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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들개의 머리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1.29 23:32
최근연재일 :
2021.11.18 02:42
연재수 :
427 회
조회수 :
219,764
추천수 :
5,508
글자수 :
4,187,164

작성
21.09.29 21:05
조회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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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7쪽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DUMMY

이곳을 지키기 위해 오천에서 사천으로 줄어든 병력이었다.


그러나 다시금 삼천으로 줄어버린 이들을 이끌고 도착한 양성현은 실로 제가 생각하던 것과는 그 분위기가 사뭇 달라져 있었다.


화아아악-


“뭣들 해? 어서 시체부터 나르지 않고!”


“거기, 놈들 옷가지 벗길 필요도 없으니까 그냥 가져오슈!”


“장작이 왜 모자란 것이야? 내 분명이 할당량 채워 놓으라 했을 텐데? 여기 책임지는 놈 내 앞으로 끌고 와!”


“날붙이만 챙겨라! 옷가지는 모조리 벗기고 시체랑 같이 태워버려!”


마치 전쟁이라도 치른 모양새인 듯, 붉은 홍염을 토해내는 시커멓게 변해버린 구덩이들 사이로 검은 잿더미가 뒤섞인 지독한 연기가 연달아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수레를 이용해 시체를 태우고 죽은 이들의 물건을 정리하는 이들과 그 주변에 자리한 관병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을 감독하는 군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푸르르릉-


오죽하면 제가 타고 있는 흑마 또한 이를 느낀 모양인지 투레질을 함은 물론, 제 고개를 휘적이며 시커면 연기 속에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독기에 거부반응을 표했을까?


“......!”


허나 그럼에도 그 이질감 속에 무언가를 떠올린 저는 그 눈살이 찌푸려질 광경 속에서도, 그 역한 시체 태우는 냄새 속에서도 알게 모를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와 같다.”


“예?”


“양성현에서, 과희를 마주하였을 그때와 같다.”


“아, 아니! 주공! 아니, 급하게 어디를, 지금!”


“너희는 일찍이 내가 내린 명을 알아서 수행토록 해라! 나는 잠시 볼일이 있으니 먼저 자리를 비워야겠다, 이럇!”


놀란 이들이 저를 붙들려 하였으나 저는 그 찰나를 참지 못하고 그 시커먼 풍광의 한가운데로 고삐를 쥐며 말을 내달리고 있었다.


“여기 책임자가 누구냐! 본관은 부자사이자 형주군을 이끌고 있는 봉명이다!”


“어이구, 이거! 갑자기 높으신 분이!”


때아닌 저와 형주군의 등장으로 양성현의 현장을 책임지던 이들은 난리가 난 모양새였다.


“과희는, 과희는 어디 있느냐!”


허나 어느덧 책임자라고 하나, 둘 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이들 속에서 자신은 과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과희야! 내가 왔다! 내가 이곳에, 양성현에 다시 왔느리라! 허니 모습을 드러내라! 어서 모습을 드러내란 말이다!”


끊어진 인연의 실이 마치 기적처럼 제게 닿은 느낌이었다.


신이, 하늘이 그간의 제 노고를 알아주기라도 하듯 전혀 예상치 못한 기회를 제게 선사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웅성웅성-


“과희가 누구야?”


“아니, 그래도 복색도 높아 보이시는 양반이, 저리 군대까지 끌고 왔으니 꽤 높으신 분일 텐데, 자네 상관 중에 혹시?”


“아냐, 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지. 우리가 이번에 기도위 밑으로 배속되긴 했지만 그래도 새로 마주한 상관 나으리들 중엔 그러한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었어. 그래도 저 나으리 깃발을 보아하니, 얼마 전 예 있으시던 분이시구만.”


허나 그 와중에 과희란 이름은 아는 이들은 없었고 그나마 그 와중에 실마리라고 잡게 된 것이 얼추 저를 알고 있는 것 같은 군관이었다.


“기도위, 지금 기도위라 했더냐?”


“어, 어이구! 예, 저희는 그 본디 이곳 양성현의 속군이온데 얼마 전, 부자사께서 자리를 비우시고 나서 새로이 기도위께서 이 근방 전체를 책임지신다는 지시를 받게 되어 그 소속이 되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래......”


결국, 과거와 연이 닿을 것 같았던 이곳에서 마주하게 된 것은 전혀 뜬금이 없는 조조였다.


물론, 조조 또한 그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지가 오래된 것은 물론이니 반가울 법도 하겠으나 막상 제가 바란 대상은 아니었기에 저는 턱하니 차올랐던 격정적인 기대가 절로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긴, 이건 제가 생각해도 이는 너무 작위적인 일이었다.


인연이 시작된 자리에 헤어진 인연을 마주한다는 것이 어디 실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허나, 그러던 차에 그러한 자신의 상념을 깨우는 말발굽 소리와 목소리가 들렸다.


다각- 다각-


“이게 무슨 일이지? 내 분명 어제 치른 전투의 상흔을 완벽히 지워내라고 했건만 어째서 이리들 한데 모여 있는 것이야?”


“아이고, 이거 희 장군 나리 아니십니까?”


“.......!”


제게 아주 익숙하고 반가운 그 소리.


당당한 자태와 더불어 흔들림이 없는 아주 낯익은 그의 목소리.


“스읍! 이 사람아, 희 장군 나리가 아니고! 희 참모 나리! 아니면 희 아장 나리라 불러야 맞는 게야! 그게 아니면 아예 희 최진사, 희 진사 나리라고 하던가!”


“되었네, 나를 뭐라 부르건 무슨 상관이 있겠나. 그보다도 어인 소란이지? 저 군사들은 뭐고?”


허나 그 목소리만으로 과연 그 대상을 판별할 수 없음에도 저는 이기적인 희망을 품었다.


“희, 그래. 분명, 희라 했다. 그러니까 너는......!”


푸르릉-


그렇게 순간의 고삐를 비틀어 말머리를 돌려 마주하게 된 이는 역시나, 한때 끊어졌던 인연의 끝이었다.


“과희야-!”


“........”


그러나 막상 그러한 인연을 마주한 이쪽은 그 반가움이 기쁨을 넘어선 희열과 감동에 다다를 정도로 격정적인 감정을 표출할 지경이건만, 어째서인지 제 앞에 자리한 이는 그러한 저를 무심하고 또 쓸쓸한 낯빛으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과, 과희야?”


그 묘한 분위기를 느꼈던 탓일까?


졸지에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둘 속에 자리하여야 했던 이들은 그 무거운 침묵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이내 저들끼리 알아서 떠들기 시작했다.


“아, 아이고! 이게 뭔가 소개가 필요할 듯 싶은데, 그러니까 여기 계신 이분께서는, 그 일전에 이곳을 방문하셨던 형주군을 이끄시는 부자ㅅ......”


“알고 있다.”


“예?”


“알고 있으니 문제가 없다. 허니 이만 가보거라.”


“예, 옛! 그리하겠습니다! 허, 허면 말씀들 나누십시오. 야, 뭣들 해? 그냥 빨리 와, 들! 높으신 분들이 대화를 하시겠다잖어, 지금!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허나 정작 싸늘하게 돌아온 그 답변으로 말미암아 졸지에 겁을 집어먹은 이들은 저들끼리 놀란 가슴 진정하며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비켜주었다.


“과희야.”


“따라오십시오. 할 말이 많습니다.”


매정하다 못해 서늘하기까지 한 그의 모습에 저는 알게 모를 벽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허나 막상 저를 마주한 그의 눈에 자리한 슬픔을 보았기에 저는 그에 대한 그 어떠한 언사도 쉽사리 꺼낼 수가 없었다.


대체, 대체 왜 저리 변하였을까?


스스로 작별을 고한 이를 내 억지로 찾아내 그 결심을 욕보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감춰진 신분이자 이명을 무례하게 함부로 밝혔기 때문인 것일까?


그렇게 천천히 고삐를 쥐고 걸음을 내딛는 그의 뒤를 따른 저는, 아주 익숙한 풍경이 자리한 곳을 향해 그가 말을 몰고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긴......”


“말에서 내리시지요. 고인에 대한 예가 먼저입니다.”


부족하나마 나무로 만든 가묘이자 위패가 자리한 봉분.


허나 어째서인지 지금은 온전하게 만들어진 무덤과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양겸의 봉분 앞에, 과희는 다시 한번 의관을 정제하고는 천천히 죽은 이를 향해 절을 올렸다.


그도 모자라 향을 피우고는 이내 주변에 자리한 잡초들을 뽑으며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설마....., 네가 이를 뒤바꾼 것이더냐?”


“.......”


“과희야!”


“우연이었습니다. 기도위를 통해 주공께서 이곳에 온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실감이 나게 되었지요. 물론, 그 후로도 주공을 마주하진 않았으나 그 대신, 주공이 자리를 비운 차에 좌중랑장에 명에 따라 다시금 이곳에 발을 들이니 참 많은 것들이 생각나고 또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저 제게 내보이는 것은 그 뒷모습뿐이었으나 그럼에도 여전히 떨림이 멈추지 않는 그의 전신으로 말미암아, 저 또한 그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힘들게 살아왔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스로가 남긴 과오이자 자신의 과거이며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을 회피한 대가.


거기에 더해진 저에 대한 배신에 이르기까지.


이는 이문을 통해 보다 자세하게 제게 전해진 것이니, 저 또한 어찌 그를 두고 눈물을 보이지 않았겠으며 어찌 그를 그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그의 부상이 안타까웠고 그와의 이별은 더더욱 힘든 것이었다.


“아프진 않았더냐? 힘들지는 않았고?”


“.......”


“배신이라니, 가당치 않은 일이다. 누가 나를 배신했단 말이냐? 나를 배신한 이는 따로 있다. 그리고 그들은......”


저 또한 멈출 줄 모르고 새어 나오는 기억 속에 흘러나오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저만의 비좁은 시선과 고집을 이상이라 추구하던 괴량이나 서구와 같은 이들이라면 또 모를까?


제 눈앞에 자리한 이는 실로 제게 충성을 다하는 이였다.


“주공!”


허나 여전히 제게 등을 보이는 그는 이를 칼같이 끊어냈다.


“저는 배신잡니다.”


그도 모자라 다시금 맞닿으려는 이 인연의 실을 도리어 스스로가 거부하고 있었다.


“과희야, 그 무슨......!”


“맨 처음 주공을 만난 이후, 그러한 주공을 직접적으로 따르기 전까지 이 묘소 앞에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로 주공을 따르며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리 주공을 배신한 뒤에 우연히 마주한 정가의 호족으로 말미암아 얼추 생각이 깨였지요.”


그랬다, 저를 스쳐 간 이들 중에 분명 정욱이 있었다.


그가 제게 남긴 그 마지막 배려이자 충의인 것을 정작 저는 담아내지 못하였으니, 그러한 정욱에게 작은 표식 하나 남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차에 저는 조 공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뭐라? 지금 뭐라고?”


“제 부러진 두 팔, 더는 검도 붓도 쥐지 못할 이 두 팔. 이를 고쳐주신 분이 조 공이십니다.”


‘애초의 남의 사람을 빼앗았으니 그 정도 각오는 해야지. 그리고 그 마음, 나라고 크게 모를 것 같지는 않네만.’


찰나의 기억이 파도와 같이 들이닥쳤고 이는 곳 제 사고를 그대로 때려버림에 제 내면이 그대로 흔들렸다.


“조조가....., 그러니까, 맹덕이 너를....., 하아.”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 충격을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까?


믿었던 이에게 느낀 배신감과는 별개로 그보다 더 크고 일렁이다 못해 산산이 찢기는 것을 보아도 시원치 않을 답답하고 무거우며 거슬리다 못해 그 명줄을 끊어놓고 싶은 무언가였다.


그렇기에 저는 멀미에 가까울 어지럼증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뇌리가 쪼이는 것 같은 두통을 느꼈다.


어떻게 된 것이, 이리도 세상을 이기적으로 살아만 가고 있을까?


어떻게 된 것이 제 주변에 자리한 모두가 이토록 저만을 위해 제게 해를 끼치는 선택과 결단만을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을까?


모든 것이 답답했고 모든 것이 역겨웠다.


그러면서 친한 척, 갖은 가증과 노력이 덧댄 모습을 보여주니 그래서 그가 저를 그리 의뭉스러우면서도 깊은 표정으로 저를 보았을까?


‘사람이 죄를 지으면 언제고 미안함이 생기는 법이지. 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보다 가까운 이에게 죄를 지었음에도 그 미안함이 느껴지지가 않아. 그래, 마치 본래의 것을 되찾은 느낌일세. 이제야, 이제와 좀 비등한 것이 해볼 만하다는 느낌이 들어.’


“조조.....”


‘그래, 허니 너무 마음 쓰지 말게. 선택은 사람이 내리는 게야. 서로의 합의를 넘어선 관계는 그다음서부터는 어찌 될지 모르는 것. 이를 전제로 그 결과가 어찌 되건 간에 이는 누구의 잘잘못을 운운할 수 없네. 사람의 인연이란, 본디 그런 것이야. 물론, 그 배신감으로 말미암아 일이 커지거나 그릇될 순 있겠지만......, 그 또한 내 일이 아니라면 충분히 지켜봄 직하지 않은가?’


“그래서 내게......”


‘선택의 뒤에 찾아오는 후환(後患)은 없네. 이미 그 선택에 앞서 다들 한 번쯤은 고심했던 것이 바로 후환 아닌가? 알고도 택했으니, 겸허하게 그 운명을 받아들여야겠지.’


“.......”


스릉-


“주공, 지금 뭣하시는 겁니까!”


그 이성이 끊어지듯, 순간의 결단은 내린 저는 제 허리춤에 자리한 칼을 그대로 뽑던 차였다.


이에 놀란 표정의 과희가 저를 향해 소리를 지르지 않았더라면, 아예 그 뿌리까지 모든 칼날이 뽑혀 나왔을 것이다.


“왜, 내가 예서 이를 참아야 할 연유라도 있더냐?”


“제가 내린 결단입니다! 제가 선택한 결과입니다! 헌데 어째서, 어째서 애먼 조공을 향한 분노를 드러내십니까!”


처음으로, 처음으로 그에게 화가 났다.


“네가 내린 결단이라고?”


“그러합니다. 허니 애먼 이를 향한 분노를 거두시지요.”


“애먼 이라고?”


저는 그와 헤어진 이후, 그토록 그를 찾아 헤매었는데 정작 그는 그런 제 발버둥과 간절함 따위보다 조조를 더 중히 여기는 듯 보였다.


“제가 내린 결단이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렇구나, 너는 지금 내게 화를 내고 있구나.”


“그거야, 주공께서 답답하게 원체 말을 듣지 않으시니.....!”


순간, 제게 목청을 높이던 과희가 놀라 제 입을 틀어막았다.


흔들리는 눈빛 속에, 그 또한 자신의 실수와 과함을 깨달았던 것일까?


“나는 네게 무엇이더냐?”


그래서 저는 더더욱 더 그에게 하고픈 말들이 생겼다.


“네가 없어진 이후, 네 말대로. 네 노력대로. 나는 네 남긴 흔적을 좇아 네 염원대로, 너를 위해 그리 살고자 노력했다.”


“주, 주공!”


“당장에 말이다, 그때 이후, 곧바로 이문 놈을 붙잡아 무릎 꿇렸어도 나는 그 속에 너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그 속에서 너를 그렸고, 그리 너를 생각하며 웃었다.”


“그러니까, 이는......”


“그 후로도 많은 시절과 고난이 있었고 또 그 속에서 중한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함에, 이를 내려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그 속에 담긴 너를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너를 끝까지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나는 끝까지 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속에 담긴 응어리들이 울었고, 그 기억들이 모조리 무너지고 있었다.


그 모든 시간들이, 노력들이 지워지는 것은 물론, 저라는 존재 또한 함께 지워지는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허상이 있다면 이러했을까?


마치 찰나의 꿈과 같은 그것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은 그 기억들은 언제고 그러했냐는 듯 그 모든 것이 뿌옇게 변해버린 채, 더는 제 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아침 날의 물안개처럼 자연스레 사라지고 있었다.


제게 남은 것은 없었고 그 속에 자리한 것은 그저 눈앞에 자리하고 있는 저 어디에서 본듯한 익숙한 인영, 그 하나뿐이었다.


“그런데도 너는, 결국 내게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뭐라 하시든, 제가 따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돌아올 수는 없느냐?”


“불가합니다.”


“정녕, 불가한 것이더냐?”


“......, 송구하옵게도 정녕.”


크나큰 갈등의 끝에, 오랜 침묵의 끝에 그에게서 그 답을 듣고 나니 실로 모든 것이 허무했다.


“그렇구나.”


“차라리 잊으십시오. 그도 아니 되신다면 욕하고 저주하셔도 좋습니다.”


“과희야.”


“소인은 과희가 아닙니다. 소인의 명은 희지재, 그리고 그러한 소인은 이제......”


“하지 말거라.”


“......이제, 조공을.....”


“하지 말란 말이다-!”


까앙-


그 와중에 남아있는 이 분노와 슬픔은 무엇이었으랴?


어느새 제가 내던진 칼은 바윗돌에 맞아 바닥을 나뒹굴었고 그러한 제 눈가에는 알게 모를 물기가 맺혔다.


“하아아....., 용서하십시오. 아니, 욕하고 저주하십시오. 저는 본디 이러한 이입니다. 못나고 그릇된 본성을 지닌 인물이지요. 그럼,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주공, 아니 부자사께선......, 죽은 이의 앞에 남은 애도를 마저 표하시길 바랍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에도 그 떨리는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었다.


실로, 모순적이지 않은가?


그는 그 스스로 작금의 저와의 모든 것을 도려내며 그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끄흐으윽.......”


그렇기에 그가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제 눈앞에 그 남은 잔상마저 남게 되지 않는 그 순간까지 저는 흐르는 감정과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희지재......, 희지재애애애애!”


그리고 새로이 번듯하게 세워진 양겸의 봉분 뒤에서 이러한 제 절규와 울음을 들으며 그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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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소설에 관하여 +4 20.01.30 2,839 0 -
427 5장 34화 – 설사, 봄이 찾아와도 그것이 봄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없게 +2 21.11.18 391 7 20쪽
426 5장 33화 – 더는 이 땅에 봄이 찾아들 수 없게 21.11.12 168 4 17쪽
425 5장 32화 – 되찾은 황건의 봄(2) 21.11.08 154 6 22쪽
424 5장 31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2) 21.11.06 159 7 30쪽
423 5장 30화 – 정쟁이 전장에 낳은 파국(1) 21.11.02 154 8 21쪽
422 5장 29화 – 되찾은 황건의 봄(1) 21.10.29 165 5 18쪽
421 5장 28화 – 견원지간(犬猿之間) 21.10.26 172 5 25쪽
420 5장 27화 – 걱정 속의 격동(2) 21.10.25 161 7 25쪽
419 5장 26화 – 걱정 속의 격동(1) 21.10.23 174 6 21쪽
418 5장 25화 – 스승과 제자(2) 21.10.21 157 7 27쪽
417 5장 24화 – 스승과 제자(1) +2 21.10.20 209 7 30쪽
» 5장 23화 – 죽은 이와의 재회, 산 자와의 이별 21.09.29 210 6 17쪽
415 5장 22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2) 21.09.25 178 6 20쪽
414 5장 21화 – 사람 위에 자리, 자리 위의 사람(1) 21.09.16 184 8 20쪽
413 5장 20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3) 21.09.10 174 7 18쪽
412 5장 19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2) 21.09.06 157 7 24쪽
411 5장 18화 – 하늘의 농간, 그 속에 발버둥 치는 짐승(1) 21.09.02 159 7 20쪽
410 5장 17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3) 21.09.02 152 8 22쪽
409 5장 16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2) 21.09.02 142 7 23쪽
408 5장 15화 – 하늘과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짐승을 위하여(1) 21.08.26 175 7 20쪽
407 5장 14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2) 21.08.26 168 7 23쪽
406 5장 13화 – 후한의 명장과 개혁을 꿈꾸는 야심가(1) 21.08.26 159 7 19쪽
405 5장 12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을 넘어선 변수 21.08.23 173 7 21쪽
404 5장 11화 – 물수리와 뱀, 그들이 마주한 전장 21.08.23 181 6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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