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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號Tiger 님의 서재입니다.

왕들의 실종시대-The Age of Lost Kings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6號Tiger
작품등록일 :
2020.04.08 10:15
최근연재일 :
2021.08.06 09:26
연재수 :
40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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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92
추천수 :
1,201
글자수 :
1,367,288

작성
20.05.0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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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4
추천
22
글자
8쪽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

DUMMY

가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누가 말을 해주지 않아도 오래 살다보면 터득하게 된다. 시간을 가늠하는 시계를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저 멀리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와 간언을 속삭이는 이들의 부재에서 태어나는 깨달음에서 왕은 알 수 있었다.

12살의 나이로 아버지 토마스 롱포드를 따라 출전한 전쟁에서 진정한 영웅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았다. 그 스스로도 동부의 군마에 오른 위대하고 거대한 불굴의 영웅을 찍어 넘어뜨렸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한가득 붉은 색을 가득 품고 있는 저녁노을이 드리워진 것처럼 영광은 이제 어둠속으로 잠겨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문을 두드리며 외쳐대는 출신 모를 새의 지저귐 아래로 이제는 수척한 왕과 왕국의 그림자만이 남아 있었다.

고독, 비탄과 지리멸렬함만이 남아 있는 아버지의 유산은 헐겁게 유리를 끼운 창틀처럼 마구 흔들리며 비틀어졌다. 깨진 유리조각으로 비틀어 썩어버린 자신의 육신을 뒤틀어 고여 썩은 피에 질식해도 폐부에 빗물처럼 피가 스며들어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언젠가 그런 왕이 있었다라고 세인들은 평할 것이다. 왕좌에 그리 어울리지 않은 인물이었다고 말하면서 이 윌레스의 모든 것이 기록된 장을 가볍게 덥고 페이지를 넘기면 분명 이렇게 기록될 것이다.

위대한 찬탈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자신의 것을 지켜낸 일국의 태양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스릴 가치도 없는 우왕좌왕하는 깨진 유리 거울 같은 조각난 왕국을 겨우 붙잡고 있는 왕이라고 말이다.

이제 자신이 사라지면 곧 다가올 가을처럼 왕국에 찬란한 퇴색의 계절이 찾아올 것이다. 윌레스 롱포드는 가죽과 뼈로 고정된 핏덩이가 이제 옥체가 아니게 됨에 감사했다. 그 스스로 가장 숨기고 싶었던 절대자의 뜻을 이제 자신의 피로 속죄할 것임에 기뻤다.

아버지 토마스 롱포드는 킹스힐이라는 두 번 다시 찾아가 보지 못한 곳에서 그 얼굴에 씌어진 황금으로 장식된 표지를 뜯어냈다. 윌레스는 경멸스러운 지배자이며 반역의 왕이 쓰러지고 자신이 탐욕과 영광에 무릎을 꿇고 광대가 되어 그 위에 올라탐에 최고로 감사했다.

‘바라건데 또 한 명의 윌레스가 이 왕국을 다스리게 된다면 그 자는 부디 악랄한 배신자였으면 좋겠다. 배신당한 윌레스와 아버지를 배신한 배신자 윌레스······. 그래서 역사의 저울이 비로소 춤을 추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전에 익숙해져야 한다. 윌레스는 자신의 육신에 깃든 온 몸에 열이 오르고 종기가 돋아나며 고름 냄새로 제대로 숨을 쉬기 힘든 치욕과 설움, 비탄과 굴종을 스승으로 섬겨야 한다.

이제 낙하해야 하며 기꺼이 저 아래로 떨어져야 한다. 아니 왕은 쓰러지지도 떨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피를 쏟아내며 공기보다 가벼운 단검과 같은 용기와 명성을 품고 황금의 정원으로 떠나야 한다.

“······대왕······.”

“······전하! 전하!”

누군가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온 몸이 하늘 위에 떠올라 있었던 것 같은 오랜 시간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이 지나고 자신을 내려 보는 여러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다. 다들 온갖 표정으로 걱정을 드러내고 있지만 모두 한마음이 아닌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대왕이라는 칭호를 가진 롱포드 왕가의 윌레스는 눈을 깜빡이고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은 육신이 윌레스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늘 소망했던 것처럼 전쟁터에서 죽는 것이 아닌 침대에서 이루지 못한 일을 안타까워하며 마지막을 맞이할 것이다.

“내가 오래 꿈을 꾸었나?”

“너무 늦게까지 주무셨습니다. 전하. 이제 남쪽 던시에서 티버톤 경과 윌리엄(William) 왕자님께서 돌아오실 것입니다. 일어나실 수 있으신지요?”

“일어나야지. 나를 위해 나의 칼이 되어 저 남쪽을 여행하고 온 두 영웅의 귀환을 환영하는 자리인데 말이야.”

“모두에게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윌레스 대왕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어 했지만 육신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금 강한 의지에 지배된 왕의 옥체는 아주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움직임을 보였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초라하거나 투박하지 않은 장식이 되어 있는 실내의 가운데는 비어 있는 접시가 놓여 있고 가운데 음식과 술이 가득 담긴 탁자가 놓여 있었다. 10명은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탁자였는데 초가 없는 촛대가 음식 중간에 다섯 개 놓여 있었다.

그 자리에 오직 두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한 사람의 얼굴과 드러난 팔다리에는 상처와 흉터들로 가득했다. 피할 수 없는 세월을 받아들인 육신이고 오른쪽으로 목이 기울어져 절대로 똑바로 상대를 볼 수 없었다.

바로 이렇게 망가지고 비틀어진 육신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단단한 사람이 바로 티버톤(Tibberton) 가문의 수장 도널드(Donald)다. 퇴색한 검은 머리카락 곳곳에 겨울이 내려앉았지만 맹수 같은 눈빛 그 자체만으로도 보통 사람은 절대로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잡아 죽일 수 있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이 남자가 모든 무기를 다루고 전투에서 거의 최고 수준에 올라 있다는 것이다. 그 앞에 마주 앉은 사람 또한 키가 크고 몹시 생김이 잘난 사람이다.

잘난 얼굴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약해지게 만들 수 있는 세바스찬(Sebastian)이다. 온유하면서도 열망이 높은 이 남자는 아버지 못지않은 실력자로 아버지의 검술을 모두 익히고 소드 마스터 중의 소드 마스터 올리버 호싱턴(Oliver Horsinton)의 수제자였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오직 침묵만이 모든 것을 밀쳐내고 있었다. 잠시 뒤 문이 열리고 키가 크고 턱수염을 기른 약간 허리가 굽어 있는 나이가 들어 있는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목에는 황금으로 장식된 목걸이를 걸고 있고 화려한 금실과 은실로 장식된 의복을 착용하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선 도널드와 세바스찬을 지나친 그 남자는 천천히 탁자의 상석 오른 쪽에 있는 의자에 섰다. 도널드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케인(Kane) 백작 오래간만이오.”

“티버톤 경과 함께 탁자에 앉게 되니 참으로 영광이오. 곧 전하와 왕자님께서 오실 것이오. 잠시 기다려 주시오.”

“알겠소.”

잠시 뒤 다시 자리에 앉으려 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약간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 갈색 머리에 녹색 눈을 가진 키가 크지만 얼굴에 어린 빛이 역력한 청년이 안으로 들어왔다.

“윌리엄(William) 왕자님”

“최고 행정관 알프레드 케인 경. 도널드 경. 그리고 세바스찬 경.”

“왕자님.”

“왕자님.”

서로 가볍게 목례를 했는데 그 청년의 눈빛에는 한마디로 자긍심 그 자체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 서 있으니 가장 늦게 붉은 색이 잔뜩 들어간 망토를 걸친 윌레스 대왕이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섰다.

“오래들 기다리셨소. 주야로 고단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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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글인 왕들의 실종 시대를 연재 시작합니다.


이리저리 정신이 없이 바쁘기는 해도 글쓰는 재미 만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번 글도 전작의 용맹의 바퀴처럼 마음 먹은 그대로 끝까지 써보겠습니다.


갑자기 더위가 찾아온 지금...다들 건강 조심하시구요.


모두 화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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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X 21.08.04 49 2 6쪽
403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X 21.08.03 49 2 6쪽
402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X 21.08.02 43 3 7쪽
401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IX 21.08.01 48 2 7쪽
400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1 21.07.31 46 3 6쪽
399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30 41 3 5쪽
398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29 39 2 7쪽
397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28 35 2 6쪽
396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27 40 4 7쪽
395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26 37 3 6쪽
394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24 41 3 8쪽
393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22 38 2 8쪽
392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21 38 3 8쪽
391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19 35 4 6쪽
390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18 36 2 7쪽
389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17 52 4 6쪽
388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16 43 3 6쪽
387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14 49 3 6쪽
386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13 41 3 6쪽
385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11 39 4 6쪽
384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10 39 3 6쪽
383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08 44 3 6쪽
382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06 39 1 7쪽
381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05 48 4 7쪽
380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04 49 2 9쪽
379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03 40 4 7쪽
378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7.01 38 3 10쪽
377 The day of the dead moon Part-VIII 21.06.30 62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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