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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ROH 님의 서재입니다.

찰즈강 살인사건

웹소설 > 자유연재 > 추리

DANROH
작품등록일 :
2018.04.09 12:23
최근연재일 :
2018.06.06 14:45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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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79
추천수 :
425
글자수 :
176,294

작성
18.04.09 13:43
조회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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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8쪽

제3화 - 하버드 경영대학원

DUMMY

하버드대의 대부분의 시설들은 캠브리지시에 있다. 예외가 경영대학원과 의과대학.


캠브리지에서 찰즈강을 건너 보스톤시에 있는 경영대학원으로 가는 다리. 백년은 족히 넘어 보인다.


벽돌을 쌓아 만든 회색빛의 다리는 세월과 무관한 듯이 버티고, 그 위를 최신의 자동차들이 지나가는 풍경이 초현실적이다.


“왜 그렇게 화가 난 거에요?”

경영대학원으로 가는 차 안.

운전석에 앉은 커널리에게 에리카가 묻는다.


“이 동네가 마음에 안들어.”

“도대체 뭐가? 하버드에 못 들어가서? 고삐리 때 공부도 잘했다며?”

“글쎄.. 하버드에 들어가지 못해 싫은게 아니라..

이 동네가 위선 덩어리라고 느낄 뿐이야.”

“어떤 의미에서?”

“곧 보면 알게 될꺼야.”


커민의 아파트를 수색한 경찰은 그가 자택에서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외국인 대학원생에게는 너무 고급이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는 경비가 철저하고 CCTV에도 이상한 외부인의 출입은 없었다.


내부에도 무엇하나 흐트러진 것이 없었다. 커민이 이십대 후반의 남성치고는 매우 정돈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이 초동 수사의 소견이었다.


붉은 벽돌에 곤색의 기와가 올려진 건물들이 모여 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아직 학생들의 왕래가 적어서 그런지 한산하고 속세와 떨어진 느낌을 준다.


커민의 지도교수인 벤자민 로젠버그의 연구실이 있는 층에는 접견실이 따로 있어 비서가 안내한다.


“얼마나 놀라셨습니까?”

연방수사관 에리카가 인사를 건네자 로젠버그는 눈을 깔고 악수를 청한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악수를 하는 사람은 에리카의 기억 속에 많지 않다.


녹색이 은은히 도는 두꺼운 렌즈의 안경을 끼고, 금빛 머리칼을 2대 8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빗어 넘긴 로젠버그. 흘러 내리는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는 것이 습관이 된 듯하다.


44세.

배우자는 브랜다이스 대학 생물학과 교수. 자녀는 없다.

전공은 금융학으로 증권시장론 분야에서는 학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커민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에리카의 질문에 로젠버그는 대단히 어려운 질문을 받은 듯 머리칼을 두어 번 쓸어 올리고 대답한다.


“많은 중국 유학생 중의 하나지요. 그들은 모두 비슷해서 개별적으로 특징이 별로 없어요. 그저 조용하고.. 특히 기억할 게 없어요.”


“그 아버지가 중국공산당 최고의 정치국원인데도 말인가요?”

커널리가 퉁명스러운 말투로 묻자 로젠버그가 그를 쏘아본다.

안경알 때문인지 연두색 눈동자의 촛점이 어디인지 얼핏 파악이 안된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는 중동의 왕세자, 유럽의 왕족, 한국의 재벌2세 등 쟁쟁한 가문의 자제들이 유학을 하고 있어요. 중국 정치국원의 아들이라고 특별히 기억할 이유는 없습니다.”


에리카가 커널리와 시선을 교환하고 다시 묻는다.

“커민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가요?”


“작년 크리스마스 전에 과제물 제출이 다 끝나고.. 중국금융시장을 연구하는 학생들이 따로 모여 하버드 스퀘어 중화요리집에서 저녁을 같이 했는데.. 그렇니까.. 12월 22일쯤.. 그래요, 그 날이 맞아요. 금요일이었어요.”


“커민의 교우관계 등 혹시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별로 없어요. 개인적인 사항을 알 만한 관계가 아니니까.”


이 말을 하며 로젠버그는 시계를 본다. 이제 가라는 신호이다.


접견실을 나오는데 로젠버그의 비서가 두 수사관을 바라보고 있다. 예사로운 눈이 아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에리카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고마웠어요.”

에리카가 인사를 하며 명함을 조용히 내밀자, 받아든 여자는 황급히 사라진다.


* * *


미국 역사에서 최초로 세워진 경찰서라는 보스턴 경찰서. 본부 건물은 유리창으로 휩싸인 현대식 건물로 도서관 같은 느낌이다.


커민의 시체가 떠오른 찰즈강은 보스톤과 캠브리지 사이를 흐른다. 따라서 캠브리지 경찰에서 관할권을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속 경찰관이 2천명이 넘는 보스턴 경찰이 이러한 거대한 사건을 경찰관 3백명이 안되는 캠브리지에 빼앗길 리는 없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등 뒤에서 씩씩거리며 주목하는 연방정부 레벨의 거대한 사건이다.


에리카와 커널리가 보스턴 경찰서에 돌아왔을 때 이미 사건의 수사본부가 차려져 있었다. 현직 경찰관으로는 최상위인 국장급이 본부장에 임명되었다.


오후에 열린 첫번째 회의에서 국장은 커널리와 에리카가 한 팀으로 움직일 것을 명한다.

남자 형사들이 휘파람을 분다.

“닥쳐, 이 자들아!”

눈을 흘기는 커널리의 입은 헤벌죽하다.


우선 발표된 것이 커민의 통화기록이었다. 대형 스크린에 투영된 통화기록 분석자료를 보며 에리카가 팔꿈치로 커널리를 툭친다.


“12월 26일에 로젠버그 연구실에서 커민에게 전화를 했잖아?”

에리카의 손가락이 로젠버그에게서 받은 명함의 연구실 번호를 가리키고 있다.


“그렇다면 로젠버그가 거짓을?”

“아닐지도 모르지. 로젠버그 사무실에 비서도 있고.. 여러 사람이 들락거릴테니.”

“그 비서라는 여자를 우선 만나봐야 되겠네.”

“음.”


* * *


여자는 울음부터 터트렸다.

로젠버그의 비서라는 30대 중반의 여자.

수잔 커비.

여러 색깔의 머리칼이 뒤섞여 엷은 포도빛 색을 띠고, 아직도 주근깨가 남아 있어 애띠어 보인다.


경영대학원에서 다리를 건너 하버드 스퀘어로 넘어 오면 초입에 있는 쇼핑몰의 지하 레스토랑. 학생들이 수시로 들락거려 춥고 어수선하다.


커피가 식어가는데 에밀리와 커널리는 손도 안대고 여자를 바라본다.

“로젠버그 연구실에서 오래 일했어요?”

커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코를 풀어대고, 그 소리는 레스토랑을 퍼져 나간다.


“보스톤으로 이사를 오며 취직했으니까··· 6년 정도···”

“그런데 왜 우는 거에요? 로젠버그 교수와 무슨 문제라도···?”

“그 새끼 개새끼에요.”

“무슨 소리에요?”

“색광이에요. 아무데서나 아무 시간에나···”

“그럼 당신도?”

여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작년 12월 26일에 커민에게 전화한 적 있어요?”

여자가 손을 바르르 떨며 종이 내프킨을 집어든다.

“했어요. 크리스마스 휴가인데 억지로 나와서···”

“무슨 일로···?”


“지난 1월에 로젠버그가 북경에 가서 강연하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커민하고 무슨 관계···?”

“그 강연이 커민이 소속하는 중국대화은행의 초청 강연이에요.”


“그렇다면 로젠버그 교수하고 커민이 가까운 사이네요?”

“당연하죠. 둘이 같이 클럽도 다니고···”

이 말을 뱉는 여자의 어투에 증오가 묻어있다.


“클럽이요?”

에리카가 눈을 크게 뜨며 묻자 여자가 당황하는데, 공포심이 눈을 채운다.

“아니.. 잘은 몰라요.. 그런 소문을 들었을 뿐..”

“네..”


이때 커널리가 끼어든다.

“그 강연에 로젠버그는 갔습니까?”

“아니요. 못갔어요. 취소되었다고 들었어요.”

“왜 취소 되었나요?”

“그것까지는 제가.. 다만 전부터 학교하고 벤하고 사이에 트러블이 좀 있기는 했어요.”


“로젠버그교수를 벤이라고 부르는군요.”

에리카가 끼어든다.

“오래 된 사이니까요..”

“흠.. 커민에게 다른 일로도 전화를 가끔 했나요?”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골프장 예약할 때 더러 했어요.”


“골프장.. 그럼 두 사람이 골프를 같이 치나요.”

“아주 좋아해요. 그리고 중국에서 손님이 오면 같이 라운딩을 해요.”


두 수사관이 시선을 교환한다.

그때 여자가 일어난다.

“아이를 픽업할 시간이라.. 제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데.. 어려워서.. 이 직장을 잃으면 안되요. 그러니 앞으로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charles river map.jpg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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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 by******..
    작성일
    18.04.10 11:19
    No. 1

    오랜만에 흥미로운 추리소설을 접할수 있을것 같다 글을 읽다보면 작가의 추리력과 해박한지식이 가까이 와 닫는것같다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신나는작가
    작성일
    18.04.15 10:50
    No. 2

    정말 해박한 지식으로 탄탄하게 받쳐주는 글입니다. 우왕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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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마지막 화 – 남기고 간 말들 +5 18.06.06 500 8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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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44화 – 김소영 살인 청부 18.06.04 439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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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38화 – 마지막 여행 +1 18.05.17 489 8 12쪽
37 제37화 – 두 명의 장군 18.05.17 49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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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33화 – 버려진 시체 18.05.15 489 7 11쪽
32 제32화 – 의붓아버지 18.05.14 500 7 8쪽
31 제31화 – 정략결혼 18.05.13 479 7 7쪽
30 제30화 - 불법체류자들 18.05.12 488 8 7쪽
29 제29화 -반도금융그룹 회장 +1 18.05.10 532 7 8쪽
28 제28화 – 곤도 후미에 죽음 +1 18.05.09 515 8 8쪽
27 제27화 – 고베항 부두 18.05.08 515 7 9쪽
26 제26화 - 한국계 다나카 히로시 18.05.07 518 9 7쪽
25 제25화 - 잔인한 달의 카 섹스 18.05.05 518 9 8쪽
24 제24화 - 곱슬머리 사사키 18.05.05 518 10 9쪽
23 제23화 - CIA 스페셜 에이전트 18.05.04 543 10 7쪽
22 제22화 - Mr. S. 18.05.03 537 9 7쪽
21 제21화 - 비원의 추억 18.05.03 531 1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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