사실인지 확실히 밝혀줄 수 있겠지. 아니, 그런가?”


“그러합니다, 조 공.”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조는 심히 따스한 눈길로 황충을 살갑게 대하고 있었다.


물론, 그 눈빛을 받은 황충은 딱히 그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으나 그럼에도 조조의 언사에 동의를 표하며 돌연 제 옆에 자리한 조홍을 향해 서늘한 눈길을 내보이고 있었다.


“사람들 참, 이거 아주 못살게 굴어 안달이니. 주공, 오셨습니까?”


물론, 그 와중에도 과할 정도로 밝게 인사를 하는 조홍의 표정을 보아하니 얼추 무슨 일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었다.


특히나 사람 함부로 대하지 않은 황충이, 도리어 그런 조홍에게 감복해 함께 가자고 했던 황충이 작금에 저리 나왔다는 것은, 분명 그만한 연유나 실망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구나, 진심으로 목을 내건 게 아니라 도리어 네 목숨이 끊어질 자리가 아님을 알고 머리를 쓴 게야. 이를 마주한 한승은 그런 네게 실망하였던 게지, 도리어 이용만 당하다 못해 제 주공인 내 위명에 먹칠을 가했다 생각할 테니까.”


그렇게 조건을 달고 나니 절로 그 안에 그림이 그려졌다.


물론, 저도 정확히 어찌된 영문인지 그 내부 사정은 몰라도 일단 희지재가 살아있음에 그보다 앞서 조조가 제 사람을 품은 것을 먼저 선을 어긴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를 둔 조조 또한 나름의 부담을 제게 느끼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추론된 판단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렇사옵니다, 주공.”


“.......”


그리고 이렇게 제 주변에서 각기 다양한 반응들로 말미암아 제게 같은 답을 내어주니 저 또한 그 추론의 확신을 얻고야 말았다.


다만, 그 와중에도 쓸쓸한 눈빛을 보이는 조조는 이내 이것으로 제게 왈가왈부할 입지가 줄어들었음을 느낀 탓인지 뭔가 아쉬워하는 기색이 강해 보였다.


그럼에도 그는 쉬이 포기하지 않았다.


“잠시 걸을까?”


“주공, 그자의 말을 들으시면 아니 됩니다!”


스르릉-


“내 더는 네놈에게 자비가 없을 것이니 그 마지막까지 나를 방해하지 마라.”


오죽하면 저와 함께 있는 와중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한 그가 칼을 뽑아 조홍의 앞에 이를 겨눴을까?


물론, 저 또한 이번 일로 말미암아 어떻게든 조조가 저만의 이득을 챙기려 할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도리어 그 노림수가 더 궁금했다.


지금까지 언뜻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얼추 그가 바라는 것이 뭔지 알 것도 같기도 하고.


“제가 사죄드리겠습니다, 기도위.”


“쯧, 도리어 직함으로 부르면 내가 더 서운하지. 친우라고 붙어먹자고 한 것이 나인데 막상 그 거리가 멀어지면......!”


“아, 하하하하......”


“내 기필코 네놈을 잊지 않으마.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말이다.”


물론, 지금과도 같은 상황은 예외였다.


대체 조홍이 뭐라 하였기에 저리 약점을 잡힌 것마냥 조조가 반응하는 것일까?


저벅저벅-


그렇게 발걸음을 돌린 조조와 저는 이내 널찍한 군영 내를 거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리 한참을 걷던 와중에 돌연 그가 제게 건넨 첫마디는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저놈 잘라라.”


“예?”


“그 목을 자르건, 네 수족에서 자르건 아니면 그 몸뚱이에 달린 양물을 자르건 뭐든 잘라라.”


“아, 아니....., 급작스레 막, 뭘 그렇게 자르라고 하시면......”


“오체분시를 해도, 그 거죽을 벗기고 몸통을 토막 쳐 뱀탕을 끓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다. 네놈도 얼추 알 것 아니냐? 저 매끄럽고 뺀질거리는 저놈은 뱀이다, 그것도 지독한 독을 품은 놈이며 사람 심간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제 독니를 박아넣는 놈이다.”


“그렇습니까?”


“너는 그에 물려본 적이 없느냐?”


“아, 그야 물론.”


저라고 어찌 그로 인해 고생과 고난을 겪었던 여러 과거가 떠오르지 않으랴?


그가 방주로 자리할 때도 그랬고 그가 제품에 들어와서도 그랬다.


특히나, 얼마 전. 아니, 바로 하루 전이지 않은가?


희지재의 문제는 물론, 제 수하들에 관해 그 미래가 어쩌구저쩌구 용연이 어쩌구저쩌구 모조리 싸잡아 난리를 친 것이 말이다.


“있구나, 하긴 저런 놈이 옆에 있으면 그 누구라도 저놈을 죽이려 할 것이다. 저놈은 사람, 그 자체를 무너트릴 놈이다. 관계든, 믿음이든, 정신이든, 뭐든 일단 물고 체내에 독을 주입하고 그리 입에 거품을 물고 부들거리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즐기는 놈이다.”


아, 이거 조조 또한 그에게 세게 물린 모양이었다.


“송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지금에서도 너를 생각해 참고 있다. 그놈이 네 사람이 아니었다면 아마 바로 그 자리에서 그 몸뚱이에 달린 모든 것을 잘라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그 혓바닥을 뽑았겠지.”


이것이 말하는 바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너와 이전과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내가 너를 위해 이만큼의 편의를 봐줬다.


이는 지난날 제게 친우가 되어라, 요구했던 그때와 같은 순간이었다.


그리 빚을 지우고 그리 제 원하는 바를 들어주게 만든다.


하지만 어디 같은 수에 두 번 당하랴?


“해서 뭘 바라십니까? 아니, 차라리 제가 맞춰볼까요?”


“독심술이라 이제는 너마저 저 뱀 새끼를 따라 할 요량이냐?”


“보이는 걸 어찌합니까?”


순간, 조조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저는 제 딴에 어차피 드러날 본론을 앞서 꺼낸 것에 불과하거늘, 어째서인지 그는 이 별것 아닌 언사에 보다 격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조 공?”


“그놈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나.”


“예?”


“그놈이 제 주인을 닮아 그랬던 게냐? 아니면 네가 그놈에게 영향을 받은 게냐?”


“그게 무슨 소립니까?”


“보이는 걸 어찌합니까? 사람 욕심이란 게, 별 것 아닌 열등감이란 게 본디 그 바깥에선 더 잘 보이는 것을.”


“......!”


이번에는 제 눈이 화등잔처럼 변할 차례였다.


“알게 모르게 둘이 닮아있다는 것, 이는 부정할 수 없겠지?”


그리고 그런 조조의 무름에도 저는 그 말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 뭐 연유가 어찌 되건 뭐 어쨌든.”


“조 공자.”


“지금껏 나는 네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해서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지. 거기에 너는 마치 이를 알고 있는 듯이 내게 말했다.”


스릉-


조조는 제 칼을 뽑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를 가리켰다.


“저 도끼는 짧아서 좀 그렇고, 그 옆에 휘어진 곡도라도 좋으니 그걸 뽑거라.”


설마, 이곳에서 가벼이 칼부림이라도 벌이자는 것일까?


저도 모르게 그의 칼끝을 타고 넘어온 예기가 절로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스윽-


“좋구나, 좋은 칼이다.”


“아무래도 칼부림이 이는 곳들을 전전하다 보니 어지간히 튼튼한 것이 아니면 계속 병기를 바꿔줘야 합니다.”


“하긴, 북변이고 중원이고 이곳저곳을 많이 다녔으니.”


“한데, 이제 어찌합니까?”


“적어야지.”


“예?”


“재미있지 않겠더냐? 여기에 내기를 하나 걸자.”


“진심이십니까?”


“암, 진심이지.”


“허면 도리어 상대가 진심이라 해놓고 머리를 굴려 진심이 아닌 다른 것을 적으면 어찌합니까? 해서 자신의 진심으로 원하는 것까지 내기에서 승리한 덤으로 챙겨가면 그 또한 문제 아닙니까?”


“확실히 네놈도 빈틈이 하나 없긴 하구나.”


“조 공자! 허면 저를 속이실 생각을 하셨던 것이옵니까!”


“뭐, 그렇지. 한데, 네가 이리 알았으니 이 또한 소용이 없게 되었다.”


“하아, 어찌 그리 뻔뻔히.”


“네놈이 보낸 수하에게 한 차례 시달렸으니 너도 얼추 골탕을 먹긴 해야지.”


“하, 되었습니다. 그보다도 바라는 것은 대상으로 한정하시지요.”


“허어, 확실히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눈치로구나.”


“한데도 내기를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다만?”


“어찌......”


“그게 내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니까.”


“말도 아니되는 것이라면 들어줄 수 없을 것입니다.”


“안다, 막상 벌인 내기라도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니 나 또한 이를 두고 합당한 조건을 내걸 것이다.”


저는 지금껏 이 조조라는 사람이 모험과 도박적인 수엔 강해도 직접적인 내기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인물인 줄 알았다.


빤하게 이야기하는 중국인들은 도박을 좋아한다는 흔한 통념과 속설도 실상은 나중에 만들어지거나 그나마 동아시아에서 가장 발달한 측면의 놀이와 도박을 지니고 있어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헌데 이리 덜컥,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이가 저리 나오니 나름 그 느낌이 묘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의 손아귀에 칼을 쥔 조조와 저는 마치 대결을 펼치듯, 그 등을 서로 맞댄 채 자신의 앞에 펼쳐진 모래 위에 각기 제가 생각한 대상을 적어 내렸다.


“촉감이 좋구나. 어째 이번 내기는 내가 이긴 것 같다.”


“저 또한 마찬가집니다. 허니 이제 결과를 보시죠.”


스윽, 저벅-


“이, 이건!”


“이겼구나, 내가.”


그렇게 등을 맞댄 서로가 몸을 돌려 서로의 것을 확인함에 저는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이건 진심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왜 진심이 아니더냐?”


“하, 하오나 이는......”


“너는 뭔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누가 뭐래도 내가 가장 먼저 내 몸을 낮추면서까지 가까워지려 하다못해 친우가 되자고 진심 어린 서찰을 보냈던 것이 바로 너다. 네가 적은 한승은 그런 너의 다음이야.”


조조는 저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칼로 제가 적은 한승을 가리켰다.


그 반대편에 자리한 제 밑바닥에는 자신의 이름인 봉명이 적혀있었고.


“하, 이거 완전히.......”


완전히 조조에게 말렸다.


그가 제게도 욕심을 낸다는 사실을 잊었으면 아니 되었는데, 무엇보다 희지재 덕에 저는 그와의 연이 뒤틀릴 것이라 여겼던 것조차 조조는 뛰어넘고 있었다.


“나도 실은 너만큼이나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허니 가지러면 다 가져야지, 어째 이를 놓겠느냐?”


“아니, 화도 안나십니까? 저는, 희지재의 일도 그렇고 또 조공과는 좋지 않은 것으로 엮였으니, 이를......, 후우.”


그래서 더 답답했다 오죽하면 제 머리를 다 벅벅 긁었을까?


“개는 원숭이를 어려워해도 원숭이는 딱히 개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아니, 그보다도 대저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합니까?”


“네 수하인 그놈. 그놈이 그러더구나.”


“하, 이게 또 무슨 개소리를.”


견원지간이라, 말도 아니 되는 소리를. 이 시대엔 등장치도 않을 서유기로 인한 소리를 저 조홍이 멋대로 내뱉은 셈이다.


물론, 그 의미는 좀 더 다른 것으로 의외로 제 전생 속 동물극장에서 볼법한 특이한 풍경마냥 개와 잘 지내는 원숭이의 그림이었겠지.


허나 막상 이를 마주하고 있는 조조의 표정은 이를 거슬려하는 저와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너는 이를 좋지 않게 보는구나.”


“예? 허면......”


“관상도 그러하고 사람을 비유하는 것에 동물이 쓰여온 적은 아마 춘추전국 그 이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일단 설명을 해야겠거니 이를 가장 잘 표현하기 위해 제 눈에 띄는 대상일수록 확실한 법이지.”


그래,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제가 개고 조조가 원숭이인 것이 바로 꺼림칙하단 뜻이다.


“그리고 네 수하 놈은 제 스승 또한 원숭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를 뱀이라 했다.”


“원숭이와 뱀. 원숭이와 뱀.”


이 또한 실로 떠오르는 부분이 많다. 성경에 뱀이 등장한 것, 그 외에 인간이 애초에 파충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두려움을 가지는 것, 그 바탕을 만들어낸 연유가 바로 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뱀은 원숭이와 생활환경을 공유하며 심한 경우 그 원숭이와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다.


같이 나무 위에 살고 같이 나무 아래에 자리한 땅을 공유하니 진화론적인 측면에서, 원숭이와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영장류들은 언제고 뱀의 위협과 공격 속에 두려움을 느껴야 했고, 이것이 본질적인 거부감으로 장착되어 나중에 가도 뱀이란 것이 그리 인간에게 호의적인 대상은 아닌 것으로 그 계보가 이어졌다는 설명과 주장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성경이 그 예이며 그 외에 여러 분야에서도 거진 뱀을 교활하고 잔혹하고 이기적인 모습 등으로 묘사함에 선의보다 악의가 주를 이루는 쪽이 많은 것도 이러한 바탕 때문이 아닌가?


물론, 의료적인 측면 지혜, 지식적인 측면에 뱀이 긍정적인 의미로 활용되는 것도 많으나 거진 인간에 본성에 가까운 그들에 대한 반발은 이미 학습의 이전에 본성처럼 물려받은 정보는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리고 그런 뱀이라 자신을 표하는 조홍이 제 스승을 원숭이에 빗대었으니 어찌 그 이해가 어려우랴?


“그렇군요.”


“여하튼, 나와 너는 그런 사이는 아니지. 그거면 된 것 아니겠더냐?”


그렇게 조조는 이내 주제를 바꿨다.


하긴 당장에 제게 중한 것은 그와의 내기이지, 동물에 대한 상징적인 분석이나 이로 인한 지표 설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 허면 내기의 포상에 대하여 내 바라는 것을 말해볼까?”


“좋습니다, 어디 이야기해보시지요.”


“뭐, 이미 대상은 네가 알고 있는 대로다. 한승을 빌려다오.”


“빌려달라? 무슨 뜻입니까?”


“전장에 나와 본격적이라 하긴 뭣하나 실력이 뛰어난 저들과 함께 여러 방면에서 전투를 치르고 있다. 허나 막상 오천에 달하는 병력을 나눠 지휘할 장수가 부족함은 물론, 얼추 기병을 다루면서도 전장에서 저들을 뚫어낼 이가 부족해. 거기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아직 전장에 무에 내 개인의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네. 해서 교두로 삼건, 선생으로 삼건 뭐든 해 볼 생각이지.”


“전공을 더 세우고자 하심입니까? 그 와중에 제 사람에게 어떻게든 때를 묻혀 또 다른 희지재를 만들어 보려 함이시구요.”


“어차피 자네가 그리 경계하고 있으니 더 좋은 일이지, 제 사람 눈 뜨고 베일 자네는 아니니까.”


“거기다 한승 또한 조공에게 넘어가지 않을 인물이니 말입니다.”


“그거야 모를 일이지, 허나 분명한 것은 작금의 상황이 기회라는 것이야.”


“제게서 한승을 빼앗고 그에 덤으로 전공도 쌓을 기회 말입니까?”


“판단은 알아서 해. 거기다 물론, 그 제자 놈이 스승인 희지재의 과오를 들어 이런저런 이야기는 했으니, 내 그 복수 또한 정당하다 여겨 더는 이를 캐묻지 않겠네. 허나 내기의 승리한 것만큼은 챙겨야겠어.”


이미 조조는 생각을 굳힌 듯 보였다.


제가 더 뭐라고 한들 이미 그의 귀에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 없었다.


거기다 저 또한 본의 아니게 황충에게 오해를 사게 되거나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 것 또한 문제였다.


수하된 이를 함부로 도박판에 올릴 판돈으로 사용했다는 식의 인식이 생겨버리면 이는 실로 크나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이 모든 것은 내기의 승리와 별개로 황충의 의중과 허락 하에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이는 전적으로 한승의 동의가 있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하지요.”


“내가 허락을 구하지.”


“조 공자!”


허나 조조 또한 보통이 아니었다.


저보고 조홍더러 뱀 새끼, 독사 새끼 어쩌고 하더니 이제는, 아예 그 빈틈을 들추다 못해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 어지간한 뱀보다 더 징그러울 정도였다.


“왜, 빼앗길까 겁나는 겐가?”


“허면 남의 수하 함부로 탐내려는 이를 어찌 가만히 둡니까?”


“허면 자네는? 나는 자네도 탐이 나네만.”


그도 모자라 저를 향해 저리 뜨거운 눈빛을 보내니 저는 저도 모르게 그와 마주하던 시선을 홱- 하니 피해버렸다.


“크흠, 농이 지나치십니다.”


“친우라 했어, 가까워지는 게 뭐 그리 문제인가? 안팎으로 나라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 비틀린 세상, 함께 힘을 모아 올바르게 돌려놓겠다는데 뭐가 그리 문제야?”


“안 본 사이에 많이 뻔뻔하게 변하셨습니다.”


“살다 보면 뭐, 다 그리되는 것 아닌가?”


“좋습니다, 대신 기간을 정하도록 하지요.”


상황이 그리 흘러가자 조조는 기다렸다는 듯 제 생각한 바를 꺼내놓았다.


“저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불가합니다.”


허나 이는 실로 너무나도 구멍이 많은 전제조건이었다.


“왜지? 이미 양주와 형주의 토벌은 끝났고 이제는 중원에서 하북으로 올라가는 일만 남은 것이 아닌가?”


“소인은 바보가 아닙니다.”


이미 한 차례 진심이란 장난질에 당한 저인데, 그것도 하필 당하지 않겠다 다짐한 것이 도리어 다른 방심을 불러 또다시 당한 것이었으니, 저는 후대의 역사를 앎에 있어 어디에는 가져다 붙일 변명이 그득한 조건 따위 더는 일절 사절이었다.


아닌 말로, 황건의 난이 끝나고도 사방에 자리하던 게 황건적이고 그 와중에 백파적은 물론, 거진 190년이 넘어가서도 황건적의 잔당이라고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데 미쳤다고 제가 그 긴 세월을 조조에게 황충을 맡기겠는가?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지금은 그냥 그런 줄 아시지요.”


“허면 자네는?”


“3개월.”


“많이 심한 것 아닌가?”


“그리 따진다면 어차피 이러한 내기 또한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애초에 한승이 아니라 하면 그만인데 말이지요.”


“끄응.”


조조가 그답지 않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런데 어쩌랴? 이것도 실상은 많이 양보한 일이다.


“한데 왜 하필 3개월이지?”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최소 이 중원에서 파재나 장보를 비롯한 중한 세력을 쓸어낼 수 있는 적정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3개월이라, 뭐 일리가 없진 않군.”


생각해보면 본래의 황건적의 난 또한 진압된 역사가 예상보다는 빨랐다.


소황문의 날뜀과 동탁의 삽질이 그 중간에 끼어있음에도 말이다.


이는 아무래도 수좌이자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신의 현생이라 취급받았던 장각의 이른 죽음 때문인 것 같은데, 기적을 내보이고 신마냥 행세하던 인간이 다른 인간들마냥 맥아리 없이 죽어버리니, 그것도 하필 대업을 이루는 와중이었던지라 이들의 의지와 실망이 꽤 컸던 것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작금의 역사 속에서도 그러한 그의 죽음이 점점 기다려지니, 이를 생각해 그 기간을 얼추 살핀다면 이는 원 역사와 그리 크게 다른 느낌은 받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 행복한 상상에도 전제조건은 있지.”


그렇게 황충의 임대와 더불어 저만의 사고 속에 자리하던 이쪽의 정신을 일깨운 것은 다름이 아닌 조조의 진중함이었다.


“십만의 병력을 이끌고 북상하는 파재, 자네는 이를 밀어낼 수 있겠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새로운 소설이 올라갔습니다. 이 소설 또한 정해진 완결까지 계속 연재됩니다. +6 20.05.11 1,937 0 -
공지 향후 향방에 대하여 +8 20.04.19 1,009 0 -
공지 글의 표현과 서술 방식에 대하여(‘자’ 편) 20.03.14 579 0 -
공지 연재주기에 관하여. +2 20.02.29 316 0 -
공지 후원금을 받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추가 날짜별 업데이트] - 11월 12일 20.02.15 462 0 -
공지 소설에 관하여 +4 20.01.30 2,839 0 -
427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90 7 20쪽
426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7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3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8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3 8 21쪽
422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3 5 18쪽
»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71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60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3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6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08 7 30쪽
416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08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6 6 20쪽
414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2 8 20쪽
413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73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6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8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51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41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3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7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8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71 7 21쪽
404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80 6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