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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219,755
추천수 :
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1.09.16 12:38
조회
183
추천
8
글자
20쪽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DUMMY

찰박찰박-


물 위로 힘겹게 사람이 걷는 소리만 그득할 뿐이었다.


“하아, 드디어......”


푸욱-


그와 동시에 그의 가슴팍에 자리한 도끼가, 이를 붙잡은 채 절명한 복사의 손을 벗어나 본래의 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풍덩-


이뿐이랴?


어느새 물속에 가라앉아 반짝이던 양겸의 오구 또한 다시금 제 손으로 주워들었으니 저는 정녕 모든 것을 다 돌려받은 셈이었다.


“이봐.”


“크흑!”


물론, 이는 순전히 제 계산에 의한 것이니 눈앞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손견에게는 전혀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주 그냥, 오냐 오냐 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지? 어? 같은 관군이라고 어떻게든 봐주려했더니만, 이참에 그 몸뚱이에 자상 하나 남겨줘야 진짜 정신을 차릴까? 어?”


“크흐흑......, 커흡!”


순식간에 진이 빠진 제 목을 쥐고 저를 모래펄로 처박은 손견이 죽일듯한 눈길로 저를 향해 날카로운 칼날을 드리우고 있었다.


“내가 누누이 이야기했잖아. 내 공이라고, 내 복수라고. 어? 헌데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 처먹어!”


“끄흐윽! 개소리도....., 애초에 내 은원이 먼저라 한 것이 몇 번이더냐!”


허나 어디 저라고 이대로 그의 손아귀에 가만히 있어야만 할까?


제 위에 올라 칼을 쥐고 있는 그의 손을 붙잡은 저는 순간의 반동을 이용해 그 몸을 비틀며 제 다리를 차올렸다.


한 손은 제 목에 있고 또 칼을 쥔 한 손은 제 양손으로 붙잡아 이를 비틀어 당겨버렸으니,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그의 손아귀에 자리한 팔이 빠짐은 물론, 그 다리를 올려 그의 등과 허리를 감싸 오금을 걸고는, 이를 삼각 형태로 바짝 조이며 트라이앵글 초크를 완성시켰다.


“끄흐으윽! 이, 이게 대체!”


“네놈은 사람 목 조르는 거 따로 안 배웠지? 한데 나는 배웠거든? 목은 이렇게 조르는 거야, 이 개자식아!”


“놔라! 이, 끄흐으으......, 이거 놔, 이......”


그래도 손견 또한 사람이라고 삼각형으로 조인 그의 어깨가 그의 경동맥을 누르며 그를 더더욱 압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남은 한 손으로 제 옆구리를 치며 무의식적인 저항을 멈추지 않았으나 이내 그 호흡이 버거워지는 것은 물론, 목을 타고 오르는 혈류의 양이 차단되어 그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게 되니 이 또한 그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제발, 제발 가만히 있어라! 제발 가만히 있으란 말이다!”


우드드득-


허나 그럼에도 시간은 마치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고, 이에 저항하는 그의 몸부림은 여전히 격정적이었다.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 속에 가히 금방이라도 제 초크를 풀어낼 것만 같아 두려웠고, 그리되면 그땐 진정으로 제가 그의 칼에 죽게 될지도 모르니, 도리어 죽음이란 공포 앞에 살고자 하는 발버둥으로 저 또한 그의 목을 조르는데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짧고도 긴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되, 됐다! 됐어!”


드디어 종착역에 다다른 듯, 미친 말처럼 날뛰던 그의 몸뚱이에 돌연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다급히 그의 얼굴을 쳐다보니 이미 터질 듯이 부어오른 그의 안면 속에 그 호흡은 거진 멈췄다시피 미약해졌고 죽일 듯이 저를 노려보던 짐승과도 같은 그의 두 눈은 더 이상 안광을 폭사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허억....., 후우. 이 짐승 같은 놈.”


풀썩-


그렇게 안도한 제가 저를 향해 엎어진 그를 발로 밀어 넘겼을 때, 저는 드디어 모든 것이 끝이 났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공, 어디 계십니까-!”


때마침 들려오는 목소리는 이제는 익숙하다 못해 전쟁터라면 어디에서든 반가울 황충의 것이었고, 이내 지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해 그 고개를 뒤로 젖힌 채 뒤집힌 세상 속에 마주하게 된 그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정보를 비롯한 조무를 포박한 채로 묶어 제 앞에 대령하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찌 된......, 주공!”


“주, 주공께서 어찌......!”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앞에 자리한 풍경.


험한 꼴로 모래펄에 쓰러져 겨우 숨만 쉬고 있는 저를 비롯해 그 옆에 미동도 없이 기절한 채, 엎어진 손견의 모습은 가히 충격에 가까웠다.


‘하긴 나도 믿기지 않는데 어디 저들이라고 다를까?’


이번 일의 경우 실로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시큰거리다 못해 격통에 가까울 정도의 통증을 동반한 채 부어올라 부들거리는 제 팔뚝은 물론, 지금도 비명을 내지르는 제 뼈와 근육들 속에 저는 무지막지한 손견의 힘과 실력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일 전생이 기억이 없었다면?’


바닥에 엎어진 상태에서 제 목을 조르는 상대를 향한 반격을 어찌 가해야 하는지 몰랐다면, 저는 정녕 그 자리에서 죽거나 기절한 채 험한 꼴로 버려졌을 가능성이 컸다.


도리어 그라운드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빤한 힘겨루기와 칼부림으로 이어졌더라면 작금의 저는 과연 온전한 몸뚱이로 살아있기는 했을까?


“주공, 정신 차리십시오! 주공-!”


그러한 상념 또한 눈앞에 처절한 눈빛을 보이는 조무에 의해 깨어졌다.


그래도 좀 더 어른이라고, 그 옆에 자리한 정보는 보다 침착한 얼굴로 손견의 호흡이 끊어지지 않은 것을 확인했는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눈빛이었다.


“운이 좋았다.”


저들의 생전에 아마 무적이라 여겨졌을지 모를 손견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맞상대한 저 또한 과연 그만한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 그에게 딱히 안면을 얻어맞은 것도 아니었건만, 제 팔을 우그러트리는 그 힘 하나만큼은 가히 감녕과 비슷하거나 어쩌면 그 이상일 것이다.


“압도적인 무용에 가히 신력에 가까울 힘, 거기에 저돌적인 공세를 추구하며 어떻게든 전장의 기회를 엿보다 그 빈틈이 보였다 하면 당장에 이빨을 드러내고 달려드는 것이 가히 맹수의 자질이나 다름이 없었다.”


손견은 제 앞에 물수리가 어쩌고 저쩌고를 하였으나 이는 아무리 보아도 수풀 속에 몸을 숨긴 들짐승, 그것도 그 적수가 없을 포식자의 모습에 더 가까웠다.


강동의 호랑이라는 후대에 포장된 그의 이명은 어쩌면 이러한 모습 덕에 생겨난 것은 아니었을까?


“다만, 내가 느낀 그는 조금......”


그래, 조금 그러했다.


께름칙한 것인지 아쉬운 것인지 모르겠으나 느긋한 걸음걸이 하나에도 위용과 무게 그리고 권위가 느껴지는 산중대호의 그것이 아닌, 보다 더 얄팍하고 약삭빠른 짐승.


좀 더 기회주의적인 면모에 보다 잔혹한 성정을 지닌 저와 엇비슷하거나 그와 다를 바 없는 짐승에 더 가까웠다.


“그보다도, 끄흑!”


고통스러운 통증 속에 겨우 일으킨 몸이었고 이내 저를 향한 황충의 부축으로 말미암아 온전히 자리에 서게 된 저였다.


그리고 그러한 제 앞에 분노의 눈길을 표하는 조무와 정보가 남았으니, 저는 이내 그의 부축 속에 그 마지막 제가 남겨야 할 도리와 배려를 두고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


“가져라, 너희의 것이니. 그리고 너희의 주공 또한 곧 있으면 깨어날 것이다.”


“........!”


“크흐윽!”


찰나에 마주한 둘의 변화. 상황을 이해한 정보는 저를 마주함에 놀란 기색을 보였고 그보다 감정이 앞섰던 조무는 이를 굴욕이자 치욕이라 여긴 모양이었다.


“후우-.”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그의 부축에 이끌려 조금씩 정돈된 전장의 중심을 향하니 가히 수천에 달하는 이들이 징그러운 시체가 되어 빈 땅을 그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 제가 자리하지 않다는 사실에 알게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죽을 뻔했다.”


“그렇습니까?”


“너는 어떠하였더나?”


“허세를 부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으나 소인 또한......”


그 처절한 참상 속에 자리한 감상은 알게 모를 현실 또한 함께 깨닫게 해주었다.


저도 부족했고 그 뒤를 씁쓸한 표정과 더불어 마무리 짓지 못하는 황충 또한 여전히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던 모양이었다.


“동시에 무장 둘을 상대한다는 것이 실로 어불성설이었지요. 허나 제 기억에 이를 해낸 이는 무려 둘이나 됩니다.”


이문 그리고 전위.


아마 그의 생전에 그만한 강자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저와 대등한 하후연을 두고서도 제대로 넘지 못했던 이에 대한 충격은 가히 평생의 목표이자 벽이며 숙제로 남았을 것이고.


“그렇구나, 그들을 넘고 싶었던 게냐?”


“아니라고 하면, 거짓이겠지요.”


황충의 표정은 실로 쓸쓸해 보였다.


그도 모자라 도리어 제가 둘을 포박해 데려왔음에도 도리어 분해 보였다.


“실력이 모자랐더냐?”


“제게 달려든 그 둘 모두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날짐승 같은 놈이 하나, 훈련된 전사와 다를 바 없는 놈이 하나.”


황충이 겪은 조무는 결국 손견을 닮았고, 그보다 진중하고 정석적인 몸놀림의 정보는 좀 더 우직했던 모양이었다.


“결국, 마주하는 것이 다였겠구나. 그들 또한 보통이 아니니.”


“예, 그러던 차에 자백이 머리를 썼지요.”


“누규가?”


그의 무용담과도 같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차에 갑자기 튀어나온 누규는 더한 궁긍증을 불러일으켰다.


“예, 지나는 말의 고삐를 잘라 제 손에 둘둘 감은 가죽끈을 쥐고 달려들어, 돌연 저와 맞상대하던 이의 목을 졸라버리는 통에......”


“뭐라? 이거 알고 보니 그놈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실로 우스운 일이었다.


제게 달려든 손견을 제게 초크로 그 목을 조른 것이나 황충에게 정신이 팔린 둘을 상대로 그 뒤에서 달려들어 가죽끈으로 목을 조른 것이나 아주 똑같은 방식이었던 것이다.


“하긴 실력이 안되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체념하고 포기하는 병신보단 그게 백배 나은 게지.”


그래서였을까?


제 당시의 최선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저는 자조적으로 이를 드높였다.


“그렇구나. 그래서 남은 한 놈을 네가 무리 없이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이고.”


“그건....., 그렇습니다.”


물론, 찰나에 제 언사에 대해 무의식적인 망설임이 있었으나 그 또한 무인이고 사내여서 그랬는지 애써 제 본성으로 이를 덮어두는 황충이었다.


하긴 저러한 모습이 어쩌면 더 인간적일 것이다.


제 일평생 넘지 못할 것 같은 황충도 저러한데 그보다 못한 저는 당연히 그럴 수 있어야 함이고.


“자, 그럼 다 끝이 났으니 돌아가야지. 죽은 이들을 위한 의뢰도 위로도 모두 끝이 나지 않았더냐?”


그렇게 전장이 정리되었다.


사방에서 멀쩡한 마필들을 모으기 바빴고 이 와중에 저들의 진지를 찾아낸 이들이 아예 그곳에 자리를 잡자 하여, 살아남은 이들과 챙긴 전리품을 들고 그들의 진지를 그대로 활용하게 되었다.


제가 내던진 것이나 다름이 없는 난전 속에서도 그 결과는 승리를 가져다주었으나 반대로 아쉬운 것은, 저 또한 많은 병력을 잃게 되었다는 사실임에 어쩌면 그 지독함을 잊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것들을 얻어내고자 그리 난리를 쳤는지도 모른다.


“운이 좋았습니다. 황건이라도 다 가난한 줄 알았더니 막상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입니다.”


식량도 제법 되었고, 건진 무구들도 제법 질이 나쁘지 않았다.


거기다 부족한 마필도 채웠으며 자재와 천막 또한 그 수가 부족함이 없었다.


“애초에 대병을 이끌고 온 것이 저들의 패착이었겠지요. 일만이 넘는 이들이 모조리 예서 죽었으니 말입니다.”


하긴 작금의 자신들 또한 이제는 삼천 정도밖에 아니 남았다.


그렇기에 저들이 남긴 것들이 풍족하게 여겨지는 것도 그리 이상한 그림은 아닐 터.


하지만 그 외에 신경 쓰이는 것은 또 있었다.


“그나저나 손견은 여전히 그곳에 있다고 하더냐?”


“예, 살아남은 이들과 더불어 주변에 자리한 이들의 수급을 취하는데 여념이 없다고 합니다. 자신들의 전공이자 전리품은 장백과 양중녕은 물론, 주공께서 남겨주신 복사의 목을 챙기다 못해 그 아랫것들마저도 목에 환장한 귀신이 붙은 건지 시체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있어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그 목이 잘려나가는 모양이옵니다.”


저는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어차피 수급이라고 해도 부장급 이상이 아니면 딱히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건만, 막상 그들은 저들이 얼마나 처절하고 치열했는지를 세상에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과하리만치 잔혹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허면 이곳과 그 마지막 전투를 벌인 전장을 제한 곳들은 애써 전리품을 확보하려 하지도 않았겠구나?”


“어휴, 말도 마십시오. 그 수하된 놈들도 같이 미친 모양인지 한 발자국이라도 다가오면 죽이겠다는 모양새였습니다.”


오죽하면 제게 보고를 올리는 군관이 그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까.


“힘들 게다, 지랄 맞겠지. 스스로가 용납이 안 되고 이미 지나온 일에 아쉬움만이 가득할 게다. 거기다 때아닌 굴욕까지 당했으니.”


제가 만일 손견이었다면, 쉬이 그 고개를 들고 돌아다니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터이다.


일평생을 저만한 강자가 없음을 내보이며 살아왔을 것을 중앙에서, 그것도 권력에 기생한다는 풍문이 가득한 젊은 놈에게 제대로 크게 데이고 말았으니 과연 제 밑에 자리한 이들이 자신을 어찌 여기고 또 어떠한 눈길로 바라보게 될까?


영원할 것 같은 충성은 그리 금이 가는 법이고, 경외와 동경을 가득 담은 그들의 눈빛은 어느덧 의구심과 불만이 덧댄 제 열망의 표출로 돌변하게 될 것이다.


일평생을 건드리지도 못했던 것이 막상 이제는 낡고 삭아 바스러지는 존재임을 알게 되면 도리어 제가 속았다느니, 배신당했다느니 갖은 요설 속에 제 이기심을 충족시키며 그 와중에 어떻게든 이를 무너트려 제가 그보다 조금 더 위에 그렇지 못하다면 조금 더 가까이게 자리하기 위해 별짓을 다할 이들이 널린 것은 아마 저보다 사람들의 출세욕을 자극해 지금에 이른 그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고작해야 원영 그 하나의 충신이 흔들리는 모습에도 함께 흔들렸던 저였다.


물론, 그 대가 나약하고 그릇이 작은 소인배나 다름이 없는 저는 애초부터 손견과는 다르다 하나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그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사람 위에 자리가, 결국 그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사람의 이면은 어떠할지 그것이 절로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 * *


쏴아아아-


“바다도 아닌 것이 파랑을 다 만들어내는구나.”


쩔렁-


“그에 비해 너는 소리가 없고.”


탁하디 탁한 방울의 표면은 거칠거칠하다 못해 난잡한 금속의 자국이 있었다.


허나 그 묘한 것이 전장을 구르다 생긴 것이 아닌 도리어 짐승의 흔적과도 같아 보이는 것이 도리어 손견의 마음을 쓰이게 하고 있었다.


“주공, 아직도 여기 계셨사옵니까?”


“아, 뭐 정작 허무하게 죽은 복사 놈의 입에 나온 소리도 그렇고. 또 그가 내 앞에서 죽는 그 순간에도 이를 놓지 않았으니, 대저 이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그 와중에 이를 부여잡고 중얼거리다 죽은 복사를 통해 그 의미를 깊이 되새기기도 하고.”


그러던 차에 손견을 찾은 것은 정보였다.


멋쩍은 표정의 손견은 그 와중에 그에게 이를 자랑마냥 내보이고 있었고 말이다.


“그 방울. 자리를 떠난 부자사도 막상 이를 몰랐다지요?”


“그래, 도끼에 장식마냥 달려있던 것을 복사 그놈이 어떻게든 뜯어냈지. 물살에 휩싸여 수영도 제대로 못하는 놈이 그 도끼에 맞아 죽어가는 와중에도 말이야.”


“해서, 그놈이 뭐라 그리 중얼거렸습니까?”


“보주를 얻었으니 용이 된다. 용이 되었으니 천명을 가진다.”


“허, 참. 그거 미친놈 아닙니까?”


“그래, 나도 그리 생각을 해. 허나 이제와선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


“예?”


“이미 물수리를 자처한 나일세, 그러한 내가 이미 자리를 비운 부자사를 대신에 이 물가에서 이 보옥을 건졌어. 신령한 이의 안목이 담긴 보옥, 그간의 부자사를 이끌었던 보옥. 그래서 문득 그러한 생각을 해 어쩌면 부자사의 그 운은 이제 그에게서 떠나간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지.”


“........”


전혀 예상치 못했던 패배가 제 주인을 극도로 몰아세운 것일까?


이전과는 달라진 제 주인의 모습에 정보는 알게 모르게 그 마음이 쓰이는 중이었다.


“이해하네. 미친놈 같을 수도 있고 조금 이상할 수도 있을 게야.”


“조금 변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아시는 주공께선 정해진 운명 같은 것들을 믿지 않으시는 분입니다.”


“그래, 두렵지 않아. 물수리는 여전히 자의로 하늘을 날지.”


“헌데도......”


“그저 작은 분함이랄까? 힘도 속도도 나에 미치지 못하는 놈이야. 한데 그런 놈이 나를 꺾었어. 이를 나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후우.”


정보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하긴, 거진 처음이나 다름이 없는 패색이, 그 패전이 이토록 제 주인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용도 결국 수리에게 잡히는 것을 언급하신 것은 주공이시옵니다.”


“아네, 해서 나는 물수리가 최고라 여겼지.”


“세상에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누군가 이를 내보이면 그 결과를 두고 다들 왈가왈부할 뿐이지요.”


“그렇다면 결국 물수리가 그 마지막 승자가 될 것임을 내가 증명해야겠군.”


“그보다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가 말인가?”


“주공을 따르는 사병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양주에서 올라온 이들 중에 탈영을 시도하거나 외람된 분위기를 조장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처분은?”


“조무의 손에 맡겼습니다. 감히 주공을 배신하는 것들을 용서할 수 없다면서......”


결국 모조리 죽인다는 말이었으니, 이를 보고하던 정보는 끝내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대영이 엄하긴 하지. 나를 닮아 저돌적이기도 하고.”


“허나 이로 말미암아 여러 곳에서 말들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수급을 몰아주게, 전장에서 얻은 무구든 천쪼가리든 오수전 꾸러미든 죽은 이들의 몫을 더 나눠줘.”


결국, 작금의 상황에 내보일 수 있는 최선이었다.


흔들리는 입지와 더불어 불온한 싹은 치워버리는 것이 맞았다.


“그리하겠습니다. 저, 그리고......”


“또 뭔가?”


“때마침 우중랑장으로부터 돌아오라는 전령이 와있습니다. 한데, 아직 전장에 관한 보고를 올리지 않을 터라......”


정보의 말은 결국, 보고에 관해 부자사의 이들과 말을 맞춰야 한다는 소리였다.


“한 번은 찾아가야 한다?”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실상 아무리 그 목을 내어주었다고 해도 함께 참여한 전장의 보고가 완전히 다를 순 없는 법이다.


허면 한쪽은 필경 거짓을 말하고 있음인데 이러한 난잡한 시국에 괜스레 권력의 비호를 받는 자가 파놓은 함정에 굳이 들어갈 필요는 없는 셈이니, 행여나 권력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수그려야 한다는 소리였다.


“그렇지, 거기다 내게 복사의 목을 넘겼으니. 뭐, 은원 어쩌고 하던 것이 막상 죽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 맞는 구석은 있는 것 같고 말이야.”


물론, 이 외에도 어떻게든 비벼볼 구석은 있었다.


애초에 손견을 죽일 마음이었더라면 그리 기절을 시키고 끝내는 것은 물론 그 수급마저 넘겨주지 않았을 터.


탄원서는 기본이요, 여러 고발과 고변을 담은 상소가 조정으로 연달아 오르내리며 1년에 두셋 식 태수 자리가 바뀌는 것이 작금의 시국임을 생각한다면, 그는 기존에 권력에 기생하는 버러지들과는 알게 모르게 많은 거리를 두고 있는 인물이 확실해 보였다.


“최소한도 소인배는 아니란 말씀이십니까?”


“그야 모를 일이지, 소인배라도 보다 넓은 시각이나 사고를 보유했다면 그 너머를 보거나 그리고 있어 그럴지도 모르고. 허나 최소한도 그만한 자리에 오른 사람이 스스로를 증명했다면 말은 통할 가능성이 있어.”


“허면......”


“준비해, 운이 좋다면 내가 넘은 선을 도리어 그가 지워줄지도 모르니.”


“그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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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91 7 20쪽
426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8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4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9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4 8 21쪽
422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5 5 18쪽
421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72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61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4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7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09 7 30쪽
416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09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7 6 20쪽
»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4 8 20쪽
413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74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7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9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52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42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5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8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9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72 7 21쪽
404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81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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