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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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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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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7
글자수 :
4,187,164

작성
21.11.18 02:42
조회
389
추천
7
글자
20쪽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DUMMY

- 파 장령! 전령입니다!


펄럭-


“관군 놈들의 계락입니다! 동쪽의 전선이 무너지며 최소 칠천이 넘는 병력이 갈대밭 속에 모조리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주준을 비롯한 모든 관군들이 병력을 움직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밖을 나가보십시오! 지금 상황이 말이 아닙니다! 저 바깥에 지금 사람을 잡아먹는 불길이 치솟고 있습니다, 장령!”


동쪽으로부터 시작된 전장의 여파는 이내 곧바로 파재를 비롯한 황건의 지휘부에 당도했다.


“뭐라? 이게 무슨 일인 것이야! 그동안 우리에게 당하기만 했던 주준이 이런 수를 썼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급보! 서쪽에서 적들이 화공을 개시했습니다! 그 깃발은 기도위 조 맹덕! 저들의 날리는 불화살의 수로 보건대, 얼추 오천에 이를 듯합니다! 지금 당장 지원이 필요합니다!”


허나 그 와중에 또다시 막사의 천막을 열어젖히며 안으로 들어오는 다급한 전령들의 보고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북쪽 전선에서 구원을 요청합니다! 불길이, 엄청난 크기의 불길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현재 북진을 위해 임시로 옮겨두었던 군량마저 위험합니다! 이러다 사람이고 쌀이고 모조리 다 타게 생겼습니다!”


“이럴 수가......, 동쪽도, 서쪽도, 북쪽도 모두......”


“어,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겠습니다!”


“뭘 어떻게 해? 사람이 아니라 불길이라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다고.....”


중앙에 위치한 황건의 지휘부에서는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구원 요청은 한결같이 전선을 집어삼키는 거센 화마를 가리키고 있었다.


허나 그와 별개로 작금의 자신들이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없었다.


콰앙-


“제기랄, 조금 있으면 장마 아닌가? 날이 푹푹 찌고 습기가 이제 막 올라오고 있거늘, 이때까지 아무런 비 소식이 없다고 해도 언과 정릉이 자리한 여수 인근에 폭우가 쏟아진 것이 얼마 전이라 화공은 굳이 꺼내놓지 않을 것이라 여겼건만, 이걸 우직하게 밀어붙여?”


흥분을 감추지 못한 파재는 제 의자를 걷어차며 고심에 잠겼다.


저라고 어디 화공에 대해 무지하리만치 놓치고 있었으랴?


일찍이 여남에서 올라온 복사를 비롯한 양중녕과 장백의 치른 전투 속에 한차례 폭우가 내렸음을 알고 때마침 장마의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지한 그는, 도리어 이를 활용해 일찍 장사현으로 진입할 계획을 세웠다.


“당시의 내 판단은 옳았다. 여수만큼은 아니라 한들, 큰 물줄기가 사방에 자리함에 어차피 비가 내려 진창과 물길에 막혀 하남윤으로의 진출은커녕 오도 가도 못하게 고립될 꼴을 자처하는 것보다야 훨씬 나은 판단이었다. 그리 영음현과 허현의 사이를 벗어나는 것이, 그보다 자잘한 물길이 많고 침수 걱정이 없는 장사현에 발을 들이다 못해 저들에게도 더 많은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 것이 실로 옳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그가 세운 이 계획 또한 또한 치밀하게 전장의 상황을 살핀 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음에 지금까지는 그 어떠한 문제점도 없이 착실한 승리로 자신들을 이끌고 있었다.


허나.


“이제 어찌합니까? 파 장령? 동쪽에서 가장 먼저 불길이 올랐으니 주준이 단단히 작심한 모양입니다.”


“병력을 뒤로 물리시지요, 이곳 장사현의 불길이 잠잠해질 때를 노려 다시금 진출하시는 것이......”


“무슨 병력을 또 뒤로 물리란 말인가? 우리가 예까지 어찌 왔는데! 그리 물리면 애초에 장령께서 생각하신 포위망을, 장령에 뜻에 따라 맞춰진 포위망을 정작 장령께서 풀게 되시는 것이요! 우리가 만들어놓고 이제와 우리가 이를 풀면 북파의 이들은 이걸 보고 뭐라 생각하겠소? 생각이 있긴 한 것이요?”


“뭐라? 어디 천인대도 이끌지 못하는 놈이 감히 말을 그따위로 함부로 하느냐!”


“천인대고 나발이고 그쪽보다야 돌아가는 전장을 내가 더 잘 보는 것을 어찌하겠소?”


“뭐, 뭐야? 이놈이 진짜 죽고 싶어 환장을......”


그 또한 여기까지인 모양이었다.


거기다 대책을 찾을 수 없는 동요로부터 시작된 내부의 분열 속에 이미 부장들을 비롯해 하급 군관들을 포함한 천인장과 백인장들마저 모조리 그 혼란 속으로 휩싸인 듯 보였다.


쩌엉-


“다들 조용히 하지 못할까!”


넓은 날을 지닌 거도(鋸刀)가 굉음을 내자 순식간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더는 이를 지켜볼 수 없었던 우람한 체구의 파재가 주먹으로 거도를 때리자 모두가 숨을 죽이며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그러한 그들과 달리 분위기를 환기시킨 파재는 칼날에 비친 굳은 결심이 서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지막일지 모를 최후의 용단을 내렸다.


“후퇴는, 퇴각은 없다.”


“파 장령!”


“예서 밀려나면 다시 영음에 갇힐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장마가 시작되려는 차에 그리되면 그땐 진짜 고립이야. 허니 우리는 진로를 정하고 맞불을 놓는다.”


“자, 장령!”


“어차피 잘된 일이다. 예서 승패가 갈릴 테니 다른 것들에게 더 이상 시선을 빼앗길 염려도 없다. 맞불을 놓고 기다린 뒤, 불길이 꺼져 정면이 뚫리면 그대로 황보숭의 군진으로 밀고 들어간다.”


“하오나 주준을 이리 두고 북상하게 되면 그 옆구리가 빕니다! 이뿐입니까? 저들의 병력이 많으니 우리의 후방이 노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저들이 들고나온 수 또한 주준의 것이 아니야! 그는 범장이되 양장이다. 무리를 하지 않으며 철저히 기본대로, 배운대로, 병법대로 움직이는 인간이다. 먼저 움직였다고 한들, 이번 계획 또한 제 놈의 것이 아니야. 분명 저 빌어먹을 좌중랑장 황보숭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 게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아무리 지금까지의 전선의 이동과 공방을 되짚어보아도 이는 제가 격파한 주준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부분들이 많았다.


저와 같이 대국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 안에 세부적인 조처를 더해 제 노림수를 뒤집고 저를 반대로 압박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실력자라면 절대 주준이 될 수가 없다.


운이건 요행이건 일개 전선에 휩싸이거나 휘둘리고 그보다 더한 전장을 대국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지닌 이가 어찌 제겐 그리 무기력하게 패했단 말인가?


“그렇다곤 해도 동부의 경우 저들의 병력이 많으니......”


“정 뒤가 거슬리면 오천을 줄 터이니 영음으로의 후방을 지켜라. 아직 우리에겐 본대가 남아있으니 병력을 찢어 일만 오천으로 전면을 뚫고, 남은 오천으로 후방을 지켜 퇴각로를 보호한다.”


결국 막사 안에 자리한 지휘부는 파재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만한 인물이 없었고, 어차피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인 이상 차라리 적장의 목을 노림과 동시에 그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적의 군영을 차지해 저들의 중심을 갈라버리고 또 사례로의 진출로도 확보하는 것이 나았다.


“우리의 봄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수뇌부의 결정과 더불어 움직이기 시작한 황건적들을 살피는 외부의 움직임 또한 덩달아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 * *


특히나 서쪽 전선의 자리한 조조의 경우 말 위에 올라 작금의 상황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황판단이 빠르군요. 황건의 본대가 움직입니다. 파재를 비롯해서 그 밑에 부장들이라고 주르륵 있는 자들이 제법인 모양이지요?”


“그보다도 아프지 않은가?”


이내 전장을 살피던 그의 귓전을 일깨운 것은 이제는 그 부상에서 깨어나 얼추 정신이 돌아온 희지재였다.


허나 막상 그러한 그의 시선 속엔 그 얼굴에 흰 천을 둘둘 감고 있는 한 인영이 있을 뿐, 자신이 아는 희지재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불꽃 속의 제물이 되어 제 과오와 더불어 바쳐지고 남은 육신은 가히 속죄에 가까울 껍데기만을 남긴 셈이니 가히 그 육신과 거죽이 실로 일반인의 그것과 같으랴?


“쓰라립니다, 고통스럽지요. 허나 괜찮습니다.”


슬쩍 보기에도 그 천이 젖어 진물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임에 그 진물 한 방울에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신음하는 그였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할지 대저 그 정도의 화상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도 간접적으로 이를 체감할 정도였으나 그 속에서도 여전히 불꽃보다 더 일렁이는 눈빛을 보이는 그의 눈빛은 가히 살기를 넘어선 귀기에 가까웠다.


“이 이상 저 불길이 자리한 전장을 마주하는 것은 자네에게도 좋지 않음이야. 그리 겁을 먹고 횃불 하나 마주하지 못한 자네가 아닌가?”


“괜찮습니다. 그간 이를 조금씩 가까이서 마주함에 기절하고 쓰러지면서도 쉼없이 연습했고 또 가까이 자리하지 않으니 그나마 견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니 지금은 그 열기와 광채가 저를 동시에 일깨우지 않는다면 다시금 정신이 나갈 일도 없겠지요.”


“하지만 어째서 이렇게까지......”


“누가 뭐라고 해도 어차피 제게 더 이상의 봄날은 존재치 않습니다. 더는 제게 남아있는 것이 없지요. 돌이켜봐도 뭐가 남아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추억도, 기억도, 인연도, 과거도 모두 그 자리에서 다 타버렸지요. 뭐, 어찌 보면 저들과 실로 비슷한 모습이겠습니다.”


“지재.”


“그나마 겨우 붓을 쥘 수 있었거늘, 이제는 붓을 쥐는 것 하나조차 고통스럽습니다. 그나마 덜 쓰라린 허벅다리를 겨우 부여잡고 이리 말 등에 오른 것이 용한 게지요.”


그는 떨리는 제 손을 소매에서 꺼내 흰 천으로 둘둘 감긴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새하얀 천의 위로 덮어진 사람의 손이라 보기 힘든 징그러운 형상이 끈적임과 더불어 여전히 부들거리고 있음에, 저것은 과연 고통 그 하나만을 대변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 너머의 것들이 함께 드러나는 모습인 것일까?


“복수를 바라나?”


“되었습니다. 최소한도 이는 지금은 아니지요. 그보다도 부자사와의 관계는 제가 조언해드린 대로 잘 회복하셨습니까?”


“내 처음에는 이를 의심했지, 그대가 또 그자에게로 흘러가게 된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야.”


“제 본심을 아셨으니 이제는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하지만 걱정스러워. 이리 뒤바뀌어버린 그대가 바라는 그 끝이 무엇인지.”


“사람이 말입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하여 또 제 바라는 것을 이루었다 하여 좋아하게 되는 최고점이 있습니다. 한데 그다음부터는 결국 내리막길이란 걸 모르지요.”


“지재.”


“드높은 정상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그 사람은 과연 어찌 될 것 같습니까.”


“밀어버릴 셈인가?”


“그래야 똑같지요. 아,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어차피 똑같은 바닥에서 밀린 셈이나 저쪽은 최소한도 낙차가 존재하니 어쩌면 저보다 더 조금 더 아프고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자사는......”


“부자사가 주공의 앞길을 막는다 해도 그리 말씀하실 작정이십니까?”


조조도 더는 안타까움 속에 제 속내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


이미 한 차례 충돌로 말미암아 여전히 친우로서의 기억은 남아있음에도 얼추 그 마음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그때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 언젠가에서는 저도 이렇게 마음을 다잡은 그처럼 선택을 내려야 하지 않을까?


“그건 아니겠지.”


순간, 본가의 예언을 떠올린 조조였으나 이내 이를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기로 했다.


“허면 지금은......”


“저들을 토벌하는 것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어차피 작금에야 그 어떠한 의심이라도 모조리 받게 될 테니 말이지요. 무엇보다 저들도 이제 막 산을 오르기 시작했으니 다른 산객들의 시선 또한 신경 써야 합니다. 거기다 작금의 부자사는 저희의 적이 아니지요.”


그렇게 다시금 현실로 돌아온 희지재는 무서우리만치 자신의 감정을 통제했다.


더한 앞날을 예견함에 그 와중에도 현실을 중히 여겼다.


“지재, 우리의 봄은.......”


“옵니다. 허나 부자사와 함께했던 부자사와 영원토록 함께하기를 그렸던 그 좋았던 봄날은, 주공께도 또 제게도 더는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설사 그 봄이 찾아온다고 한들, 우리가 이를 봄이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도리어 더 신경을 쓰고, 더 속내를 감추며, 더 경계를 하겠지. 그 낯가죽 위로 즐길 것은 다 즐기고 그때로 돌아간 것 같겠지만, 설사 그것이 찾아와도 봄인지 아닌지 굳이 구별할 필요 없이 그저 흐르고 또 넘기게 되겠지.”


조조는 돌연 칼을 잡았다.


그것이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자 제 구린 속내를 가감 없이 밝히는 것은 그와 같은 입장 속에 동질감을 느끼는 희지재가 있기 때문일 터.


스릉-


“잘못 없는 사람은 없다. 순전히 그 복수를 다 받아들이며 포용하겠다는 것도 사람 명줄이 하나이며 그 몸뚱이 또한 하나인 것을 모르는 오만한 짓이다. 왜곡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외면이라고 해도 상관없지. 차라리 다 거스르고 다 비틀어라.”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입니다. 아무리 돌이켜도 저는 성인군자는 될 수 없는 듯하니 남은 생 또한 이리 살아야겠습니다.”


“허면 내 기꺼의 그대의 손이, 붓이, 그대의 칼이 되어주지.”


“주공.”


“허니 다리를 잃었다 절망하지 마라, 날개를 잃었다 절망하지 마라. 그대는 아직 나라는 이름의 다리와 날개를 잃지 않았다.”


“하아......”


희지재의 눈가에 물기가 맺혔다.


그 허연 천 위로 진물보다 고통스러운 눈물을 흘렸으나 그럼에도 그 고통은 도리어 웃으며 감내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느새 감읍한 마음에 두 손을 모은 그는 말 위에서 그대로 조조를 향해 그 몸을 거의 수그려 그가 내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예법으로 절을 올렸다.


“주공께 천하를 가져다드리겠습니다. 하늘 높이 주공을 모셔다드릴 것입니다. 허니 주공의 손으로 도탄에 빠진 이 나라를 구하십시오.”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그러려면 우선 서북면으로 이동해야겠지?”


이에 전율과 감동을 느낀 조조였으나 그 또한 지금은 그저 장밋빛 몽상에 그친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니 애써 전장으로 눈을 돌러 이를 외면하려 했다.


“우중랑장과 좌중랑장이 합심하여 적을 맞을 것입니다. 후방 또한 덩달아 차단될 것이며 의외로 남은 선택지는 내몰린 대로 사례에 가까운 서북면이 될 수밖에 없지요. 주된 전장은 양책현의 인근이 될 것이니 영수와 장사현 사이에 위치한 작은 강이 마지막으로 저들의 출입을 막아 세울 터. 그곳에 우리의 승리를 장식할 갈대밭의 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과연....., 서쪽 전선에 머무를 당시 이를 봐두었던 것인가?”


조조의 물음에 희지재는 말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오랜만에 한승에게 보여줄 자랑거리 하나가 생기겠군.”


그래서였을까?


조조는 문득 작금의 전장에 나선 적이 없는 황충 앞에 오랜만에 어깨를 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로 강맹하면서도 매력적인 무장.


신의와 인의를 알면서도 동정과 연민에 휩싸이지 않는 그는 함께하면 할수록 점점 더 자신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희지재 또한 이를 모르지 않으니 그는 고심을 이긴 충심 속에 남들이 잘 알지 못한 이야기를 하나 꺼내놓기로 했다.


“그를 얻고자 하신다면 소인보다 더한 노력을 기울이셔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려나?”


“최소한도 스승을 죽이려 했던 그를 구원하실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


물론, 그러한 희지재의 입장과는 별개로 이를 받아들이는 조조의 반응은 가히 펄쩍 뛸 정도였다.


“자네, 지금 자네의 이야기를 그리 아무렇지 않게 하는가! 자네가 내쳐졌다 하여 자학을 하고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후벼 파려는 것이야?”


오해에서 비롯된 소지가 있으나 그 충격은 그대로 다시금 조조가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송구하오나 주공 이는 소인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뭐라!”


“알 사람들은 다 아는 비사지요. 허유가 이를 들었는데 의외로 그 스승이었던 이가 자신을 구원해준 부자사의 공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스승이 먼저 제자를 죽이려고 내몰았고 그 속에 제자의 손에 죽임을 당하길 바라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인지 전승이자 계승의 방법인지는 완전히 파악을 못했습니다만, 아무튼 그러한 속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 말은......”


“악습을 철폐하고 고리를 끊었을뿐더러 그 둘 모두를 구원한 격이지요. 소인의 전 주공이라 하여 매양 성공한 것은 또 옳았던 것은 아니나 그 당시만큼은 실로 모두가 기억하는 영웅의 풍모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만큼이라 한다면 지금은 얼추 때가 탄 모양이지?”


“때가 타는 것조차 의미가 없을 정도로 본래 본성이 어두운 분이십니다. 그 하늘을 장식한다면 암천이라 어두운 밤하늘이 가장 잘 어울릴 정도로 말이지요.”


“그가 무조건 잔혹한 것은 아닐 터인데?”


“때로는 어둠 속이 더 맑고 포근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군, 그런 뜻이었어. 허어, 이것 참.”


그제야 그 모든 것을 얼추 이해하였는지 조조는 그 고개를 끄덕이며 애석한 탄식을 보였다.


“그의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봄날 속엔 부자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평생에 봄인 줄 알고 살아왔던 그 기억이 다시금 평생에 잊혀지지 않을 고통스럽고 시린 겨울로 돌변하였으나 다시금 그 속에 발을 들이며 이를 화창한 봄날로 뒤바꿔낸 것이 바로 부자사이십니다.”


“내가 그러한 봄을 다시금 한승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소인을 원하여 결국 소인의 마음을 얻으신 주공이시옵니다. 갈망하고 원한다면 언젠가 하늘이 이를 들어주지 않겠습니까?”


“의천이라, 계절을 빌어 내가 아끼는 이에게 봄을 선사해 달라 하늘에 기댄단 말이지?”


“하늘에 기대지 않고서는 거진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 되겠지요. 그만한 기억이 새겨지지 않는다면 한승에게 앞으로 찾아드는 매해의 봄날은 봄이되 그가 기억하는 봄이 아닐 것입니다.”


“봄이되 봄이 아니라? 다시금 그에게 봄을 선사한다 하여도 이를 그가 봄이라 받아들일 수 있으랴?”


조조의 바램과 욕망으로 얼룩진 심간은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시선 속에 졸지에 황충을 떠올리고 있는 그의 기억마저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조가의 불, 어쩌면 이를 두고 할 말이려나?”


그리 황충을 얻어내면, 그의 모든 것을 불태워 그 불길 속에 건진 그를 다시금 제 사람으로 만들어내면 그땐 정녕 저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작금의 조조는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이 제 가문에게 위협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었다.


봉명이자 야견인 그와 확실하게 척을 지게 된다는 것.


제가 만들어낸 위협 속에 제 가문이 덩달아 위협을 받을 위치에 놓인다는 것.


“확실히 잔나비가 호기심이 많지. 알고도 관심 없는 개보다야 잘 모르면서도 날뛰는 잔나비가 사고를 치기 쉬운 법이니.”


지난날의 기억이 집안의 유언과 뒤섞여 저만의 사고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조가의 든 개가 조가의 불을 끈다고 하니 내가 저지른 실수와 오판으로 네놈이 내 가문을 집어삼킨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앞뒤가 맞겠구나. 의천이라더니, 파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당장은, 작금의 내게 자중하라는 소리가 아니더냐?”


그렇게 제 사고를 정리한 조조는 고개를 들어 붉은 화마 속에 자리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실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봄에, 저 하늘을 보고서는 누구도 이를 봄이라 알아보지 못할 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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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26 잿더미현실
    작성일
    21.11.21 00:04
    No. 1

    여기까지 정주행하면서 잘 봤습니다. 대단히 정성들인 글이라는걸 느꼈고, 조회수와 댓글이 적은데도 이렇게나 성실하게 글 쓰시는 작가님께 감탄합니다.
    다만 읽다가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어서, 실례지만 조금 적어보겠습니다.
    우선은 주인공...인데 좀 많이 난잡합니다. 전생의 경험이라고 해야할까. 일단 비치는 부분에서 전생에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했고에 대해서 대강이나마 짐작을 가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런 경험을 해온 사람치고 뭐라고 해야할까. 많이 충동적이고 유치한 부분을 느낍니다. 인재욕, 그거 좋지요. 더불어 상황에 따라서 사람이 변할수도 있고, 때때로 충동적으로 선택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의 경우에는 그런 경향을 너무 자주 느낍니다. 하는 말도 그렇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때에 따라서 진중해야 할 때 갑자기 열이 올라 감정적으로 충동적으로 막 나가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떨 때에는 현자타임이라도 온 것마냥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데도 혼잣말처럼 의미심장한 말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기 힘이 미래의 지식, 그러니까 앞으로 벌어질 일이라던가, 누가 득세하고 누가 어떻게 되느냐라는걸 잘 알면서도 입에 날개라도 달린 것마냥 아무렇게나 그걸 풀어버리는 걸 보면 이놈이 정말로 뭘 하고 싶은건지 이해가 안 갈 때가 많습니다.
    덤으로 '들개의 머리'가 되겠다고 조조에게 말했는데도 막상 태도를 보자면 들개는 커녕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사람을 아끼는 건 당연하고, 덤으로 이용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정작 결과적으로 보면 아낌없이 퍼주는 나무가 따로 없네요. 진짜로 들개가 되어서 제 생각만 하자고 했다면 이리저리 빙빙 돌거나 저렇게 손해볼 일도 없을텐데 말입니다. 거기다가 때때로 '당연히'알 만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강 짚고 넘어가거나 남들 말을 듣고 나서야 아! 하고 깨닫는 경우가 많으니, 물론 배경에 대한 설명풀이와 전개에 대한 당위성을 위해서겠지만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저번에는 똑똑하게 굴던 이놈이 왜 지금은 빡대가리처럼 구는지 이해가 안 가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기왕지사 모든 걸 이용한다고 했다면, 왜 현대 지식을 쓰지 않는지도 좀 걸리적거립니다. 차라리 이 세상에 완전히 녹아들겠다고, 작정하고 현대기술을 봉인하겠다 마음먹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라면 얼마든지 이용할 부분이 많습니다. 안 그래도 작중 초반에 양겸더러 화약이라도 만들어주랴? 하고 대놓고 언급했으면서 화약은커녕 다른 기술들에 대해서도 일언반구도 없지요. 제 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와중인데도 그런 걸 생각하지 않는것도 좀 이상하고, 또 기껏 휘하로 끌어들였던 전위, 최강의 용장을 휘하에 들여놓고, 무상촌에 보낸다고 했으면서도 왜 뜬금없이 또 다른 곳에 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문이야 공손찬 따라 보냈다지만 전위는 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좀 많이 의문이었네요.
    요는 이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주인공은 대단히 수동적인 입장으로 변했습니다. 형주에 있을 때야 이것저것 능동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은데, 낙양 올라가면서부터 아무래도 하급자다보니 대단히 수동적으로 되었지요. 그나마도 곽승이나 유언 등 머리 굴려서 판세를 움직여보려는 시도를 하기는 했건만, 머리로는 삼국지 지식을 떠올리고, 입으로는 미래를 말하면서 행동은 자기 주변에 국한되는게 고작이니, 만남도 계획도 우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이 보여 얘가 생각을 하고는 사는건가 하고 느낍니다. 현재 주인공의 상태가 딱 그런데, 지장도 아니고 무장도 아니고 애매한 상태인데다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기질까지 강해, 주인공이긴 한데 자꾸 이리저리 휘둘리고 줏대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 참 들개...네, 비루먹은 개 같아서 참 많이 아쉽네요.
    그리고 글...장문의 심상표현과 언어표현에 있어 대단히 다양한 어법과 표현을 쓰셔서 저야 좋습니다만 너무 장황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굳이 이렇게저렇게 빙빙 돌려서 표현해야 하나? 하고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외전의 경우에도 중요한 사람 몇몇만 적으신 것 같기는 한데 그것도 좀 많이 않을까 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있어 주인공이 없는 자리에서 흐름을 이끄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은데도 실상은 별 관련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있기도 하고, 커다란 판세로 보자면 그 자잘한 이야기가 주인공의 행보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는데, 너무 자세하다고 해야할까. 그 사람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너무 길다보니 정작 주인공의 서사에 몰입하기 힘들기도 합니다.
    뭐 길게 댓글 적긴 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외전 너무 길어요! 주인공 더 보여주세요! 좀 더 주인공이 잘나가는 모습 보고싶어요! 그리고 뜬금없이 추가 빙의자 떡밥 던진
    협황자? 변황자? 한번 나오고 나선 등장도 없으니, 한창 주인공의 나비효과로 비틀리는 정국 속에서 객관적인 감상도 좀 보고싶긴 하네요.
    아무튼. 장문의 뻘글 적어두고 갑니다. 한 사람의 독자로서 잘 보고 있습니다. 건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1.11.28 19:20
    No. 2

    우선 장문의 댓글을 그것도 진심어린 내용들이 담긴 댓글을 남겨주신 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여 부족하나마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하여 말씀드리자면, 우선 이 글의 바탕과 기본 골조는 제가 어린 시절에 써놓았던 글의 재구성이라는 거고 그 와중에 고집스러운 관점과 잘못된 습관이 들어선 필법 그에 비해 부족한 필력등이 얽힌 총체적 난국에 가까울 문제가 뒤엉켜 그 어느것이건 쉬이 손을 댈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글입니다.

    하여 이러한 재구성과 외전 분량 문제 그리고 장기화된 연재 속에 관련 내용을 비롯한 주변 수습에 따라 많은 부분에 억지스럽거나 말씀해주신 빡대가리, 소위 시원하지 않은 답답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는 저도 인지하고 있는 바이며, 애초에 판을 벌릴 적에 거대한 삼국지를 그것도 4분할로 나눠서 아예 모조리 다 다뤄버리겠다는 미친 계획을 세웠던 과거의 저를 욕하며 계속 이를 선례삼아 거울 삼아 겨우 관련 내용인 1부를 수습하여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의미있는 소득도 있었고 직접 깨져가며 얻어낸 경험 탓에 또 고쳐도 고쳐도 끝이 없고 당장에 급하게 스토리를 빼고 무작정 완결 할 수는 없는 글이에 우선은 이 글이 지금까지 달려온 1부의 완결, 즉 이번 5장을 끝으로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이후에 관련된 이야기는 적어도 지금에 연재중인 신작의 진도를 최대한 빼면서(물론, 이것도 자꾸 장기화 되는게 진짜 제 고질병인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이걸 떨쳐냈다고 하면서도 아직까지 온전히 끝내지 못하였기에.) 추후 경험을 되살려 이를 압축시켜 언급해주신대로 주인공 중심의 능동적인 삼국지를 이어서 연재하고자 하는 계획은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1부의 완결을 목표로 나아가고자 하며, 그 뒤에 얼추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관련 이야기를 다룬 2부를 목적으로 달려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까지 부족하고 못난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드리며, 이것이 먼 미래의 일이 되지 않도록 되도록 가까운 미래가 될 수 있도록 정비해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짜 고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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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90 7 20쪽
426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7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3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8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3 8 21쪽
422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3 5 18쪽
421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70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60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3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6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08 7 30쪽
416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08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6 6 20쪽
414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2 8 20쪽
413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71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6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7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51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41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3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7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7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68 7 21쪽
404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79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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