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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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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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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1.08.23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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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9쪽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DUMMY

다각다각-


“이들의 끝은 어찌 되려나?”


어차피 저야, 여차하면 등을 돌리고 도망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반대로 저 파재의 앞에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건석의 말대로 세상이 흘러가기만 한다는 보장도 없고. 또 그의 말대로 부족한 명분에 나라는 물론 하늘까지 등진 자신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황건의 봉기는 태평교의 반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복 장령, 저기 있소.”


그러던 차에 앞서 말을 몰던 장백이 손을 뻗어 지평선 가까이에 자리한 손견의 군세를 가리켰다.


“얼추 수천 내외로 보이는데.”


“지금은 사천 언저리로 줄어들었을 거요.”


“사천이라, 한데 일만에 달하는 이들이 깨졌다고?”


“잔존 병력이 4천이 될까 말까요. 부상자도 거진 3천에 달하는데, 조금 전, 파 장령께서 본대로 복귀시켰다는 연락을 해왔소.”


장백의 보고에 대충 상황이 그려졌다.


그래도 잘만 하면 앞뒤로 협공할 수 있는 형국에 제 병력을 쪼갠다면 얼추 삼면 이상의 포위 또한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정신 나간 놈들, 주변 도적들 긁어모은 것도 아니고 파재가 심사숙고해 붙여둔 정예 일만을 대체 어떻게 해서 이긴 게야?”


“원체 명성 있는 놈이 그 머리도 좋아 아랫것들에게도 수급을 허락했소. 최소한도 밑바닥에 자리한 놈들까지 그 이름을 적고 수급을 취하게 했으니 저놈 밑에 성공하겠다고 모여든 놈들이 거진 다 출세에 미친 놈들이란 소리요.”


장백의 덧붙임에 복사는 그 표정이 잠시 어두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말을 반대로 해석한다면 최소한도 제 수하들 모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그 공을 공정히 평가하고 심사하였다는 소리가 된다.


거기다 그를 따르는 이들 또한 그 불완전한 약속을 거리낌 없이 믿고 제 목숨 내놓을 만큼 그와의 신의가 두텁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토록 열의가 넘치는 그들은 그저 그런 민간인들이 아니라 군사집단이라는 것이 문제다.


것도, 사람 죽이는데 특화되고 반역도들을 토벌하는데 특화된 정예 중의 정예에 속하는 이들이니 어찌 골치가 아프지 않을까.


“쉽지 않구나, 무용만 앞선 이가 아니었어. 최소한도 이는 장수나 장령 그 이상의 재능이다.”


그러한 이들을 보유한 이가 손견이며 그러한 이들을 지금까지 이끌어 온 이가 바로 손견이었다.


제아무리 그 배경과 연유와 동기가 속물적이고 이기적일지언정 확실한 대가와 보상을 내어주며 그 내부로부터 어떠한 불만도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끌 수 있다면 그건 곧, 지휘관이자 지도자로서의 재능이었다.


“사람의 본성과 열망을 자극함에, 결국 교와 마찬가지로 더 나은 내일을 약속한 셈.”


이는 거진 교에서 방주로 추대된 이들에게 요구되는 재능 중 하나였다.


주로 전쟁을 수행하는 장령과 가장 다른 특징이자 끝내 교에서 가장 높은 자리인 방주의 직은 교내의 그 어떠한 직위보다도 본질적인 그 의미가 남달랐다.


정신적 지주, 믿음의 근간, 살아있는 신의 화신, 끝내 흔들리지 않을 내면을 소유한 구도자, 그 마지막 저항은 물론 죽음 앞에 흔들리지 않을 순교자이자 죽어서도 부끄러움이 없는 성인의 자격을 갖추어야 했다.


어찌 본다면 기존의 유학 내에 자리한 청류의 이들과도 비슷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실질적으로 난세를 사는 인간이 어디 그러한 성품을 가지는 것이 그리 쉬울까?


“결국 교 또한 알게 모를 속물적인 또 현실적인 결정을 택할 수밖에 없었지. 사람의 내면을 오래 두고 볼 수 없으니 급진적인 북파는 주로 무용과 통솔, 그나마 온건한 남파는 신앙을 비롯한 행실과 주변과의 융화에 초점을 두고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실상 남파에 자리한 이들이 빨리 토벌이 된 것도 이러한 유약한 일면이 아니냐는 비판이 총단에서 간혹 일기도 했었다.


허나 막상 그와 반대로 남파의 저력을 목도했던 복사로서는 이에 직접적인 동의를 표하기 힘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의 우리가 맞상대하는 저들이 우리가 무너트리려는 이 나라의 진정한 전력일 수도 있다.”


“보, 복 장령!”


“아니, 대체 그 무슨 소리요!”


당연히 자연스레 그 옆을 지키던 장백과 양중녕은 난리가 났다.


허나 어쩌랴? 제게는 저들이 보지 못한 세상이, 또 본질이 보이는 것을.


“대현양사께 또 인공 장군을 비롯한 북파의 이들에게 미안하고 송구한 일이나 그들에게는 손견도 황보숭도 봉명도 없다. 그대들 또한 북파의 사람이나 그간의 교인으로 살아온 생에 남파에 거목으로 자리했던 이들의 이름을 모르지는 않을 터.”


꿀꺽-


양중녕도 또 장백도 그렇게 저들보다 먼저 죽어간 이들의 이름을 떠올렸다.


마원의, 장만성, 노삭, 손하, 한충, 악광, 조홍, 등. 거진 교에 들기 이전부터 그 명성을 날리던 이들과 교에 든 이후에도 자신들에 비해 그 이름값이 부족한 이들은 쉬이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를 배신하고 교의 몰락을 자처한 조홍, 그 어린 뱀 새끼만 해도 나만은 못한 무용이었으나 내 팔에 상처를 낸 적이 있지. 하물며 그보다 더한 무력을 지닌 한충과 손하는 근방에 수천에 달하는 제 수하를 두고 주변을 관장하던 군벌이나 다름없는 도적이었다. 거기에 마 방주를 비롯한 신상사의 위명이야 이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겠지.”


“허나 노삭이니 악광이니 하는 그 어린 것은 좀 아니지 않소? 끽해야 형주에서 놀던 어린 것들이 아니요?”


“내 귀를 이리 찢어먹은 놈이 바로 그 악광이란 놈이다. 예서 멀지 않은 양성현에서 나는 실로 그 목이 잘릴 뻔했다.”


“뭐, 뭐요? 아니, 아니......”


장백도 양중녕도 순간 두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악광이란 놈이 고개를 수그리고 밑으로 들어가 받들어 모신 놈이 바로 노삭이다. 죽은 신상사의 충견이었지.”


“하......,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대들의 무용이 나에 비해 부족함이 없음을 안다. 아니 어쩌면 총단에서 지난 천자의 암살시도 당시 직접 지목한 전력이니 나보다 더 나은 실력을 갖추고 있을 수 있겠지. 허나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그대들이 나보다 월등히 강하다 생각하나?”


현실을 일깨우는 복사의 되물음에 양중녕도 또 장백도 딱히 그 어떠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물론, 전쟁에 변수는 존재함이다. 당연히 앞서 이야기했던 대로 조홍, 그 어린 것이 주변을 꼬드겨 신상사를 죽음으로 몰고 갔으니 통제를 상실하고 지휘체계가 무너진 혼란 속에 어이없이 죽었을 수도 있겠지. 사람이니까 이는 당연한 것이다. 허나!”


어느덧 제 언사를 멈추고 가라앉은 눈으로 앞서 장백이 가리킨 전방에 자리한 손견의 군대를 바라보던 복사는 이내 제 할 말을 지속했다.


“그렇다 한들, 그리 뛰어난 이들이 고작 관의 지원도 받지 못한 부자사인 봉명을 비롯한 형주자사의 연수 속에 깨졌다. 물론, 지모를 비롯한 갖은 계략이 뒤섞이고 동원되었다고 하나 그러한 이들에게 형주의 전란이 종식되었다. 한데 어디 이뿐이랴? 그 직후, 양주의 전란 또한 저 손견이 이끄는 얼마 되지도 않는 무리에 의해 종식되었다. 그것도 그 안에 내부의 배신과 갈등은커녕 도리어 똘똘 뭉친 교의 신도들이 무차별적으로 토벌되었다. 그리고 작금의 전란 속에 관에 이름난 장수들 중 그에 관한 평가는 한결같았다.”


다시 한번 찾아든 찰나의 뜸 들임.


허나 그 이후 이어진 그의 언사는 이를 듣고 있던 장백과 양중녕의 팔뚝 위로 소름이 돋아나게 만들 정도였다.


“위험하고 저돌적이며 교활하고 기다림에 얽매이지 않는다.”


마치 사람이 아닌 짐승, 그것도 포식자에 가까운 표현이 아닌가?


“파재가 그러더구나, 그는 말이라고. 그 누가 보아도 탐을 낼 명마라고. 제 등에 태운 장수를 이끌고 전장으로 나아가 그를 명장으로 만들어줄 전장에 미친 말이라고. 허나 나는 이를 달리 생각한다. 그는 풀을 뜯고 사는 짐승에 어울리진 않아.”


그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복사 또한 작금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조차 정확히 인지하질 못했다.


다만, 어째서인지 그에게서 제가 지난날에 보았던 방울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그래서 한 번은 확인해 봐야겠다.”


* * *


펄럭-


“바람이 거세군. 저들의 기세도 거세고.”


“얼추 확인된 병력만 팔천이 넘는답니다.”


해가 쨍쨍한 것이 당연해야 할 시간이건만 어째서인지 하늘은 어둑하기만 했다.


메마른 날에 장마 전 마지막 가뭄을 달릴 예정인지 거센 바람 속에 눈앞에 자리한 황건적들의 기세는 흉흉했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눈빛은 꽤나 초조한 기색을 비치고 있었다.


“어쩌시겠습니까?”


옆에서 사모를 쥐고 있던 정보가 그리 슬쩍 제 뒤에 자리한 이들의 겁먹은 기색을 살피다, 불어오는 바람에 그 눈살을 찌푸리며 손견의 의중을 물었다.


“어쩌기는, 그래도 여남을 쓸어버렸다고 기세등등한 이들이니 예서 멈추지 않으면 도리어 그 앞날이 힘들어지지 않겠나?”


“하오나 주공, 여전히 뒤에 자리한 4천에 달하는 저들의 잔존 병력이 남아있습니다. 자칫 협공이라도 당하게 되면......”


“겁쟁이들을 내어주지. 양주의 떨거지들을 넘겨줄 터이니 본진을 지키든 아니면 나가 맞서 싸우든 자네가 알아서 해.”


“주공! 하옵시면 혹.....!”


“어디 전장에서 회전을 벌이는 것이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 않은가? 거기다 우리라고 무적은 아니야, 허니 용기가 부족하다면 그 용기를 다시금 저들에게서 빼앗아와야지. 저 어둠 속에 다시금 우리를 비출 해를 사냥해 붙잡아와야지, 물수리가 그러하듯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쥐어야지.”


정보가 채 이를 깨닫기도 전에 이미 훌쩍 말에 오른 손견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느긋한 모양새로 말 배를 차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조무-!”


“예, 압니다.”


다각이는 말발굽 소리와 더불어 어느덧 목책을 지나 막사가 자리한 영내로 들어선 그는 제 앞에 군례를 올리는 병사들의 인사를 받아두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고, 그 와중에 허리춤에 쌍도를 걸친 익숙한 인영은 그의 부름 속에 재빨리 제게 배속된 전마 위로 뛰어올라 그의 옆에 합류했다.


“오랜만에 주공께서 앞서 달리고자 하신다! 허니 주공과 함께할 자, 누구인가!”


우렁찬 조무의 외침에 어느덧 막사 밖으로 고개를 내민 이들이 하나둘 천천히 말을 모는 그들의 옆에 모여들었다.


다급히 창을 쥐고, 급한대로 제 발에 제대로 맞지도 않을 다른 이의 신발을 기워가면서까지 그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재빨리 모여든 이들은 벌써 그 찰나에 수십이 넘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일행은 지속된 행군 속에 더 많은 이들이 자리한 막사를 거쳐가며 수백으로 불어나 있었고 어느덧 그들의 선두에 선 손견과 조무의 전마는 조금씩 속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주공께서 출진하신다! 저 무도한 황건의 콧대를 꺾어줄 용사는 없는가-!”


다시 한번 우렁찬 조무의 외침이 군진들 뒤흔들었다.


이에 후방에서 피어나는 흙먼지와 더불어 수십 기에 달하는 기병들이 주변을 헤치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용기 있는 자, 출세를 지향하는 자, 이 빌어먹을 세상에 사람답게 살고 싶은 자, 이 난세에 그 이름 한번 날려보고 싶은 자! 그 누구라도 좋다! 나약함을 떨치고 싶은 자, 더는 패배자로 살고 싶지 않은 자,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은 자! 그 누구라도 받아들이겠다!”


그렇게 또다시 진중을 뒤흔든 조무의 우렁찬 울림에 또다시 수백에 달하는 병사들이 호응하며 사방에서 목청을 높인 채 합류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점점 모여드는 이들은 하나의 밀집된 군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고 그렇게 모여든 이들은 알아서 손견과 조무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목책 문을 열어라-!”


끼이이익-


어느덧 다각이며 말을 몰았던 조무와 손견의 속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고 그와 동시에 막사의 끝과 목책이 보임에 그 문을 좌우로 활짝 열어젖히는 병사들의 다급한 움직임이 보였다.


“어이쿠!”


“전군 속력을 높인다! 전속력으로 황건의 이들을 향해 내달릴 것이다!”


목책을 지키던 병사들이 놀라 좌우로 나자빠짐과 동시에 그 고삐를 움켜쥔 손견과 조무의 말이 마치 날개를 펼치듯 좌우로 젖혀진 목책의 문을 통과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 뒤를 따르는 기백에 달하는 기병들이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으며 또 그 뒤를 따라 일천은 우습게도 넘을 것 같은 보병들이 이에 질세라 희열에 가득한 얼굴로 제게서 멀어지는 기병들의 뒤를 쫓아 막사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부우우우-


“좌군사마 휘하의 보기(步騎) 약 이천 출진-!”


초소 위에 자리한 초병이 깃발이 흔들었고, 진 내에 자리한 이들이 그 출진을 독려하듯 힘껏 나팔을 불었다.


이미 늦었음을 깨달은 정보는 제 미간을 짚으며 한숨을 쉬었으나 실상 저들은 제 주공에게 직접적으로 귀속된 사병들이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허면, 내가 할 일은 남은 이들을 이끌고 저놈들을 막아내는 것뿐인가?”


척척척-


딱히 때를 맞춘 것도 아니었건만, 손견군의 진지를 뒤흔들었던 나팔 소리에 발맞춰 그 진지의 뒤편의 언덕 너머로 펄럭이는 누런 깃발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터엉-


“이미 저쪽과도 내응이 계획되어 있었던 게야. 감히 그리 두들겨 맞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말이지?”


어느덧 바닥을 향해 제 사모를 힘차게 내리찍으며 주변을 통솔하는 군관들을 불러모은 정보는 손견이 언급한 대로 저만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 * *


“손견군이 자리한 언덕 너머로 파재 휘하의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다행히 전령이 전달사항을 잘 전한 모양이군.”


“하오나 복 장령, 문제는 진 내에 자리한 놈들이 아니옵니다!”


급변하는 주변의 변화 속에 느긋이 고삐를 쥐고 장백과 이야기를 나누던 복사는 이내 다급한 목소리로 자신을 찾는 양중녕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저길, 저길 보십시오!”


흔들리는 양중녕의 손가락의 끝엔 너른 벌판을 두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쪽을 향해 내달리는 길게 늘어진 한 무리의 이들이 있었다.


두두두두-


“손견인가?”


“붉은 두건이 선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적장을 확인하는 복사의 물음에 양중녕이 식은땀을 흘리며 추측에 근접한 동의를 표했다.


“어림잡아 이천, 거기다 보기가 뒤섞여있다. 과욕은 금물이다, 장백.”


“나도 내 모가기 소중한 걸 아오, 적당히 치다 빠지면 되겠지.”


“병력이 죽어 나가는 것을 아까워하지 마라. 우리는 아직 후군이 도착하지도 않았다. 또한 여남에 자리한 남은 병력을 올려도 되니 우선은 그의 위명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어느새 그 준비를 마친 것인지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전장을 내려다본 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장백이었다.


이에 걱정스러운 눈초리의 복사가 주의를 주었으나 이미 그는 저를 걱정하는 이야기 따위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는 듯했다.


“장백-!”


“닥쳐라, 양중녕!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야! 어차피 예서 저놈 뒤집지 않으면 어쩔 것인데? 여남까지 밀려버리면 그땐 어쩔 것인데? 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놈이라 긴장이 되는데 그래서 몸이 굳는데 자꾸만 네놈이 초를 칠 것이더냐? 겁쟁이는 그대로 찌그러져 있어라! 나는 교를 위해 멈추지 않겠다!”


오죽하면 그를 걱정하던 양중녕이 다시 한번 그를 불러세웠을까?


하지만 그러한 걱정에 도리어 노기를 보이며 그를 무시한 채, 말 배를 차며 앞서 나아가기 시작한 장백이었다.


“자, 나를 따르라! 형제들을 죽인 관병놈들에게 그 복수를 할 차례다!”


와아아아아-


이미 지난 소릉현에서의 공성전에서 승리도 거뒀겠다, 앞서 나서며 하늘 높이 칼을 휘두르며 사기를 진작시키는 장백의 몸짓에 호응하는 태평교의 군사들이었다.


그렇게 못해도 사천에 달하는 군의 선두가 위용을 보이며 앞으로 나가서니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지휘부로서는 알게 모르게 속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복 장령, 이거 심상치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신호하면 그대로 달려나가 장백을 구해오게. 도리어 겁을 집어먹은 것이 괜스레 아닌 척 과민 반응하는 것일 수 있으니.”


“그리해야겠습니다, 이럇!”


그렇게 걱정을 드러낸 양중녕은 복사의 허락 속에 다급히 말 배를 차며 제게 멀어졌다.


“내가 어리석었다. 너무 과한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를 허락한 복사는 조금 전의 제가 내뱉은 언사를, 특히나 손견에 대한 과잉적인 평가를 후회해야만 했다.


제 스스로도 제 잘못이 무엇인 줄은 안다.


어차피 부딪쳐야 하는 상황에 제 무의식에 잠식당해 도리어 전장을 치룰 장령들의 사기를 꺾어놓은 격이니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겠는가?


“이전이라면 이리 생각하지만은 않았겠지.”


그간의 제게 있어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 저보다 앞서 죽어 나간 이들을 통해 느끼고 배우며 깨닫게 된 것들이랄까?


특히나 제게 진심을 담았던 마원의, 그에 대한 미안함에 저는 어쩌면 지금까지 교를 떠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부상을 입은 통에 도성에서 밀려나 연주에서 신병들을 훈련시킬 적에도 그 이후 전란이 벌어진 이후에도 어째서 저는 태평교라는 이 족쇄를 스스로 풀어버리지 않은 채, 계속 제 발목에 차고 있는 것일까?


“파재와 다시 엮인 이후, 지금껏 그의 앞에 나는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은 열등감은 아니었을까 했다. 허나 앞선 두려움과 걱정이 내가 아닌 저들을 향한 것은 나 또한 알게 모를 교에 대한 미련과 미안함이 남았다는 뜻일 터. 그렇다면 결국 그 바탕은......, 아무래도 마 방주 그대에게 영향을 받은 것이 제일 클지도 모르겠소.”


돌연 제 앞에 어른거리는 그 얼굴이 떠오른 복사는 이내 제 심간에 차오르는 물기를 밖으로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대체, 대체 내가 언제까지 미안해야 하는 게요? 대체 언제쯤이면 이를 내려놓고 홀가분해질 수 있겠소?”


뱀이 하늘을 보아도 하늘은 답이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은 어둠으로 뒤덮여 단 한 줄기의 광채마저 허락하지 않으니 자신은 그것이 도리어 저와 하늘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 같아 점차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허나 이미 때는 늦었다.


푸욱-


“그 답을 모르기에 어찌할 방도가 없으니, 이를 어이할꼬. 그저 모든 것은 하늘에 맞기고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수밖에.”


살갗이 꿰뚫리는 소리와 더불어 이미 손견을 비롯한 이들과 장백의 군대가 괴성을 내지르며 시작한 충돌은 더는 멈출 수 없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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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소설에 관하여 +4 20.01.30 2,839 0 -
427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90 7 20쪽
426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7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3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8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3 8 21쪽
422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3 5 18쪽
421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70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60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3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6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08 7 30쪽
416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08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6 6 20쪽
414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2 8 20쪽
413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73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6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7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51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41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3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7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8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71 7 21쪽
»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80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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